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의 우리말 어원, 같은 점과 차이점

[통일문화 만들어가며](142) 우리말 어원 연구한 남북의 책들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2/09/15 [20:46] 최종편집: ⓒ 자주민보 [편집자 주: 이 글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에 대한 가치판단과 본지의 편집방향은 무관합니다. 다만 필자가 소개하는 북에 대한 정보를 통해 남북이 서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소개합니다.] ▲ 책 <옛말로 풀어 읽은 우리 이름, 우리 문화>(김중종 지음, 지식산업사, 2000년) [자료사진= 중국시민] 연어 같은 물고기들이 바다에 나가 살다가도 알에서 까나왔던 민물로 되돌아가서 알을 쓰는 습성이 있다면, 인간은 뭐나 뿌리를 캐기 좋아하는 습성이 있나 보다. 말의 뿌리 찾기도 그러하다. 학창시절에는 스승들이 배워주는 대로 받아들이기에 급급하다보니 경황이 없으나, 나이가 늘어나고 여유도 생겨나면 늘 쓰는 말이 왜 그렇게 생겨먹었느냐에 흥미를 갖게 되는 모양이다. 언젠가 비전향장기수 김중종 선생이 감옥에서 연구를 시작하여 내놓았다는 책 《옛말로 풀어 읽은 우리 이름, 우리 문화》(김중종 지음, (주)지식산업사 2000년 9월 30일 초판 2쇄, 도합 260쪽, 사진)를 얻어본 것도 우리말의 뿌리를 알고 싶어서였는데 전문가들에게나 알맞을 학술서적이어서 이해하기 힘들었다. 참고로 김중종 선생은 2000년 9월 평양으로 돌아간 다음 연구를 더 깊이 하여 2003년 8월 12일 한자 이름으로 된 조선의 인명과 지명, 관직명 등을 ‘조선말’로 표기하는 방안을 연구한 논문 《력사의 이끼를 벗겨 본 옛 우리 이름말》로 언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중에게는 박사논문수준의 글이나 책보다 역시 알기 쉬운 책들이 더 어울릴 것이다. 요즈음 어원과 관계되는 책을 2권 읽었다. 한 권은 반도의 북반부에서 나왔고 다른 한 권은 남반부에서 나왔다. 《우리 말 어휘의 뜻과 유래》(집필, 편찬 박사, 부교수 김범주, 심사 박사 안경상, 부교수 최병수, 서학순, 금성청년출판사 2010년 3월 출판발행, 도합 258쪽, 사진)와 《미주알고주알 우리말 속담》(박일환 지음, 도서출판 한울 2011년 9월 출판발행, 도합 222쪽, 아래 사진)이다. ▲ 책 <우리 말 어휘의 뜻과 유래>(김범주 지음, 금성청년출판사, 2010) [자료사진= 중국시민] 남에서 나온 책은 어린이들을 상대로 우리말속담상식을 보급하려는 서적으로서 재미를 추구했고, 북에서 나온 책은 어른들을 상대로 올바른 지식을 전하려는 엄숙한 자료서적으로서 우리말에서 늘 쓰이는 어휘를 소개했는 바, 음역한 외국어들도 조금 들어있다. 이처럼 성격에 차이가 나는 책들이지만 구조는 비슷한 점도 있었다. 《미주알고주알 우리말 속담》의 본문이 “제1부 이야기가 있는 속담, 제2부 지명과 관련한 속담, 제3부 역사와 관련한 속담, 제4부 민속· 풍습과 관련한 속담, 제5부 동식물과 관련한 속담”으로 이뤄졌다면, 《우리 말 어휘의 뜻과 유래》는 “단어편”과 “성구편(올림말 85개)”으로 크게 나뉘어졌는데, 단어편은 “1. 사람, 2. 자연, 3. 사회“로 이뤄졌다. 보다시피 큰 틀로도 겹치는 부분들이 있어 대조와 비교가 흥미로웠다. 특히 같지 않은 해석들이 재미있었다. 《미주알고주알 우리말 속담》은 책 제목에 벌써 “미주알고주알”이 나오는데, 제1부의 “미주알고주알 밑두리콧두리 캔다”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너는 왜 남의 일에 대해 미주알고주알 따지고 드니?’라고 했을 때, 이 말에 나오는 ‘미주알고주알’은 ‘사소한 것까지 속속들이 캐어묻는 모양’을 가리키는 부사어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미주알과 고주알은 대체 무엇을 가리키는 말일까요? 미주알은 항문에 닿아 있는 창자의 끝부분을 가리키는 말이며, 고주알은 별 뜻 없이 운율을 맞추기 위해 덧붙인 말입니다. 뜻을 더 강조해서 ‘미주알고주알 밑두리콧두리 캔다’는 속담을 쓰기도 하는데, 밑두리는 둘레의 밑부분을 가리키는 말이고, 콧두리는 역시 운율을 맞추기 위해 비슷한 말을 겹쳐 놓은 것입니다.”(37쪽) 뒤이어 저자가 운율을 맞추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말들을 몇 개 더 실례로 들었으므로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다. 그런데 《우리 말 어휘의 뜻과 유래》에서는 완전히 다르게 해석한다. “성구편”의 “미주알 고주알”조목을 통째로 인용한다. ▲ 책 <미주알고주알 우리말 속담>(박일환 지음, 한울, 2011) [자료사진= 중국시민] “이 성구는 소소한 일, 별찮은 일에 지나치게 참견하고 간참하면서 따지고드는 사람 또는 그런 행위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 말의 유래는 다음과 같다. 우리 나라 민속세간중에는 방안에 놓는 장농도 있다. 이 장농은 문짝을 포함하여 앞면과 특히 네귀모서리에 놋쇠, 은쇠 등 갖가지 합금판으로 수복글자도 새기고 장식쇠판을 정교하게 붙여놓음으로써 장농을 둬개 나란히 놓고 그우에 비단꽃이불가지 얹어 쌓아놓으면 집안이 환해진다. 장농이 더 멋이 있고 못하고 하는것은 장철(장식쇠붙이)을 어떤 모양으로 아름답게 형상하는가 하는데도 달려있지만 그보다도 장철의 《미두알》을 정교하게 뚫고 못의 《고두알》을 재간스레 잘 다스려서 구슬알처럼 해가지고 그것을 미두알에 딱 맞게 막아서 장철을 붙인것 같지 않게 판에서 돋아난것처럼 잘 붙이는데 크게 달려있다. 《미두알》이란 장철 네귀의 작은 못구멍을 말하고 《고두알》이란 놋으로 만든 농못의 깜찍하게 생긴 대가리를 이르는 말인데 이것들은 눈에 아물아물하게 안겨올 정도로 겨우 만질수 있게 작은것이여서 만들거나 꽂고 붙이고 하는 일들이 여간 말째고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이로부터 《매우 작고 깜찍한 물건》 또는 《몹시 작아서 하기 말째로 까다로운 일》을 《미주알 고주알》이라고 했는데 그 의미가 전의되면서 주로 지나치게 소소한 일, 별찮은 일에 참견하면서 사리를 밝히려고 하는 사람이나 그렇게 하는 행동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미두알》이 《미주알》로, 《고두알》이 《고주알》로 된것은 입천정소리에서의 어음변화인것이다.”(228쪽) “입천정소리에서의 어음변화”라는 것은 “따 디”가 “따 지”로 변하는 등 “ㄷ”로 발음되던 말들이 “ㅈ”로 바뀐 현상(구개음화)으로서 우리말 역사에서 중요한 대목이다. 때문에 “미두알고두알”이 “미주알고주알”로 됐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상당하다. 어학전문가가 아닌 필자로서는 어느 편의 주장이 맞다고 판단할 능력이 없으니 《자주민보》독자분들이 참고하도록 두 가지 설을 다 수록하는데 그쳐야겠다. “십년공부 나무아미타불”에 대해 《우리 말 어휘의 뜻과 유래》가 옛날 지족선사가 명기 황진이 때문에 파계한 이야기에서 유래를 찾았다면(238~ 239쪽)과, 《미주알고주알 우리말 속담》은 “십년공부 도로 아미타불”의 뿌리를 “십념공부도로아미타불十念工夫都盧阿彌陀佛”이라는 불경의 말에서 찾았다(43~ 44쪽). 소백두타小白頭陀라는 필명을 가진 사람이 1925년 《불교》 7호에 실은 글이 근거로 된단다. 또 《미주알고주알 우리말 속담》은 “하룻밤을 자도 만리장성을 쌓는다”(49~ 50쪽)를 임진왜란 때 일본군의 숙영습관에서 뿌리를 찾았는데 그 근거는 옛날 조선학자의 기록이다. “학자들에 따르면 처음에는 ‘하룻밤을 자도 만인蠻人은 성을 쌓는다’였던 것이 와전된 것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만인蠻人은 야만인, 즉 당시의 일본인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일본은 예로부터 지역별로 영주가 자기 땅과 군사를 소유하고 서로 싸우느라 전쟁을 많이 치렀는데, 그러다 보니 적군의 침입에 대비하여 성을 쌓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을 강조하던 말이 엉뚱하게도 남녀 간의 정분을 나타내는 말로 바뀌었으니, 그 격차가 매우 큽니다. 이렇듯 말은 처음에 만든 사람의 의도와 달리 언중言衆이 새롭게 바꾸어서 쓰는 경우도 흔합니다.”(50쪽) 이와 달리 《우리 말 어휘의 뜻과 유래》는 “하루밤을 자도 만리성을 쌓으라”(245쪽)의 뿌리를 민간이야기에서 찾았다. 어떤 나그네가 먼 길을 가다가 날이 어두워져 길가의 집에 들어갔다. 여인은 집주인이 없어서 난처해하면서도 손님을 받아들였다. 알고보니 여인의 남편은 만리성을 쌓는 부역을 피하여 몇 달 째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한다. 나그네는 자기가 지닌 쌀을 여인에게 줘서 밥을 해먹었다. 이성에 주렸던 두 사람은 그 밤을 함께 재미나게 보냈다. 그런데 이튿날 아침 갑자기 포졸들이 들이닥쳤다. 나그네가 아무리 자기는 집주인이 아니라고 사정해도 포졸들은 그를 잡아 성 쌓는 부역에로 끌고 갔다. “그리하여 나그네는 겨우 하루밤을 자고 그 집주인으로 되여 만리성을 쌓는 부역에 끌려가게 되였다. 이로부터 《하루밤을 자도 만리성을 쌓으라》는 성구가 생겨나게 되였다. 거기에는 잠간 만난 사람사이에도 정과 의리를 깊이 맺어둔다는 뜻도 있다.”(245쪽) 두 가지 해석에 다 부자연스러운 세부들이 있으나, 같지 않은 설들을 다 알아두는 게 해롭지 않겠다. 그리고 한국책들을 보기 시작하던 30여 년 전 “미역국을 먹다”는 말이 한동안 아리송했었다. 사용실례들을 많이 본 다음에는 어떤 경우에 어떤 의미로 쓰이느냐 이해하였으나 왜 그런 말이 생겼는지 알 수 없었다. 《우리 말 어휘의 뜻과 유래》는 이렇게 풀이했다. “이 성구는 주로 목적했던 일을 성사시키지 못한 사람에 대하여 조롱하는 경우에 쓰인다. 《미역국을 먹다》가 이러한 뜻을 가지게 된 유래는 지나날 과거시험에 입선하려고 모였던 사람들이 대부분 락선되여 산지사방으로 흩어져가는 현상을 《해산》이라고 한것과 관련된다. 그런데 그 《해산》이라는 말이 아이를 낳는다는 말 《해산》과 말소리가 같으므로 혼돈하였고 해산할 때에는 반드시 미역국을 먹으므로 곧 《해산한다》는 《미역국을 먹다》로 씌였던것이다. 그런데 와전된 이 말의 뜻을 무시하고 일부 사람들은 미역이 미끈미끈하다는데로부터 《시험에 합격되지 못하고 미끄러져 락제하다.》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억측에 불과하다.”(229쪽) 우리말 어휘, 속담, 성구들의 뿌리에 대해 정설, 속설, 이설들을 두루 알아보노라면 마음이 너그러워지지 않겠나 싶다. “그것도 말이 되네.”라는 한 마디도 통일문화를 만들어가는데서 한 몫 단단히 할 것이다.(2012년 9월 15일) 첨부자료 2종: 01: 책 《우리 말 어휘의 뜻과 유래》 집필, 편찬 박사, 부교수 김범주, 심사 박사 안경상, 부교수 최병수, 서학순 금성청년출판사 2010년 3월 출판발행, 도합 258쪽 차례 단어편 1. 사람 1)인물과 관련된 단어 2) 몸체와 관련된 단어 3) 행동 및 상태와 관련된 단어 2. 자연 1) 지명과 관련된 단어 2) 동식물과 관련된 단어 3) 풍물 및 자연현상과 관련된 단어 4) 시기 및 계절과 관련된 단어 3. 사회 1) 군사 및 정치와 관련된 단어 2) 제도 및 나라와 관련된 단어 3) 문화와 관련된 단어 4) 종교와 관련된 단어 5) 체육과 관련된 단어 6) 기타 상식과 관련된 단어 성구편 [올림말 85개] 02: 책 《미주알고주알 우리말 속담》 박일환 지음, 도서출판 한울 2011년 9월 출판발행, 도합 222쪽. 차례 출간을 반기며 김열규 머리말 속담을 찾아 떠나는 여행 제1부 이야기가 있는 속담 제2부 지명과 관련한 속담 제3부 역사와 관련한 속담 제4부 민속· 풍습과 관련한 속담 제5부 동식물과 관련한 속담 관련기사 북 영재교육의 제1층 수십부 소설속의 “신념과 의지의 강자들” 사회 위한 헌신, 종이꽃서 향기 피워내 시의 유다른 힘 북이 보는 핵무기와 핵에너지 북녘 농사꾼들은 어떻게 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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