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안철수의 대선 후보 사퇴를 보고
두 분은 함께 국민들에게 ‘문안’드려야 합니다!
2012년 11월 24일 (토) 10:02:52 김상일 tongil@tongilnews.com
김상일(전 한신대학교 교수)
한 가장의 슬픈 죽음 앞에 두 손을 얹으며
안철수가 사퇴를 했습니다. 문재인으로 단일화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날 일입니까. 그 와중에 50대 가장 한 분이 단일화를 해 달라고 하면서 투신자살을 했습니다. 단 한 번 나 살다가는 귀중한 목숨을 오직 ‘단일화’ 한마디를 외치면서 세상을 하직했습니다.
강희남 목사님은 이명박 당선 직후 자결했습니다. 인간에게 정치란 과연 무엇입니까? 아마 박근혜가 당선 되는 날 우리 귀에 이보다 더한 슬픈 소식이 들려올지도 모릅니다. 절박한 이 심정 문과 안, 누가 더 잘 읽어 내었습니까.
나는 강희남 목사를 생각하며 안철수에게 이번에는 사퇴하라고 하는 글을 몇 편 썼습니다. 이런 비극적인 일들이 방금 일어날 것만 같은 예감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토는 있었습니다. 문과 안 가운데 누가 되든 단일후보에게 표를 던진다고.
‘단일화’란 민심 읽기에 실패
안철수는 후보 사퇴의 배경으로 `단일화 실패'와 ‘정치인의 약속’을 손꼽았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옳은 배경이 아닙니다. 안철수가 가장 실패한 것은 국민들의 마음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다는 데 있습니다.
‘단일화’란 말이 켐프 안에서는 한갓 세 글자에 불과했을지는 몰랐어도 국민들은 죽고 살고 하는 문제였습니다. 안철수가 단일화 회담 자체를 먼저 파기시켜 버린 것은 그 자신의 결정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캠프 안의 누가 한 것인지는 몰라도, 이것이야 말로 국민들의 속상한 마음에 대못을 박는 행위였던 것입니다. “국민들의 마음을 읽지 못했습니다.” 이 말 한 마디만이 국민들이 듣고 싶은 사퇴의 변일 것입니다.
‘단일화’, 이 말 한 마디가 얼마나 중요한 데 그렇게 쉽게 말하고 결정할 수 있었단 말입니까. 문재인을 이길 것이냐를 생각하기 전에 언행 하나하나를 두고 국민들이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고 있는지를 먼저 생각했어야 합니다.
그러다가 22일 박선숙이 마지막 통보라고 던진 한 장의 카드는 국민들 보고 ‘너희들은 다 죽어’ 하는 것과 같았습니다. 그녀의 말 한 마디에 단일화를 열망해 온 국민들은 억장이 무너지는 심경이었습니다. 이 말 한 마디가 얼마나 우리를 절망의 수렁에 집어 던지고 있었는지를 알고나 그런 말을 했는지 박선숙을 만나면 꼭 묻고 싶습니다.
이래 가지고 단일화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국민들의 마음을 살 수 있을까요. 그런데도 사퇴의 배경으로 ‘단일화 실패’와 ‘정치인의 약속’을 꼽은 것은 아직도 안철수가 자신의 사퇴 이유를 제 자신도 모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묻겠습니다. 단일화를 실패했는데도 만약에 안철수의 지지율이 상승했더라면 그래도 단일화 실패 이유로 사퇴를 했겠습니까. 다시 말해서 단일화 실패를 한 후에 문재인의 지지율이 떨어졌더라면 아마도 이 순간에 문재인이 사퇴를 선언했을 것입니다.
문재인의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고 상승한 이유는 우리 국민들 눈에는 문은 단일화에 애착과 열정을 가지고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국민들의 마음을 읽는 데 문이 앞섰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이것도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바른 판단이 나오겠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안철수가 앞으로 정치를 더 계속하려면 사퇴 원인에 대한 이유부터 바로 알아야 합니다. 아무튼 우리 국민들은 단일화를 지연 내지 못하게 하거나 안 하려 하는 측이 안철수 측이지 문재인 측이 아니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래서 문의 지지율은 오르고 안은 내린 것입니다.
여러 가지 할 말이 많지만 이것 하나만은 바로 말해두어야 안철수의 정치 생명에 서광이 있을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처음도 끝도 국민들의 마음을 바로 보고 바로 읽어내라는 것입니다.
좋은 공약 천개 만개 내 놓아 보았자 그런 것들은 말 그대로 공약(空約)이라는 것을 우리 국민들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귓전으로 돌립니다. 그런데 안철수는 무슨 공약을 준비한다고 단일화를 11월 10일 이후로 미루는 등 정말 민심을 몰라도 너무 몰랐습니다. 공염불을 한 것입니다. 만약에 안철수가 선(先)단일화에 목을 걸었더라면 그가 이번에 야권 대선 후보로 되고도 남았을 것입니다.
둔갑만으로는 안 돼
그러면 안철수가 다음을 위하여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합니까. 가장 바람직한 것은 학자로서 강단과 연구실로 되돌아가는 것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정치를 계속하겠다면 다음 사항을 귀담아 들어야 합니다.
나는 지난번 글에서 안철수가 둔갑을 해야 살아남는다고 했습니다. 이제 그렇게 되었다고 먼저 글을 읽은 사람들이 전화를 걸어 왔습니다. ‘둔갑(遁甲)’이란 10천간 ‘갑을병정 무기경신임계’ 가운데 ‘갑’은 가장 주요한 위치에 있는 동물의 머리이거나 식물의 뿌리와 같은 것이기 때문에 갑이 전면에 나오는 대신에 ‘무기경신임계’(이를 ‘6의’라고 함)로 변해 숨어 있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라고 했습니다.
지금 안철수는 문재인으로 둔갑해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문재인이 안철수이고 안철수가 문재인이라고 분간할 수 없게 하라는 것입니다. 이 말은 적이 절대로 두 사람이 분간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것은 안철수가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지금부터는 안철수 대신에 문재인이 온갖 날아오는 화살을 다 맞을 것입니다. 안철수가 이를 대신 맞을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두 사람들을 살리고 죽이고 하는 것은 국민들입니다.
이 말은 안철수와 문재인이 함께 한 몸이 되어 국민들 앞에 머리 숙여 “문안(問安)드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제 한 몸이기 때문에 안이 죽으면 문도 죽고, 문이 죽으면 안도 죽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만약에 안철수와 캠프가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문재인을 두고 보자고 앙심을 품는 날 그것 역시 국민들 마음을 읽지 못하는 행위입니다.
지금 국민들은 문재인은 안철수를 얼마나 보호하고 안철수는 문재인을 얼마나 돕나 눈여겨 볼 것입니다. 여기서 민심읽기에 실패하는 자는 그 누구도 예외 없이 날개 없는 새 같이 추락할 것입니다.
그러나 역학에서는 갑이 아무리 ‘무기경신임계’ 가운데 어느 하나로 둔갑을 해도 둔갑이 탄로날 수도 있고 둔갑된 것에 힘이 빠질 수가 있다고 봅니다. 고난의 행군 때에 김일성 사령을 보호하려 7연대 오중흡 연대가 김일성으로 둔갑을 했지만 일제는 그것을 알고는 맹추격을 하였습니다. 왕건이 신숭겸으로의 둔갑은 성공한 예입니다.
을경이와 을병이가 되어
그러면 갑을 겁박하고 위협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다름 아닌 천간 그 자체 안에 있는 ‘경庚’(금)입니다. 이때에 갑의 여동생인 ‘을’은 자기 오빠를 지키기 위해 경과 화해의 결혼을 합니다. 이것도 안 되면 ‘병정’이 나서야 합니다. 병정(화)은 창검과 같은 온갖 무기를 들고 나와 경(금)을 녹여 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라도 갑을 지켜야 합니다. 그래야 갑이 생명을 보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을병정’을 두고는 3기(三奇)라고 합니다. 우리 주변에 ‘을병’ 혹은 ‘을경’이란 이름이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을경은 적과 동침을 하면서라도 주군을 지킨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생각할 때에 안철수의 임무는 막중합니다. 문재인이 살아야 안철수가 삽니다. 저 새누리당 세력(경금)들을 쳐 녹이기 위해서 안철수는 가지고 있는 온갖 무기를 동원해야 합니다. 이것을 결코 문재인을 위해서가 아니고 둔갑해 있는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을경이도 되고 을병이도 되어야 합니다. 문재인을 도와야 안철수가 갑옷을 입을 수 있습니다.
만약에 이 말을 듣지 않고 안철수가 오히려 경금 세력을 정말로 돕는 날에는 자기 자신을 스스로 죽이는 것이 되고 말 것입니다. 견훤은 아들을 죽이기 위해 적과 손을 잡았습니다. 이를 두고 패가망신이라고 합니다.
‘백의종군’한다고 했습니다. 백의종군은 마치 컴퓨터의 마우스와도 같습니다. 컴퓨터의 밖에서 안을 조정하며 돕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우리 진보 야권은 다음 대선에서는 후보를 걱정 안 해도 될 행운을 이번 안철수의 사퇴를 통해 얻게 되었습니다.
안철수와 문재인 두 후보는 그 동안 마음 고생한 국민들 앞에 다시 한 번 문안드리는 큰 절을 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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