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발언 했다고 ‘불법집회’…“영화제 수상자가 정치발언하면 불법집회인가”


“‘알박기’까지 하며 불허하더니 이젠 ‘불법집회’ 운운…애초 위헌”
민일성 기자  |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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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2.21  10:53:09
수정 2015.12.21  11:3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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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3차민중총궐기 노동개악 저지 백남기 농민 쾌유 기원 소요(소란스럽고 요란한) 문화제에서 가면을 쓴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경찰이 평화롭게 치러진 주말 ‘3차 민중총궐기 문화제’를 불법집회로 규정하며 사법조치 방침을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정치적 발언’이 나왔다며 미신고 불법집회로 규정한 것에 대해 “영화제 수상자가 정치 발언을 하면 영화제가 불법집회가 되는가”, “경찰이 말하는 ‘순수문화제’ 기준이 뭔가”, “애초 집회 불허 자체가 헌법 위반” 등의 비판이 제기됐다.
경찰은 19일 “문화제를 빙자한 미신고 불법집회로 판단된다”면서 민중총궐기투쟁본부 관계자들을 사법조치 하겠다고 밝혔다. 불법집회 근거로 경찰은 “정치성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와 손피켓을 사용하고 등단 발언자 대부분이 정치적 발언을 했다”, “사회자가 ‘더 뜨거운 집회로 만들려 한다’는 등 ‘집회’라고 말한 바 있다” 등을 들었다.
이에 대해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일 페이스북에서 “집회의 자유는 집단의 자유가 아니라 개인의 자유”라며 “일부의 사람이 정치성 구호를 외치거나 피켓시위를 한다 하더라도 법적용의 대상은 그런 행위를 한 사람 개개인이어야지 그것을 빌미로 집회 전체를 불법화하거나 그에 참가한 사람 모두를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또 한 교수는 “정치적 구호가 나왔다고 ‘순수문화제’가 아니라서 신고의무가 발생한다고 보는 것도 잘못됐다”며 “문화제라 하지만 정치적 의미가 담기지 않은 것이 얼마나 되나”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공법학회나 헌법학회가 하는 학술대회는 헌법이 해석과 적용이라는 가장 첨예한 정치담론들을 다룬다”며 또 “김조광수‧김승환씨의 혼인식은 동성애차별철폐라는 엄청난 정치적 주장을 담아냈다, 도대체 경찰이 말하는 ‘순수문화제’라는 게 무언가?”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 교수는 “집회의 자유는 헌법상의 기본권”이라며 “헌법 제21조제1항부터 먼저 생각해야 한다, 제발 좀 법대로 하자, 자기 마음대로가 아니라”라고 경찰의 법 잣대를 질타했다.
<한겨레>도 21일 사설에서 “‘불법집회’ 또는 ‘불법시위’란 말 자체가 원칙적으로 성립할 수 없다”며 “모든 집회·시위는 허용되는 게 마땅하며, 다만 그 과정에서 폭력 등의 행위가 발생했다면 그에 대해서만 법에 따라 대응하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치 구호가 나왔다고 ‘불법집회’로 규정한다면,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유명 배우가 정치성 발언을 하는 순간 그 영화제 또한 ‘불법집회’로 경찰의 수사 대상이 돼야 마땅할 것”이라며 “영화제를 지켜본 수많은 관객과 시청자 역시 졸지에 불법집회의 참가자로 리스트에 오를 수 있다. 이런 황당한 상황이 또 어디 있겠는가”라고 예시를 들어 꼬집었다.
   
▲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3차민중총궐기 노동개악 저지 백남기 농민 쾌유 기원 소요(소란스럽고 요란한) 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경향>도 사설에서 “3차 대회가 문화제가 아니라 집회로 치러진 것이 문제라면 그 책임은 우선 경찰에 있다”며 “보수단체에서 이미 집회 신고가 들어와 있다는 이유로 경찰이 금지 통고했지만 행사 당일 보수단체에서 집회 신고한 장소는 텅 비어 있었다. 보수단체들이 일명 ‘알박기 집회 신고’로 정당한 집회를 방해한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서주호 정의당 서울시당 사무처장은 “‘알박기’까지 해가며 집회를 불허하더니 평화로운 문화제는 불법집회 운운하나요?”라며 “박근혜 새누리당 통치하의 대한민국은 헌법에 명시한 집회의 자유가 없는 독재국가”라고 비판했다.
   
 
네티즌들은 “법을 어기는 것은 집회시위자들이 아니고 오히려 경찰이다. 경찰은 집회를 금하거나 막아서는 안된다. 부당한 공권력에 저항하는 것은 국민의 당연한 권리이다”(dh***), “미신고 집회라고 해도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처벌할 수 없다는 게 판례일텐데, 경찰들은 왜 이다지도 법을 안 지킨단 말인가”(ld****), “애초에 집회를 불허가 하는 거 자체가 헌법에 걸리는 거 아닌가요?”(fool******) 등의 의견을 올렸다.
앞서 역사학자 전우용씨는 “‘불법집회’란 말 자체가 반헌법적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네요”라며 “자기의 법적 권리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으면, 자기의 법적 권리 이상을 누리는 자들이 많아집니다. 이게 독재가 무식을 선동하는 이유입니다”라고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권리를 지키는 것의 중요성을 역설해 SNS에서 큰 호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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