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화되는 안철수 정치세력화
[분석과 전망] 정운찬 전 총리, 안철수의 외곽에서 가동하다.
한성 기자
기사입력: 2012/09/03 [21:44] 최종편집: ⓒ 자주민보
[다음은 지난 5월 10일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등의 혐의로 구속되어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중인 자주민보 한성 기자가 편지로 보내온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_편집자]
정운찬 전 총기, 안철수의 외곽에서 ‘제3정당’ 창당준비
조선일보 8월 30일자 보도에 의하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대선을 향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자문교수단 발족과 민주당과의 연대협력을 위한 대화라인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선에서 싱크탱크 역할을 하게 될 자문교수단에서는 최상용 고려대 명예교수를 비롯하여 연세대의 김호기, 문정인 교수, 고원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김근식 경남대 교수 그리고 강준만 전북대 교수 등이 오래전부터 예상되어 있었다.
안원장의 측근인 금태섭 변호사가 29일 라디오에 출연해 ‘준비는 돼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한 것도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그에 대한 물밑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안철수 정치세력화의 뚜렷한 조짐으로서 주목해 볼 지점은 전혀 다른 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8월 28일 한겨레신문을 통해 ‘제3정당’ 창당을 밝히고 나선 것이 그것이다.
정 전 총리는 먼저, 국민의 열망을 강조했다. 국민들은 기존 정치를 극도로 불신하고 있으며 대안정치 세력의 출현을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정치의 대선정국에 제3정치세력이 나타날 때마다 끊임없이 강조하곤 했던 익숙한 레파토리였다. 정 전 총리는 전반정치에 대한 비판적인 진단에 이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에 대해서도 각을 세웠다. 박 후보가 박정희 정권에 대한 평가를 잘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통해서는 역사관을 문제 삼았으며 소통부재라는 점에서는 MB와 차별성이 전혀 없다고 몰아붙였다.
정 전 총리는 다음달 가칭 ‘시민의 힘’을 발족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대선 당시 정 전 총리의 대선출마를 권유했던 학계, 법조계, 언론계인사 40여명이 주축을 이루고 ‘중도적이고 국민통합적인 저3세력’을 표방할 것이라고 했다.
‘시민의 힘’에 결집하는 정치인이나 인사들은 그러나 안철수 현상을 지지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정 전 총리는 자신이 대선에 출마할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마음 한 구석에는 욕심이 있다”고 말한 것이다. “5년 전에는 준비가 안돼 대선에 나가지 않겠다고 했지만 총리와 동반성장위원장 등을 하며 국정도 경험하고 현실경제도 많이 이해하게 됐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사람들은 정 전 총리의 그 발언에서 ‘5년이 지나’ 정치를 터득하고 정치적으로 성장한 정치인 정운찬을 확인하게 된다. 정운찬의 제3정당은 안철수 현상 정치세력화의 한 시나리오로 제출되었던 제3지대 창당론의 현실화이다. 정운찬의 제3정당은 안철수 현상의 정치세력화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노회한 정치인 정운찬은 그렇게 킹 메이커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10월 정계개편, 일어날 수도
정운찬의 제3정당은 안철수 현상에 매우 잘 부합하는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박근혜와 문재인은 각각 보수와 민주개혁이라는 차별성을 명징하게 갖고 있지만 그 진영논리를 벗겨내면 질적인 차이를 그리 크게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비춰진다. 특히 최근에 박근혜가 노무현의 묘역을 참배하고 이희호 여사를 찾은데 이어 심지어는 전태일기념재단 방문시도까지 하는 등 진영을 허무는 행보를 하면서 둘 간의 차이는 더욱 좁혀지는 양상이다.
그렇지만 안철수가 문재인과 갖는 차별성은 같은 중도이면서도 뚜렷할 정도로 커 보인다. 이는 안철수 현상이 기존 정치 일반, 심지어는 정당정치에 대한 비판적인 문제의식을 모태로 해서 생성된 정치현상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기존 정치질서 전반에 대한 비판의식이 문재인을 박근혜와 함께 묶어 밀쳐 낸 다음 독자적인 영토를 구축한 것이 안철수 현상인 것이다.
사람들은 안철수가 민주당으로 들어가 경선을 하거나 아니면 장외에서 경선을 치루어 승리하고 난 뒤 곧바로 민주당으로 들어가는 등의 단순한 경로를 타는 것이 안철수 현상의 본질을 치명적으로 훼손하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이에 따라 안철수 현상을 안철수 현상의 본질에 가장 부합하게 그리고 돋보이는 방식으로 대선정국에 진입시켜 낸 것이 정운찬의 제3정당인 것이다. 이는 물론 정운찬의 제3정당이 갖고 있는 속성이 아니라 안철수 현상이 강력해서 강제한 측면이다. 정운찬의 제3정당의 한계이기도 하다.
정운찬의 제3정당은 성공하게 된다면 대선정국에서 특별한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정운찬의 제3정당은 안철수의 외곽에서 원심력을 형성하여 많은 세력을 끌고 안철수의 중심부로 진입해 들어가는 과정에서 이른바 10월 정계개편설을 현실화시켜 낼 수도 있다는 것이 그 특별함이다.
안철수 현상이 현재처럼 우세한 여론이 지속되어 만일, 민주당과의 경선에서 승리하게 된다면 10월 정계개편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를 중심에 놓고 민주개혁세력 그리고 진보진영의 일부까지도 재편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들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10월 정계개편에서 정운찬의 제3정당이 어떤 위상을 갖게 될지, 그 구체적인 상까지 가늠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정운찬의 제3정당이 안철수의 현상에서 원심력일 것은 물론, 분명하다. 민주당이라는 거대야당이 있는 조건에서 그 원심력의 중심이 아니라 한 축일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다만 정운찬의 제3정당이 차지하는 원심력의 그 한 축에 유시민 전 진보당공동대표가 이끌고 있는 진보당내 ‘혁신모임’이 포함되게 될 것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정운찬의 제3정당은 자신들이 정세주도력을 쥐게 되면 유시민을 포섭하게 될 것이고 유시민이 진보당 탈당을 뛰어넘어 진보진영에서의 이탈까지도 시도하는 적극성을 발휘하게 된다면 자신들과는 구별 정립되는 또 하나의 축을 내 주게 될 것이다.
야권연대의 질서와 체계, 흔들릴 수도
정운찬의 제3정당과 유시민의 ‘혁신모임’의 관계문제가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야권연대 문제와 밀접한 관련을 가질 것이기 때문이다.
야권연대는 민주당과 진보당이 민주개혁진영의 집권에 책임있는 역할을 하고 그것을 뛰어넘어 집권이후 시대교체를 실현해야 하는 요구성에 기초해 마련한 집권전략이다.
그러나 진보당 사태이후 민주당은 야권연대에 대해 정치공학적으로 접근, 폐기되거나 수정되어야 할 것 정도로 대하고 있다. 지금, 민주당내에서 야권연대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정치인은 없다. 중도의 외연을 넓히는 것을 중시여기고 있는 전반 분위기 속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보수진영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고립되어 있는데다가 분열상까지 내보이고 있는 진보당을 적극적인 연대의 대상으로 유지해야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진보당 내 ‘혁신모임’의 행보 역시 야권연대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정치적 진로를 진보의 발전에 복무시키는 방향에서가 아니라 정치권력에 쉽게 접근하는 방식으로 열어가려는 자유주의자들이 정운찬의 제3정당에 결부되려는 시도는 어떤 경우에도 야권연대와의 질서와 체계를 복잡하게 대 결과적으로는 야권연대의 활력을 약화시키게 될 것이다.
결국 이 모든 것은 정운찬의 제3정당이 안철수 현상의 정치세력화로서 성과를 거두는 과정이 야권의 정계개편은 물론 야권연대 수정까지도 동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다. 정운찬의 제3정당 움직임을 면밀하게 주시해 볼 일이다. (2012.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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