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냐 통일이냐
[분석과 전망] 북미대결의 최종국면에 도달한 현 정세의 성격
한성 기자
기사입력: 2012/10/18 [23:47] 최종편집: ⓒ 자주민보
[다음은 지난 5월 10일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등의 혐의로 구속되어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중인 자주민보 한성 기자가 편지로 보내온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_편집자]
북미대결전이 심상치가 않다. 여느 때와 달라도 심각하게 다르다. 남도 북도 쉬지 않고 호전적이다. 단순한 긴장계선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슬쩍 건드리기만 해도 터지고 말, 일촉즉발의 형국이다.
현 시기 전개되고 있는 북미대결전은 북미 간 군사대결전으로서의 뚜렷한 양상을 띠고 있다. 아울러 부분적인 것이 아니라 총체적이라는 특징까지도 또렷하게 내보이고 있다.
집중해야 되는 정세구성의 가짓수는 총 세 가지이다. 북의 8.31외무성비망록이 하나이며, 또 하나는 10월 7일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이며 북방한계선(NLL)을 월선한 꽃게잡이 배를 총포탄으로 쏴 퇴각시킨 9.21경고사격이 마지막 하나이다.
현 시기 북미대결전 정세를 제대로 규정하고 전망하자면 이 세 가지의 정세지점에 분석역량을 총집중해야 한다. 미국과 한국의 정부당국도 다르지가 않다. 연합뉴스 9월 24일자 보도에 따르면 한미 양 당국은 북이 양국의 대선을 앞두고 도발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그 도발 유형으로 ▲핵실험 ▲미사일 발사실험 ▲국지전을 제시했다. 이는 한미 양 당국 또한 현 시기 북미대결전을 총체적인 군사대결전으로 그리고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주고 있는 것이다.
북미핵대결전 - 대북적대시정책과 핵억제력 강화
북핵문제는 이제 더 이상 한반도 비핵화문제가 아니다.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출범했던 6자회담이 이미 오래 전에 파탄 났다는 것은 곳곳에서 확인된다. 2008년 12월 이후 6자회담을 입에 올리지 조차 않는다. 6자회담을 회생시켜 낼 의지가 전혀 없는 것이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북의 핵보유를 사실상 인정했다.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냈던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차관보에게서 확인했다며 10월 8일자 지지통신이 보도한 내용이다.
북핵문제가 한반도 비핵화라는 영역에서 벗어난 것은 북이 지난 4월 개정된 헌법에 핵보유국을 명시하게 됨으로써 비롯된 일이다. 핵보유국 명시 이후 북이 북핵문제를 어디로 끌고 가려는 지를 가늠케 해주는 정세지점이 있다. 8.31외무성비망록이 그것이다. 8.3외무성비망록의 핵심은 북이 미국에 ‘선 대북적대시정책 포기’를 요구했다는 것이며 그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핵억제력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는 것이다.
북이 말하는 핵억제력 강화는 우라늄을 이용한 3차 핵실험을 의미한다. 북이 실제로 우라늄 핵실험을 하게 되면 북핵문제는 그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꾸게 된다. 북핵문제가 핵확산 문제로 되면서 북핵문제는 비핵화의 범주를 한반도가 아니라 세계를 포괄하는 문제로 되게 되는 것이다. 세계비핵화문제로 성격전환을 하게 되는 것이다.
북이 아직 핵실험을 하지 않은 조건에서 북핵문제의 현 주소는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세계비핵화 문제의 정중앙쯤이다. 미 조지아대 박한식 교수는 북핵문제가 이미 세계비핵화문제로 접어들었음을 주장하고 있기는 하다. 북미가 ‘글로벌 비핵화’문제로 접근하여 북핵타결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8.31외무성비망록의 논리에 따르면 북은 머지않아 핵억제력 강화 즉 핵실험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개정된 한미미사일지침에 따라 미사일 사거리를 300km에서 800km로 늘린 것에 대해 북이 10월 10일 외무성대변인담화를 통해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정책의 산 증거’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새미사일지침’을 북은 핵억제력 강화의 명분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이다.
북핵문제와 관련하여 8.31외무성비망록 만큼이나 관심을 돌려야 할 것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나칠 수 없는 것은 지난 9월 7일 모스크바 핵군축 및 전파방지에 관한 국제회의에서 북 외무성 군축 및 평화연구소 단장이 한 연설이다.
연합뉴스 9월 17일자 보도에 따르면 북 연구소 단장은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CTBT)이 현실에서 생활력을 발휘하려면 그 전제가 마련되어야 한다”면서 그 전제 중에 “특히 미국이 군비증강책동을 시급히 중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CTBT는 1996년 6월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조약으로서 발전용 또는 실험용 원자로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로 지명된 44개국 모두가 비준해야 발효되지만 북은 인도, 파키스탄 등과 함께 불평등 조약이라며 비준을 미루고 있다. 연설을 통해 북이 강조하려고 한 것은 미국이 ‘핵전쟁 근원을 완전히 청산’하지 않는 한 핵실험을 하게 될 것임을 국제적으로 알리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모든 것들은 북미 핵대결전이 또 다시 치밀하게 전개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들이다.
북미 미사일 대결전 - 800km미사일과 미 본토타격 미사일
한미의 ‘새미사일 지침’에 대한 북의 반발은 강력했다. ‘새미사일 지침’발표 이틀 뒤인 9일에 국방위원회 대변인 성명을 필두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담화에 이어 10일에는 외무성대변인 담화도 나왔다. 반발내용에 주목이 가는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새미사일 지침’에 대해 북이 정세안정을 위해 기울여왔다는 모든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대화와 협상의 기초를 허물어 버린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북이 그 동안 ‘장거리미사일 발사자제’를 포함하여 자제를 해 왔다는 사실이다.
다음으로 ‘새미사일 지침’에 대해 북이 자신들에 대한 선제공격 선포로, 전면전의 도화선에 불을 당기려는 노골적인 도발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북이 ‘새미사일 지침’에 대한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으로 된다.
“괴뢰들의 본거지뿐만 아니라 신성한 우리조국 땅을 강점하고 있는 미제침략군기지들은 물론 일본과 괌도, 나아가서는 미국본토까지 명중타격권에 넣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숨기지 않는다”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다. 국방위원회 대변인 성명에서 언급된 것이어서 더 주목된다. 이는 ‘새미사일 지침’에 대한 북의 대응이 미국을 정확히 겨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것은 이어 대단히 구체적인 내용으로 진전된다.
“지금까지 미국은 우리의 평화적인 위성발사도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것이기 때문에 막아야한다고 억지를 부리면서 제재소동을 고취하여 왔지만 이제는 우리가 군사적 목적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단행하여도 할 말이 없게 되어 있다”고 말함으로써 ‘군사적 목적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즉,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시험을 단행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새미사일 지침’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책인 셈이다.
한미의 ‘새미사일 지침’에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 러시아까지 우려 입장을 표했다는 것은 주목할 사안이다. 미사일을 둘러싸고 한·미·일 대 북·중·러 라는 대립구도가 또 다시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그 대립구도는 한반도에 긴장이 최고조에 이를 때면 만들어지곤 했던 동북아 정세의 대표적인 지형 중에 하나이다. 그 대립구도가 특별히 주목되는 것은 북이 ‘군사적 목적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단행’했을 때 그 대립구도의 유지여부 문제 때문이다.
한미가 미사일 사거리를 800km로 늘인 것 그리고 이에 미본토타격 미사일로 맞서겠다는 북의 위협 등이 한반도를 얼마나 긴장시킬 것인지에 대해서는 미국 전문가들도 거들고 나섰다. 연합뉴스 10일자 보도에 따르면 제임스 마틴 비확산연구센타의 제프린 루이스 연구원은 동북아의 안보 역학관계를 악화시킬 것이라며 특히 “장거리미사일개발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해충돌 - 벌컨포와 서북도서 기습강점
한반도의 긴장상황은 핵과 미사일에 이어 서해에서도 끊임없이 확인되고 있다.
지난 9월 21일 우리 군 당국은 북의 꽃게잡이 배가 NLL을 넘어 조업을 했다면서 수십 발의 벌컨포를 쏴서 쫓아냈다. 어선 월선을 “우리들의 강경대응을 유도해 기습도발의 명분으로 삼으려는 것”으로 규정한 것에 따른 군사적 조치였다.
서해긴장을 의도적인 것으로 보는 것은 북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를 극도로 자극하여 무장충돌과 같은 충격적 사건을 일으킴으로써 파멸의 운명에서 벗어나며 위기국면을 역전시켜 보수정권을 연장해보려는 계획적인 도발”이라고 못을 박았다.
이것들은 서해긴장을 대선국면과 결부시켰을 때 나오는 입장과 태도들이다. 하지만 서해긴장은 그 내용 속으로 들어가 보면 대선용으로 의도된 것에서 벗어나 전면전의 징후로 될 만한 수많은 요소들을 적지 않게 포괄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10월 4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북은 최근 5~6차례 이상 서해는 물론 동해에서까지도 지대함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정부당국에서는 NLL이남 해상에서 초계활동을 펼치는 해군함정을 겨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은 백령도와 연평도와 가까운 이북지역에 사거리 46km의 ‘스틱스’와 사거리 83~95km의 ‘실크웜’ 지대함 미사일을 배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의 미사일 발사 중에서 9월 27일 건은 유독 주목을 받았다. 그 하루 전 날이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긴급외교안보장관회의를 연 날이었던 것이다. 이 대통령은 그 회의에서 북 어선의 NLL 월선을 계획적인 도발행위로 규정했으며 도발시 강력하게 응징한다는 원칙을 확인했었다.
주목되는 것은 더 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10월 8일 정승조 합참의장은 국회국감장에서 북이 서북도서를 기습 강점할 가능성이 있다는 놀랄만한 발언을 했다. 정 합참의장은 북이 올 여름 하계훈련 때 정규전 잠수함과 침투형 잠수함을 동원해 활발하게 훈련한 것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정 합참의장은 그 대비책으로 “강점당하지 않을 시뮬레이션을 했고, 합동 전력을 동원한 훈련했다”며 “강점당했을 때의 격퇴계획도 마련해 놓았다”고 밝혔다. 정 합창의장은 이 자리에서 아울러 “전시에 북한의 핵사용 임박징후가 포착되면 선제타격까지 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선제타격론’을 언급해 주목을 끌었다.
서해에 조성되고 있는 이러한 전반 긴장들은 급기야 정치권을 긴장시켜 놓기에 이르렀다. <선거에 이기기 위한 수구세력의 북풍‘몰이가 전면전으로 번질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 경선후보가 내놓고 있는 현 정세규정이다.
이 후보는 10월 9일 대전의 한 유세현장에서 ▲이명박 정부가 서해에서 민간어선을 향해 경고사격을 하고 미사일을 실전처럼 장착한 전투기를 출격시키고 선제공격을 거론한 것 ▲신임 주한미군사령관이 1년 만에 4차례나 연평도에 방문하고 핵항모 함대를 두 대나 한반도 인근에 배치한 것 ▲북이 불꽃만 튀어도 전면전을 하겠다고 경고한 것 등을 예시하며 그렇게 밝혔다.
현 시기 정세구도의 성격 - 전쟁이냐 통일이냐
현 시기 북미대결전에서 부각되어 잇는 세 가지의 정세지점을 개괄해 본 것에 따르면 현 시기 북미대결전은 이전시기 때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띠고 있음이 뚜렷하게 확인된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북미대결전에서의 중핵적인 전선들 모두 다가 한꺼번에 가동되고 있다는 것이다. 북미 핵대결전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 터에 여기에 미사일을 둘러 싼 전선이 겹쳐지고 있는가하면 이것만으로도 부족하다는 듯이 서해를 중심으로 군사적 대결징후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 시기 북미대결전은 아울러 세 개의 전선 모두에 걸리고 있는 긴장 정도가 최고조라는 특징 또한 가지고 있다.
북미 대결전에서 주요 전선들이 긴장을 최고조로 높인 채 동시에 가동되고 있다는 것이 의미해주고 있는 것은 정확히 딱 한가지이다. 반세기 넘게 지속되어 왔던 북미 핵대결전과 북미 미사일 대결전 그리고 서해에서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 이 모든 것들은 북미대결전이 최종국면에 도달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징후들인 것이다.
그 징후둘에서 북미대결전의 최종국면이 전쟁으로 될지 아니면 통일로 이어질지에 대한 단서들을 찾아낸다는 것은 현재로서는 쉽지가 않다. 한미 양국의 대선 결과 등 정세가 조금 더 진전되어야 만이 알 수 있는 것들인 것이다. 분명한 것은 종식의 최종단계에 진입한 북미 대결전이 전쟁이냐 통일이냐를 놓고 팽팽하게 전개될 것이라는 것이다.
한반도 정세가 극도로 긴장할 때 정세분석가들은 흔히 ‘전쟁이냐 평화냐’로 정세분석틀을 제시한다. 그렇지만 한반도에서 평화는 한반도의 전쟁이 완전히 종결되지 않은 조건에서 조성되는 것이니만큼 외양만 그럴듯할 뿐 속성에 있어서는 전쟁의 또 다른 범주이다. 이것은 반세기 넘는 동안 북미 대결전이 역사적으로 명료하게 알려주고 있는 과학적 총화이다.
6.25전쟁을 중단시킨 53년 7월 27일의 정전협정으로 인해 한반도의 지금까지 정전상태에 있었던 것이지 평화상태에 있었던 것이 아니다. 전쟁의 끝이 평화라는 일반적인 등식이 한반도에서는 성립되지 않는다. ‘전쟁이냐, 평화냐’라는 정세분석틀은 따라서 틀렸다.
분단된 조건에서 평화는 제 아무리 무르익어도 통일의 조건들을 숙성시키지 못한다. 1972년 7월 4일, 조국통일의 3대원칙이라고 불리워지는 7.4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된 이래 지금까지 남북 사이에 이루어졌던 수많은 통일 구상들은 세상에 나오기만 했을 뿐 아직까지는 제대로 실현된 것이 없다. ‘민주정부 10년’에 나왔던 6.15남북공동선언, 10.4선언이 지금껏 사문화되어있는 것은 남북 간의 통일구상들을 밑받침해 주고 있었던 것으로 여겨지고 평가되었던 평화들이라는 것이 기실, 통일의 조건과는 크게 관련이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분단은 분단체제에서 조성되는 모든 긴장과 대립이 ‘전쟁이냐, 평화냐’가 아니라 ‘전쟁이냐, 통일이냐’라는 대립구도를 구성하는 요소들이라는 것을 강제하다. 현 시기는 ‘전쟁이냐, 통일이냐’이다.
이정희 후보가 10월 8일 대전 유세에서 현 시기의 정세를 단순히 ‘북풍’몰이에 국한시켜 보지 않고 전면전이 우려되는 위험천만한 상황으로 인식한 데 이어 평화협정체결과 한미동맹해체를 주장하며 “통일로 평화를 실현할 것”이라고 말한 것은 따라서 대단히 의미 있는 자주통일적 관점으로 된다.
북미 핵대결전과 북미 미사일 대결전 그리고 서해에서의 군사적 충돌가능성 등으로 팽팽하게 긴장하고 있는 현 정세는 통일이 아니라면 전쟁으로 전쟁을 막으면 통일로 그 방향을 잡고 급속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청계산에서 2012. 10. 15 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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