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일만 유전’ 기자회견, 3대 의혹 커지는데 설명은 ‘허술’

 


우드사이드 사업 철수 과정 해명 석연치 않아, 경쟁입찰 했다는데 공개된 기록 없어…검증 과정도 불투명

미국 심해 기술 평가 전문 기업 액트지오의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이 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동해 심해 가스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06.07. ⓒ뉴시스

동해 영일만 석유·가스 탐사 사업과 관련한 여러 의혹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석유공사, 사업성 분석업체 액트지오가 해명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 대형 석유회사가 사업성 없다고 판단한 사업을 재추진한 이유, △ 사업성 분석 주체로 영세 업체인 액트지오를 선정한 이유, △ 매장량 및 성공 가능성을 추산한 근거 등 핵심 쟁점에 대한 해명을 내놨다.

하지만, 구체적이고 과학적 근거는 없었다. 그 흔한 그래프, 도표 한장 제시하지 않았다.  원론적 설명에 그쳤다.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을 쟁점별로 정리했다.

15년 탐사한 대형 업체 우드사이드와 액트지오 판단, 왜 달랐나?

이번 사업은 당초 석유공사와 함께 탐사를 진행했던 호주 대형 석유개발회사 우드사이드가 철수한 뒤 사실상 재추진됐다. 때문에 ‘경제성 없는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우드사이드는 지난 2007년부터 2022년까지 15년간, 동해에서 석유공사와 공동으로 탐사를 진행했다. 2D 광역 탐사를 시작으로 시추공 2개를 뚫고, 3D 탐사로 자료를 구체화했다. 하지만, 지난 2022년 7월, 돌연 사업 중단을 통보했다.

이와 관련 곽원준 한국석유공사 국내사업개발처 수석위원은 “배경을 보면 우드사이드가 다른 회사와 합병 후 글로벌 탐사 전략 변경 과정에서 사업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사업 중단이 동해 영일만 탐사의 사업성이나 경제성 문제라기 보다는 우드사이드 자체 사정이라는 취지다.

추가 설명도 내놨다. 우드사이드가 실시한 대규모 3D 탐사 결과를 충분히 평가하지 못하고 철수 의사를 결정했다는 것이 공사 측 설명이다. 공사는 우드사이드가 철수를 통보한 지 7개월여 뒤인 2023년 2월, 기존 탐사 데이터와 자체 추가 수집 데이터를 분석업체에 넘겨 분석했고, 최근 발표한 사업성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설명을 종합하면, 우드사이드는 내부적인 사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이미 확보한 데이터를 분석하지 않은 채, 사업성을 엄격하게 따져보지 않고 철수한 꼴이다.

석연치 않은 대목이 많다. 우드사이드는 단순 탐사업체가 아니었다. 석유공사와 지분을 5:5로 나눠 투자한 사업 파트너였다. 만만치 않은 규모의 자금을 투입한 것이다. 그런 대형 석유개발사가 자신들이 획득한 자료도 검토하지 않고 철수를 결정했다는 공사 설명은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게다가, 우드사이드가 수집한 자료를 받아 ‘사업성이 충분하다’고 결론 내린 분석 업체에는 여러 의혹이 추가로 제기되는 상황이다.

미국 심해 기술 평가 전문 기업 액트지오의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이 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동해 심해 가스전’ 관련 브리핑 중 물을 마시고 있다. 2024.06.07. ⓒ뉴시스

액트지오 선정 과정 의문…분석 결과, 믿어도 되나

우드사이드의 3D 탐사 데이터, 석유공사의 추가 정보를 분석한 회사가 액트지오다. 액트지오는 지난해 2월부터 수개월에 걸친 분석 끝에 총 7개의 유망구조(원유·가스가 매장됐을 가능성이 높은 지층)를 발견했다고 결론지었다.

액트지오가 적절한 선정 절차를 거쳤는지 의문이다. 곽원준 석유공사 수석위원은 “2023년 심해종합평가를 위해 4개의 업체를 경쟁입찰로 입찰을 시행했고, 기술과 가격평가 결과에 따라서 액트지오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석유공사의 경영공시 등 공개된 자료엔 분석 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 기록은 찾을 수 없다. 공사와 정부는 경쟁에 참여한 나머지 3개 업체도 공개하지 않았다.

자료 분석은 선정된 액트지오 한 업체에서만 진행했다. 교차 검증이 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왜 여러 업체로부터 분석 결과를 받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기밀유지 때문이다. 광구의 유망성은 회사의 자산인데, 여러 업체에 새어 나가면 이걸 못 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석유업계에서는 평가를 복수의 업체에 의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 공사 측 주장이다.

광구 자체가 정부 자산인 만큼 광구 유망성이 공개돼도 사업 진행에는 문제가 없는 것 아니냐는 반론에는 “어느 석유회사도 이런 평가를 여러 군데 맡기는 경우는 없다”며 “보통 자기 회사 기술진들로 평가를 하고 그 자체로 진행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절대 외부에 노출시키지 않는다”며 “그 자료를 다른 데로 돌린다는 것은 기밀이 새어나간다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단 하나의 업체가 분석한 결과를 제대로 검증했는지 의문이다. 정부는 그간 액트지오 분석 결과를 국내 전문가가 교차 검증했다고 설명해 왔다. 하지만 그간 설명과 다른 정황이 발견됐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현석 지질자원연구원 박사는 “액트지오 분석 결과를 수치로 검증한 것은 아니다. 액트지오가 분석한 방법론에 대한 검증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현 산업부 에너지정책실장은 “석유공사가 운영하는 국내 검증단이 (액트지오 분석에 대해) 검증한 결과를 정부와 같이 태스크포스 회의를 통해 일정 정도 의견 수렴을 했다”며 “의견을 수렴한 결과, ‘액트지오의 분석 방법은 적절했다’, ‘탐사자원량에 대해서는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시추는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결론을 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결과를 토대로 정부도 본격적인 시추가 필요하다는 정책적 판단을 할 수 있는 근거가 됐다”고 주장했다.

 140억 배럴 매장 가능성 근거는?

액트지오 아브레우 고문은 “이 프로젝트의 유망성은 상당히 높다”며 “저희가 분석해 본 모든 유정이 석유와 가스의 존재를 암시해 주는 모든 요소가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라는 기존 주장만 반복했다. 과학적 근거가 되는 구체 데이터는 제시하지 않은 채, 원유가 매장된 지층의 일반적 특성을 설명하고 ”한국 영일만은 이 특성에 부합한다”는 일반적 설명만 내놨다. 그는 “매장량, 사업성을 확인하기 위해서 남은 방법은 시추뿐”이라고 했다

액트지오는 2012~2021년 영일만에 이미 시추한 주작, 홍게, 방어 등 3개 시추공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유망구조를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아브레우 고문은 “지질학적인 측면에서 볼 때 석유와 가스의 존재를 암시해 줄 수 있는 4가지의 요소가 기반암, 저류층, 덮개암 그리고 트랩”이라며 “홍게의 유정에서 어떤 액체가 차 있는 트랩이 존재를 하고, 덮개암도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기존에 있던 3개의 유정을 대상으로 연구를 해본 결과, 왜 실패를 했는지 그 실패 요인에 대해 이해하게 됐다”며 “저희가 찾아낸 징후에 기반을 해서 징후를 성숙시키는 과정을 거쳤고, 그 결과로 유망구조를 도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일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규모가 있는 저류층의 존재를 찾아냈다는 것”이라며 “탄화수소가 누적되고 쌓이기 위해 필요한 암석의 속성들이 굉장히 양호한 상태로 드러났다는 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리스크를 평가하고 각 유망구조의 볼륨 매트릭을 파악하는 단계로 이동하게 됐다”며 “그 결과 7개의 유망구조 내에 35억~140억 배럴에 해당하는 매장량이 있다고 추정하게 됐다”고 했다.

추정 매장량과 관련해서는 “기반암이 얼마나 튼튼하고 강력한지, 그리고 얼마큼의 탄화수소가 트랩 돼 있을 수 있는지 등 요소를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중요한 것은 이 분지에서 상당한 규모의 경제성 있는 탄화수소가 누적돼 있다는 사실을 아직 찾지 못했다”며 “이것은 즉 리스크를 의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저희가 입증할 방법은 시추하는 것밖에는 남아 있지 않다”며 “유망구조에 석유와 가스의 잠재적인 존재를 나타낼 수 있는 요소가 있다는 것을 판별했지만, 시추를 하지 않으면 그 리스크를 전부 다 없애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추정 성공률 20%에 대해서는 “굉장히 양호하고 높은 수준의 가능성을 의미하는 수치”라면서도 “오해하시면 안 될 부분이 20%의 성공 가능성이 있다는 말인즉슨 80%의 실패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아브레우 고문은 “유망성을 보고 이미 전 세계적인 석유 관련 회사들이 크게 주목하는 상황”이라고 했으나, 곽 수석위원은 현재 협상 중인 회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말씀드리기가 어렵다”며 답변하지 않았다.

미국 심해 기술 평가 전문 기업 액트지오의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이 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열린 ‘동해 심해 가스전’ 관련 브리핑에 참석하고 있다. 2024.06.07.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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