이른바 ‘내란음모 사건’과 양치기 소년

<기고> 정해랑 21세기민족주의포럼 대표 정해랑 | tongil@tongilnews.com 승인 2013.09.02 15:29:07 정해랑 / 21세기민족주의포럼 대표 나는 통합진보당 당원이 아니다. 그리고 통합진보당의 강령이나 정치활동방식에 대해서도 동의하거나 지지하지 않고 회의적이다. 굳이 이런 말로 글을 시작하는 것은 하도 편가르기를 좋아하는 세상이라서 강령에 대한 동의나 정치활동방식에 대한 지지 여부와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 원칙을 고수하는 것은 다른 점이라는 것을 분명히 밝히기 위함이다. 우리 현대사는 그야말로 조작과 모략 그리고 재심에 의한 부정으로 얼룩진 역사이다. 이 조작과 모략에서 1970년대까지 잘 써먹던 법이 바로 이른바 내란음모죄이다. 많은 사람들이 희생양이 되었고, 투옥 수배 고문을 당했으며, 심지어 목숨을 잃기까지 했다. 그리고 나서 3-40년이 지난 오늘 그 사건들이 재심에 의해 무죄로 뒤바뀌어진 것이 한두 건이 아니다. 억울하게 희생당한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으려니와 그 가족, 친지들의 분노와 슬픔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어느 누구 하나 이러한 조작과 모략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이러한 조작과 모략에 앞장서온 집단이 바로 현재의 국가정보원이고, 이전의 안기부, 그리고 더 이전의 중앙정보부이다. 우리는 걸핏하면 역사에서 배워야 한다고 하면서 바로 얼마 전의 현대사에서조차 교훈을 제대로 못 얻고 있다. 비유컨대 이들은 이솝 우화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과 같은 것이다. 이들의 행위는 무수히 법원의 재심에 의해 거짓말과 조작이라는 점이 드러났고, 최근에 이르러서는 드디어 반드시 해체 내지는 개혁이 되어야 할 대상으로 규정되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 날벼락인가? 이석기 의원을 비롯한 통합진보당 관계자들에 의한 ‘내란음모죄’가 이들에 의해서 발표되고, 압수수색과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그것 때문에 온 나라가 뒤숭숭하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분명히 해야 할 것은,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해온 양치기 소년이 늑대가 쳐들어온다고 말한다고 해서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규명하는 것이 우선일 수 없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국정원이 아무리 이러저러한 증거를 들이댄다고 해도 일단 그것은 이전의 경험으로 볼 때 조작과 모략일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점을 전제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많은 사람들이 이런 점을 외면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이나 정의당 등 민주진영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야권 정당들의 태도는 실망스럽기 이를 데 없다. 모처럼 잡은 국정원에 대한 개혁의 기회를 이런 식으로 물거품으로 만든다면 그것은 역사에 대한 배반이요, 민주주의를 내팽개치는 짓이 될 것이다.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해온 양치기 소년에게 당장 파수꾼의 직을 하지 말도록 해야 한다. 그가 다시 늑대가 몰려온다고 외쳤다고 해서 허둥지둥 대는 마을이라면 그 마을의 미래는 암담하다. 이 말은 지금 국정원으로 하여금 당장 국내 사건에 대한 수사를 중지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지금 개혁의 대상이고, 근신해야 할 위치에 있는 존재이다. 민주당과 정의당 그리고 안철수 의원은 일단 이 점에서 확실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이른바 ‘내란 음모죄’에서 국정원은 손을 떼게 하라. 그 점에서는 참여연대의 태도가 옳다고 본다. 꼭 수사할 일이 있다면 경찰이나 검찰이 하라. 그리고 재판에 의해서 사실 관계가 규명되어야 한다. 그때까지 모든 언론의 피의사실 공표죄에 해당하는 작태는 금지되어야 한다. 이런 점이 충족될 때까지 민주당과 정의당 그리고 안철수 의원은 이석기 의원 체포 동의안에 협조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민주주의를 지켜 나가기 위한 민주세력의 최소한의 임무이다. 나찌 독일이 극성을 부리던 시절 한 종교인은 이렇게 절규했다. 처음에 그들은 공산주의자를 탄압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라 무관심했다. 다음으로 그들은 노동조합 간부들을 탄압했다. 나는 노동조합 간부가 아니라 무관심했다. 이어서 그들은 유태인을 탄압했다. 나는 유태인이 아니라 무관심했다. 그들은 결국에 나를 탄압했다. 그때 나는 비로소 알았다. 그들은 나찌 이외의 모든 사람을 탄압한다는 것을. 우리가 여기서 민주주의의 원칙을 지켜 나가지 못하면, 다음은 정의당, 그 다음은 민주당, 그 다음은 안철수 의원의 차례가 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있을까?

评论

此博客中的热门博文

[인터뷰] 강위원 “250만 당원이 소수 팬덤? 대통령은 뭐하러 국민이 뽑나”

‘영일만 유전’ 기자회견, 3대 의혹 커지는데 설명은 ‘허술’

윤석열의 '서초동 권력'이 빚어낸 '대혼돈의 멀티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