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8. 31 - '최고의 날' 그리고 '최악의 날'
기쁨 뒤엔 슬픔이, 슬픔 뒤엔 기쁨이 오는 게 인생이라지요
(서프라이즈 / 독고탁 / 2012-09-02)
지난 주 금요일, 8월31일은 하루종일 너무나도 바쁜 하루였습니다. 그리고 그날은 제겐 '최고의 날'이자 '최악의 날'이었습니다.
그날은 8월의 마지막 날인 '월말'이었고, 'MB협박기소사건' 선고 공판이 예정된 날이었고, 숙소를 옮겨야 하는 이사날이었고, 사무실도 이사하기로 예정된 날이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복잡한 일들이 한꺼번에 집중되어 버렸는지 한심하기 짝이 없지만, 그 모두가 저의 계획이나 의지와는 아무 상관없이 진행되고 강제된 일이라 고스란히 받아 들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작은 곳으로 이사하는 터라 몇 일 전부터 짐들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정리를 하였지만, 여의도 6년을 살았던 살림이라 만만치 않더군요. 31일 아침 이삿짐 센터에서 와서 짐을 꾸려 차에 싣고 나니 오후 1시가 되었습니다. 일단 이사짐 차에 아들 녀석 태워 보내 후 양천동 남부지방법원으로 달려가야 했습니다.
MB 협박사건 선고 공판 - '무죄' 판결
원래 선고공판은 8월 17일로 잡혔었습니다. 그런데 공판 이틀 전 31일 연기되었다는 연락이 왔었지요.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변호사님의 의견은 <재판부에서 판결문 작성에 많은 고심을 하고 있다는 뜻>이라 하더군요. 그리고 그 결과는 31일 오후 2시 판사님의 준엄한 판결문 낭독으로 나타났습니다. 중요한 부분만 요약하면 ;
첫째, 피고의 게시글이 피해자(MB)에게 도달했는지 여부에 대하여, “형사소송법에는 합리적 의심없이 증명에 의해야 한다'며 비록 그 글이 청와대 게시판에도 오르고, 조선일보의 보도와 서프라이즈에 실었다는 이유만으로는 대통령이 이를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둘째, 협박의 근거인 '해악의 고지'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하여 “피고인은 이명박 대통령을 반대하는 정치웹진 사이트를 운영하는 언론인이며, 천안함 의혹제기로 재판을 받고 있는 사람”이라며 “노정연씨에 대한 검찰수사에 분노하여 게시한 경위를 볼 때 해악을 고지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리고 ‘국제테러단체의 암살과 동일하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 “그렇게 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셋째, 다만 “피고는 언론인으로서 건전한 정치비판을 해야 함에도 부적절한 욕설과 경멸적 언어를 반복해 비난을 받을 소지는 다분하다”면서도 “그러나 국가 최고권력자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이 허용돼야 하며 견제와 비판을 업으로 하는 언론인으로서 납득하기 어려운 표현을 썼다 해도 도덕적 비난을 넘어선 국가 형벌로 의율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최근 헌법재판소가 표현의 자유가 갖는 중요성을 다룬 것과 같다”며 “그러므로 피고는 무죄”라고 선고하였습니다.
저는 김영식 판사님의 판결문 낭독을 듣는 내내 감격스러웠습니다. 아.. MB 정권 하에서도 이런 판결이 나올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지요. 참 감사한 일입니다.
저는 제가 올렸던 글에 대해 ‘칭찬받을 일’이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너무나 분노했기 때문에, 그 상황 속에서 제가 표현할 수 있는 가장 거친 글을 올렸고 그로 인해 피해 당사자가 문제를 제기한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질 것임을 재판과정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그것은 엄연히 저와 MB 간의 문제이지 국가기관이 나서서 ‘협박죄’운운할 사안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장자연 사건 승소, MB 협박사건 무죄, 그리고..
2주 전, 장자연 관련 사건(故 장자연씨 사망과 조선일보 방사장이 관련되었다는 내용의 글이 서프라이즈에 올라오자 조선일보 측에서 관련글을 삭제해 줄 것을 서프에 요청하였고 그에 대해 거부하자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였던 사건)에 대해 승소 판결이 난 이후 조선일보측에서 항소를 포기했다는 소식을 변호사님으로부터 들었습니다.
장자연 사건 승소에 이어, 이번에 MB 협박사건이 무죄가 되었으니 여간 기쁜 일이 아닙니다. 이제 천안함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는 마지막 과제 하나가 남았네요. 그것만 이루면 MB 정권하 제게 주어진 소명을 다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사실, 그 세 개의 사건 중 제가 가장 자신있게 대응할 수 있는 사건이 바로 ‘천안함 사건’입니다.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부분만 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볼 수 있는 부분만 보게 됩니다. 지식과 경험의 한계 때문이지요. 저는 천안함의 진실을 밝힐 수 있는 가장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였고, 그 사건의 내막을 들여다 보는 데에 꼭 필요한 과정들을 직접 경험하였던 경력을 갖고 있으니, 염려 놓으시고 차분하게 지켜 보아 주시기 바랍니다.
이제 다시 ‘삶의 현장’속으로 여러분을 모셔야 할 것 같습니다. MB 협박사건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았던 ‘최고의 날’이 왜 ‘최악의 날’이 되었는지 말씀드리려 합니다.
언제나 어렵고 고달팠던 서프라이즈의 삶
요즈음 뉴스를 접하실 때마다 마음이 많이 힘드시죠? 저도 그렇습니다. 간혹 게시판에 서프라이즈에 대해 걱정하시는 분들의 목소리를 접하며, 그 마음이 어떤 마음이실지 충분히 느껴지더군요.
서프라이즈는 탄생이후 여유로왔던 적이 단 한번도 없습니다. 언제나 어렵고 힘들었습니다. 서프라이즈 운영의 책임을 맡은 이후 제가 소유한 거의 대부분을 처분하면서 버텨 왔지만 어려움은 여전했고, 간간히 이런 저런 사업을 하기도 했지만 언 발에 오줌누기에 그쳤습니다.
스카프를 만들어 팔았고, 책도 만들어보고 심지어 보조식탁도 만들어 팔았습니다. 그런데 서프가 하는 사업은 대부분 인건비 건지기도 어려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래도 무어라도 해보려 발버둥쳤다는 거지요. 그러다가 지치면 결국 기댈 곳은 서프앙님들 밖에 없었습니다. 앵앵 울었던 겁니다.
그때마다 글 아래에 꼭 붙었던 것이 < 또 앵벌이 하냐 >라는 댓글이었습니다. 그 글을 보면 부끄러움에 얼굴이 화끈해지지만, 그래도 서프앙님들에게 어려운 사정을 있는 그대로 말씀드리고 도움을 청하는 것이 가장 떳떳한 일이 아닌가 싶어 그렇게 했습니다. 그 외엔 어떤 방법도 없는, 마치 절벽에 선 느낌일 때 그렇게 합니다.
구차하게 말씀드리지 않아도 마음으로 알아주시는 분들, 재판도 여러 건인데 비용은 어떻게 하나, MB 치하에서 누가 광고 주겠노, 돈되는 광고 하나 없는데 어떻게 먹고 사나, 직원들 급여는 제 때 주나.. 모두에 대해 구구절절 답변 드리기 뭣하지만, 죽을 똥 살 똥 꾸려왔고, 또 꾸려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팔 것도 없고, 먼 산만 쳐다보게 되는군요.
서프라이즈는 서프앙님이 계시므로 버티어 냅니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 제일 먼저 하는 것은 사는 공간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그래서 일단 숙소를 줄였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사무실을 줄이는 것입니다. 겨울도 다가오고 하니 조금 좁더라도 따닥따닥 붙어서 일하면 체온 유지에도 도움이 될 터이고.. 야튼 사무실을 어디로가 옮겨야 하는데, 빌어먹을 월세를 못내 보증금 다 까먹고 어디 나갈 데를 찾으려니 황망하기 그지 없습니다.
서프라이즈가 걱정되십니까? 걱정해 주십시오. 저는 언제나 늘 걱정 속에 파뭍혀 삽니다. 그러나,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서프라이즈는 부적절한 만남 갖지 않고, 부당한 일에 나서지 않고, 불편한 자금을 탐한 적 없으니 그에 대해서 만큼은 걱정을 하지 않으셔도 된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서프라이즈 대표가 가진 것 다 처분하고, 살던 숙소와 사무실 보증금도 다 까먹고, 사무실 옮길 여력이 안되어 황망하게 서 있는 그 자체가 <체험 삶의 현장>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니 무엇으로 더 증빙할 수 있겠습니까.
함께 걱정해 주십시오. 그리고 꼭 동참해 주십시오. 지난 번 간곡한 부탁을 드렸더니 385 명의 월정 후원자 분이 참여해 주셨습니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어려운 가운데 <월 만원 CMS 약정하기>에 동참해 주신 분들께 넙죽 감사의 절을 올립니다.
그럼에도 다시 부탁의 말씀을 드려야겠습니다. 이번에는 <월 만원 CMS 약정>도 해주시고 <특별 후원금 계좌송금>도 해 주시기를 부탁드리려 합니다. 어떻게든 이번 대선 때까지는 잘 버티어 내겠습니다. 어려운 말씀 드리기 송구하지만, 체면불사하고 서프앙님께 말씀 올렸습니다.
후원계좌 : 국민은행 816937-04-007606 / 우리은행 1005-302-004971
(주)민진미디어 대표 신상철
월 1만원 CMS 약정하기 -> 클릭
독고탁 드림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3&uid=138360
http://www.seoprise.com/etc/u2/794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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