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측 ‘가상대결 여론조사안’의 치명적 결함(필독)

안철수측 ‘가상대결 여론조사안’의 치명적 결함 1987년 12월의 쓴 소주맛을 떠올리며 (서프라이즈 / 폴라리스 / 2012-11-22) (추기:내 블로거 글은 보는 이가 거의 없으니 사적인 기록에 가깝다. 단일화 협상이 파국으로 귀결될 위기 국면 즈음에 널리 공개하려고 오늘 오전에 작성해 두었다. 이글이 공개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런데 불행히도 발표 시점을 앞당기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문-안 담판은 일단 결렬되었다. 특히 황석영 등이 문-안측의 50% 대 50% 중재안을 제출했고 문측은 이 제안을 수용했다고 한다. 나는 안측의 안이 50%라도 수용되어서는 결코 안된다고 확신한다. 그 안은 어느측에게 유불리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치명적 문제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 글을 인내심을 갖고 읽어주기 바란다. 특히 21-22일의 일기를 정독해주기 바란다.) 기대했던 22일의 문-안의 직접 담판이 결렬되었다는 뉴스를 접했다. 1987년 12월의 그 쓴 소주 맛에 대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담판이 결렬되었다니 아찔하다. 당시의 패배와 함께 패배 후의 분열과 좌절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견딜 수 없이 분노하거나 기쁠 경우 가끔 정치일기를 쓰는데, 이제 최근 3일간의 일기를 그대로 공개한다. (11월 20일) 단일화 협상 결과를 기다리며 잠을 설쳤다. 나 같은 사람들이 무척 많았을 것이다. 그동안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차마 내뱉지 못하고 숨죽여 지나온 시간들이었다. 나는 정치일기 쓰기조차 포기했었다. 그런데 오늘(20일) 아침에 접한 뉴스는 충격적이다. 안철수 지지자 50% 넣어 공론 조사를 하자고!!! 안철수측은 상식 이하의 제안을 했다. 안철수측에 깊은 실망감을 토로하지 않을 수 없다. 단일화 방안으로 국민(참여)경선, 배심원제, 공론조사, 여론조사 등이 거론되었다. 대체로 문재인측은 국민경선을 선호했고, 안철수측은 여론조사를 선호했다. 문재인이 ‘단일화 방안을 안 후보 측이 결정하도록 맡기겠다’고 파격 선언했던 것은, 안철수가 선호하는 방안인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를 받아들이겠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그리고 여론조사에서도 ‘경쟁력’과 ‘선호도’ 방법이 있는데, 대체로 ‘경쟁력’에서 안철수측이 앞섰다. 따라서 안철수측이 ‘경쟁력’을 묻는 여론조사 방안을 끝내 고집한다면, 문재인은 이 방식마저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나는 무수한 협상들에서 문재인처럼 이렇게 파격적으로 양보하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문재인은 단일화 상대에 대한 신뢰를 누누이 강조했다. 물론 안철수측도 그러했다. 문재인은 안철수측이 그런 황당한 제안을 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안철수측의 황당한 제안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제안일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를 전제한다면 결코 제출할 수 없는 것이다. ‘비장의 카드’라며 희희락락했을지 모르지만, 결국은 자기꾀에 자기가 넘어가는 짓이다. 이기기 위해서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는 구정치인으로 안철수는 낙인되고 말 것이다. 그것은 안철수 본인이 입만 열면 비판했던 것이 아니던가? 안철수 본인이 나서서 캠프의 꼼수를 신속하게 바로 잡기를 기대한다. 나는 안철수에게 아직 기대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아니 솔직하게 말하자면 안철수를 믿고 싶다. 한치 앞도 못보고 눈앞의 이익을 위해 정치생명을 다했던 경우들을 수없이 보지 않았던가. 노무현의 아름다운 패배들을 다시 환기시키고 싶다. (11월 21일) 나는 어제 글에서, 문재인은 단일화가 결렬될 최후 국면에서, 안철수측이 선호하는 여론조사 방식은 물론 ‘경쟁력’을 중심한 여론조사까지도 받아들일 것이라고 감히 발설했다. 그런데 오늘 뉴스를 살피니, 안철수측은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의 경쟁력조사 방식을 들고 나왔다고 한다. 역사적 사례와 상식을 근거로 내가 생각했던 ‘경쟁력’ 조사와는 전혀 딴판이다. 어제 제안(자기 지지자 50% 포함의 공론조사. 유민영 대변인은 ‘지지자조사’라고 하던데, 각각 지지자 반반씩 모아서 ‘지지자조사’는 대체 뭐하러 하나? 충성도 시험하기 위해?)보다는 덜하지만 여전히 황당하게 여겨진다. 이런 식으로 귀한 시간들을 소모하고 ‘아름다운 경쟁’을 훼손하는 것을 인내하기 어렵다. 그런데 어떤 언론도 양측 공방을 지상중계만 할 뿐, 양측 주장의 본질을 명쾌하게 설명하지 않고 있다. 참으로 안타깝다. 양측 공방이 복잡한 듯 보이지만, 거두절미하고 핵심만 살펴보겠다. 안철수측은 “오늘이 투표일이라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당 문재인 후보(혹은 무소속 안철수 후보) 중 어느 후보에게 투표하시겠습니까”라는 식의 2개의 질문을 던지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그리고 새누리당 혹은 박근혜 지지자를 배제하지 않고 일반 유권자를 대상으로 질문하자고 했다. 이런 설문에 대해, 새누리당과 박근혜 적극 지지자는 만만하다고 생각하는 야권 후보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소위 역선택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 역선택의 가능성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민심의 왜곡을 줄이고 단일화된 후보의 승산을 높일 수 있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문재인과 안철수 지지자의 경우이다. 문재인(안철수) 적극지지자는 박근혜와 문재인(안철수) 대결 설문에는 문재인(안철수)을 당연히 택하겠지만, 박근혜와 안철수(문재인) 대결 설문에는 의도적으로 박근혜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설문을 택한다면, 박근혜 지지율이 50%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추정한다(60-70%까지 올라갈 지도 모른다). 문재인과 안철수 지지자들에게 이런 설문에 어떻게 답할지 스스로 자문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 문제점을 살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황당한 안을 또 들고 나온 안철수측을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 아무리 자기 교섭력을 높이기 위한 협상안이라지만. (11월 22일) 안철수측의 두 가지 안 즉 ‘공론조사’(안측 표현으로는 ‘지지자조사’)와 ‘두가지 설문’에 제한해 양일에 걸쳐 두 개의 글로 나의 생각을 적었다. 그 두 가지 협상안 모두 상식을 벗어난 것이고, 협상안으로서 존립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그 안철수측이 약간의 수정안도 제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지자조사’에 한해서, 어제(21일) 협상 과정에서 ‘민주당 대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펀드 참여자’로 수정 제안했다고 한다. 현재 상황에서 ‘지지자조사’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고, 또 수정안대로라면 그 조사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점에서 이 수정 제안은 사후 알리바이 조작 혐의가 짙다). 이제 공론조사(지지자조사) 등의 다른 여지는 사라졌고 여론조사가 유일한 대안으로 남았다. 따라서 안철수측이 여전히 고수하고 있고 또 어제 내가 비판한 바 있는 안(‘가상대결 여론조사’)을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나는 안철수측의 ‘가상대결 여론조사’안이 유불리를 떠나 여론조사 설문으로 존립할 수 없음을 강조했다. 역선택 때문에 신뢰도에 치명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제(21일) 글에서 언급했던 역선택 문제를 부연 설명할 필요를 느낀다. 그리고 그것이 ‘아름다운 경쟁’과 단일화 시너지효과에 얼마나 부정적 영향을 미칠지 살펴보겠다. ‘가상대결 여론조사’을 택한다면, 박근혜가 60% 이상의 지지율을 보일 것으로 추정한다. 현재의 여론조사를 고려하면 박근혜가 50% 정도를 차지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럼 왜 박근혜의 지지율이 과도하게 높게 나타날까? 상대측의 지지율을 낮추려는 의도하에, 반(비)박근혜 입장에도 불구하고 박근혜를 지지한다고 답할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 역선택을 할 이들이 문재인과 안철수 지지자들의 절반쯤은 될 것이다. 따라서 박근혜 지지율은 60% 수준을 상회할 것이며, 문과 안은 모두 30%후반대를 기록할 것이다. 이런 결과를 두고 그래도 문과 안 중 어느 측이 조금이라도 지지율이 높으니 승자라고 인정받을 수 있을까? 이런 지경에서 패자와 그 지지자들이 과연 패배를 흔쾌히 승복할 수 있을까? 게다가 새누리당과 박근혜 지지자들의 역선택 가능성까지 더해진다면(‘가상대결 여론조사’안은 이 부분에서도 맹점이 있음을 어제 글에서 밝혔다. 박사모나 정보기관 등이 개입할 여지도 있다) ‘아름다운 승리’ 혹은 ‘아름다운 패배’란 없다. 이것이 지나친 상상이라고? 박빙의 그리고 제로섬의 단일화 승부에서 그 지지자들은 양심상 가책을 느낄 수 있는 그 어떤 짓이라도 감행할 준비가 되어 있다. 막판에 그런 요지경으로 치달을 것이다. 문-안 지지자들의 진심과 선의를 내가 지나치게 모욕한다고? 이글을 읽게 될 문과 안의 지지자들은 동시에 제시될 아래의 두 설문에 각각 어떻게 답할지 실험해 보길 바란다. “오늘이 투표일이라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당 문재인 후보 중 어느 후보에게 투표하시겠습니까” “오늘이 투표일이라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 중 어느 후보에게 투표하시겠습니까” 더 나아가 이 설문안이 안철수측에 결코 유리한 결과를 안겨주리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설문시에 양심상 가책을 저지를 준비가 되어 있는 적극지지자들이 많은 측과 극렬반대자들이 적은 측이 유리하다. 박근혜와의 양자 대결에서 문재인보다 안철수의 경쟁력이 높다고 전제하더라도(최근 여론조사에서는 그렇지도 않지만) 박빙의 우세 국면은 역선택과 같은 변수에 의해 승패가 역전될 수 있다. 구태여 내 생각을 말하자면 적극 지지층이 상대적으로 많은 문재인이 더 유리한 설문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기우가 정말 기우에 그칠까? 나는 단연코 기우가 아니라고 단언한다. 위에서 따져 보았듯이 역선택으로 민심이 왜곡되고, 만신창이 ‘승리’ 혹은 ‘패배’ 나아가 박근혜와의 대결에서 승산이 줄어드는데, 그리고 안철수측에게 유리한 안이라고 확신할 수 없는데도, 왜 안철수는 이 안을 고집할까? 짐작이 가는 바가 있지만 구태여 쓰지 않겠다(나는 안철수측의 두 협상안에 대해서만 말하려 한다). 역사적 사례를 살피건대, 2002년의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경우가 가장 유사하고 모범적 사례이다. 내가 안철수라면 ‘이기는 단일화’의 취지를 살리는 식으로 아래의 설문에 대한 수정을 문재인에게 요구하겠다. 이제 그 외의 대안이 없다. 나는 안철수측에게 가장 유리한 설문을 이미 만들어 두었다. 안철수가 즐겨 말하는 ‘진심’ ‘상식’과 내가 생각하는 그것이 같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다. 그렇다면 나는 문재인에게 안철수의 제안을 받으라고 강력하게 협박할 것을 약속한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경쟁할 단일후보로 문재인 안철수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십니까”(2002년 당시) 폴라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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