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백해룡' 콤비 떴다…이 대통령이 직접 힘 실어
김호경 에디터
이재명 대통령이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에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성역 없이 독자적으로 엄정 수사하라"고 특별 지시했다. 수사팀도 보강하도록 했다. 2023년 발생한 인천세관 마약 수사 외압 사건 당시 인천지검장은 심우정 전 검찰총장이었기 때문에 심 전 총장을 비롯한 윤석열 정권 검찰·경찰·관세청·대통령실 고위 인사들의 사건 개입 실체가 이번 이 대통령 직접 지시를 계기로 전모를 드러낼지 시민들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통령실은 12일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은 현재 서울동부지검에 설치된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검경 합동수사팀의 수사와 관련해 더욱 철저한 수사를 당부했다"며 "이 대통령은 백해룡 경정을 검경 합동수사팀에 파견하는 등 수사팀을 보강하고, 수사 책임자인 임은정 서울동부지검 검사장은 필요시 수사 검사를 추가해 각종 의혹에 대해 실체적 진실을 철저히 밝히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성역 없이 독자적으로 엄정 수사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세관 마약 수사 외압이란 2023년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의 필로폰 밀반입 범죄에 대한민국 관세청 세관 공무원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추적하던 서울 영등포경찰서 백해룡 형사2과장의 수사팀이 당시 윤석열 대통령 치하의 경찰 윗선 및 검찰과 대통령실 등으로부터 집요한 압력을 받아 중도에 사실상 수사가 좌절됐다는 권력형 비리 의혹 사건이다. 1년에 걸쳐 마약 수사를 주도하며 역대급 실적을 낸 백 경정은 도리어 '공보 규칙 위반'을 이유로 지난해 7월 강서경찰서 화곡지구대장으로 좌천되고 수사에서 배제됐다.
백해룡 수사팀이 압수했던 필로폰 74㎏(시가 약 2200억 원)은 246만 명이 투약할 수 있는 양으로 필로폰 단일 적발 압수량 기준으로 역대 두 번째 규모였다. 이토록 막대한 양이 어떻게 공항 검색대를 무사통과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데, 해당 말레이시아 조직원들은 이 마약을 몸에 부착해 접착테이프로 칭칭 감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들여왔다며 "인천세관 직원들이 우리를 먼저 알아보고 에스코트를 해줘서 검역과 세관을 그냥 통과했다. 입국장을 나와선 심지어 택시도 태워줬다"고 진술했다.
당시 윤희근 경찰청장은 대규모 마약 적발을 크게 칭찬했지만 백해룡 수사팀이 세관 직원들의 연루 의혹을 파헤치자 여기저기서 외압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직속 상관인 김찬수 영등포경찰서장은 "이 사건을 용산(대통령실)에서 심각하게 보고 있다"면서 언론 브리핑을 미루라고 지시했고, 일면식도 없는 데다 수사 지휘 라인도 아닌 조병노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경무관)까지 "세관 얘기 안 나오게 해달라. 야당 도와줄 일 있느냐"며 외압성 전화를 걸어왔다고 백 경정은 폭로했다. 조병노 경무관은 김건희 측근인 이종호 전 블랙펄 인베스트 대표가 '치안감 승진 로비' 대상으로 언급해 더욱 의혹을 샀던 인물이기도 하다.
처음에 세관 수사에 협조했던 서울남부지검 마약 담당 검사들은 일제히 인사 조치됐고, 이후 백해룡 수사팀이 피의자 신분인 세관 직원들의 계좌와 휴대전화, 공항 CCTV 등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남부지검 측은 번번이 반려했다. 나중에 영장이 발부됐을 때는 피의자들이 이미 휴대전화를 수차례 초기화하거나 교체했고 CCTV 영상도 보존기간이 지나 삭제된 뒤였다. 검찰이 경찰 수사를 방해하며 증거 인멸 시간을 벌어준 셈이다. 게다가 당시 심우정 검사장이 이끌던 인천지검은 인천공항을 통해 마약을 밀수한 같은 말레이시아 조직을 사전에 적발하고도 공범들을 출국 금지하지 않고 추가 수사도 안 하는 등 사건을 축소·은폐하는 행적을 보였다.
숱한 의혹에도 윤석열 정부 내내 수사를 뭉갰던 검찰은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뒤에야 마지못한 듯 합동수사팀을 발족시켰다. 대검찰청은 6·3 대선 직후인 지난 6월 10일 검찰과 경찰, 국세청,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외혹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합동수사팀을 출범시키고 팀장은 윤국권 부산지검 강력범죄수사부장이 맡았다고 밝혔다. 20여 명 규모의 수사팀을 서울동부지검에 꾸리되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대검 마약·조직범죄부가 직접 지휘하기로 했다는 점도 공지했다.
그러나 대검은 두 달여 뒤인 8월 21일 "합동수사팀을 서울동부지검에서 직접 지휘하도록 소속을 변경했다"고 돌연 방침을 바꿨다. 대검 측은 "신속한 의사 결정이 필요하고 수사 과정의 공정성을 보다 객관적으로 담보하고자 고검 검사급 인사 이동에 맞춰 변경한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그 배경엔 친윤 검찰의 이미지가 남아 있는 대검보다 새롭게 동부지검장으로 발탁한 임은정 검사장에게 수사의 전권을 주려는 대통령실 의중이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백해룡 경정은 당초 대검이 지휘하는 합동수사팀에 대해 "검찰은 수사 대상이지 수사 주체가 될 수 없다"면서 "협조할 생각이 없다"는 완고한 입장이었다. 하지만 동병상련으로 교감해온 같은 '내부 고발자'이자 '검찰의 장의사'를 자처하는 임은정 검사장이 확실하게 지휘봉을 잡았고 본인도 공식 파견 형식으로 참여하게 된 만큼 앞으로 합동수사팀에서 핵심적인 실무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백 경정은 "심우정 전 검찰총장이 인천지검장 시절 '마약 게이트'를 덮은 주범"이라고 주장해왔다. 이 대통령이 직접 힘을 실어준 '임은정+백해룡' 콤비가 어떤 팀플레이로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评论
发表评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