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위원 “250만 당원이 소수 팬덤? 대통령은 뭐하러 국민이 뽑나”

 

더민주전국혁신회의 강위원 상임대표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지난해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에 전면으로 부상해 4.10 총선 결과 민주당의 한 축을 이뤘다. 대개 언론에는 ‘친명 강경파’ 조직으로 소개된다. 지난 2일 2기 강위원 상임대표가 선출됐다. 한총련 의장을 거친 강 대표는 전남 영광군 묘량면에서 여민동락 공동체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민형배 구청장 시절 광산구노인복지관장 등을 거쳐 이재명 도지사 시절 경기도농수산진흥원장을 맡았다. 지난 대선에서는 이재명 후보의 일정을 총괄했고, 그 뒤 당대표 특보와 혁신회의 1기 공동대표로 활동했다.


혁신회의는 국회의원 31명을 배출해 당내 최대 정치세력으로 불린다. 강 대표 본인은 경선에서 사퇴해 국회 입성에 실패했지만 상임대표가 됐다. 그러나 혁신회의와 강 대표는 언론에 대체로 부정적으로 언급된다. 친명, 강경, 팬덤, 개딸 등의 연관어와 함께. 특히 국회의장 후보 경선으로 촉발된 당원민주주의 논쟁은 부정적 보도 증가에 기여했다.

3일 여의도의 오피스텔에 자취방처럼 차려진 혁신회의 사무실에서 강 대표를 만났다. 묻고자 한 것은 간단했다. 지난 총선에서 ‘친명횡재 비명횡사’ 공천으로 당을 장악했다는 비판과 극성 팬덤을 앞세워 국회까지 좌지우지하려 한다는 비판에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강위원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상임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6.03 ⓒ민중의소리

1시간을 예정한 인터뷰는 2시간 30분을 넘겨 간신히 ‘중단’됐다. 그는 거침이 없었고, 할 말이 많았다. 그의 말은 영광군과 광산구와 경기도를 넘나들었고, 5.18정신과 김대중, 노무현도 수시로 언급됐다. 특히 언론의 당원민주주의 폄하에 강하게 반박했다.

친명만 공천되고 비명은 탈락한다는 이른바 ‘친명횡재 비명횡사’ 논란에 강 대표는 “그게 진짜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웃었다. 이어 “작업을 한 것이 아니라 당원들의 선택의 결과였다”면서 당원의 선택이 민심과 부합했다는 점이 선거 결과로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당원 참여 확대에 부정적인 ‘여의도’의 시각은 일부의 선동에 250만 당원이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를 깔고 있다. 강 대표는 “어느 집단을 봐도 비이성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은 있게 마련이다. 저도 많이 봤다. 그러나 공론의 결론이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는 “공론의 장을 열어주면 극단적 주장이 아니라 합리적인 여론을 따라간다”면서 “민주당이라는 공동체의 강점은 다소 극단적인 의견까지 들어주는 것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공동체 운영 사례를 수차례 제시했다.

현재 250만명인 당원을 500만명까지 늘려야 한다는 강 대표는 “정당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새로운 정치적 시민의 시대”라며 “진보보수의 문제가 아니”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정당이 이에 맞는 민주주의 시스템을 빨리 찾아야 한다”면서 “민주당이든 국민의힘이든 개혁신당이든 진보정당이든, 그걸 구현하는 게 집권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주요 일문일답이다.

-공천 당시 언론에 ‘친명횡재 비명횡사’가 유행어처럼 보도됐습니다.
=그때마다 그게 진짜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웃음) 오죽하면 이 대표가 그랬잖아요. 같은 사람을 단수로 하니 친명이라 하고, 경선으로 가니 반명이라고, 최고위에서 다시 단수로 결정하니까 친명이 됐다고. 오히려 이재명과 진짜 같이 하려는 사람은 뒤에서 눈물 삼킨 경우가 많죠. 재미있는 건 언론에 친명이라고 보도된 분들이 아무도 부인을 안 했습니다. 선거에 도움 되니까.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아요. 많은 분들에게 친명 수식어가 붙어 그렇게 행동하게 됐어요.

-이재명 대표가 당을 장악하고 공천도 좌지우지했다는 게 통설입니다.
=2년간 이재명은 초선 당대표였을 뿐입니다. 혼자서 윤석열 검찰의 공격을 방어하기 바빴습니다. 기억나는 민주당의 개혁이나 변화가 있나요? 몇 평짜리 당원존 하나 만들고 끝났어요.(웃음)
공천에 작업을 했다고 하는데, ‘기술’이 아니라 당원들의 선택이었습니다. 조사도 많이 돌려봤죠. 586을 넘어 신주류가 등장해야 한다, 윤석열 정권 등장에 책임 있는 사람들과는 거리를 둬야 한다. 이런 민심이 확고했어요. 선거 결과로도 확인됐잖아요.

-혁신회의를 필두로 당원민주주의를 전면에 내걸었습니다. 논란도 상당합니다.
=대선 때 이 대표가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이게 친문에서 친명으로 바꾸겠다는 말이 아니에요. 정당혁신, 정치개혁에 대해 이 대표는 성남시장 이래 일관된 주장을 해왔습니다. 변방에서 가진 것 없이 정치를 하면서 각인된 이재명의 ‘몸의 정치학’입니다. 어떻게 당원들의 참여를 확대하고 일상화할 것인가. 그래야 정치의 동맹경화를 해소하고, 기득권 위주의 여의도 문법을 해체시킬 수 있으니까요. 돈, 학력, 인맥 없는 사람도 정치를 해볼 수 있어야죠. 국회의장 경선은 하나의 작은 불꽃, 발화점이었을 뿐이고 총선 이전부터 고민이 깊었습니다.

-국회의장 경선 사태가 당원민주주의 논의를 앞당긴 면은 있네요.
=초기에 의원들은 일주일이면 정리된다고 자신했습니다. 작년 체포동의안 가결 때도 7천명 밖에 탈당 안 했다고. 그런데 1만명 넘고 사태가 커지니까 공포를 느낀 거죠. 가장 위기의식을 느낀 것은 이 대표였습니다. 이제 당내에서는 당원 참여를 늘리는 방안을 열어놓고 추진해야 한다는 것에 대체로 공감합니다.

강위원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상임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6.03 ⓒ민중의소리

혁신회의는 2기 출범을 하면서 결의문을 채택했다. △당원총회 일상화 △지역당(지구당) 부활 △전당원 투표 제도화 △당원참여 공론 토론회 상설화 △모바일 전자정당으로 전환 △공직 후보자 당원 직접선출 제도화 등이 담겼다. 결의문은 강 대표가 썼다고 한다.

-당원민주주의가 나쁘지야 않겠지만, 지금 그렇게 중요한가요?
=정책 결정을 민주적으로 하는 것을 뛰어넘어 당원들의 존엄을 실현하는 일이에요. 나한테 물어보고 의견을 들어주잖아요. 그럼 그때부터 공부합니다. 찾아봅니다. 거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국민을 존엄하게 예우하고 학습하는 비용, 전 국민 존엄 비용입니다.
일부에서는 먼저 당원을 학습시키고 역량강화를 하자고 합니다. 제 경험에 의하면 투표 자체가 학습이고 역량강화입니다. 함께 결정해서 가다가 잘못된 것이 있으면 고치면 됩니다. 공동책임이니 공동체 분열도 안 생깁니다.

-소수의 강성 팬덤 논란은 여전합니다.
=지금 하자는 당원민주주의는 사실 20년 전 노무현 때부터 꿈꾸던 것입니다. 그 사이 세상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정보가 비대칭적이지 않습니다. 과거의 깨어 있는 소수가 아니라 이제 깨어 있는 다수가 정치 전면에 등장했습니다. 대한민국이 이에 맞는 제도를 설계할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한데, 이걸 팬덤이라고 치부해버린다? 그러면 대통령은 왜 국민투표로 뽑죠? 열정적 당원이나 시민들이 국가 운영에 개입하거나 의견을 내는 것을 팬덤이라고 해버리는 건 엘리트들이 불편하기 때문이죠, 그저 계몽과 훈육의 대상이 돼 가만히 있어야 편하거든요.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은 직접 당원이 되는 정당운동 시대가 이미 열렸습니다. 그에 맞는 민주주의 시스템을 찾아야 합니다. 민주당이든 국민의힘이든 개혁신당이든 진보정당이든 그걸 빨리 구현하는 게 집권으로 연결되고, 이후 개혁 과제를 실천하는 토대가 될 겁니다.

-평범한 시민들은 잘 참여하지 않고, 목소리 큰 소수가 과잉대표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왜 참여 안 하냐? 권한을 안 주고 동원부대 삼아서 행사용 배경으로 쓰기 때문입니다. 예전 공직자들은 주민총회를 제일 불편해했고, 참여예산제 아주 싫어했습니다. 도대체 저 사람들이 뭘 안다고 10억, 20억 예산을 결정하냐. 제가 주민자치 교육 가보면 동장님이 항상 말해요. 대표님 주민들을 너무 띄워주면 통제가 안 돼요. 이러니 우리가 형식적 자치는 이뤘지만 실질적인 주민자치가 전혀 안 되는 겁니다.

-언론에서는 개딸 등의 프레임으로 과격한 언행이 부각되기도 합니다.
=저도 운영하면서 악쓰고 쌍욕도 하고 책상 들어 엎는 경우 많이 겪었어요. 모든 공동체는 합리적 시민만 있는 게 아니고 그런 분들도 있죠, 기자들 다니는 언론사에도 있지 않겠어요? 그걸 강성, 약성, 중성 이렇게 표현하는 게 맞나요? 민주당이라는 공동체의 강점은 그런 의견까지도 들어준다는 데 있어요. 의견은 듣지만 집행과 실천은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공론의 장을 열어주면 극단적 주장이 아니라 합리적인 여론을 따라갑니다.
과격하다는 건 예를 들어 70%가 원하는데 지도부가 반대로 가는 겁니다. 탄핵 대상이죠. 채해병 특검을 국민 다수가 요구하고 자기들이 정치적 기반이라는 TK에서도 원하는데, 반대로 가는 윤석열 정부가 과격한 정부입니다. 당원들 뜻을 따르자는 게 과격한 게 아니죠.

강위원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상임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6.03 ⓒ민중의소리

-종부세 폐지 논란, 연금개혁 소득대체율 양보 등에서 유연한 행보를 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민주당 왼쪽에서는 개혁 후퇴를 우려하기도 합니다.
=표 되는 줄 알고 우경화하는 것은 유권자와의 사회계약 위반입니다. 종부세 논의는 완전히 패착입니다. 상위 극소수가 내는 세금이에요. 한국은 특별히 조세 저항이 심한 나라입니다. 세금의 효능감을 못 느끼고 살았고, 각자도생이라는 생각이 강합니다. 여기에 완벽하게 편승하는 포퓰리즘적 행위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종부세 논의로 치환해서는 안 됩니다.
국민연금은 논쟁적 주제입니다. 고갈된다고 공포를 엄청 조장했잖아요. 그러나 연금이 파산된 선진국은 없습니다. 국가가 다 지급보증 합니다. 전쟁이 나지 않는 한 있을 수 없는 일로 공포 마케팅을 합니다. 이번에 연금은 잘 접근했다고 봅니다. 다만 민주당의 원칙적 지향이 뭐고, 지금 왜 양보나 타협하는지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이 필요했다고 봅니다. 그래야 당을 믿을 수 있죠.

-문재인 정부가 검찰개혁, 소득주도 성장, 탈원전, 한반도 평화 등 국정과제에서 개혁을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더 큰 퇴행을 허용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민주당이 다시 집권한다고 다를까라는 의구심도 엄존합니다.
=이재명의 참모로서 분열 우려 때문에 조심스럽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촛불혁명 정부인데, 이 정도면 F학점입니다. 20년 집권 운운하다 5년 단명으로 끝났잖아요. 촛불세력의 연합정치 공동집권을 해야 했습니다. 저는 연동형·병립형 논란 때도, 병립형 하면 총선이나 혹시 대선은 이겨도 10년, 20년 집권은 어렵겠구나 생각했습니다.
민주화 30년 해서 튼튼한 줄 알았는데 윤석열 정권 이후 민주주의가 파괴, 붕괴되고 나라가 내전 상태가 됐습니다. 이재명 집권을 넘어서 대한민국을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 어떤 정부가 들어와도 변치 않을 최소한의 토대를 만들어야 합니다.
제일 확실한 보증은 다수 당원들의 압도적인 참여입니다. 당원을 두 배, 500만까지 늘리고 10만 정책생산자를 만들어야 합니다. 끊임없이 정책 생산하고, 토론하고, 투표해야 합니다. 개헌한다는데 국가정책의 총체적인 개헌이 필요하다고 저는 말합니다. 국가 설계를 주권자인 국민과 함께 한다는 것은 당원민주주의와 연결됩니다.

강 대표는 좋은 제도를 만들어도 시도당과 지역위원회에서 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고 했다. 그가 광주광역시당 위원장에 나선 대의명분이다. 광주를 살아있는 당조직의 모델로 만들겠단다. 통상 광역시도당 위원장은 별 역할이 없어 국회의원 가운데 맡는 경우가 많고 급여도 따로 없다. 그런데 원외에 중앙정치 경력도 별반 없는 그가 도전장을 냈다. 

시민단체에 후원금을 보내고 뿌듯해 하던 이들이 당원이 돼 직접 정당 운영에 참여하는 시대. ‘당비를 내는 사람이 당원이다’라는 원칙처럼 거대양당 중 민주당이 먼저 하면 결국 국민의힘이 따라올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총선 내내 ‘친명횡재, 비명횡사’만 되뇌던 평론가들이 급반전된 여론조사와 선거결과에 할 말을 잃었다. 어쩌면 정치의 저변은 엘리트들의 인식보다 더 빠르게 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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