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프라이즈와 라디오21

(서프라이즈 / 독고탁 / 2012-09-10) 오늘 논가외딴우물님이 '라디오21과 양경숙을 말한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이심전심인가 봅니다. 저 역시 소나기 지나가면 반드시 한번 짚어보리라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으니까요. 2002년 대선 이후, 서프라이즈와 라디오21은 우리 진영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감당했던 매체로서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었던 것에 대해 부인할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서프라이즈는 토론게시판의 기능을, 라디오21은 방송의 기능을 맡아 많은 정보를 전달하고 교류하는 소통의 장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이번의 사태를 겪고 있는 라디오21과 양경숙 본부장을 보는 마음이 짠하고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그만큼 친했기도 하지만, 어려울 때 서로 허물없이 도움을 청하고,도움을 주며 험난한 시간들을 헤쳐왔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얼마 전 민주당 전 의원을 만나 차를 한 잔 하는데 '서프는 괜찮은지' 묻더군요. '부당한 금전거래를 한 적이 없어 문제될 것이 없으니 염려하지 마시라'고 답변을 하면서도, 그 말이 '라디오21은 부당한 돈거래를 했다'고 단정짓는 것처럼 느껴져 마음이 편칠 않았습니다. 아직까지 검찰에서 수사중이고, 그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습니다만 이미 '부당한 돈거래를 한 것'으로 보도되고, 그렇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섣부른 예단을 자제하고 좀 더 지켜보자'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것은 이미 보도된 내용을 모두 받아들이기엔 아직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지않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이 명명백백히 밝혀지고 난 다음, 나무랄 것은 나무라고, 책임질 것은 책임지게 해도 모자라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일방적으로 매도하기엔 라디오21과 양경숙 본부장이 감당했던 역할이 결코 폄하될 수 없다는 데에는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시리라 생각합니다. 어려웠기에 우애가 남달랐던 사람들 그런 말이 있습니다. 형제간에 우애가 남다르게 좋을 때는 어렵고 힘들게 살 때인 경우가 많고, 형제간에 원수가 될 때는 유산상속처럼 돈이 생겼을 때인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런 상황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게 되는 것이 사실이지요. 우리 진영의 매체들은 언제나 어려웠기 때문인지 비교적 우애가 깊은 편이었습니다. 큰 자금이 오고간 적이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소소한 금전이 오고가면서도 차용증을 쓴 경우를 거의, 아니 전혀 본 적이 없었습니다. 물론 저와 관련된 일들만 생각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제가 아는 한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이렇게 말씀을 드리면, '오라, 이렇게 저렇게 돈이 오고 갔구나'라고 생각하실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느 날 밑도 끝도 없이 '누가 누구에게 얼마를 주고, 누가 누구에게 얼마를 받았다'는 내용이 보도된다면 '그러면 그렇지' 혹은 '브루터스, 너 마저'라며 멘붕에 빠지는 분들이 분명히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아무런 문제가 없는 정상적인 금전관계라면 문제될 것이 전혀 없는데도, 그것을 입증하고 문제없음이 밝혀지기까지는 상당한 절차와 시간이 흐르게 되고, 이미 그 과정에서 도마 위에 오른 사람들의 인격과 신뢰가 붕괴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지요. 계산하지 않고 살아온 사람들 바보같다 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지난 십년 간 그렇게 살았습니다. 적어도 우리 진영 내에 있는 동지들과의 금전적 도움을 주고 받으며 차용증 한 장 작성하지 않고 그렇게 살았습니다. 여유가 있어 빌려 준 적도 없지만, 언제까지 갚겠다 하고 빌린 적도 없습니다. 이런 황당한 얘기, 듣기 실어도 들어셔야 합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제가 라디오21에 줄 돈이 얼마이고, 받아야 할 돈이 얼마인지 따져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얘기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서프라이즈 대문과 노짱토론방에 라디오21 i-Frame 광고배너가 걸리기 시작한 것이 언제일까요? 아마 7~8년 전부터이지 싶습니다. 라디오21 입장에서는 서프에 배너가 걸리는 것이 가장 효과가 컸을테니 말이지요. 양경숙 본부장에 제게 그랬습니다. "한 달에 이백만원씩 줄께 배너 빵빵하게 걸어줘". 그래서 제가 그랬지요, "이백만원 안줘도 좋으니 백만원이라도 꼬박꼬박 주면 좋겠다". 하지만 제대로 청구한 적도, 제대로 준 적도 없습니다. 생각나면 얼마 보내고, 한참을 그냥 넘기기 일쑤였지만, 따지고 청구한 적 없습니다. 제가 진행했던 '독고탁의 시사포인트' 방송 들으셨던 분들 많으실 겁니다. 선거때면 후보들 인터뷰, 중요 이슈때면 현장 방송, 평상시엔 시사방송.. 꼬박꼬박 콘티 준비해서 방송을 하며 한번 방송에 얼마씩 줄 것인지 계약한 적 없습니다. 형편풀리면 얼마라도 주었지만, 대부분 그냥 넘어 갔고 그 또한 다른 진행자들 보다는 뒷전이었습니다. 친하다는 이유로. 잘은 모르겠지만, 그 모든 경제적 활동을 계약으로 따져서 서프에서 라디오21에 청구서를 보낸다면 대략 8~9천만원을 청구해도 이상할 것 하나 없을 것입니다. 라디오21 스트리밍 배너 때문에 서프가 버벅거린다고 특히 해외서프앙님들의 불만이 컸던 것을 생각한다면 서프가 라디오21에 제공했던 기여는 적지 않은 셈입니다. 작년 봄으로 기억합니다. 양본부장으로부터 급한 문자가 날아왔습니다. "독고탁, 지금 얼마있어?" "왜?" "있는대로 보내주라" "무슨 일인데" "사고쳤어" "무슨 사고?" "담에 얘기할께".. 그러면 박박 긁어서 보내 줬습니다. 얼마나 급하면 그럴까 싶어서지요. 저 역시 그랬습니다. "스카이, 이번에 달세 밀리면 쫓겨나. 도와주라" 그러면 최선을 다해 얼마라도 보내 옵니다. 그렇게 살았습니다. 문자 메시지로, 통화기록으로 고스란히 입증 가능한 내용들입니다. 동지들.. 논가 그리고 커널뉴스 이왕지사 열어놓은 것, 더 펼쳐보겠습니다. 우리 진영에 매체들과 커뮤니티 운영자 속살을 보는 것도 그리 흔치 않은 일이니까요. 그리고 한편으로는 또 다른 이곳저곳의 우리 편들 역시 이와 비슷한 모습들이 적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이기도 합니다. 돈 얘기, 구차하지만 외면할 수 없을 땐 담담하게 들여다 보기도 해야 합니다. 두 해 전인가 논가님이 급하게 전화가 왔습니다. 여차저차해서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생겼다고.. 들어보니 참으로 난감한 지경인지라, 주변에 도와줄 이 아무도 없고.. 결국 제가 나서서 이렇게 저렇게 조달을 하여 천오백만원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차용증 한 장 안쓰고. 커널뉴스 김태일 대표도 너무나 어려운 가운데 매체를 꾸려가느라 때로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백만원, 이백만원, 어떨 땐 삼백만원.. 그렇게 조달해 줬는데, 제가 어려울 때는 어쩔 수없이 그가 자꾸 생각이 납니다. 그래서 한번은 제가 김대표를 불러 그랬습니다. "내 어려울 때 자꾸 당신이 생각난다. 그게 고통스러우니 오늘 털자. 술 한잔 사라. 출자한 셈 칠께 없던 걸로 하자." 이렇게 기대고 땡겨주며 살아와야 했던 것이, 이 척박한 환경에서 죽지않고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의 한 단면이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아직까지 어느 누구에게도 돌을 던져서는 안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더더욱 개인의 치부나 탐닉을 위해 무모한 짓을 할만큼 도덕적으로 추락하지는 않았다는 믿음을 아직은 우리가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모든 것을 내려놓았듯,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우리 앞에 펼쳐지고 난 후, 냉철하게 판단하고 그때 꾸짖을 일 꾸짖고 매를 들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부디, 양경숙 본부장도 힘든 마음 잘 추스리고, 어려운 매듭들 부끄럽지 않게 잘 풀어내고, 무엇보다도 건강 잘 챙기길 바랍니다. 독고탁 덧글 : 지난 2008년 총선 때인가, 양경숙 본부장이 음원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선계약으로 확보한 후 로고송 사업을 펼치는 것을 보고 '참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였었습니다. 당시 그 노래는 로고송으로 굳건히 1위에 오른 곡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총선에서는 규모가 더 컸던 것 같습니다. 로고송에 탑차사업까지 펼쳤다고 하지요. 투자자로 나선 사람들이 투자계약으로인한 수익 외에 정치적 이득을 구하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꿩먹고 알먹고'라지만 욕심이 과하면 결과가 좋지 않기 마련이지요. 그것이 공천헌금이라면 그 돈을 받은 민주당 인사가 획정되어야 하고 그것을 밝힐 책임은 오롯이 검찰에 있습니다만, 아직까지 아무런 얘기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입니다. 침착하게 지켜보자는 말씀입니다. 누가 누구를 두둔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는 그런 트라우마 앞에 언제나 지나치게 유릿장같은 여린 마음을 갖고 있는 것이 문제가 아닌가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3&uid=140868 http://www.seoprise.com/etc/u2/798990

评论

此博客中的热门博文

[인터뷰] 강위원 “250만 당원이 소수 팬덤? 대통령은 뭐하러 국민이 뽑나”

‘영일만 유전’ 기자회견, 3대 의혹 커지는데 설명은 ‘허술’

윤석열의 '서초동 권력'이 빚어낸 '대혼돈의 멀티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