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욱의 블라블라’는 TBS 정상화로 가는 첫 번째 길”
[이영광의 ‘언론을 묻는다’] 김옥랑 TBS PD[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서울시 지원 중단 사태에 시사기능을 포기했던 TBS가 지난 9월 '제작비 0원'의 시사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유튜브 오리지널 콘텐츠로 선보이는 <변상욱의 블라블라 (☞유튜브 채널 가기)>는 변상욱 전 CBS 대기자의 재능기부 진행으로 화제를 모았다. 변상욱 대기자는 과거 TBS에서 '변상욱쇼' '변상욱의 우리 동네 라이브'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 이영광 객원기자
- kwang3830@hanmail.net
- 입력 2025.10.14 07:34
<변상욱의 블라블라>는 게스트와 함께 시민이 던진 다양한 의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으로 시청자와 함께 만들어 가는 ‘쌍방향 토크’ '수다 버라이어티쇼'를 표방한다. TBS는 지난해 6월 서울시의 출연금 지원 중단으로 극심한 경영난에 처한 상태다. TBS의 현재 상황과 <변상욱의 블라블라> 론칭 과정을 들어보고자 김옥랑 TBS PD와 지난 10일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김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오랜만에 프로그램 제작하셨는데 <변상욱의 블라블라> 반응이 궁금합니다.
“다행히 많은 분이 관심 가져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하죠. 사실 TBS 조례 폐지로 예산이 끊기면서 한동안 프로그램을 만들 수 없었거든요. 1년 넘게 시청자들과 만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론칭 전에는 TBS를 시청하셨던 시민분들이 많이 떠났을 거란 생각에 걱정되고 불안한 마음이었어요.
근데 첫 방송 나가고 ‘TBS 응원한다’, ‘구독 취소했는데 다시 했다. 끝까지 함께하겠다’, ‘보고 싶었다. 다시 돌아와줘서 고맙다’, ‘TBS 부활 기다린다’ 등의 응원 댓글이 많아서 굉장히 감격스럽고 또 울컥하더라고요. 시민분들이 아직 TBS를 잊지 않으셨다는 걸 알게 돼서 정말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변상욱의 블라블라>는 어떻게 기획한 콘텐츠인가요?
“<변상욱의 블라블라>의 메인 콘셉트는 시민의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2022년 11월에 ‘TBS 조례 폐지안’이 서울시의회 상임위를 통과해 2024년 6월부터 시행되면서 서울시 지원이 아예 끊기게 됐거든요. 그러면서 직원들은 임금을 받을 수가 없게 됐고 제작비도 없어서 프로그램 제작 자체가 불가능해졌습니다.
PD로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없는 상황은 너무 힘들고 참담한 일이었습니다. 물론 임금 못 받고 버티는 생활도 너무 힘들었지만, 제가 지금까지 사랑했고 열심히 했던 일을 잃어버리는 것이 저를 무기력하게 만들었거든요. 이런 생활이 1년 동안 지속됐고 그사이에 저도 무급휴가 신청하고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 등 다른 일을 하면서 지내던 중에 문득 TBS가 점점 사람들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가는 걸 느꼈어요. 그래서 이대로는 정말 안 되겠다,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딱 생각나는 게 소통이었어요. 제가 SNS를 잘 안 하는데 가끔 하는 게 인스타그램이거든요. 그 인스타그램에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는 게 있어요. 유명인들이 질문통을 올려놓으면 팔로우한 사람들이 아무거나 묻고 싶은 걸 질문하고 거기에 답해주는 일종의 소통 시스템 같은 거예요.
제가 그 당시 너무 우울해서 유명인에게 질문을 보내본 적이 있어요. ‘힘들 때 나를 위로해 줄 수 있는 책이 있을까’라는 질문이었는데 답변을 받았거든요. 그 답변 받고 기분이 좋더라고요. 그 작은 질문과 답변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그때 내가 질문을 받고 그 질문을 콘텐츠의 주제로 삼아 많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출발한 프로그램이 <변상욱의 블라블라>입니다.”

준비 기간은 얼마나 걸렸나요?
“제가 이 콘텐츠를 기획했던 건 5, 6월부터였어요. 근데 제작비가 없으니까 선뜻 어떻게 할 수 있는 방안이 없었죠. 그래서 계속 가지고만 있었는데 저희 본부장님과 소통하면서 어떻게 구현해볼까 구상을 하다가 변 기자님을 만나게 된 거죠.”
그러면 왜 지금 하게 된 거예요?
“7월에 TBS 후원의 밤이 있었어요. 변 기자님이 그 후원의 밤에 오셔서 ‘TBS는 오래 같이 하고 싶었던 방송이었다. 가장 판타스틱하고 상상력과 재기발랄함이 있던 방송국이었는데 너무 안타깝다. TBS 부활을 위해 무기한, 출연료 없이 출연하겠다’고 말씀해 주셨거든요.
그 말씀 듣고 정말 너무 감사했죠. TBS 부활을 위해 무기한 출연료 없이 출연하겠다는 말씀도 너무 감사했지만, 그 앞에 ‘오래 같이 하고 싶었던 방송’이었다는 말이 제 마음을 울리더라고요. 그래서 9월 초에 변 기자님께 말씀드렸죠. 먼저 전화통화로 ‘변 기자님 저희 방송 준비하고 있는 게 있는데 같이 해주실 수 있나요?’라고 물어봤을 때 바로 승낙해 주셨어요. 변 기자님이 없었으면 아마 진행 안 됐을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TBS 유튜브 오리지널 ‘변상욱의 블라블라’ [티저] 영상 갈무리](https://cdn.mediaus.co.kr/news/photo/202510/314850_225818_1731.jpg)
방송 보니까 방송사에서 제작하는 프로그램 같지 않은 느낌이었어요.
“맞아요. 저희는 너무 정형화된 방송 프로그램이 아니길 바랐어요. ‘유튜브 콘텐츠’ 하면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언제 어디서든 가볍게 볼 수 있는 콘텐츠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스튜디오에 앉아서 정적으로 카메라 보면서 진행하는 것보다는, 저희 콘셉트가 ‘수다 떠는 콘텐츠’니까 바로 옆에서 얘기하는 것 같이 자유롭고 날 것인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세트도 많이 신경 안 썼고, 사람에 집중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자 했던 거예요.”
의도한 거란 말씀인데, 일반인이 보기엔 제작비가 없어서 그렇게 한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솔직히 그게 맞긴 하죠. 제작비가 진짜 하나도 없으니까요. 세트 만들 제작비도 없어요. 변 기자님도 지금 무료로 진행해주고 계시고, 스태프들도 무임금으로 일하고 있고, 게스트분들도 아예 출연료를 받지 않고 있는 상태거든요. 저희가 가지고 있는 자산을 재활용한 건 맞는데 제가 봤을 때는 그게 좀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해요.”
유튜브라도 제작비는 필요할 텐데?
“맞아요. 그게 지금 가장 큰 고민입니다. 출연진이나 제작진이 아무리 이렇게 해주신다고 해도 이 콘텐츠가 장기적으로 가기 위해서 제작비가 필요한 건 사실이거든요. 근데 유튜브 콘텐츠니까 TV 프로그램보다는 광고나 협찬에 열려 있는 편이에요. 그래서 협찬 광고 제안서를 만들어서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보면 아시겠지만 방송에서도 대놓고 광고주 모집한다고 써놓았잖아요. 그런 식으로 유튜브 광고 받아서 제작비에 녹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TBS 유튜브 오리지널 ‘변상욱의 블라블라’ [티저] 영상 갈무리](https://cdn.mediaus.co.kr/news/photo/202510/314850_225817_1722.png)
제목의 의미는?
“블라블라가 이야기하다는 의미잖아요. 아무 주제로든 수다를 떨자는 콘셉트죠.”
첫 방송에는 헬마우스 임경빈 작가가, 두 번째는 심용환 역사학자가 출연했는데 방송 콘셉트가 뭔지는 잘 안 보이더라고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블라블라>의 콘셉트는 시민의 질문에서 시작하는 수다거든요. 시민의 질문이 아젠다가 되고, 그걸 통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로 뻗어나갈 수 있는 수다의 장을 만들어 보자는 게 콘셉트입니다. 시사에 국한된 프로그램이 아니라, 다양한 주제를 편안한 대화 형식으로 풀어내는 ‘수다 버라이어티 쇼’라고 생각해 주시면 돼요.
<변상욱의 블라블라>를 통해 같이 웃으면서 수다 떨다가 나중에 잠들기 전이라든지 화장실에 볼일 보다가 그냥 피식 웃게 되는, 어느 한 부분이 생각나게 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어요.
변 기자님이나 게스트분들에게 대본을 따로 주지 않습니다. 저희가 변 기자님께 드리는 건 구독자분들에게 미리 받은 사전 질문과 게스트 소개 내용 정도거든요. 그래서 2회까지 마쳤는데 ‘되게 정신이 없네요’란 댓글도 있긴 해요. 근데 ‘중구난방이지만 재미있습니다’라는 얘기도 있고 ‘정신없지만 그래도 재미있습니다’라는 후기들도 있더라고요. 이제 시작이라 조금 정신이 없어 보이지만 변 기자님도 이 유튜브 세계에 녹아들고 차츰 구독자, 시청자분들과 소통이 늘어나면 제가 생각했던 콘텐츠의 콘셉트가 잡힐 거라고 생각해요.”

게스트 섭외 관련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요.
“일단 첫 회 게스트를 누구로 정할지 정말 고민이 많았어요. 다만 한 가지 갖고 가고 싶었던 점은 TBS와 인연이 있는 사람이었어요. TBS와 인연 있는 사람 만나 TBS 이야기를 많이 해보자는 거였거든요. 근데 돌아보니 TBS와 인연이 있는 분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정말 보고 싶은 얼굴들도 많고요.
변 기자님이 예전에 <변상욱 쇼>라는 유튜브 콘텐츠를 진행하셨거든요. 그때 임경빈 작가가 광고 소개하는 역할로 잠깐 나왔었어요. 근데 2년 정도 지나고 핫한 시사 유튜버가 되셨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떠나가셨던 TBS 구독자분들에게도 친숙하고, TBS 구독자 성향상 다들 좋아하실 거라고 생각해서 첫 회 게스트로 임경빈 작가에게 컨택을 했습니다.
또 <블라블라>가 정치·시사에 국한되지 않고 인문학, 문학, 교양 등 다양한 분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두 번째 게스트로 생각했던 사람이 심용환 역사학자였는데 그분도 TBS와 인연이 많습니다. 저희 TBS TV <흔적> 프로그램의 메인 MC로 오래 활동하셨고, 저와도 <골방 라이브>부터 제가 <정준희의 해시태그> 프로그램 제작할 때 게스트로 자주 나와주시면서 인연이 깊어졌거든요.
심용환 작가와 역사적 관점에서 현시대 이야기를 하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변 기자님하고도 친분이 있어서 모셨는데, 1회보다 변 기자님도 편하게 진행하셨고 이야기도 풍성했던 것 같거든요. 2회의 <블라블라>가 제가 생각했던 콘셉트에 맞는 회차였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섭외하고 싶은 게스트가 있나요?
“굉장히 많죠. 일단 TBS와 인연이 있으신 정준희 교수님도 한번 모시고 싶고, 그다음에 아직 나올 수 없다고 하지만 라디오 진행하셨던 신장식 의원도 뵙고 싶습니다. 또 개인적으로 제가 모시고 싶은 분은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이세요. 최근에 책 내시면서 유튜브 콘텐츠나 TV 방송에 종종 나오시더라고요.
<손석희의 질문들>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님 편을 봤는데 저를 위로해 주는 말씀이 굉장히 많았어요. 이분을 모셔서, 또 우리의 어른이신 변상욱 기자님과 삶에 대한 이야기나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면 힘겨운 시간을 통과한 시민들에게 큰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우리 사회가 나아가는 데 있어서 길을 알려주는 듯한 토크쇼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님을 꼭 한번 모시고 이야기 듣고 싶습니다.”

변상욱 기자가 유튜브 진행 경험이 거의 없는 것 같던데.
“맞아요. 근데 앞서 <변상욱 쇼>라는 프로그램을 하셔서 유튜브가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인지는 알고 계세요. 대신 그때는 녹화로 진행됐기 때문에 조금 더 편안하게 하셨을 텐데 지금은 라이브잖아요. 라이브에서 가장 중요한 게 시청자 실시간 소통이거든요. 그런 부분들을 아직 조금 낯설어하시는 것 같아요. 그래도 1회보다 2회에는 좀 더 많은 분과 소통하시고 방송 끝나고 나면 댓글들도 다 읽어보시더라고요. 이렇게 적응기를 지나 계속하시다 보면 TBS의 핫한 유튜버가 되지 않으실까 기대합니다.”
앞으로 계획은?
“TBS가 빠른 시일 내에 정상화되는 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TBS 정상화를 위해서 무엇이든지 할 생각이거든요. TBS 저희 방송을 해야죠. 예전처럼 많은 시민분들 만나고 소통하면서 방송을 다시 해야 하는데 이 ‘TBS 정상화’로 가는 첫 번째 길이 저는 자체 콘텐츠 제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체 콘텐츠를 만들어서 TBS를 사랑하고 기억하는 시민분들을 만나는 게 첫 번째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변상욱의 블라블라>도 빨리 론칭하게 된 거고요.
지금 TBS 직원 모두가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TBS를 지키기 위해서 다들 고군분투하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이 힘든 시간을 버티며 함께해 온 동료들이 다시 웃으면서 같이 방송할 수 있는 그날을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면서 한 걸음씩 나아가 보려 합니다”

<변상욱의 블라블라> 프로그램 목표가 있을까요?
“단기적인 목표는 협찬광고를 받아서 변 기자님과 게스트분들에게 출연료를 드리는 거예요. 두 번째는 <변상욱의 블라블라> 100회, 200회가 되면 공개 방송으로 구독자분들을 직접 만나 소통하는 거예요. <변상욱의 블라블라>라는 타이틀 걸고 TBS에서 공개 방송하는 게 이 프로그램의 목표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려요.
“먼저 <변상욱의 블라블라>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사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힘든 시간이지만 <블라블라>를 함께 해주고 있는 변상욱 기자님, 제작진에게도 감사하다고 이 자리를 빌려서 이야기하고 싶어요.
TBS는 아직 살아있고, 살아낼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희 동료, 직원, 모든 구성원이 다시 재기발랄하고 날카로워질 준비를 하고 있으니 TBS 잊지 말아 주시고 끝까지 지켜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또, <변상욱의 블라블라>는 화요일 오후 5시 유튜브 라이브로 진행되니 꼭 오셔서 ‘구독, 좋아요, 댓글’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희, 꼭 시민을 위한 방송으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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