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촉즉발의 정세에 왜 6.15, 10.4 선언인가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3/02/07 [04:43] 최종편집: ⓒ 자주민보
[다음은 국가보안법으로 2012년 2월 9일 구속 수감된 후 항소심에서 1년 6개월 형을 선고받고 상고 중인 서울구치소의 이창기 자주민보 대표가 편지로 보내온 기사입니다. _편집자]
북의 중대조치 결정 보도가 나오는 등 한반도 정세가 사상 유례 없는 극도의 긴장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이럴 때 새로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6.15와 10.4 선언 전면 이행 의지를 밝힌다면 한반도 긴장 완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사실 필자는 최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으면서 검찰 공소장에서 가장 충격받았던 내용이 6.15와 10.4 선언을 북의 적화통일의 변형된 전략이라는 내용이었다.
물론 재판부에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공안기관이 남북관계를 얼마나 경직된 눈으로 바라보는지 단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6.15 선언 당시 합의한 개성공단에서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이 큰 이득을 보고 있다. 김연아 보석으로 유명해진 로만손 회사는 주가도 거의 5배 이상이나 올랐다.
10.4 선언에서는 조선소를 운영하는 남측 대기업과 북의 협력 사업에 대한 합의도 있었다. 사실 남북경제교류의 물고도 당시 남측 최대 대기업이었던 현대 정주영 회장이 털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아들 정몽헌 회장과 손녀 정지이 씨까지 만나 대를 이어 통일을 위해 함께하자고 격려했었다.
현대란 회사를 그저 한순간 이용하고 말겠다고 생각했다면 갓 대학을 졸업했던 정지이 씨까지 만나주었겠는가. 이런 것은 절대 보여주기로 할 수 없는 행동이다. 전 세계에 공표한 만남과 약속을 뒤집는 것은 세계적으로 그간 쌓은 북의 모든 신뢰를 다 잃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자명하기에 그런 꼼수는 북으로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진심으로 남측의 대기업과 손을 잡고, 그것도 대를 이어가며 협력할 의지를 확고하게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남측 기업이 살길은 남북경협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전에 밝혀진 7,000조 원보다 몇 배 많은 지하자원이 있음이 새로 밝혀졌고 북의 기술인재, 지정학적 장점 등은 남측 경제의 새로운 숨통을 열어줄 것이 확실하다.
그 협력 사업을 북의 최고 지도자가 남측 국민이 선거로 뽑은 대통령과 만나 전 세계 앞에 공개적으로 확약한 것이 6.15와 10.4 선언이다. 여기엔 그 어떤 다른 의도가 숨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물론 남북 경협이 활성화되고 남북 왕래가 늘어 북의 무상의료, 무상교육 등 사회주의 제도를 남측 국민들이 접할 수 있고 또 부러워하거나 남측에 도입하자고 주장할 수는 있을 것이다. 이는 꼭 북만이 아니라 어떤 나라든 교류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분위기이다. 북도 남측의 장점을 배우려 할 것은 당연하다.
TV만 틀면 스웨덴의 사회주의적 복지제도가 우리 사회 문제 해결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그렇다고 무슨 혼란이 생겼는가. 사실 박근혜 당선인의 차등 없는 영유아 지원 등 복지제도의 많은 부분은 사회주의적인 내용들이다. 서로 좋은 점 배우는 게 뭐가 문제인가.
일부 보수세력과 공안기관에서는 대기업을 국유화시키고 사유재산제도 철폐를 주장하는 세력이 확대되리라 우려하는 것 같은데 이는 무지의 소치이다. 사회주의도 능력에 따라 차등 월급을 받으며 개인 사유재산이 인정되고 보호된다. 그리고 공장이나 기업과 같은 생산수단을 국유화시키면 사회주의 공산주의가 잘 될 것으로 여겼던 구 소련식 사회주의는 이미 파산을 당했다.
김일성 주석은 아프리카 등의 진보적 지도자들이 경제구조부터 소련식으로 바꾸려는 것을 항상 지적하고 그런다고 사회주의 되는 것 아니라고 조언하였다는 언론보도가 많다. 남북통일과 관련해서도 어느 쪽이건 제도의 통일은 무리하게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7.4 남북공동성명 체결 당시 이후락 정보부장에게도 그렇게나 강조했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도 도대체 왜 보수세력과 공안기관에서는 6.15와 10.4 선언이 남측을 공산주의 혁명으로 뒤엎으려는 적화통일 전략의 일환이라고 하는지 납득이 안 된다. 정말 공개적이건 비공개이건 끝장토론이라도 해보고 싶다.
결국 보수세력과 공안기관은 북을 무너뜨려 자본주의로 흡수하는 통일이 아니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김영환과 같이 북 내부 붕괴를 촉진시키는 운동을 하는 사람에게 훈장을 주는 것 아니겠는가.
문제는 북이 그런 체제 붕괴 책동을 반민족적 행위 자주권 침해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계속 그럴 경우 물리적 보복조치 즉 통일성전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6.15와 10.4 선언 외엔 평화적 통일과 남과 북의 공동 번영의 길은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6.15와 10.4 선언 거부는 결국 극한 대결과 전쟁의 비극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013. 2. 4 청계산 사무실에서 이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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