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버스 노선 개편에 반발, 주민감사청구 서명 1만명 돌파
“혈세 1000억 투자하는데, 시민의 편의성과 공공성보다 버스 업체 이익이 우선인가”
- 최지현 기자 cjh@vop.co.kr
울산 울주군 율리공영차고지에 배차를 앞둔 시내버스가 줄지어 서 있다. ⓒ뉴시스
울산시가 27년 만에 감행한 전면적인 버스 노선 개편이 시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에 대한 주민감사청구를 촉구하는 주민 서명도 추석 연휴를 앞두고 1만 명을 돌파했다. 울산시는 '빠른 이동'과 '효율적 운영'을 명분으로 내세워 버스 노선 개편을 단행했지만, 지역에 따라 배차간격 증가, 차량 부족, 환승 지연, 정보 부족 등으로 혼란을 빚고 있는 현실이다.울산의 유일한 대중교통 버스
27년 만에 노선 개편했다가 주민들 반발 왜?
울산시의 면적은 서울시의 약 1.7배이다. 제조업과 산업 중심의 도시인 만큼 유동 인구가 많다. 하지만 울산시 안에서 시민들의 일상적인 이동을 도와줄 대중교통 수단은 사실상 버스가 유일하다. 서울과 대구, 부산, 광주 등 주요 도시에 있는 지하철이 울산에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버스 노선 개편은 주민들의 생활에 굉장히 밀접한 문제다.
울산시는 2022년 12월 용역 결과 분석과 2023년 11월 주민설명회 개최 등의 과정을 거쳐 2024년 12월 버스 노선 개편의 최종안을 마련했다. 일반버스 노선과 대수, 횟수를 줄이고 좌석버스의 노선과 대수, 횟수를 늘린 게 골자다. 이에 대해 울산 시민사회단체는 버스 이용자 입장에선 교통비가 상승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반발하고 있다. 게다가 이번 개편으로 인해 지나친 우회, 대기 및 이용시간 증가, 환승 불편이 발생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울산시에 민원 제기가 끊이질 않고 있다. 울산시는 버스 노선 개편 최종안을 발표한 이후 지난 7월 5일까지 4차례에 걸쳐 미세조정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시민들의 불만을 잠재우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진보당 울산시당 동구지역위원회가 지난 7월 8일부터 30일까지 동구 거주 주민 및 동구 생활 인구 201명을 대상으로 '버스 노선 개편 이후 전반적인 만족도'에 대해 온·오프라인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과반인 61.7%(124명)이 '매우 불편해졌다'고 응답했고, '불편해졌다'도 19.9%(40명)에 달했다. 10명 중 8명 이상이 불편을 느끼고 있는 셈이다. 반면 '매우 편리해졌다'는 4.5%(9명), '편리해졌다'는 3.5%(7명)에 불과했다.
특히 미세조정을 실시한 이후에도 '만족하지 않는다'('매우 만족하지 않는다' 포함)는 응답이 72.2%(145명)로 높게 나타났다. 울산시의 미세조정도 실효적인 대응이 되지 못한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노선을 원상 복구하라"는 요구가 주민들 사이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진보당 울산시당은 "버스 노선 개편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며 "4차 미세조정으로도 결정적인 불편사항은 해소가 안 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노인층, 청년학생들의 민원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106번, 123번, 124번 등 장거리 일반버스 노선의 원상 복구 요구가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울산시 울주군 주민대회조직위원회와 UNIST 학부 총학생회도 지난 2월 기자회견을 열고 "환자가 병원에, 학생이 학교에 갈 교통수단이 제대로 없는 노선"이라며 "공공성이 결여된 채 진행된 울산시 버스노선 개편을 즉각 재조정하라"고 촉구했다. 여러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울산시민연대 역시 버스 노선 개편안이 나온 뒤 입장문을 내고 "버스노선 개편의 필요성은 있었지만, 준비 부족과 예산 절감 우선 및 버스 업체 이익 보장 등이 뒤섞이면서 결과적으로 시민 불편이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부정적 여론은 주민감사청구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진보당 울산시당은 버스 노선 개편과 관련해 주민감사청구를 촉구하는 서명 운동에 돌입했는데, 추석 연휴를 목전에 두고 1만 명을 돌파했다. 서명 운동을 벌인 지 불과 보름 만이었다.
진보당 울산시당 관계자는 "서명에 참여하는 주민이 줄어들고 있지 않아서 목표 인원인 1만 명을 넘어섰지만 계속 서명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주민감사청구 요건은 청구인 300명 이상이기 때문에, 진보당 울산시당은 당장 주민감사청구를 할 수도 있지만, 주민 여론을 더 모으겠다는 계획이다. 추석 연휴를 보내고 10월 23일 울산시청 앞에서 대규모 주민 집회도 열 방침이다.진보당 울산시당이 지난 9월 11일 버스 노선 개편에 대한 주민감사청구를 촉구하는 서명 운동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진보당 울산시당 제공 시민 편의성보다 버스 업체 이익?
버스 공공성 강화 여론이 커지는 이유
진보당 울산시당은 ▲장거리 일반버스 노선 복원 ▲환승 노선 전면 개편 ▲출퇴근 시간시 버스 배차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역별로 구체적인 버스 노선에 대한 조정안도 마련해 제시했다. 다른 시민사회단체의 요구도 마찬가지다.
진보당 울산시당 관계자는 "(울산의 특정 지역 주민만이 아니라) 울산 시민 전체가 이렇게 한번에 공분한 적이 없을 정도로 모두가 (이번 버스 노선 개편으로 인해) 힘들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외곽지의 경우 멀리 이동해야 하는데 멀리 갈 수 있는 노선 자체가 없어기도 하다보니 어려움을 겪고 있고, 도심도 마찬가지로 원래 있던 노선이 없어지다보니 환승을 해야 하는데 40~50분씩 기다려야 할 때도 있어 불편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통약자들이 특히 힘들어하고 있다"며 "어르신의 경우 휴대폰 앱을 이용해 버스 오는 시간을 확인할 수도 없다보니 답답함을 크게 호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진보당 울산시당은 무엇보다 버스 노선 개편 근거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줄 것을 울산시에 요구하고 있다. 앞서 울산시민연대도 울산시에 버스 운행 관련 기본정보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한 바 있다. 하지만 울산시는 교통정책 수립에 필요한 기초적 자료뿐만 아니라 심지어 교통관리센터에 게시돼 있는 자료도 울산시는 대부분 '정보 부존재'로 답변했다. 이에 울산시민연대는 납득할 수 없다며 자료 공개를 위해 행정심판까지 청구한 상태다.
진보당 울산시당 관계자는 "버스 노선을 개편할 때 시민들의 의견 청취를 어떻게 했는지 궁금하다. 관련 회의 자료를 비롯해 노선 개편 근거를 알 수 있는 자료를 요청했지만 공개가 되지 않고 있다"며 "울산시가 고통을 겪고 있는 시민들과 제대로 소통을 하지 않고 있다는 부분이 제일 분노를 자아내고 있는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버스는 민영시스템에서 운영되다보니, 개편 과정에서 시민의 편의성을 따지기보다는 돈이 안 되는 노선을 이번에 없앤 거 아니냐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저희가 주민 감사청구도 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은 버스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질 전망이다. 미세조정만으로는 근본적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방석수 진보당 울산시당 위원장은 "대중교통 개편은 공공성과 주민의 이동 편의성을 기본으로 해야 하는데, 수익성을 기준으로 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예를 들어 이용률을 조사한다면, 인구가 많은 곳에선 많이 탈 것이고, 적은 곳에선 적게 타지 않겠나"라며 "울산시가 1년에 1000억원 가까이를 (버스 회사에) 지원하는 상태에서 그 예산이 주민의 이동 편의성과 공공성에 얼마나 기여하느냐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몇 명이 타서 얼마나 수익이 남느냐를 기준으로 삼은 설계에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주민들의 의견을 체계적으로 수렴해야 하는데 형식적으로만 수렴해 제대로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분노가 심한 곳에 찔끔찔끔 미세조정을 하고 있다"며 "이건 대중교통의 일반적 기준 원칙에도 어긋나고 절차적으로 심각한 문제다. 그야말로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방 위원장은 "대중교통은 일반 서민의 발과 같은 역할을 해야 하는데, 공공성을 기본으로 전제하지 않으면 시민의 혈세를 1000억 원 이상 투자하는 건 의미가 없다"며 "근본적으로는 노선의 결정 권한을 시민에게 돌려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울산시 측은 주민 의견을 계속 수렴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울산시 버스택시과 관계자는 "시민단체뿐만 아니라 주민이 개별적으로 민원을 넣거나, 구청 관계 부서, 시의회와 구의회 차원에서도 계속 요구가 들어오고 있다"며 "구체적인 제안이 있다면 검토해서 보완할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또한 "7월 5일까지 4차례에 걸쳐 미세조정을 했다. 그 이후에 최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정도 안정화하고 적응하는 기간 필요하고, 그에 대한 데이터 분석이 돼야 한다"며 "그 결과에 따라 노선을 최적화하겠다"고 말했다. 당장 개편된 노선을 원상 복구하거나 전면적으로 다시 개편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정보 공개 요구에 대해선 "분석을 해서 통계를 내야 하는 자료를 공개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보공개 청구를 한다고 해서 우리가 요구 사항에 맞춰 데이터를 계속 만들어줄 수는 없지 않나"라며 "정보 공개를 안 할 이유는 없지만, 행정에서 만들어져 있는 데이터가 아니면, 요청한 데이터를 모두 만들어서 제공해줄 수는 없다"고 답했다.
나아가 이 관계자는 버스 노선은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만큼 현실적으로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버스 대수를 늘리는 게 최선의 방법인데,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지자체도)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에 대한 재정 지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지금 상황에서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무작정 버스 대수를 늘릴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지고 있는 한정적인 자원으로 27년 만에 한번 노선을 조정해보자는 게 이번 노선 개편의 취지"라고 강조했다.
“ 최지현 기자 ” 응원하기 - 발행 2025-10-04 10:10:14
评论
发表评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