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원수의 유자녀학원 편지의 의미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2/10/20 [23:26] 최종편집: ⓒ 자주민보
[다음은 지난 2월 9일 서울 자택에서 체포 구속된 이후 국정원과 검찰 조사를 받고 현재 검찰에 의해 국가보안법상 회합 통신 및 고무 찬양 등의 혐의로 기소된 후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 중인 서울구치소의 이창기 자주민보 대표가 편지로 보내온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_편집자]
연합뉴스와 본지 등 여러 언론보도에 따르면 북 로동신문은 13일 김정은 원수의 “혁명가 유자녀들은 만경배의 혈통, 백두의 혈통을 굳건히 이어나가는 선군혁명의 믿음직한 골간이 되어야 한다.” 는 제목의 편지를 공개했다고 한다. 두 학원의 65돌 기념 서한이라는 것이다. 그 내용을 살펴보니 주목할 점이 있었다.
http://www.jajuminbo.net/sub_read.html?uid=10819§ion=sc29§ion2=
○ 편지공개 의미
북 대내적으로는 12년 무상교육 체계 발표에 이어 후대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만경대혁명학원과 강반석혁명학원만이 아니라 북 전체 교육계에 자극을 주고 일대 교육사업의 혁신을 불러오기 위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어느 나라에서나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며 교육에 나라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그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미국의 대통령들도 취임 첫 연설에서 늘 수학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해왔고 오바마도 한국의 교육열을 높이 평가하면서 그것이 한국발전의 원동력이라며 미국도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구 사회주의권과 자본주의권에서는 특히 과학과 수학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는데 그것이 과학기술과 생산력 발전에 중요한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북은 생산력도 중시 여기지만 사상의지를 더 결정적인 요소로 본다. 생산력도 주민들의 사상의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편지에서 김정은 원수가 ‘피는 유전되지만 사상은 유전되지 않는다’면서 그 사상의지를 높일 수 있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 같다.
그런데 북에서도 교육에 있어 혁신이 절실해진 것 같다. 컴퓨터의 발전과 과학기술의 발전, 특히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은 교육자들의 혁신을 요구하게 마련이다. 인터넷, 인트라넷에서 학생들이 교원들보다 더 최신 기술과 정보를 습득하기도 하고 그 이해도 빠르다. 외국어도 젊을수록 빨리 배운다. 이런 여러 측면이 북에 다시 한 번 교육개혁의 중요성을 부각시킨 것 같다.
특히 경제적으로 풍족해진 새 세대들에게 사상교양은 쉽지 않은 일일 수 있다. 고난의 행군, 항일 혁명 시절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사상은 암기나 주입이 불가능하다. 스스로의 의지를 세워야 하며 실천 속에서 체현하지 않으면 자신의 사상과 신념을 갖출 수 없다. 구소련이 이에 실패했고 중국의 대학생들도 필수과목인 철학과 혁명사를 왜 배우는지 모르겠다며 투덜거리기 일쑤라고 한다. 영어단어 외우기도 바쁜데, 하면서….
북은 늘 모범을 세우고 그것을 일반화하는 방법으로 사회 전체를 혁신시켜왔다. 두 유자녀학원을 정보화시대 교육의 모범기지로 만들어 북녘 교육계 전반에 새로운 혁신을 가져오자는 것이 아닌가 싶다.
대외적으로는 이를 통해 “북은 어떤 체제 변화 없이 오히려 이북식의 제도를 더욱 강화해 갈 것이다” 는 뜻을 전하려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김정은 원수 스스로부터 부인을 대동하고 현지지도를 다니는 등 새로운 혁신과 시도를 많이 하고 있어 사실 남한에서도 그렇지만 중국의 일부 학자 등도 북이 중국식의 개혁 개방으로 나서려는 것 아닌가 하는 추측을 자주 내놓고 있었다. 이에 대해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공개적인 대답을 한 셈이다.
편지의 내용을 잘 분석해 보면 명백히 이북식 제도를 더욱더 강화하겠다는 뜻이 곳곳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북이 개혁개방에 나설 것이라는 전제로 대북정책을 수립한다면 또 성과 없이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 편지에 나타난 김정은 원수의 기질
이번 편지를 통해서 김정은 대장의 능력과 기질을 다시 엿볼 수 있었는데 특히 매우 치밀한 사고력을 가졌다는 점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이어 북의 전반 사업을 지도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교육과 같은 장기적 과제 말고도 점검해야 할 분야가 한둘이 아닐 것이다. 더군다나 그 어느 때보다 북미 대결전이 격화되고 있는 시점이기에 국방분야 등 총력을 집중해야 할 분야가 많았을 것이다. 김정은 원수의 최전방 판문점, 무도와 장재도 방문만 봐도 그 긴박성을 잘 알 수 있었다. 실탄 종합 사격 훈련지도도 있었고, 공군, 로켓사령부, 해군, 특수군 등 각각의 여러 군종들에 대한 개별 방문지도도 진행했었다.
경제 분야에 있어서도 지방 생필품 공장까지 꼼꼼히 다니며 아이들 장난감에 학생들 볼펜까지 세심히 살피고 다녔다.
특히 만경대 유희장, 릉라도 물놀이장, 민속공원 등 주민들 유희시설에 대한 지도도 숨 가쁘게 진행했다. 2012년 강성대국의 면모를 완성하여 세계 앞에 떳떳하게 공개하려는 의지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와중에 백년대계라는 교육 분야에 대한 지도도 여러 차례 진행했으며 12년 무상교육 법령 발포에 이번 유자녀학원 편지까지 공개한 것이다.
이번 편지의 내용도 살펴보면 혁명전통, 사상, 현대과학기술의 토대인 수학, 과학 교육의 중요성, 외국어 교육, 컴퓨터 활용능력, 음악, 체육교육에 학생과 교원의 생활 기풍과 자세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빠진 것이 없다. 정말 치밀하게 경중과 선후차를 따져 강조하고 있다.
남한 국군 연구원이 분석한 결과 연평도 포격전의 치밀한 기획에 대해 감탄을 금치 못하고 그 기획자와 통일되면 술 한 잔 하고 싶다고 소회를 밝힌 바 있는데 그 연평도 포격전 치밀한 기획도 김정은 원수가 했던 것이라고 한다. 그 치밀성이 이번 편지에서도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글이 매우 통속적이어서 읽기 쉽고 선동적 표현도 때로는 과감히 사용하는 등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형식을 ‘편지’로 한 것 같다. 결국 김정은 원수는 어느 틀에 구애됨이 없이 다종다양 형식의 글을 목적에 맞게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 따라서 남북, 북미 관계에 있어서도 새로운 시도나 예상 밖의 제안들이 나올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 (2012. 10. 17 청계산에서 이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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