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캠프의 경솔한 단일화중단선언과 나의 문재인 지지선언
(서프라이즈 / 권종상 / 2012-11-15)
지난 이명박 정권 5년을 겪어낸 국민들에게, 2012년에는 두 번의 기회가 있다는 말. 고 김근태 장관이 남기고 간 말입니다. 그러나 총선은 '약진'이었을 뿐 그것이 승리로 이어지지 못했고, 이제 한 번의 기회만이 남아 있을 뿐입니다. 이 상황에서 정권교체라는 희망을 실현시키기 위해 협상을 시작한 문재인과 안철수 두 후보. 이들이 단일화를 위해 협상한다는 보도가 있자 사람들은 열광했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안철수 후보 측이 단일화 협상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 단일화에 기대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놀라고, 더 나아가서 절망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단일화 협상이 갑자기 협상 중단이라는 고비를 맞았다는 시각들이 우세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최근 정치개혁에 관한 그의 시각을 제시했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은 안철수 후보 측의 숨고르기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문득 해 봅니다. 물론 안철수 후보 개인은 순수한 열정이 있는 사람입니다. 이는 이미 지난 박원순 현 서울 시장과의 단일화 과정에서 드러난 그의 모습입니다. 문제는 지금 안철수 후보들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의 처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안철수 후보의 정치개혁의 핵심은 입법부의 규모를 축소하자는 겁니다. 그러나 지금 국가의 권력의 세 축 - 입법, 사법, 행정- 중에서 그나마 제일 국민의 눈치를 보는 쪽이(그것도 선거 때라는 한시적 상황에서만 그렇긴 하겠지만) 입법부이고, 일반 국민들이 자기들의 민의를 가장 적극적으로 대변할 수 있는 기관도 입법부입니다. 따라서 이걸 축소하겠다는 것은 국민들의 간접적인 정치참여 기회를 줄이는 셈이 됩니다. 물론 정쟁으로 민생 국회가 공전된다던지 하는 모습으로 정치 혐오증을 불러일으킨 것이 국회이고 입법부라고는 하지만, 그것은 사실 행정부나 사법부보다 입법부가 훨씬 더 많이 대중매체에 비쳐진 까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투명한 정치를 하겠다는 말도, 마찬가지로 입법부가 사실은 다른 정치기관보다는 들여다보기가 상대적으로 투명하기에 가능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밀실에서 몰래 예산이 집행되고 뒷구멍으로 검은 돈이 드나든다 해도 입법부 쪽이 감시가 더 쉽다는 것이지요. 행정이나 사법부 쪽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입법부 감시처럼 상시적으로 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즉 장관이 뇌물을 받는 것을 잡는 것보다 국회의원이 받는 것을 감시하기가 상대적으로 더 쉽다는 이야기입니다.
즉, 안철수 후보 측은 정치 자체를 비용구조 측면으로 파악한다는 면에서 극단적으로 말하면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기 전에 주장했던 것과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는 것이지요. 물론 그가 꿈꾸는 이상적인 철인 정치, 직접민주주의 형태의 정치가 이뤄진다면 안철수의 주장은 가장 이상적인 주장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행정차원에서 볼 때, 전문가에게 결정권을 위임한다는 면에서 그의 주장은 불안합니다. 한 예로 경제 정책에 있어서 '머리는 빌리면 된다'던 김영삼 대통령의 경우 그의 임기 말이 어떻게 됐는지는 굳이 말하고 싶지 않군요. 그리고 민주주의는 아무리 그게 삐걱거리고 조율 시간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해도 우선은 공론을 이루고, 토의를 거치고, 찬반을 결정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이 과정이 없이 시행된 이명박 시대의 대표적인 정책, 4대강을 한번 되돌이켜보시기 바랍니다. 물론 이는 극단적인 경우고, 안철수라는 사람과 이명박이라는 사람이 움직이는 동인은 완전히 그 바탕을 다른 곳(이명박: 사적 욕망/ 안철수: 공적인 공공선의 충족 우선)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틀립니다만, 실무정책 실현 과정을 기업 마인드로서 보다 빠른 결정, 그래서 '비용을 줄이는 결정'에 보다 무게를 실어주는 것 같은 안철수 후보의 정책은 제겐 좀 안 와 닿네요.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이같은 파행 선언으로 인해 - 그것이 아무리 지난하고 힘들고, 마음 상했다 한들 - 일단 희망과 기대로 그들의 다음 행보를 기다리고 있었을 국민들의 마음에 대못을 박은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직은 안철수 캠프가 대응이 미숙하다는 것의 반증이 아닐까 싶네요. 실제로 서로 의견이 다른 국민들의 마음을 조율하는 것이 집권 위정자의 능력이라면, 이같은 반응은 좀 실망스럽습니다. 실제로 집권하면 얼마나 더 힘든 일들을 겪어내야 할 터인데... 조금은 조급하다는 인상도 받고, 가볍다는(혹은 준비가 덜 됐다는) 인상을 확실하게 받았습니다. 다른 공약들과 비전이 아무리 훌륭하고 빛난다 한들, 이 한 번의 국민에 대한 실수로 인해서, 안철수-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개인이 아닌 안철수 캠프- 씨의 이미지는 부정적으로 돌아설 것 같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연히 안철수-문재인 단일화 협상은 계속돼야 합니다.
아무튼, 저는 이번 일을 계기로 제가 누구를 지지하는가를 더욱 분명히 알게 됐습니다. 이 참에 공개적으로 밝히렵니다. 저는 문재인의 지지자입니다. 그리고 누구의 말을 빌려서 이렇게 말하고 싶네요. "나는 문재인의 '재외교민'이 되고 싶다". 비록 미국 시민권자인 제겐 투표권이 없긴 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조국을 위해서, 지금 누가 대통령이라는 중책을 맡아야 하는지, 그리고 누가 더 국민의 마음을 따뜻하게 돌봐주고 가까이에서 챙기려 하는지가 더 명확히 보이는 지금, 그 마음을 이렇게 밝혀보고자 합니다. 문재인 후보님, 꼭 대통령이 되어 주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하고 아름답게 단일화되는 후보라면, 문-안 상관없이 지지할 것이라는 사실도, 아울러 덧붙이고 싶네요.
시애틀에서...
권종상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3&uid=162296
http://www.seoprise.com/etc/u2/835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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