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폭락, 부실한 지지대마저 무너진 신자유주의의 자화상

부동산 폭락, 부실한 지지대마저 무너진 신자유주의의 자화상 (서프라이즈 / 권종상 / 2012-07-15) 2008년엔가, 아고라와 세계엔 미국방에다 미국과 한국 집값이 반토막 날 거라고 이야기했다가 정말 '융단 폭격'을 맞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이곳 시애틀에서도 제 글을 읽은 사람들이, 특히 부동산 쪽에서 일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전문가도 아닌 일개 우체부가' 집값의 미래에 대해서 운운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불쾌해 하셨고, 한국에서도 부동산만큼은 신화가 계속 지속될 것이라고 믿었던 이들이 제 주장에 대해 역시 마찬가지로 '일개 미국 우체부 따위가' 부동산 가격에 대해서 운운하는 것에 대해 상당한 욕설들을 날려 주셨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 당시에 제가 집값에 대해 거의 '자신있게(?)' 폭락할 거라는 소신을 갖고 이걸 밝힐 수 있었던 이유는 사실 간단했습니다. 더 이상 신용 한도를 늘릴 수 없을만큼, 그리고 실제 가격보다 훨씬 부풀려진 집들이 거의 브레이크 고장난 자동차처럼 시장으로 튀어나오고 있었고, 분명히 '수요'가 있어야 할텐데 그보다 더 많은 공급 물량들이 나오고 있었고, 그리고 무엇보다 구매자들의 능력을 전혀 무시한듯한 매물이 끝없이 쏟아져나오고 있었던 것입니다. 실물경제가 돌아가는 상황이 뻔했고, 부동산 경기와 건축경기에 의해 파생된 일용직들은 상당히 많았으나 정작 생산에 기반한 일자리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것은 거품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무엇보다 2001년 구입 당시 20만달러가 조금 넘었던 제 집이 30만달러를 넘어서더니 35만달러까지 올라가는 것을 보면서 저는 이건 분명히 미친거다, 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집을 저당잡혀 받은 에쿼티로 새 집을 또 사고, 대형 가전제품을 들여놓고, 자동차도 기름 한없이 먹는 대형 SUV를 마구 사는 모습이 저는 미친걸로밖에 생각되지 않았었습니다. 심지어 직장이 없거나, 직장이 간당간당한 사람들까지도, 그들의 선대에서 페이먼트가 끝난 집이 있으면 바로 '부자'가 되었습니다. 에쿼티 융자를 받고, 크레딧 카드를 새로 발급받아 펑펑 돈을 쓰고...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었던 '상식'의 한계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그러나 불로소득의 달콤한 맛을 알게 된 사람들은 말 그대로 간이 커져가기 시작했습니다. 주위 사람들이 새 집을 사서 이사하는 모습들이 많이 보이자, 아내도 제게 아이들이 자라고 손님 초대하면 함께 할 공간도 적으니 새 집으로 이사가자고 졸랐는데, 그 때문에 아내와 거의 처음으로 의견이 맞지 않아 말다툼을 했고, 결국 아내는 제 주장에 설득되어 새로 집을 사서 옮기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아내는 그때 제가 그렇게 강력하게 반대했던 게 조금 섭섭했던 모양입니다. 요즘 들어서도 가끔 "집이나 살까?"라고 말합니다. 이웃 데이먼은 65만달러의 훌륭한 집을 사서 이사를 갔습니다. 그리고 자기가 살던 집을 40만달러에 팔았습니다. 25만달러를 보태 새 집을 산 건데, 그 집의 요즘 가격은 38만달러입니다. 이곳의 집값을 쉽게 검색하고 변동을 파악할 수 있는 zillow.com 사이트를 통해 보면 지금 거품이 꺼지고 무너지는 상황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결국 문제는 사람들의 감당할 수 없는 욕심, 그리고 그 욕심을 만들어 낸 체제라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의 미덕은 '노력한 만큼 버는 것'인데, 사람들이 노력하고 자기의 정당한 노동의 댓가를 부여하는 일자리는 계속 줄이고, 대신 그 간극을 '돈 놓고 돈 먹기'로 채운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그때 잠깐 자기가 부자가 된 것 같은 착각이 깨지며 보여진 실상은 '하우스 푸어'라는 현실로 돌아왔습니다. 적지 않은 미국인들은 원금은커녕 이자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미련없이 집을 던져 버렸습니다. 그것은 포기 매물이 되었고, 이자를 못내 입주자가 쫓겨나 버린 집은 은행에 차압되고 공매 대상이 되어 '포클로저 매물'들이 됐습니다. 결국 그들에게 계속 이자 받는 재미에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돈을 빌려준 은행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졌고, 그것이 발단이 되어 세계가 경제공황을 겪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지금 여러분의 집값은 얼마나 떨어졌습니까? 그 수치는 바로 우리가 튼튼한 지지대가 없이 누른 지렛대가 집값을 천정부지로 올렸다가, 지지대가 갑자기 무너지면서 모두 땅바닥으로 나동그라진 상황이나 다름없을 겁니다. 일자리와 복지라는 지지대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거품을 만들어내어 그 거품의 힘으로 경제를 돌리려 했던 신자유주의의 사회는 우리의 집값의 폭락으로서 그 지지대가 무너졌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애틀에서... 권종상 -------------------------------------------------------------------------------- 결국, 복지의 수준이 우리 삶의 수준을 결정한다 (서프라이즈 / 권종상 / 2012-07-14) 며칠 전 비번날, 지원이 귀와 코 수술한 것 팔로업하러 가면서 밀린 병원비들을 냈습니다. 보험에서 커버해주는 게 80%. 수술비가 3천달러가 조금 넘게 나왔으니 그 20%, 그러니까 6백달러 정도는 제 돈으로 나가야 하는 겁니다. 집에 고지서가 하나 날아왔는데, 보니까 이건 지호가 물리치료 받느라 병원 갔다 온 거였습니다. 역시 80% 커버가 되는데, 나머지 몇백 불은 또 제 부담이었습니다. 그날 오후,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콜렉션 에이전시(수금대행업체)라면서, 2008년에 대장내시경 하고 나서 남은 170달러인가를 내지 않았다면서 전화가 온 거였습니다. 황당했습니다. 그것이 어떻게 수금대행업체로 넘어갔는지, 그리고 실수로 그 돈을 내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4년 후에 연락을 해서 이제 그걸 내라고, 그것도 병원이 직접 한 것이 아니라 수금 대행업체를 통해 연락해 온 것도 황당했습니다. 아내가 어제 저녁엔 고지서들을 정리하다가 통장 잔고로 지금 내야 할 것들을 다 내기 어려울 것 같다고 울상을 지었습니다. 저도 좀 갑갑했던 것이, 그 고지서의 절반은 병원과 관련된 것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저희가 별로 병원도 찾지 않고, 거기다가 보험이 꽤 좋다는 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애들이 아프다던지 하면 당장 가계에 부담이 될 정도의 돈이 의료 서비스에 지불되어야 합니다. 오바마케어가 미국 대선의 쟁점이 되고 있는 것도 미국의 이 이상한 의료보험체제를 바꿔야 할 필요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안에서 의료보험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인구는 17% 정도라고 하지만, 실제로 보험이 있다고 해도 일단 병에 걸리면 저처럼 경제적으로 조금 어려움을 겪는 것을 피할 수 없는 사람들이 꽤 됩니다. 심지어 노인들은 은퇴하면 65세가 넘어 은퇴하면 '메디케어'라는 의료 보험을 가지게 되는데, 이것 역시 80%만 부담해 주기 때문에 나머지 자기가 내어야 하는 돈 20% 를 커버하는 보험이 또 따로 있을 정도입니다. 부조리죠. 그나마 저같은 혜택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직장을 잃게 된 사람들은 보험도 잃게 됩니다. 사실 다른 나라에서는 국가가 책임져 주는 부분을 기업에 떠넘긴 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으로 인해 요즘같은 불경기에 직장을 잃은 사람들은 의료 혜택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의료보험이란 것이, 병에 걸려도 아무 걱정 없이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보험이 있어도 병이 있으면 걱정부터 된다면 사실 보험의 존재 이유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거죠. 사실, 국민 의료보험은 나라가 국민에게 해줘야 할 기본적인 혜택입니다. 이것이 기업의, 즉 이윤 창출의 영역으로 가서 생기는 부조리가 그대로 미국의 의료제도에서 보여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국민 보험이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적절한 재원이 있어야 하죠. 복지의 차원에서 부자 증세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과거 미국은 '노인의 천국'이라고 불리울 만큼 복지의 강국이었습니다. 그 당시에 미국의 상위 2% 내 부자들은 수입의 80%까지도 세금으로 뺏겼습니다. 그러나 그 돈은 복지의 이름으로 저소득층에게 뿌려졌고, 그것은 소비를 촉진하고, 소비는 수요를 창출하여 생산을 자극했습니다. 아무튼, 세제의 개혁은 모든 복지, 그리고 의료제도들이 국민을 위한 쪽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 된 복지를 말하는 정당과 정치가들이 국민들의 뜻을 대변해야 한다는 것, 올해 미국도, 한국도, 큰 선거를 앞두고 있는 우리 모두가 깊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아닌가 합니다. 시애틀에서... 권종상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3&uid=129240 http://www.seoprise.com/etc/u2/772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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