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정세와 진보진영의 당면과제
<기고> 박경순 정치평론가
2013년 01월 09일 (수) 19:18:22 박경순 tongil@tongilnews.com
박경순 / 정치평론가
12.19 대선에서 한국 민중은 박근혜 후보를 선택했다. 박근혜의 대통령 당선은 친미 보수 세력에게는 환호를 진보개혁세력에게는 절망과 한숨을 가져야 주었다. 12.19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당선됨으로서 한반도 정세는 예측불가능 상황으로 빠져 들어갔다. 무릇 모든 일들이 양면이 있기 마련이며, 호사다마인 법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 뒤에는 거대한 역사의 물줄기가 흐르기 마련이며, 그 속에서 민중의 삶과 투쟁이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역사의 흐름은 결코 중단되거나 거꾸로 가지 않는다. 다면 겉으로 보이는 물줄기만이 역류하는 듯이 보이는 법이다. 격변으로 얼룩져질 2013년 한해를 예측해 보고, 그 속에서 진보의 앞길을 진단해 본다.
1. 박근혜 당선의 정치적 성격과 함의
‘왜 박근혜가 당선되었을까?’에 대한 분석은 별도로 한다. 여기에서는 박근혜 당선으로 만들어질 박근혜 정권의 정치경제적 성격을 정리해 보고, 그것의 정치적 함의를 밝혀본다.
박근혜 정권은 MB정권의 계승정권이다. MB정권은 본질적으로 사대매국, 반통일 정권, 친재벌 친부자 정권, 반민주 독재정권으로 판명 났다. 따라서 MB정권을 계승한 박근혜 정권 역시 본질적으로 이러한 규정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정권은 때때로 자신의 계급적 본성을 은폐하기 위해, 또는 민중들의 저항을 무마하기 위해 정권의 본성과 다른 계급유화적 개량적 정책을 내놓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세를 조망함에 있어서 본질론의 함정에 빠져서는 구체성을 잃어버릴 우려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권의 본질적 성격을 명확히 규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 어떤 유화적이거나 계급화해적이거나 개량적인 정책과 정치적 행위조차도 모두 자신들의 정치경제적 계급적 이익을 관철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 뿐이며, 계급적 본성을 벗어나 민중적 정책으로 선회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정권의 본질을 명확히 인식하고 민중의 힘에 의한 적극적 투쟁을 일관되게 펼쳐나가는 노선과 입장을 명확히 세워야 한다.
박근혜 정권은 MB정권의 계승정권임에도 불구하고, 파탄난 MB정권 시기의 정책적 노선을 그대로 견지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박근혜 후보가 경제민주화니, 맞춤형 복지이니, 남북관계 개선 등의 공약을 들고 나온 까닭은 단순히 표를 얻기 위한 수단만은 아니다. 뭔가 새로운 정책과 노선을 제시하지 않으면 대통령에 당선될 수도 없거니와 대통령이 되더라도 대통령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절박한 처지의 산물인 것이다. 바로 이 지점이 MB정권의 계승정권임에도 불구하고 MB정권과는 다른 길을 찾아야 하는 박근혜 정권의 자가당착적 모순인 것이다. 만약 박근혜정권이 공약을 헌신짝처럼 저버리고 MB정권과 똑같은 정책을 펼친다면 거대한 민중의 저항에 곧바로 직면할 것이고, 반대로 공약대로 실천하려 한다면 보수 세력 내부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해 무기력한 상태에 빠져들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묘한 줄타기 정책을 펼쳐갈 수밖에 없는 가련한 운명에 놓여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권이 처한 이러한 딜레마는 태생적 한계이며, 절대로 벗어날 수 없다. 한국 사회의 무너져가는 보수적 가치와 체제, 질서를 수호하고, 가진 자(재벌과 부자)의 기득권을 수호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는데, 또 다른 한편으로는 거대한 민중의 함성을 외면할 수 없다. 더 이상 외면했다가는 MB정권처럼 될 것이라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박근혜 정권의 구조적 딜레마(모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모순을 첨예화시켜 나가는 정치 전략이 요구된다. 즉 민중의 힘에 기초한 대중투쟁으로 양보와 개혁을 강제해 나감으로서 정권의 계급적 실체가 만천하에 드러나도록 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즉 개혁적 요구 쟁취투쟁을 앞세워 박근혜 정권을 아래로부터 압박하고 강제하는 투쟁전략을 전면적으로 벌여 나가야 한다. 대북 적대정책 폐기와 남북 교류와 화해협력 쟁취 투쟁, 민중생존권 쟁취 투쟁, 정치개혁 투쟁 등등 개혁적 진보적 정책들을 전면적으로 제기하고 이를 관철하기 위한 대중투쟁전략을 펼쳐 나가야 한다. 박근혜 정권이 개혁적 요구를 수렴한다면, 재빠르게 그로부터 열리는 개혁의 공간을 선점해 나가야 하며, 반대로 개혁적 요구를 외면한다면 박근혜 정권의 본성을 대중적으로 폭로한데 기초해 거대한 민중적 저항전선을 형성해 나가야 한다.
2. 2013년 정세 초점
2013년 정세를 좌우할 투쟁전선은 세 가지이다. 첫째는 자주통일 투쟁전선이며, 둘째는 민중생존권 투쟁전선이고, 셋째는 민주주의 투쟁전선이다. 이 세 축의 투쟁전선이 어떻게 펼쳐지는가에 따라 2013년 정세가 좌우될 것이다. 이중에서 민주주의 투쟁전선은 충분히 예측가능하다. 박근혜 정권은 MB정권의 공안탄압 정책을 계승할 것이 명백하다. 이미 그러한 조짐들은 나타나고 있다. 대선 직후 연이어 공안탄압사건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것은 박근혜 정권하에서 민주주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를 잘 보여준다. 박근혜 정권하에서 민주주의는 더욱 후퇴하고, 진보세력에 대한 공안탄압은 더욱 더 노골화될 것이다.
하지만 자주통일 투쟁전선과 민중생존권 투쟁전선이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속단하기 어렵다. 그중에서도 자주통일 투쟁전선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가 관심의 초점이다. 자주통일 투쟁전선은 박근혜 정권의 대북 정책의 여하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지만, 북미관계와 한미관계 남북관계가 각각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이며, 동북아시아 정세 전반에 의해서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부분이다. 여기에서 우리의 관심의 초점은 북미관계라는 변수이다.
1) 새로운 한반도 정세 도래는 필연적 과정
현재 최대의 쟁점은 북미관계가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부시 행정부 때처럼 대북 붕괴전략에 기초한 대북 강경 압살정책을 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볼 때 오바마 행정부가 2기에 들어서서도 여전히 전략적 무시정책을 견지할 것인가? 아니면 대북 관여정책(engagement policy)으로 선회할 것인가가 초점이다. 결론적으로 이 부분에 관해서는 오바마 행정부 내에서조차 정확한 방향이 세워지지 못한 상황인 것 같다. 하지만 북미 힘의 역량관계나 미국 자체의 내부 사정에 기초해 볼 때 전략적 무시정책은 이미 그 수명이 다했다는 공감대는 어느 정도 형성된 것 같다.
전략적 무시정책이 사실상 그 수명을 다했는데도 대북 관여정책으로 전환하지 못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대체로 세 가지 요인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는 북미관계의 질적 변화에 대한 전략적 대응방침이 부재하기 때문에 자신 있게 관여정책으로 전환하지 못한 채 엉거주춤해 있는 것이며, 둘째는 새로운 국방전략에 따른 국방부의 강력한 통제 때문이며, 셋째는 한국 보수정권의 방해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정세는 전략적 무시정책을 계속 견지할 수 없는 국면으로 발전하고 있다. 첫째는 북한의 적극적 공세에 대한 방어력이 없으며, 둘째는 한국 내에서 대북 대결정책에 대한 비난과 비판이 높으며, 셋째 국방비 축소에 대한 미국 내 압력에 직면해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겠다.
2008년 이후 북한의 대미공세는 과거와는 그 성격을 달리한다. 과거에는 북미 힘의 역량관계에서 미국이 군사력에 전략적 우세를 차지했다. 그 결과 미국은 전략적 공세 입장이었고, 북한은 전략적 방어 입장이었었다. 그러나 2008-2010을 거치면서 북미의 힘의 역량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했다. 북한이 전략군(핵과 전략미사일을 보유한 군대)을 보유함으로서 미 군사력의 전략적 우세가 무너지고, 전략적 균형관계가 형성되었다. 즉 북미 모두 핵미사일 보유국으로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효과적 무기라고 여겨졌던, 대북 경제적 봉쇄정책도 맥없이 무너졌고, 급변사태 전략도 무용지물이 됨으로서 북한을 압박하고 컨트롤할 수 있는 그 어떤 수단도 없게 되어 버렸다. 반면에 북한은 미국을 압박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을 확보하였고, 이러한 압박수단은 시간이 흐를수록 미국에게 더욱 부담이 될 수밖에 없게 돼버렸다. 이러한 힘의 역량관계 변화 속에서 북한은 점점 더 미국에게 공세적 전술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북한의 핵 억지력 강화조치와 2012년 8.25선언은 미국에게는 매우 두려운 압박이 아닐 수 없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은 향후 10년간 국가안보에 지출될 예산을 최대 8천5백억 달러 삭감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현재 미국 경제능력으로는 군사력을 더 이상 확대할 수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전면 전쟁과 같은 비상상황이 아닌 경우 대북 군사적 압박의 도수를 강화할 수 있는 수단이 제한적이다. 그렇다고 북한이 핵보유 국가의 지위에 올라선 처지에 함부로 전쟁을 벌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과거처럼 ‘말을 듣지 않으면 전쟁을 각오하라’고 협박할 수도 없다. 즉 대북강압정책을 유지할 수 있는 물적 토대가 고갈된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약점을 간파하고 있는 북한은 미국에게 ‘만약 선불질을 하면 통일대전으로 맞서겠다’고 선언하며, 매우 공세적인 대미압박카드를 밀어붙이고 있다. 그로 인해 전략적 인내정책을 적당히 유지할 수 없는 코너에 몰려 있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볼 때 오바마 2기 정권은 대북 관여정책으로의 선회를 조심스럽게 모색할 것이고, 북미대화와 협상 국면이 조만간 열릴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처지와 현실에 비추어 볼 때 과감한 대북 관여정책을 기대하기란 미국 스스로 자신감이 너무 결여되어 있어 ‘대화 없는 대화정책’으로 버틸 가능성이 높다. ‘대화 없는 대화정책’이란 북미간의 핵심현안인 주한미군 철수와 평화협정 체결 협상 문제를 회피한 채 북한의 강경공세를 완화시킬 수 있는 시간벌기용 양보카드를 들고 대화와 협상에 응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미국의 의도를 알고 있기 때문에 북한은 그러한 대화와 협상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미국이 대화와 협상 국면으로 선회하면 어떤 형태든 대화와 협상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점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척 헤이글 국방장관, 존 케리 국무장관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매우 주목할 만하다. 두 사람 모두 적극적 관여론자들이다. 특히 국방장관에 관여론자가 임명되었다는 것은 대북정책에 관한 국무부와 국방부 사이의 전통적인 갈등이 해소되면서 의미 있는 대북 관여정책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해준다.
만약 미국이 대북 관여정책으로 전환하게 되면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또한 이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이미 국내적으로도 이명박 정권의 대북 대결정책의 후과가 감내할 수 없을 정도로 쌓여, 대북정책 전환의 필요성이 증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대북정책을 바꾸겠다고 대선공약을 내걸었다. 하지만 스스로 완고한 보수주의자인데다가 한국의 친미 보수 세력들의 반북대결의식 때문에 남북 관계를 근본적으로 전환할 수 없는 계급적 한계를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에게 대북정책전환을 기대하기란 난망하다. 하지만 북미 대화와 협상국면이 본격화되면 박근혜 정권 역시 대북정책을 부분적 또는 전면적으로 전환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2) 민중생존권을 둘러싼 계급적 대립의 격화
민중생존권 문제를 둘러싼 정세는 예측난망하다. 무엇보다도 민생문제는 경제상황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는데, 2013년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의 전망이 매우 불투명하다. 경제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2013년 경제전망에서 급격한 경기하락 국면은 오지 않을 것이지만, 전반적으로 저성장 기조가 지속될 것이며, 경제적 불안정성 역시 상존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예측은 다양하지만, 경기회복 국면으로 가지 못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3년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3.0%이다. IMF는 3.6%, OECD는 3.1%, 현대경제연구원은 3.1%, LG경제연구원은 3.4%이다. 흔히 정부의 전망치가 다른 기관의 전망치보다 높기 마련인데, 올해에만 유독 가장 낮은 것은 박근혜 정부의 경제업적으로 부각시키려는 얄팍한 술수가 개입됐기 때문이다. 2012년 지난해 한국 경제는 예상치보다 훨씬 낮은 2.2%대의 저성장을 기록했을 것으로 예측됐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 볼 때 2013년 한국 경제전망은 잔뜩 먹구름이 끼어 있는 상태로 볼 수 있다.
보다 더 큰 문제는 한국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라는 일시적 요인에서만 기인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미국 민간 경제조사단체 Conference Board는 ‘세계 경제전망’에서 2013년에서 2018년까지 평균 2.4% 수준으로 가다가 2019-2025년 평균 1.2%대로 급락한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현재의 국면은 세계적 경제 불황 사태에 따른 일시적 위기요인에다 저성장체제로의 구조적 전환이라는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결합되어 전반적 경기침체와 저성장 기조가 나타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2013년 한국 경제는 세계 경제 침체에 따른 수출부진, 내수침체로 인해 경기둔화현상이 지속될 것이다. 이로 인해 가계부채 문제, 주택경기침체 문제, 고용문제, 중소상공인 생존권 문제 등 각종 민생 경제현안들이 사회정치적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이를 둘러싼 각 계급 계층 사이의 계급적 대립과 갈등이 표출될 것이다. 이에 대해 박근혜 정권은 기만적이고 보수적인 포플리즘 정책을 선제적으로 제기하며 터져 나오는 대중의 불만을 잠재우고 체제내화하려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가계 부채문제에 대한 새로운 정책 등 대선기간 중에 내놓은 몇 가지 선거공약 실천 프로그램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의 민생정책들은 겉으로는 서민대중의 절박한 현실적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고 해결하려 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지만, 본질적으로는 기득권 세력의 민중수탈구조를 유지 온존하고 강화하기 위한 기만적 정책들이다. 그렇지만 그 정책의 기만성만을 선험적으로 폭로 규탄하는 방식만으로 대중들의 계급투쟁을 촉발시킬 수 없다. 자칫하면 오히려 대중들로부터 역으로 고립될 수도 있다. 그 정책들의 기만성과 반민중성을 매우 구체적이고, 실증적이고, 대안적으로 폭로 규탄할 때, 민중들을 투쟁의 전선으로 결집시킬 수 있다.
3. 진보운동의 방향과 과제
2013년 진보운동진영은 대선 패배의 후유증을 털어내고, 반박 민중투쟁전선을 시급히 구축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대선 패배이후 잇따른 노동투사들의 자살은 낭떠러지에서 굴러 떨어지기 일보 직전의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는 이 땅의 노동자와 민중의 삶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상황의 절박성으로 인해 진보운동진영은 절망과 탄식에만 빠져 있지 않고 발 빠르게 ‘비정규직 노조파괴 긴급대응 비상시국회의’를 구성해 새로운 투쟁의 결의를 세우고, 반박민중투쟁전선을 만들어 투쟁에 나서고 있다.
대선에서 패배한 진보운동진영에게 나서는 올해의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재빨리 반박 민중투쟁전선을 구축하고, 적극적인 투쟁을 펼쳐나가야 한다.
낙담과 절망에 빠져 있거나, 한가하게 평가나 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민중생존권 위기, 민주주의 위기, 한반도 전쟁 위기 상황이 매우 심각한 양상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 대선패배이후 투쟁 사업장 내 노동자들의 잇단 자살들은 이 땅의 민중의 처지가 얼마나 절박한가를 웅변해주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비정규직 노조파괴 긴급대응 비상시국회의’가 구성되고, 2011년 11월을 마지막으로 중단되어 있었던 희망버스가 1월 5일에 다시 시작되었다. 보다 중요한 사실은 그동안 절차적 민주주의에 안주해 있었던 많은 진보적 민중들이 박근혜 유신후예 당선에 충격을 받아 절차적 민주주의의 틀에서 벗어나 투쟁의 결의를 새롭게 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은 절차적 민주주의의 덫에서 벗어나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민중생존권을 위해, 평화와 통일을 위해 반민주, 반민생, 반평화 지배세력과 대중투쟁 전선에서 승부를 내야겠다는 각오와 결심을 세우고, 대중투쟁전선을 구축해, 적극적 투쟁으로 정면 돌파를 해야 할 때이다. 각자 자기 조직의 결함과 한계 성과와 문제점을 평가하고 대안을 찾는 일에 앞서 투쟁을 펼쳐나가는 게 필요할 때이다. 투쟁을 앞세우고, 그 다음에 평가하고 대책을 세워나가야 한다.
우리가 견지해야 할 투쟁노선은 ‘민주주의 투쟁전선’ ‘민중생존권 투쟁전선’ ‘한반도 자주와 평화통일 투쟁전선’이라는 3대 투쟁전선에서 적극적인 투쟁을 펼치는 것이다. 3대 투쟁전선에서 민중들의 절박한 요구와 지향을 반영한 구체적인 투쟁목표를 갖고 투쟁을 펼쳐나가야 한다. 박근혜 당선 직후라는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서 맹목적 반대 규탄투쟁보다는 대중의 생존권과 결합된 구체적인 요구를 내세워 그것을 실제로 관철하겠다는 결의를 세워 적극적 투쟁을 펼쳐 나가야 한다. 박근혜 정권의 제반 반민중적 정책들을 우리가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스스로가 자각할 수 있도록, 즉 구체적 정책들의 반민중성이 스스로 드러나도록 해야 한다.
둘째, 대선패배를 초래한 진보운동진영 자체의 결함과 한계를 찾고, 주체의 정치 조직적 태세를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
2012년 총선과 대선 패배는 결코 우연적인 현상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지만 거기에는 진보적 정치역량의 구조적 문제점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진보적 정치역량이 성장발전하기보다 정체되고 일부 후퇴되는 현상이 나타났으며, 진보운동진영의 통일단결 역시 약화되었다. 그러다보니 전선운동, 노동농민운동, 청년학생운동 등 진보운동진영 전반이 조직적 태세와 투쟁력이 구조적으로 약화되어 있었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2012년 한 해 동안 집중적으로 표출되어 대선시기 진보진영이 맡아야 했던 책임과 역할을 다 할 수 없었고, 이것이 대선패배의 한 요인으로 됐다.
대선패배 이후 진보진영 자체의 조직적 태세는 말이 아닌 상황이다. 전투력과 투쟁력이 거의 바닥에 있는 상황이다. 이제는 이러한 조직내부의 문제점들을 근본적으로 혁신하지 않으면 운동발전을 장기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진보운동 진영은 앞에서 강조한 당면 투쟁을 차질 없이 진행하면서도 차분하게 조직실태와 문제점들을 검토하고 개선 대책을 세워 전반적인 조직적 태세를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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