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매달린 은행잎, 기후변화가 단풍도 늦춘다
서울 기온 1도 상승에 단풍나무 1.8일, 은행나무 5.5일 단풍 늦게 들어
단풍은 광합성 멈추고 영양분 회수 과정, 기온상승으로 시기 늦어져
» 겨울이 시작된다는 입동인 11월8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호수공원에서 중국 관광객들이 아직도 한창인 단풍 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고양/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올 가을엔 비교적 늦게까지 단풍을 즐길 수 있었다. 겨울 문턱인 11월 하순인데도 서울 시내 단풍나무와 은행나무 일부는 아직 노랗고 빨간 잎을 매달고 있다. 우리나라가 좋은 이유 중 하나가 봄이 되면 봄꽃을 찾아서 봄꽃구경을, 가을이 되면 울긋불긋한 단풍을 찾아 전국 명산으로 단풍구경을 떠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식물이 계절에 따라 나타내는 여러 가지 현상과 변화. 즉 식물의 발아와 개화, 단풍, 낙엽 현상을 연구하는 분야를 식물계절학이라 한다. 가을철 단풍 시기는 어떻게 결정되며 기후변화에 어떻게 반응할까? 식물계절학을 통해 알아보자.
» 가을비가 내린 11월13일 오전 우산 쓴 시민들이 단풍이 물든 서울 종로구 견지동 거리를 지나가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나 뭇잎이 단풍으로 물드는 것은 가을이 되어 광합성을 하던 녹색 엽록소를 분해해서 나무 체내로 재흡수하기 때문이다. 녹색 엽록소가 사라지고 잎에 남아 있던 붉은색과 노란색을 띄는 크산토필, 카로티노이드와 안토시아닌 같은 색소가 많이 보여 잎이 물든 것처럼 보인다.
단풍이 시작되는 시기는 여러 요소에 의해 정해지는데 광주기(낮의 길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가을이 되어 낮의 길이가 짧아지면 광합성 활동이 줄어들어 엽록소 생성이 중지되고 조금씩 분해되면서 녹색 엽록소에 가려졌던 다른 색소가 출현하게 되어 단풍이 형성되는 것이다.
» 단풍은 가을이 되어 낮이 짧아지면서 잎속의 엽록소가 줄어들어 가려있던 노랑과 빨강 색소가 드러나면서 물드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다. 사진=김봉규 기자
그 러나 최근의 연구결과 광주기 외에도 기온이 단풍 시작 시기에 크게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광주기와 기온의 영향을 고려했을 때, 기후변화에 따라 단풍 시작시기 변화를 예상할 수 있다. 실제로 온난화에 의해 북미와 유럽, 동아시아의 온대림에서 단풍 시작 시기가 늦어진다고 보고되고 있다.
기상청은 관측소 지점별로 은행나무와 단풍나무의 관측 표준목을 지정해서 시각적으로 단풍 시작일을 관측하고 있다. 관측 표준목 품종은 흔히 볼 수 있는 은행나무와 단풍나무이다. 비교적 많은 관측소에서 단풍 시작일을 관측하기 시작한 1989년 이후 최근까지 두 나무의 단풍 시작일을 연속해서 관측하고 있는 관측소는 8개 (춘천, 서울, 충주, 대전, 전주, 광주, 남원, 구미)이다.
단풍 시작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단풍이 시작되기 전 달에 해당하는 8~10월 동안의 기온변화이다. 특히 대전을 제외한 7개 관측지점에서의 단풍 시기는 늦여름에서 가을철까지의 기온변화와 가장 연관성이 높았다(표 1). 즉 단풍이 들기 전 한, 두 달 동안의 기온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표 1. 각 지점별 단풍 시기에 영향을 많이 주는 기간
주 목할 만한 것은 1997년과 1998년 사이를 전후하여 평균적으로 단풍 시작일이 4~7일 정도 늦어지는데 이는 앞서 가을철 단풍 시작 시기가 온난화에 반응하여 점차 늦어진다는 외국의 다른 연구 결과와 일치하며,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존재한다는 국내 연구들의 결과를 재확인한다.
전반적으로 단풍나무는 기온 1도 상승에 반응해서 4일 정도 단풍이 늦게 들고, 은행나무는 5.7일 정도 늦게 단풍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1). 즉 기온 상승에 따라 두 나무 모두 단풍 시기가 늦어졌고 단풍나무보다 은행나무의 단풍 시작일이 더 많이 늦어짐을 보여준다. 기온 변화에 따른 단풍 시작일이 나무 종의 특성에 따라 달라짐을 알 수 있다.
그림 1. 전국 8개 지점에서 관측한 은행나무(회색)와 단풍나무(검은색)의 기온에 따른 단풍 시작일. 서울의 경우 기온 1도 상승에 반응하여 단풍나무는 약 1.8일, 은행나무는 5.5일 정도 단풍이 늦게 든다.
그런데 은행나무는 단일 종으로서 영양번식을 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지점에 분포하더라도 유전자 구성이 거의 동일하다. 따라서 같은 조건이라면 기온에 대한 민감도가 각 지점별로 거의 비슷해야 한다.
그렇지만 은행나무는 지역에 따라 단풍 시작일이 많은 차이를 보였다. 그 원인은 은행나무가 심겨 있는 토양 및 주변 환경조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각 관측소의 단풍나무와 은행나무의 단풍 시작일을 보면 대도시(서울, 대전, 광주)와 소도시(춘천, 충주, 남원) 사이에 뚜렷한 경향성은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기후변화가 단풍 드는 시기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늦은 가을까지 단풍나무와 은행나무의 단풍을 즐기게 됐지만, 그것이 인위적 기후변화로 인한 것이기에 기분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
이은주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
단풍은 광합성 멈추고 영양분 회수 과정, 기온상승으로 시기 늦어져
올 가을엔 비교적 늦게까지 단풍을 즐길 수 있었다. 겨울 문턱인 11월 하순인데도 서울 시내 단풍나무와 은행나무 일부는 아직 노랗고 빨간 잎을 매달고 있다. 우리나라가 좋은 이유 중 하나가 봄이 되면 봄꽃을 찾아서 봄꽃구경을, 가을이 되면 울긋불긋한 단풍을 찾아 전국 명산으로 단풍구경을 떠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식물이 계절에 따라 나타내는 여러 가지 현상과 변화. 즉 식물의 발아와 개화, 단풍, 낙엽 현상을 연구하는 분야를 식물계절학이라 한다. 가을철 단풍 시기는 어떻게 결정되며 기후변화에 어떻게 반응할까? 식물계절학을 통해 알아보자.
나 뭇잎이 단풍으로 물드는 것은 가을이 되어 광합성을 하던 녹색 엽록소를 분해해서 나무 체내로 재흡수하기 때문이다. 녹색 엽록소가 사라지고 잎에 남아 있던 붉은색과 노란색을 띄는 크산토필, 카로티노이드와 안토시아닌 같은 색소가 많이 보여 잎이 물든 것처럼 보인다.
단풍이 시작되는 시기는 여러 요소에 의해 정해지는데 광주기(낮의 길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가을이 되어 낮의 길이가 짧아지면 광합성 활동이 줄어들어 엽록소 생성이 중지되고 조금씩 분해되면서 녹색 엽록소에 가려졌던 다른 색소가 출현하게 되어 단풍이 형성되는 것이다.
그 러나 최근의 연구결과 광주기 외에도 기온이 단풍 시작 시기에 크게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광주기와 기온의 영향을 고려했을 때, 기후변화에 따라 단풍 시작시기 변화를 예상할 수 있다. 실제로 온난화에 의해 북미와 유럽, 동아시아의 온대림에서 단풍 시작 시기가 늦어진다고 보고되고 있다.
기상청은 관측소 지점별로 은행나무와 단풍나무의 관측 표준목을 지정해서 시각적으로 단풍 시작일을 관측하고 있다. 관측 표준목 품종은 흔히 볼 수 있는 은행나무와 단풍나무이다. 비교적 많은 관측소에서 단풍 시작일을 관측하기 시작한 1989년 이후 최근까지 두 나무의 단풍 시작일을 연속해서 관측하고 있는 관측소는 8개 (춘천, 서울, 충주, 대전, 전주, 광주, 남원, 구미)이다.
단풍 시작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단풍이 시작되기 전 달에 해당하는 8~10월 동안의 기온변화이다. 특히 대전을 제외한 7개 관측지점에서의 단풍 시기는 늦여름에서 가을철까지의 기온변화와 가장 연관성이 높았다(표 1). 즉 단풍이 들기 전 한, 두 달 동안의 기온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표 1. 각 지점별 단풍 시기에 영향을 많이 주는 기간
주 목할 만한 것은 1997년과 1998년 사이를 전후하여 평균적으로 단풍 시작일이 4~7일 정도 늦어지는데 이는 앞서 가을철 단풍 시작 시기가 온난화에 반응하여 점차 늦어진다는 외국의 다른 연구 결과와 일치하며,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존재한다는 국내 연구들의 결과를 재확인한다.
전반적으로 단풍나무는 기온 1도 상승에 반응해서 4일 정도 단풍이 늦게 들고, 은행나무는 5.7일 정도 늦게 단풍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1). 즉 기온 상승에 따라 두 나무 모두 단풍 시기가 늦어졌고 단풍나무보다 은행나무의 단풍 시작일이 더 많이 늦어짐을 보여준다. 기온 변화에 따른 단풍 시작일이 나무 종의 특성에 따라 달라짐을 알 수 있다.
그림 1. 전국 8개 지점에서 관측한 은행나무(회색)와 단풍나무(검은색)의 기온에 따른 단풍 시작일. 서울의 경우 기온 1도 상승에 반응하여 단풍나무는 약 1.8일, 은행나무는 5.5일 정도 단풍이 늦게 든다.
그런데 은행나무는 단일 종으로서 영양번식을 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지점에 분포하더라도 유전자 구성이 거의 동일하다. 따라서 같은 조건이라면 기온에 대한 민감도가 각 지점별로 거의 비슷해야 한다.
그렇지만 은행나무는 지역에 따라 단풍 시작일이 많은 차이를 보였다. 그 원인은 은행나무가 심겨 있는 토양 및 주변 환경조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각 관측소의 단풍나무와 은행나무의 단풍 시작일을 보면 대도시(서울, 대전, 광주)와 소도시(춘천, 충주, 남원) 사이에 뚜렷한 경향성은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기후변화가 단풍 드는 시기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늦은 가을까지 단풍나무와 은행나무의 단풍을 즐기게 됐지만, 그것이 인위적 기후변화로 인한 것이기에 기분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
이은주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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