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혁신,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분석과 전망] 안철수는 김대중, 노무현이 왜 실패했는지를 묻지 않고 있다 한성 기자 기사입력: 2012/10/14 [22:18] 최종편집: ⓒ 자주민보 [다음은 지난 5월 10일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등의 혐의로 구속되어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중인 자주민보 한성 기자가 편지로 보내온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_편집자] 안철수 혁신은 민주주의와 정의를 관통한다. 안철수는 역시, 혁신이었다. 10월 7일 캠프에서 발표한 ‘정책비전선언’에서도 8일에 있었던 대구대학교 강연에서도 그것은 또렷했다. “수십 년 동안 정치와 경제 시스템을 장악하고 소수기득권 편만 들던 낡은 체제를 끝내겠다”고 했다. 낡은 체제를 언급했다. 시대교체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그 시대교체의 동력으로 정권교체와 정치개혁을 설정한 모양이었다. 오직 자신만이 정권교체와 정치개혁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풀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철수 혁신은 두 가지에 집중되어 있다. 정치개혁으로 표현되는 정치혁신 그리고 복지, 일자리 등을 포괄하는 경제민주화로 대표되는 경제혁신이다. 대통령의 인사권에 손을 대겠다는 것은 단연 돋보였다. 만 개에 이르는 대통령의 임명권을 10분의 1로 축소하겠다는 것이었다. ‘제왕적 대통령’은 문제가 많다는 것이었으며 청와대의 장소도 소통이 잘 되는 곳으로 이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검찰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권한과 결부시켜 혁신대상으로 삼았다.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검찰 공화국에 정의는 없다”면서 대통령으로부터 독립된 공직비리 수사처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혁신의 칼날이 정당정치에로 향한 것은 당연했다. 정당의 공천권을 문제 삼았다. “정당의 힘이 공천권에서 나오기 때문에 후보들은 공천권을 쥔 정당, 권한을 가진 분을 바라보는 구조가 된다”는 것이었다. 안철수는 여당과 야당의 당장의 모습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하고 종합적인 대안까지도 제시했다. “모두가 경제민주화를 말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여야합의로 법을 만들어 달라”고 한 것이 문제제기성 주문이었다. 대안은 “경제민주화, 비정규직 문제해결과 근로시간 단축, 복지 증대 및 조세분담, 합리적 대북정책, 정치개혁 등 5개 분야에 대한 ‘사회적 대타협을 이끌어낼 수 있는 여야합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한 것이었다. 안철수의 경제혁신은 중소, 벤처기업을 중시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수출중심의 대기업, 제조업에 집중되어 있는 무게중심을 혁신산업 쪽으로 이동하겠다는 것이다. 사회적 경제를 활성화 하겠다는 것으로 경제전문가들은 물론 현장의 전문경영인들의 주목을 끌어냈다. 정의와 도덕 등으로 자본의 탐욕을 제어하여 이윤추구와 사회적 가치를 화해, 공존시키겠다는 것이다. 사회적 경제는 현 시기 미약하나마 사회적 기업으로 현실화 되어 있다. 안철수 혁신에서 경제민주화는 사회적경제의 핵심 가치인 정의나 도덕 등을 재벌 대기업의 특혜나 불공정 관행에 작동시킬 수 있게 하는 정치기제이다.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그리고 자영업자들에게 전문금융기관을 설치해주겠다는 것도 정의, 공정을 향한 경제민주화의 한 범주이다. 안철수의 경제혁신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북방경제를 안철수 정책비전에서 핵심축으로 설정했다는 것이다. “해양경제권과의 협력으로 산업화 시대를 열었다면, 이제는 북방경제로 한국경제의 새로운 2막을 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북방경제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것이다. 안철수가 경제문제를 통일문제에 직접적으로 결부시키는 최초의 지점이라는 것으로부터 이는 대단히 각별하게 주목받게 될 것이다. 정치와 경제전반에 가해지고 있는 안철수 혁신은 수직적 통합질서를 무력화시켜 낼 수 있는 수평적 네트워크로서의 민주주의 그리고 자본의 탐욕에 맞선 정의로 집약된다. 안철수 혁신에 대한 대중들의 지지는 환호수준이었다. 한겨레-리서치플러스 10.5~6일의 여론조사 결과는 혁신비전에 대한 안철수의 선점권이 얼마나 탄탄한지를 보여준다. 정치개혁을 잘 할 수 있는 후보로 37.6%를 얻어 박근혜(30.5%)와 문재인(25.5%)을 따돌린 데 이어 경제민주화를 잘 할 후보로도 그 만한 차이로 1위를 차지했다. 박근혜와의 양자대결에서 52.2%와 42.1%로 무려 10.1%의 차이를 벌려 놓을 수 있게 되는 이유이다. 대중들이 환호한 지도자, 김대중, 노무현 그리고 안철수 분단 이후 한국정치사에서 사람들이 가장 특별하게 환호했던 정치가는 김대중과 노무현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안철수이다. DJ에게서 사람들이 환호했던 것은 DJ가 가졌던 정치가로서의 강력한 리더십 그리고 조국통일에 대한 나름 합리적인 철학과 굳건한 신념 등 때문이었다. 특히 조국통일에 대한 투사는 강력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DJ는 실패했다. 사람들은 DJ한테 표출만 했을 뿐 그 열망을 스스로 조직화할 전망을 구축하진 못했다. DJ 또한 전두환이 노태우로 이어지는 것과 같은 계승성을 보장하지 못했다. DJ의 실패는 근본적으로는 조국통일의 주체역량이 제대로 꾸려지지 못한 것에 기인한 것이겠지만 부차적으로는 분단체제의 공고함에도 그 원인이 있었다. 노무현은 또 다른 열망의 결집이었다. 분단세력과 DJ로 대표되는 민주화세력 사이에 존재하는 기본 간극은 이념문제이다. 그렇지만 양 진영 사이에는 이념문제를 제외한 다른 데에서는 동질적인 요소들이 얼마든지 존재했다. 여컨대, 걸출한 지도자를 정점에 놓고 수직적으로 통합하고 일방적으로 통제하고 관리하는 조직문화체계가 양 진영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그것이다. 따라서 노무현의 열망은 DJ를 극복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여 독재나 ‘헌법적 가치의 유린’으로 상징되는 박정희 패러다임을 파괴하는 것을 지향한 것이었다. 그러나 노무현 역시 실패했다. 그런 점에서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최근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5공 때 판사로, 노무현 정부 때 장관으로 그리고 현 정부에서는 민주당 최고위원으로 재직했을 때 상처로 경험했던 것이라면서 양 진영은 정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있지만 권력을 행사하는 행위 양식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토로한 것은 흥미롭거나 슬픈 일이다. 그러나 노무현이 퇴임 이후 자신의 실패를 ‘조직화 된 시민의 힘’의 미약에서 찾아내는 성찰은 의미롭다. DJ의 실패는 그나마 노무현으로 다시 만화될 수 있는 최소한의 여지를 갖는 것이었지만 노무현의 실패는 곧바로 박정희 패러다임의 회귀로 귀결되었다. MB가 복수시킨 박정희 패러다임은 DJ, 노무현을 만나 새롭게 생겨나고 확장되기 시작해 소통 혹은 공감으로 표현되는 수평적 네트워크 가치들과 곳곳에서 그리고 시시때때로 충돌했다. 역사는 2008년 봄, 광화문을 뒤덮었던 촛불과 이순신 장군 동상을 뒤에 두고 세워진 ‘명박산성’을 낡은 체제의 가치와 새로운 체제의 가치의 가장 격렬한 충돌로 기록해 놓고 있다. 정확히 1년 뒤, 광화문에는 촛불도 명박산성도 아닌 수십 만 송이의 국화꽃이 등장했다. 박정희 패러다임은 노무현의 실패에서도 안심하지 못하고 노무현을 정치적인 타살로까지 몰고 가서야 눈에 보이는 대결을 멎은 것이었다. 사람들은 가만있지 않았다. 박근혜가 박정희 패러다임을 또 다시 복제하려는 MB의 욕구라는 것은 쉽지 않게나마 간파되었다. 문재인은 분단체제를 종식시키려 했던 DJ의 실패 그리고 DJ의 낡은 조직문화체계를 극복하려했던 노무현의 실패를 만회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문재인의 행보에서 엉거주춤함을 읽어냈다. 노무현의 그늘이었다. 사람들이 급기야 찾아낸 것이 안철수였다. DJ와 노무현에게 보냈던 환호나 별반 드리지 않았다. 안철수 현상이라고 명명되었다. 안철수 현상은 안철수가 9월 19일 대선 100일을 앞두고 대선 출마를 선언한 순간 안철수 혁신으로 이름이 바뀌어졌다. 안철수 혁신은 자주, 통일과 융합할 때만이 완결될 수 있다. 안철수의 행보를 통해 점차적으로 밝혀지고 있는 안철수 혁신의 정치적 본질은 MB와 노무현의 융합이다. 안철수 혁신 그리고 그 전망과 관련하여 가장 흥미롭게 주목되는 것은 공동선거대책 본부장이다. 공동선대본부장은 참여정부때 청와대 대변인을 역임했던 박선숙 전 민주당 의원, 새누리당의 쇄신을 요구하다가 탈당한 새누리당 김성식 전 의원 그리고 최근 민주당을 탈당한 송호창 의원 세 사람이 맡고 있다. 이는 단순히 보면 새누리당의 왼쪽과 민주당의 오른쪽이 기반하고 있는 안철수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그러나 이는 안철수 혁신의 특성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안철수 혁신의 전망을 밝혀주고 있다는 점에서 예의주시해 볼 지점으로 된다. 안철수 혁신은 내용이 불분명하거나 빈약하면서도 참신하고 새로우며 내용이 불분명하거나 빈약한 것으로부터 자기 완결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특성을 갖고 있다. 그 무엇인가 융합할 만한 대상을 마나 결합되어야 만이 자기 완결적 가치를 새롭게 산생시키게 되는 안철수 정치만의 특성이다. 여기서 안철수는 융합의 대상을 새누리당의 왼쪽으로 할 수도 있고 민주당의 오른쪽으로 할 수도 있는 가능성을 동시에 다 열어두고 있다는 것을 공동선대본부장의 구성을 통해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에 노선갈등으로 인한 분열이 심화되게 되면 남경필을 위시로 하는 이른바 ‘합리적 보수’가 김성식을 안철수 진영의 진입통로로 삼지 말란 법이 없다. 송호창의 합류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민주당의 일부를 잠식해 들어가는 것으로 안철수 혁신의 정치적 효과를 증폭시킬 수도 있다는 것 또한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는 시나리오다. 대선정국에 대선지형을 출렁이게 하는 변수들은 수도 없이 있어왔다. 1987년 KAL기 폭발사건이 그렇고 2002년 정몽준의 선거 하루 전날 야권단일화 파기선언 등이 그렇다. 안철수 혁신은 스스로는 발전하고 성공할 수가 없다. 민주당의 일부나 심지어는 새누리당의 일부와 융합하는 것을 통해서만이 발전이나 성공을 도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안철수는 그리고 안철수 캠프는 상대진영에 대해 날선 공격을 하지 않는다. 비판이 없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렇지만 원론적인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안철수는 아울러 정권교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야권단일화 문제에 대해서 그닥 많은 관심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정권교체보다 정치개혁을 더 우위에 두고 강조하는 기조를 일관해 왔다. 이 모든 것들은 융합의 대상을 미리 특정하지 않고 그 가능성을 넓게 열어두려는 안철수 혁신의 발전전략에 따른 것들이다. 안철수 혁신이 MB에 융합하려하거나 동시에 노무현에 융합하려는 성질은 개별적인 것이 아닌데다가 그 경계가 명백히 구분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총체적으로 안철수 혁신이 주도하는 MB와 노무현의 융합이다. MB와 노무현의 융합은 서로 이질적인 것들을 화해시켜 새로운 기치를 산생한다는 점에서 안철수 융합정치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안철수 혁신이 만들어 내는 안철수 융합정치는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한철수 혁신은 분명히 참신하다. 방향 또한 옳다. 그러나 그것은 새로운 것이 전혀 아니며 문제 또한 적지 않다. 안철수의 정치, 경제 혁신 로드맵에 대해서 윤종빈 명지대 교수는 “학계는 물론 기존 정치권에서 수없이 제기 되었던 아이디어라고 혹평했다. 중앙일보 역시 8일자 사설을 통해 ”담론이나 캐치프레이즈 수준“이며 ”실현 가능성도 보장할 수 없다“고 거들었으며 민주당은 정당의 공천권 축소와 관련 정당정치를 발끈했다. 특히, 사회적 경제를 활성화하는데서 자본의 이윤추구와 사회적 가치를 화해, 공존시키겠다는 발상은 경제위기 때마다 자본의 정치가 주도했던 위기관리체제이지 혁신이 아니라는 한겨레신문 최우성 기자의 비판적 문제의식은 대단히 주목해 볼 만하다. 안철수 혁신의 문제의식과 내용들은 정의와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정치인이라면 누구나가 추구하려한 것들이었다. 그런데 왜 DJ는 실패했으며 노무현은 또한 왜 실패했는가. 안철수 혁신은 DJ와 노무현이 왜 실패했는지를 묻지 않는다. 안철수 혁신이 갖고 있는 치명적 한계가 바로 이것이다. DJ도 노무현도 민주주의와 정의에 대해서 확고한 철학과 신념을 소유한 걸출한 정치가들이었다. DJ와 노무현이 왜 실패했는가 하는 것은 민주주의와 정의 문제로 접근하는 한 그 어떤 답도 내놓지 못한다. “분단체제에 정면으로 맞서지 않고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완전히 바꿔내려 하지 않고, 통일의 지향을 확고히 하지 않으면 진보라 할 수 없다” DJ와 노무현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문제에 대한 가장 과학적인 답을 내놓은 정치인은 통합진보당 대선 예비후보 이정희였다. 9월 25일 광화문에서 미 대사관의 성조기를 등 뒤에 두고 대선출마를 선언하면서 이정희는 그렇게 말했다. 이정희가 말한 것은 자주와 통일이었다. 안철수 혁신이 새정치로서 정권교체와 정치개혁에 의미 있는 현상으로 되자면 오직 자주와 통일에 제대로 융합해 들어가야 한다. ‘수십 년 동안 정치와 경제시스템을 장악하고 소수 기득권 편만 들던 낡은 체제를 끝내겠다’는 안철수의 열망을 실현시키는데 작동해야 하는 가치는 자주와 통일이다. 자주와 통일은 한국사회 발전의 근본 요구로서 현 시기 한국사회의 최고의 진정한 미래 비전이다. (청계산에서 2012. 10. 10 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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