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목자단, '국정원 공작정치' 규탄 농성


송환 요청 김련희씨, ‘나를 고향으로 돌려 보내달라’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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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1.16  18:4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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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재봉, 김성윤 목사 북 공작원 접선 조작 폭로 및 목자단 공안정권 퇴진 농성. 왼쪽부터 백광모 목사, 김련희씨, 최재봉 목사, 이적 목사.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탈북 브로커의 유혹에 속아 본의 아니게 한국에 입국하게 됐다며 북으로 귀환을 요구하고 있는 김련희 씨를 도왔던 개신교 목사들이 최근 국가정보원에 의해 구속되는 일이 발생, 이에 반발한 기독교평화행동 목자단(목자단) 소속 목사들이 16일부터 정권 퇴진 농성에 돌입했다.
목자단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 기독교회관 부근 민통선교회 예배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구속된 김성윤 목사의 석방과 최재봉·이적 목사에 대한 소환수사 중단을 요구했다.
또 연대단체인 코리아연대 구속자 석방과 김련희씨 송환을 촉구했다.
이들은 국정원이 김성윤·최재봉 목사를 북측 공작원과 접선한 것으로 꾸미고 목자단을 간첩단으로 조작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구사이이기도 한 백광모 목사에 따르면, 김성윤 목사는 지난 13일 새벽 1시 30분께 경기도 광명시에 있는 자신의 임대아파트로 귀가하던 중 아파트 복도에서 국정원 직원 여덟 명에 의해 수갑이 채워진 채 집으로 끌려 들어갔다.
국정원과 보안수사대 직원이라고 신원을 밝힌 수사관들은 김 목사에게 국가보안법 위반자라며 체포영장과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한 후 9시간 동안 김 목사의 양손을 뒤로 돌려 수갑을 채운 채 압수수색을 강행했다. 현재 김 목사는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백 목사는 국정원이 제시한 체포영장을 메모로 남겨 놓은 김 목사의 부인을 인용해 “체포영장 첫 문장은 ‘2011년 4월 중국 대련에서 북한 225국 공작원을 접선, 사상교육을 받았다’로 시작했다”라며, 국정원이 이미 공작정치를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백 목사는 “박정희 정권 때도 목사를 새벽 1시에 끌고 간 일은 없다”며, “현행범도 아니고 파렴치범도 아니며 도주 우려도 없는 목사를 더군다나 고2, 여섯 살 짜리 어린 자녀들이 보는 앞에서 양팔을 뒤로 돌려 9시간이나 수갑을 채우는 일은 만행”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국정원의 소환수사 대상인 최재봉 목사는 “며칠 후면 내가 봉직하는 강원도 태백의 하사미 교회에서 독침이 나오고 헌금함에서는 권총이 발견됐다는 뉴스가 나올지 모르겠다”며, 국정원의 수사를 노골적으로 비꼬았다.
최 목사는 “예수도 죄없이 십자가에 못박혀 죽었다”며, “목회자의 양심으로 말하건대 김련희씨를 고향으로 돌려보낸다면 나에게 뒤집어씌우는 그 어떤 오명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3일 새벽 1시께 최재봉 목사의 집에도 국정원 직원들이 들이 닥쳤다. 최 목사는 당시 후배와 함께 중국을 여행하던 중 “북한 공작원을 만나러 중국으로 밀·잠입했다가 공작원 접선에 실패했다”는 뉴스를 듣고 당초 예정대로 14일 밤 8시 45분 중국 청도를 출발해 인천공항으로 귀국했다.
입국장 수속을 마치는 순간 국정원 직원 10여명에게 압수수색을 당하면서 가방과 휴대폰 등을 다 빼앗겼으나 변호사의 요청으로 밤늦게 풀려났다.
이적 목사는 “국정원이 만약 조직적인 공안탄압을 가해 온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며, 이번 사건은 “목자단이 연대단체인 코리아연대와 10개월간 강력한 연대투쟁을 하고 김련희씨의 북 송환문제를 촉발한데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이 목사는 “목자단 활동의 예봉을 꺾으려는 것이 국정원의 의도”라며, “김련희씨의 북 송환운동을 멈추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제2, 제3의 김련희가 생긴다면 북한 동포 송환운동을 인도적 차원에서 전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김련희씨는 “이 나라 정부와 국정원은 내 부모와 남편, 자식이 있는 곳으로 속히 보내주기를 강력히 촉구합니다”라고 다시 한번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련희씨는 “북측 주민을 강제로 억류하고 부모·자식의 천륜을 끊어버린 저들의 반인륜적 범죄행위가 드러나게 되자 이번에는 목사님들을 국가보안법 위반, 북측 공작원과 만났다(국정원에서 이렇게 주장하는데)...세살 먹은 애도 웃습니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날 아침 북의 딸이 페이스북에 남긴 글을 낭독한 뒤 “어떻게 저의 가련한 처지를 이해하고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겠다는 목사님을 북측 공작원과 접촉했다는 말도 안 되는 사기극으로 힘들게 하십니까”라고 말을 이었다.
그는 “처음에는 이 나라를 많이 미워했고 증오도 했고 너무나도 섭섭했지만 마지막까지 자그마한 믿음은 있었습니다. 그래도 국정원이나 이 나라 정부 사람들도 인간일 텐데, 부모자식 있을 텐데...보내고 싶어도 보내지 못하는 그들의 심정도 아플 텐데...언젠가는 보내줄 것이라고 간절히 기다렸습니다”라며 흐느꼈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정신을 번쩍 차리게 해주었습니다. 내가 믿을 수 없는 것을, 기대해서는 안 되는 것을 기대했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습니다”라며 “이 나라 정부와 국정원은 내 부모와 남편, 자식이 있는 곳으로 속히 보내주기를 강력히 촉구합니다”라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현재 김씨는 간 경화가 심하고 복수가 차 거동이 힘든 상태이며, 집행유예 이후 내려진 3년간 보호관찰을 빌미로 한 잦은 보고 요청과 수시 감시로 지쳐가고 있다.
담당도 아닌 남양주경찰서 등에서 내일 일정을 알려달라는 연락은 시도 때도 없이 오지만 정작 기다리는 정부 당국으로부터의 연락은 지금껏 한번도 없었다.
김련희씨는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의 입국이 본인 의사에 의한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이었는지 또 자의로 북한 송환을 요청하는지를 묻는 정부 당국의 인도적 질문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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