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긴장하는 서해

한성 기자 기사입력: 2012/10/02 [20:01] 최종편집: ⓒ 자주민보 [다음은 지난 5월 10일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등의 혐의로 구속되어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중인 자주민보 한성 기자가 편지로 보내온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_편집자] 꽃게철에 울리는 총포탄 소리 대선이 채 석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서해에 또다시 긴장이 걸리고 있다. 서해의 북방한계선(NLL) 부근 수역에서 총포탄이 날은 것이다. 해군의 고속정에서 20mm 벌컨포 수십 발이 불을 뿜은 것은 9월 21일 오후 3시 무렵이었다. 탄착지점은 북의 꽃게잡이 배 6척이 조업을 하고 있는 수역이었다. 꽃게잡이 배들은 12시가 될 무렵부터 NLL을 월선 해 꽃게잡이를 하고 있던 중이었다. 고속정으로부터 두 번에 걸친 경고사격이 있고 난 뒤인 4시쯤 꽃게잡이 배들은 북상했다. NLL 이북에는 북과 중국의 꽃게잡이 배 수백 척이 있었다. 언론은 북 어선이 100여 척 중국 어선이 300여 척이라고 했다. 서해는 그렇게 꽃게철의 한복판에 있었고 해군은 벌컨포를 쏘면서 NLL을 관리했다. 사격은 우발적인 것이 아니었다. 극히 계획적인 것이었고 의도된 것이었다. 군 당국은 서해 NLL을 분명히 하고 북의 월선 행위에 단호하게 대처하기로 했다. 특히 북 어선의 월선행위에 대해 집중적으로 주목했다. 북 어선의 월선을 조업과 상관없는 의도된 것으로 본 것에 따른 결과였다. “우리 측의 강경대응을 유도하여 기습도발의 명분으로 삼으려는 것” 23일자 <연합시론>은 북 꽃게잡이 배의 월선을 그렇게 규정했다. 기습도발을 통해 북이 이루려는 목적에 대해서는 대선을 앞두고 NLL 문제를 이슈화하거나 군부의 결속을 도모하고 체제장악력을 높이는 것 등으로 설명했다. 군 당국은 꽃게철이 시작되는 9월 초, 연평도를 비롯 서해안 연안의 전력을 대폭 강화했다. NLL 이남 해상에 함정을 중장 배치했다. 육상은 즉각 화력대응태세를 유지했고 공중의 전투기 초계 활동도 강화시켰다. 꽃게잡이 배들의 NLL월선이 최초로 확인된 12일 한미 군 당국은 정찰자산을 곧바로 강화했다. 북군의 동행을 정밀감시하기 위해서였다. 21일 사격당일 북 인민군에 특별한 동향이 없는 것을 세세히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덕분이었다. 해안포는 개문 상태가 아니었으며 경비정이 가동 중이기는 했으나 NLL 쪽으로 접근하지는 않았던 것 등이 그 구체적인 내용들이었다. 9.21 경고사격은 결국 ‘꽃게잡이 배를 월선시켜 우리의 강경대응을 유도 기습도발의 명분을 삼으려고 하는’ 북의 의도를 파탄내기 위한 것이었다. 북의 의도를 파탄내기 위한 우리 군의 의도가 얼마나 강력한 것이었는지는 사격 당일 F-15K를 출격시켰던 것에서 여실히 확인된다. F-15K에는 공대공 유도미사일은 물론 북의 해안포와 장사정포 진지를 악천후 속에서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공대지미사일 합동정밀직격탄(JDAM)이 장착되어 있다. 군 당국은 이후에도 북의 NLL 월선에 대해서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경고사격을 무시하는 경우에는 나포작전까지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해안의 꽃게철은 10월 말까지 이어진다. 높아지는 북풍 가능성 월선한 꽃게잡이 배를 대포를 쏴 위협하는 것으로 쫓아낸 것은 어떤 경우에도 예사롭지가 않다. 경고사격에 대해 기습도발의 명분을 찾으려던 북의 의도를 파탄시켜 낸 것이라고 군 당국은 주장했지만 여기에 얼마나 동의할지는 알 수 없다. 다들 침묵했지만 진보진영에서는 거세게 반발했다. <한국진보연대>는 21일 논평을 내고 비무장 어선에 사격을 가해 퇴각시킨 것은 과잉대응이라고 규탄했다. <진보연대>는 특히, 그 ‘선제적 군사위협’이 남북 간 군사충돌을 유발할 수 있는 도발적인 행동으로 된다면서 이후 선제적인 군사대응은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진보연대>의 논평은 서해의 긴장이 전면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에 가장 큰 우려와 경계를 표시하고 있다. <진보연대>의 논평은 아울러 서해의 군사적 충돌에 대선 정국과 관련되는 모종의 정치의도가 개입할 수도 있다는 것 또한 언급하고 있다. 이른바, 북풍이다. “사소한 국지적 충돌이나 이러한 것도 오히려 보수성향의 표심을 자극할 수 있다” 이는 지난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 주요부처 정책보좌관들의 모임인 ‘묵우회’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진 말이다. <진보연대>는 이를 언급하면서 군 당국이 서해에서의 문제를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풀어가는 것은 북풍공작의혹에 부합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선거 때마다 북풍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특별한 일도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친미반북세력들이 분단체제를 유지 강화시키는 데서 남북대결을 결정적인 기제로 삼아왔다는 것은 별다른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북풍 또한 분단체제유지의 좋은 기제였다. 남북대결성에 기반하고 그 대결성을 더 자극하는 사건을 통해 안보심리를 자극, 선거정국을 유리하게 끌어가는 데서 북풍은 더할 수 없이 유용한 ‘정치술수’로서 그 존재가치를 갖게 되는 것이다. 위기에 처한 친미반북세력 대선정국은 3각 구도로 정립되어 있다. 오래 갈 구도는 물론 아니다.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와 야권단일후보가 맞붙는 2강체제로 가는 데서 거치는 과도기적인 지형인 것이다. 현 시기 3각 구도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은 박근혜의 대세론이 허물어지고 그 빈자리를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가 차지해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리얼미터 17~18일 여론조사는 놀라운 결과를 보여준다. 박근혜와 문재인의 양자대결에서 문재인이 47.19%로 박근혜(44.0%)를 따돌렸던 것이다. 여론조사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박근혜 대세론이 허물어지고 있는 것은 박근혜가 사활적으로 구사하고 있는 외연확장 전략이 파탄나고 있는 것에 따른 결과이다. 박근혜의 외연 확장은 그 무슨 특별한 새로운 가치의 확장이 아니다. 본질적으로 분단 체제상의 가치들을 연장시키는 것일 뿐이다. ‘국민대통합’이라는 슬로건으로 내걸리고 이른바 ‘광폭행보’로 불리워지기도 했던 박근혜의 외연확장전략을 파탄시키는 데 가장 앞장섰던 것은 진보진영의 투쟁하는 노동자였다. 전태일 기념재단과 청계천 전태일 동상을 찾으려는 박근혜의 발걸음을 막은 쌍용자동차 노동자 등의 투쟁으로 박근혜의 ‘공폭행보’가 갖고 있는 정치놀음으로써의 본질적 속성이 폭로되었고 박근혜의 외연확장전략은 저지당했다. 19일 안철수 원장의 출마선언은 박근혜의 외연확장전략에 완전한 파탄을 안겨준 것이었다. 안철수가 확보하게 되는 정치 영역이 새누리당의 왼쪽과 민주당의 오른쪽인데다가 무당파까지도 유인할 수 있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박근혜는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5.10 쿠데타와 유신 그리고 인혁당 사건 등에 대해 서둘러 사과를 시도했지만 도움이 안 되었다. 오히려 대표적인 보수인사로부터 ‘표를 얻기 위한 정치쇼’라는 반발만 불러왔다. 박의 외연확장전략이 파탄 났다는 것은 가히 치명적인 일이다. 선거는 박빙일 것이며 근소한 차이로 승패가 갈릴 것이라는 것이 선거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이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위기에 몰리게 되는 박근혜가 유일하게 쓸 수 있는 전략이 투표율을 낮추게 하는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 소장은 구체적으로 ‘인물 검증의 혼탁한 선거판’이라는 상을 제시했다. ‘혼탁한 선거판’의 조짐이 될 만한 소재들은 이미 적지 않게 확인되고 있다. 안철수의 룸싸롱, 문재인 아들의 취업특혜 그리고 박근혜의 숨겨진 자식 등의 루머들이 그것들이다. 반전평화에 승리가 그렇지만 ‘혼탁한 선거판’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이 ‘혼탁한 선거판’의 요인들을 해소하거나 약화시켜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야권후보단일화과정은 문재인과 안철수 간 만의 문제가 아니라 진보당 포괄하는 것이어서 매우 공정하고 재미있고 의미 있는 경쟁과정을 거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가 출마하면서 “흑색 설전과 같은 낡은 정치는 않겠다”면서 “선의의 정책경쟁을 약속하는” 협약을 제기했다는 것도 상당한 정치무게를 갖고 ‘혼탁선거’를 막아내는 데 유력한 힘으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즈음에서 비로소 친미반북세력에게 예사롭지 않게 보이는 것이 북풍과 연관시켜 볼 수 있는 9.21 경고사격이다. 경고사격은 그 자체로서는 물론 북풍공작일 수는 없다. 다만 이후 북풍공작의 가능성을 엿보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전반 현실은 북풍을 뛰어넘는 보다 냉철한 사고를 요구하고 있다. 북풍공작은 이제 더 이상은 친미반북세력에게 유리한 정치효과를 내지 않는다. 2010년 천안함 사건 직후 치러진 지방선거는 북풍의 이른바 ‘약효’가 다 됐음을 확인시켜주었다. 국민이 더 이상은 분단체제에 짓눌렸던 어제의 국민이 아닌 것이며 특히 반전평화의 기치를 내걸고 분단체제와 맞서는 자주통일진영의 역량이 크게 장성해 있는 것이다. 문제는 서해에서 울리는 총포탄 소리를 북풍공작의 징후로 볼 것이 아니라 남북 간의 전면전, 즉 제2의 6.25의 징후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영해를 침범한 세력들에 대해 군사적 대응을 앞세울 경우 충돌은 필연적이며, 최근 ‘도발원점타격’ 등의 정부기조와 ‘도발시 조국통일대전’등의 북측 기조로 보았을 때, 전면전으로 비화될 위험성도 매우 높다> <진보연대> 논평이 강조하고 있는 이것은 수많은 정세분석가들의 견해와 일치하는 것들이다. 통일학연구소 한호석 소장은 물론이거니와 자주민보 필진들 역시 끊임없이 평화를 강조하는 가운데 주장해 왔던 것들이다. 이 모든 것들이 실천적으로 의미해주는 것은 정확히 한 가지이다. 자주통일진영은 진보적 정권교체 실현을 위한 대신 정국에서 반전평화의 기치를 높이 들고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청계산에서 2012. 9. 28 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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