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주의와 형식주의 탈피한 미학
[강대석의 철학산책-예술철학] 16. 헤겔의 미학과 변증법
강대석 철학자
기사입력: 2013/09/05 [19:42] 최종편집: ⓒ 자주민보
독일 관념론의 완성자인 헤겔(Hegel, 1770-1831)은 그의 미학에서도 철학에서처럼 단점과 장점을 드러내었다. 자연과 역사를 포함한 모든 것이 절대적인 이념의 자기발전에서 나오는 부수적인 현상이라는 그의 관념론은 기득권을 옹호하는 보수적인 철학으로 변질될 수 있으며, 모든 것이 변증법적으로 발전한다는 그의 철학방법은 사회발전을 유도하는 혁명적인 철학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헤겔은 예술을 이념의 발전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파악했으며, 그러므로 이념의 부수적인 현상인 자연에서 나타나는 자연미보다 이념을 의식하는 인간정신과 연관되는 예술미를 더 높이 평가하였다. 예술은 결국 이념을 감성적으로 표현해주는 역할을 하며 그렇게 표현된 이념이 바로 이념상(Ideal)이다.
그러나 헤겔은 예술을 파악하는 미학이 예술의 구체적인 역사발전을 토대로 구축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플라톤의 신비주의 미학이나 칸트의 형식주의 미학을 벗어나려 하였다.
그는 디드로(Diderot)를 비롯한 프랑스 계몽주의 미학이 토대로 삼고 있는 ‘반영론’을 미학연구에서 무의식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반영론은 인간의 의식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물질세계를 반영하면서 발생한다는 인식론의 주장이지만, 미학에서도 예술이 객관적인 세계를 모방하고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나아간다. 그것은 이미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서 제기 되었으며 사실주의 예술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다. 물론 모방이 사진 찍는 것처럼 기계적인 모방이 아니라 창조적인 모방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도 이미 아리스토텔레스가 언급하였다.
자연과 연관해서는 철저하게 유물론적이면서도 사회와 역사발전에 대해서는 아직 관념론적이었던 프랑스 계몽주의 미학은 형이상학적이고 고전적인 경향을 완전히 벗어날 수 없었지만, 헤겔은 그의 변증법적인 사고방식을 동원하여 그러한 한계를 벗어나려 하였다.
헤겔은 예술에서 객관적인 것과 주관적인 것, 보편적인 것과 개별적인 것, 형식과 내용의 변증법적 연관성을 강조하였다. 그는 결코 감성과 이성을, 예술과 세계관을 형이상학적으로 분리시키지 않았다.
그는 예술을 이념의 한 발전형식으로 파악하면서도 동시에 예술과 사회발전의 연관성을 간과하지 않으면서 미학연구는 항상 구체적인 예술사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스스로도 이탈리아 여행 등에서 예술체험을 축적하였다. 추상적인 관념 속에서 미학을 다룬 칸트와는 많은 차이가 난다.
헤겔의 예술철학이 관념론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신비주의나 형식주의 혹은 예술지상주의에 빠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신헤겔학파들처럼 그의 장점인 변증법을 무시하고 관념론에만 집착할 때 그의 미학도 결국 낭만주의나 신비주의적인 입장으로 후퇴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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