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은 숲속 생명의 안전망

[경이로운 숲] 11. 왜 낙엽층이 중요한가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2/10/22 [00:01] 최종편집: ⓒ 자주민보 [다음은 지난 2월 9일 서울 자택에서 체포 구속된 이후 국정원과 검찰 조사를 받고 현재 검찰에 의해 국가보안법상 회합 통신 및 고무 찬양 등의 혐의로 기소된 후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 중인 서울구치소의 이창기 자주민보 대표가 편지로 보내온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_편집자] [필자 주] 올레길, 치유 등 숲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옥중에서나마 자주민보 독자들에게 숲에 대한 기본 상식을 제공하여 좀 더 의미 있는 산행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경이로운 숲’ 연재를 시작한 지 벌써 10여 편의 글을 썼습니다. 지금까지는 숲의 다목적 기능에 관한 것이었다면 지난 기사를 포함하여 앞으로는 숲을 어떻게 보호하고 가꿀 것인지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고 이후엔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나무에 대해 살펴보려고 합니다. 옥중이라 인터넷 검색도 불가능하고 대학시절 교재는 실종상태에다 관련 자료를 구하기도 쉽지 않아 모든 내용은 전적으로 기억에만 의존해서 쓰다 보니 뿌리에서 양분을 흡수하는 과정에 수소이온을 방출하며 토양을 어떻게 산성화시키는지 그 화학식을 소개하는 등 좀 더 과학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등 안타까운 점이 많습니다. 그저 최소한 숲에 들어갈 때는 이 정도는 알고 가자는 취지로 정말 부족한 글이지만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올립니다. 특히 숲을 공부하고 체험하다 보면 생의 교훈이 될 면모들이 참 많습니다. 그간 필자가 숲을 연구하고 체험하면서 느낀 그런 삶의 교훈도 곁들여 봅니다. 가을이 되면 공원이나 거리 그리고 교정에 흩날리는 낙엽비에 사랑들은 낭만에 젖고 또 가득 쌓인 낙엽 위를 거닐며 조락의 계절이 주는 덧없음과 쓸쓸함, 하여 뭔가 더욱 강렬한 따뜻함과 그리운 감정에 휩싸이기도 한다. 낙엽! 팔랑팔랑 나비처럼 날아 어깨를 툭 건드려 놓고 돌아보는 이 얼굴을 향해 ‘가을!’ 하며 살풋 미소로 흘러내리는 ‘낙엽!’ 가을 산하의 최고급 색조 화장품이자 가을의 전령사, 외로운 사람들의 벗이자 연인이 되기도 하는 낙엽! 그 낙엽이 숲에 있어서는 나무와 풀과 곤충과 미생물 등 만 생명의 이불이요 보금자리이며 밥이며 수호천사이다. 낙엽이 쌓여 있는 층을 낙엽층이라 하는데 낙엽층은 먼저 비바람으로부터 토양 유실을 막아 뿌리를 보호한다. 가뭄에는 과도한 수분증발을 막는다. 추위에는 이불 역할을 하고 더위에는 습기를 머금고 있기에 냉방기 역할을 하며 지렁이, 딱정벌레 등 수많은 벌레와 미생물이 4계절의 혹한과 혹서에도 편안하게 살 수 있는 보금자리가 되어준다. 그 벌레와 미생물이 분해한 유기질이 뿌리에 흡수되어 나무와 풀들이 숲속에서 무성하게 자라게 되는 것이다. 석유 보일러가 농촌 마을에 공급되기 전에 땔감이 부족한 농가에서 야산의 솔잎을 갈퀴로 긁어다 밥 짓고 난방하는 데 사용하는 바람에 나무들이 잘 자라지 못하고 구불구불하게 된 것도 낙엽층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한때 일본, 한국, 유럽 등에서 동남아시아 열대우림 벌목을 할 때 경제성만 따져 임도를 내고 들어간 숲에 있는 나무를 잔챙이까지 모조리 베어 내는 바람에 열대성 폭우에 이 낙엽층이 다 쓸려가 버렸다. 그런 곳은 나무를 새로 심어도 잘 자라지 못했다. 비가 많은 곳이라 양분이 낙엽층에만 있었지 실제 토양엔 비에 씻겨 양분이 거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후엔 낙엽층이 쓸려가지 않을 저도로 큰 나무만 베어가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우리나라는 열대우림만큼 큰 비에 노출되지 않아 토양에도 어느 정도 양분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낙엽층에서 끊임없이 유기질이 공급되지 않으면 큰 나무가 자랄 수가 없다. 그래서 어느 나라의 나무이건 뿌리가 아래로 깊이 들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토양 1m 깊이 안에서 옆으로 뻗어가는 것이다. 태풍에 쓰러진 나무뿌리를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뿌리가 흙 아래로 파고 내려가야 낙엽층에서 멀어져 공기도 부족하고 먹을 게 없기 때문이다. 보통 수관이라고 하는 나뭇가지가 뻗은 넓이보다 2배까지 넓게 뿌리가 옆으로 뻗는다. 요즘은 낙엽을 긁어가는 경우가 거의 없어 우리나라 산림토양도 점차 비옥해지고 있다. 문제는 산불이다. 산불은 이 낙엽층까지 싹 태워버리기 때문에 그 피해가 심각한 것이다. 다시 낙엽이 쌓여 썩어가며 벌레와 미생물이 욱실거리는 생명의 숲이 되려면 몇 십 년은 족히 걸린다. 숲을 가꾸는 사람들, 숲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은 그래서 산불 보도가 나오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가슴이 찢어지는 것이다. 특히 쇠갈퀴 등 산불진화도구 몇 푼어치를 팔기 위해 일부러 불을 질렀다는 한 소방장비 가게 주인의 고백을 들을 땐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다. ‘얼마나 장사가 안 되었으면’ 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숲에 대한 초보적인 상식만이라도 있다면 절대로 그러지 못했을 것이다. 산에 가서 함부로 담배꽁초 던지는 사람들도 낙엽층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낙엽층이 발달할수록 우리 숲의 나무는 더욱 거연하게 자랄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산불이 더 잘 일어난다. 또 진화도 어렵다. 낙엽층이 불쏘시개가 되고 이 낙엽에 붙은 불뭉치가 바람에 날리면 방화선은 물론 어지간한 산도 넘어 불길을 순식간에 확신시키기 때문이다. 도심공원과 가로수의 낙엽은 미화원들에겐 전쟁의 대상이다. 가히 가을은 낙엽과의 전쟁이라 할 만하다. 그대로 두면 밟혀서 먼지가 되고 하수구 구멍을 막아 장마철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쓸어 모아 가져다 버리게 되는데 퇴비용으로 쓰자니 비닐 등이 많이 섞여 문제가 되었다. 그래서 낙엽이 지는 계절만이라도 쓰레기 버리지 말기 운동이라도 벌였으면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리고 그 낙엽은 되도록 그 공원의 나무를 다시 덮는 데 사용해야 한다. 바람에 날린다고 자꾸 긁어다가 시 외곽에 버리고 구슬만한 유기질 화학비료 몇 알 넣어 주게 되면 도심의 나무들이 점차 활력을 잃게 된다. 필자의 대학 민주광장 양 쪽 언덕에 진달래가 그렇게 고왔는데 자꾸 낙엽을 긁어다가 버리니 결국 졸업년도엔 진달래가 앙상해져서 볼품없는 모습을 보게 되었었다. 그렇다고 흩날리는 낙엽을 그대로 둘 수도 없다. 어떻게 할까? 초등학교 시절 한 선생님이 가을이 되면 전교생을 운동장 옆 숲에 모이게 하여 큰 구덩이를 여기저기 파게 했다. 그리고 가을 내내 흩날리는 낙엽은 다 그 곳으로 쓸어 모았다. 낙엽이 다 지고 나면 흙으로 살짝 덮어 두었다가 이듬해에 잘 삭은 낙엽을 화분 심는 데도 이용하고 나무에도 골고루 골을 파고 뿌려준 후 흙으로 살짝 덮어주었다. 도시의 낙엽을 일부라도 이렇게 처리하면 도심 가로수와 공원의 나무와 꽃들이 한층 건강해질 것이다. 물론 배수구 구멍만 안 막히게 할 수 있다면 공원에 쌓인 채 썩어 낙엽층이 되게 하는 것이 제일 좋을 것이다. 숲에는 낙엽층이 있어야 하듯 사람이 사는 사회에는 보호자가 있어야 한다. 물론 1차적인 보호는 가정이다. 하지만 가정만으로 풀 수 없는 문제도 많다. 북 주민들 인터뷰를 해보면 북 사회에서는 당이 그런 낙엽층과 같은 품이라고 하나같이 강조했다. 실제 북은 무상교육 무상의료 등의 사회복지 정책을 당이 결정하고 밀고 나간다고 한다. 남녁에서는 사회보장제도, 사회적 안전망이 낙엽층의 역할을 할 것이다. 사업을 하다가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 정리해고 된 사람들이 재교육을 받아 다시 직장을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어야 사람들이 안심하고 사업과 직장생활에 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상교육, 공공의료 확대 등은 가계지출을 내수 진작으로 전화하는 효과가 있어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낙엽층의 양분이 끊임없이 토양에 공급되어야 하듯 사회적 안전망으로부터 경제 활성화 양분이 공급되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복지확대를 거부하는 것은 산에서 갈퀴질하는 것이며, 산불 내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2012. 10. 12 청계산에서 이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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