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민중항쟁 위대성은 자주정신에

김갑수 작가 기사입력: 2014/03/08 [16:01] 최종편집: ⓒ 자주민보 “가보네 가보세, 을미적 을미적, 병신 되면 못 가리” “동학당은 술과 여자를 탐하지 않고 담배를 피우지 않는 등의 규율이 있고, 당원들은 그것을 잘 지켜 조금도 농민을 해치는 일이 없었다...그리고 그들이 약속한 말은 항상 실현되었다...그들이 마을에 들어올 때는 잡다한 물건이라 할지라도 그에 맞는 현금을 주고 사서 상업적으로 약간의 이익을 주었다. 그래서 백성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하여 백성들 사이에서는 자못 평판이 좋다. 농민군의 이런 행동원칙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동학봉기 당시 일본 <동경일일신문> 기사) 전봉준을 필두로 한 동학군의 군기는 중국 모택동의 인민혁명군을 방불케 하는 수준이었다. 아니 동학군의 시기가 중국인민혁명군보다 40년 이상이나 앞선 것이니 둘의 순서를 바꿔 말해도 무방할 것 같다. 동학군은 행군 시 논밭의 작물을 밟지 않았으며, 노인이나 어린아이가 무거운 짐을 들고 가는 것을 보면 얼른 다가가서 대신 들어다 주었다. 그들은 아무리 배가 고파도 마을에 들어가 밥을 강요하지 않았으며, 닭 개 돼지 등에 손을 대지 않았다. 특히 노인과 부녀자에게는 더욱 깍듯이 대했다. 나는 언젠가 갑오민중항쟁은 중국 태평천국항쟁(1860년 전후)과 의화단항쟁(1900년 전후)의 양면성을 다 갖추고 있다고 진단한 적이 있다. 갑오민중항쟁에는 태평천국의 민중성과 의화단의 종교성이 다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다 갑오민중항쟁은 중국인민혁명의 높은 도덕성까지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그 위대성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갑오민중항쟁이 중국인민혁명과 다른 것이 있다면 이념과 체제에 대한 사색이 견고하지 못한 점이었다. 물론 이것은 19세기라는 시대적 한계와 관련될 것이다.(그리고 다른 점을 또 하나 든다면 담배까지 금한 것이다. 모택동과 그 동무들은 담배를 무척 즐겼으니까) 동학군 4대강령은 다음과 같다. 여기에는 보국안민과 척왜척양의 정신이 서슬 파랗게 표현되어 있다. -. 사람을 함부로 죽이지 말고 가축을 잡아먹지 말라. -. 충효를 다하여 세상을 구하고 백성을 편안케 하라. -. 왜놈을 몰아내고 나라의 정치를 바로잡는다. -. 군사를 몰아 서울로 쳐들어가 권귀들을 모두 없앤다. 하지만 나는 이보다 더 중요한 갑오민중항쟁의 위대함은 자주정신에 있다고 본다. 최제우·최시형 등이 중시한 것은 ‘평등’이었지만 전봉준이 중시한 것은 ‘자주’였다. 최제우는 ‘오심즉여심(吾心卽汝心)’이라고 하여 ‘나의 마음은 너의 마음’이라고 했지만, 전봉준은 법관을 향하여, “너희는 나의 적이요, 나는 너희의 적이라. 내 너희를 쳐 없애고 나랏일을 바로잡으려다 너희 손에 잡혔으니 너희는 나를 죽일 것뿐이요 다른 말은 묻지 마라.”라고 일갈했다. 전봉준은 ‘도 없는 우리나라에 도학을 세우고자’ 했으며 ‘좋건 그르건 남의 나라 도학만을 추세하고 의뢰하는 것’을 경멸했다. “외방에서 들어온 유불선이나 서학에 대해서는 말이 없고 우리나라에서 주장하는 동학만을 배척하는 것은 무슨 뜻이냐? 동학은 자국의 소산이라서 싫다는 것이냐? 사람은 곧 하늘이라고 하니 그 뜻이 싫어 금하는 것이냐?”(전봉준 ‘공초’에서) 평등과 자주의 문제는 진보의 영원한 숙제가 아닌가 한다. 평등을 중시한 최시형 손병희 등은 자주를 우선시한 전봉준을 과격하거나 무지하다고 여긴 것 같다. “가보세 가보세 을미적 을미적 병신 되면 못 가리” 이것은 갑오, 을미, 병신년 절호의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나라를 구할 수 없다(미적거리다가 병신 된다)는 뜻의 동학 노래로서 언어유희(linguistic fun)가 극치를 이루고 있는 기막히게 세련된 혁명가요라고 생각된다. 앞에서 말했듯이 최시형 등은 전봉준 무리를 과격하거나 무지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실제를 들여다보면 전봉준의 식견이나 문장은 최시형 등의 것보다 단연 높은 수준에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갑오민중항쟁은 오늘의 진보에게까지 의미심장한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김갑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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