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감스러운 대통령의 ‘유감’

민중의소리입력 2014-03-11 07:07:26l수정 2014-03-11 07:42:23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원과 검찰의 증거 조작 사건에 대해 입을 열었다. 박 대통령은 10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증거자료에 위조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검찰은 이번 사건은 한 점 의혹도 남기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이 국가기관에 의해 벌어진 범죄, 특히 대통령의 직속기관인 국정원이 주체가 된 사건에 대해 ‘유감’ 표시에 그친 것은 그야말로 유감스럽다고 할 수밖에 없다. 우선 박 대통령의 인식과 달리 이미 증거 조작은 ‘논란’이 아닌 ‘확정’ 단계에 이르렀다. 검찰의 수사 진행 사정을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국정원 스스로 나서서 문서가 위조되었음을 시인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의 인식이 ‘논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오히려 검찰의 수사가 집중되어야 할 지점은 문서의 위조 여부가 아니라, 어떻게 위조가 이루어졌느냐와 위조된 문서가 어떻게 법정에 증거로 제출되었느냐, 그리고 조작이 발각된 이후 국정원이 어떻게 증거 인멸을 시도했느냐 하는 세 가지다. 이 쟁점들에 대해 검찰이 과연 확고한 수사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세가지 쟁점 중 출발점은 위조 과정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른바 국정원의 협력자라는 김 모씨가 자살을 시도하기 직전까지도 ‘조사’ 중이었다. 김 씨의 자살 시도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이루고, 언론의 추적 보도가 이어지자 검찰은 비로소 ‘수사’로 전환했다. 두번째 쟁점인 위조된 문서가 법정에 제출된 과정에서는 검찰도 잠재적 피의자라 할 수 있다. 검찰이 국정원의 범죄 행위를 인지했는지, 나아가 적극적으로 공모했는지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는 의미다. 과연 검찰이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마지막은 가장 큰 문제이자, 국기의 근본을 흔드는 쟁점이다. 위조 사실이 이미 드러난 뒤에도 국정원이 협력자 김 모씨를 사주해 ‘입을 맞추려’ 했다면 이는 문서 위조보다 더 큰 범죄요, 정권의 기반을 흔들 대형 사건이 된다. 검찰이 이 모든 문제를 ‘한 점 의혹도 남기지 않고 철저히 수사’할 수 있으리라고 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박 대통령의 언급은 모호한 ‘유감’이 아니라, 명확한 사과와 중립적 특검 도입이었어야 한다. 남재준 국정원장의 경질은 말할 것도 없다. 국정원은 대통령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는 대통령 직속기관이 아닌가. 문서 위조 사실 하나만 놓고도 남 원장은 고개를 숙이고 스스로 수사를 자청해야 옳다. 박 대통령이 집권하고 육사 출신의 남재준 원장과 서울법대 출신의 김기춘 비서실장이 정권의 핵심을 차지하면서 시중에는 ‘육법당’이라는 말이 다시 돌았다. 육법당(陸法黨)이란 결국 법치를 부인하는 말이다. 보수세력이 신주 단지처럼 모셨던 법치는 이 정권 들어 크게 훼손되었다. NLL대화록 공개가 그렇고, 내란음모 사건이 그랬다. 이제 그 극단적 행태라 할 법정에서의 증거 조작까지 발생했다. 모두 육법당의 소산이다. 이러고도 보수를 자처한다면 그것은 보수에 대한 모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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