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을 모른다니, 이런 개같은 세상이 있나
[이기명 칼럼] 다큐멘터리 ‘유신의 추억’ 시사회를 다녀와서 든 생각들
이기명 | 2012-10-25 11:06:02
다큐멘터리 '유신의 추억'. 사진은 지난 9일 열린 제작발표회 장면 (사진-오마이뉴스)
펼쳐지는 화면은 온통 죽음이었다. 통곡이 울려 퍼진다. 산 자와 죽은 자.
산 자는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한다. '유신'을 모른다고 한다. '10월 유신'이 아니라 '김유신'을 들먹인다. 명색이 대학생들이. 이런 개 같은 세상이 있나. 지들의 할아버지, 아버지, 형님이 유신의 칼날에 찔려 죽었는데 유신을 모르다니, 도대체 대한민국의 역사는 있는가. 벼락을 맞지 않고 살아 있는 게 이상하다.
몸서리 치는 ‘유신의 추억’
23일 국회도서관 강당, 오후 2시가 가까워지자 낯익은 얼굴들이 모여들었다. 다큐멘터리 ‘유신의 추억’을 보기 위해서다. 인혁당 사법살인의 희생자 부인들도 보였다. 모두 백발이 성성하고 모습도 하얗게 세였다.
박형규 목사님이 부축을 받으며 들어오셨다. '유신의 망령'으로부터 사형을 언도 받았던 유인태, 이철, 그리고 감옥살이를 한 이해찬, 고 김근태 의장의 부인 인재근 의원, 따지고 보면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유신의 망령에 지금도 시달리는 사람들이다.
‘유신의 추억’이 상영되는 70여분 동안, 장내에는 미친 유신의 망령이 춤을 추고 있었다. 우리 모두의 기억 속에서. 그러나 현실은 유신의 망령을 지워버리고 있다. 잘난 젊은이들이 유신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있는 것이다. 망각이 이렇게 편리하단 말인가. 그래서 박근혜가 대통령 후보다.
'유신'이 무엇인가. 박정희가 군사반란을 일으키고 독재를 자행하다가 국민들의 저항에 부딪치자 영구독재를 꿈꾸며 저지른 또 다른 쿠데타다. 죄 없는 국민들을 고문으로 허위자백 시키고 대법원 판결이 있은 하룻 만에 사형을 집행하고 시신을 가족들에게 돌려주지도 않은 사법살인의 시대가 바로 유신이다. 인간은 없고 오직 박정희만 존재하던 시대다.
영화가 끝나도 불이 켜졌는데도 사람들은 일어설 줄 몰랐다. 우리는 그런 개 같은 세상에 살았고 지금 그 개 같은 세상을 화면속에서 다시 본 것이다. 다시는 그런 개 같은 세상을 보지 말자고 다짐하는 것이다.
정권교체가 최우선이다
‘유신의 추억’을 보면서 이 땅에 다시는 독재가 나타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러면서 오늘의 현실이 자칫 다시 독재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조건이라는데 몸을 떨었다.
새누리당 정권의 맨 얼굴을 보면 안다. 과거사에 대한 사과에 인색한 박근혜를 보면 무섭다. 그가 누구인가. 바로 '유신의 원조' 박정희의 딸이다. 5.16 쿠데타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한 사람이다.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이런 조건이 더욱 더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만든다.
지금 야권의 후보가 2명이다. 단일화를 이루지 못하면 필패라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반드시 단일화해야 한다. 단일화를 할 수 있는 조건과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자신의 주장만 고집하다가는 아무 것도 안 된다. 여우와 황새의 우화가 있다. 여우가 황새 두 마리를 초청해 식탁을 차렸다. 그러나 부리가 긴 황새들은 접시에 음식을 먹을 수가 없었다. 그 모습을 보는 여우는 웃는다.
황새들이 생각했다. 협력을 하면 된다. 황새는 상대방 접시에 있는 음식을 긴 부리로 집어 상대의 입에 넣어준다. 상대 역시 같은 방법으로 음식을 먹을 수가 있었다. 쾌재를 부르던 여우가 낭패했다.
절대로 단일화를 이룰 수 없다고 믿는 세력들의 의표를 찔러야 한다. 가능하지도 않은 공약을 내 세워 국민의 지지를 상실해서는 안 된다. 우선은 함께 힘을 모으는 모습을 보임으로서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어야 할 것이다. 누가 집권을 하던 함께 가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국민이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본다. 어느 누가 단일화의 걸림돌을 만들어 내는지 다 알게 될 것이다. 그는 도리 없이 역사에 죄인이 된다. 시민원로들이 오랜 논의 끝에 단일화를 강조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무소속 후보는 정당정치의 헌법적 의미와 현실적 무게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노력을 해야 하고 정당후보는 현재의 정당구조가 포괄하지 못하는 국민의사를 반영할 새로운 제도와 방안 그리고 인적 쇄신에도 국민의 눈높이를 따라야 합니다.>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고민하자. 밤 새워 고민 하자. 역사의 죄인이 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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