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보다 돈을 중시하는 한국 자본주의의 맨 얼굴
[침몰하는 대한민국] ③
백남주 | 등록:2014-05-07 07:40:50 | 최종:2014-05-07 09:04:02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세월호 침몰은 한국 자본주의의 맨 얼굴을 그대로 드러내 주었다. 무한대의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의 탐욕은 ‘효율성’, ‘비용절감’이란 이름으로 포장되어 우리 사회를 지배해 왔다. 이윤추구가 제1의 가치로 된 사회에서 ‘인간’의 가치는 설 자리가 없었다. 비정규직이 넘쳐나고, 사람에 돈을 쓰기 보다는 상품판매를 위한 광고에 돈을 쏟아 붓는다.
정부의 정책도 자본의 이익을 위해 복무한다. ‘경제 활성화’란 이름으로 자본을 위한 규제완화가 시행되고 정부는 재벌대기업에게 각종 혜택을 제공한다. 자본의 이익을 위한 것이 ‘기업이 살아야 노동자(사람)도 살 수 있다’는 논리로 ‘사람’을 위한 것으로 포장된다. ‘노동자가 살아야 기업이 살 수 있다’는 사고는 철저히 배척당한다.
자본의 탐욕을 그대로 체현하고 있는 자본가는 이윤추구를 위해 부도덕한 일도 마다않는다. 각종 비리와 비자금 조성은 자본가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처럼 여겨진다. 사람을 키우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보다 자본가에게는 로비활동이 더 중요하다. ‘도덕’, ‘윤리’라는 가치는 학교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 되어버렸다. 이러한 과정에서 황금만능주의라는 자본주의의 병폐는 우리 사회 전역을 지배하게 된다.
자본의 탐욕이 부른 세월호 참극
이번 세월호의 비극은 이윤을 위해서라면 국민의 안전은 가볍게 무시해 버리는 자본의 탐욕과 본질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세월호 침몰의 원인에 대해 조사가 진행 중이다. 그 원인 중 하나로 선박의 노후화와 무리한 증축으로 인한 무게중심 상승이 지목되고 있다.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은 비용절감을 위해 수명이 거의 다된 중고선박을 일본으로부터 들여왔다. 청해진해운의 세월호 구입비용은 146억원으로 새 선박 구입비용의 1/10 수준이다.
폐기처분되었어야 할 배가 수입될 수 있었던 것은 선박의 운항수명을 완화한 이명박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 덕분이었다. 2009년 이명박 정부는 “고가의 선박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는 명분으로 20년으로 돼 있던 선령 제한을 30년까지 완화했다. 세월호의 경우 일본에서 18년 동안 운행되던 것을 청해진 해운이 사들인 것이다. 선령 규제가 20년에서 30년으로 연장되지 않았다면, 2년의 운항을 위해 세월호를 구입할 이유가 없었다. 비단 청해진해운 뿐만이 아니다. 박주선 의원실에 따르면, 2003년 선령 21년 이상의 여객선이 3척이었으나, 규제완화 뒤 2011년에는 23척으로 증가됐다고 한다.
이윤을 위한 청해진해운의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승객을 더 많이 태우기 위해 무리하게 객실을 증축했고 과적운항을 일삼았다. 그로 인해 요금 수입은 늘어났지만 배 위쪽이 무거워져 ‘복원력’이 떨어졌다. 객실 증축으로 화물 적재량을 줄여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번 사고에서는 3배 이상의 과적이 이뤄졌다. 오히려 선적 무게를 줄이기 위해 배의 균형을 잡는데 꼭 필요한 물인 ‘평형수’를 줄였다. 과적을 했으면 화물이 흔들리지 않게 단단히 결박이라도 했어야 했다. 하지만 결박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당연히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고, 감독이 이루어 졌어야하지만 규제는 계속 완화되어 갔다. 컨테이너 안전검사와 관련해서 현장점검을 해야 하던 것을 사업자 부담이 가중된다는 이유로 자료제출로 대체할 수 있게 하고, 선장이 안전 관련 부적합 사항을 보고할 의무를 폐지하는 등 각종 해상안전 관련 규제가 계속해서 완화되어 왔다.
짙은 안개로 다른 여객선이 출항을 취소했지만 세월호는 유일하게 출항했다. 안전보다는 이윤 감소를 더 걱정한 것이다. 세월호에는 승용차 124대, 1t 22대, 2.5t 이상 35대, 트레일러 3대, 그리고 컨테이너 등 화물 1157t이 실렸다.화물 관련 운임은 대략 7000만원을 웃돌며 여객 운임은 3000만원이 조금 안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1억원이라는 돈이 비극을 부른 셈이다.
‘인간’ 보다 중시되는 이윤추구 행위
세월호는 인간보다 이윤추구가 우선시되는 사회가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우리사회는 인간 보다 기업의 이윤을 더 우선시 해왔다. 끊임없이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 자본에게 ‘인간’이란 한낱 비용과 도구에 불과했다.
세월호 참극의 원인으로 선장이 승객을 내팽개치고 혼자 탈출한 것을 많이들 지적한다. 선장의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나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돌린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세월호는 인건비 절감을 위해 단기 계약직을 대거 채용했다. 승객들의 목숨을 책임져야하는 선장 역시 월급 270만원 받는 1년 계약직이었다. 조타수 3명을 포함해 선원들도 대부분 6개월~1년의 계약직이었다. 언제 회사를 떠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사명감과 책임의식을 얼마나 기대할 수 있을까?
승무원들에 대한 안전교육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청해진해운이 2013년 선원안전교육비용으로 쓴 돈은 고작54만1,000원, 1인당 4,000원이다. 반면 광고선전비로는 2억3000만원을 썼다. 해운관련 협회나 고위공직자를 위한 접대비는 써도 안전교육에는 몇 푼도 쓰지 않는다. 선원들이 기업의 이윤추구 논리에 갇혀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선박운영은 기대하기 어렵다.
나아가 청해진해운은 아르바이트생은 정식 직원이 아니라 장례비용을 지급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여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운데는 아르바이트생 두 명도 포함돼 있다. 승객도 아니고 직원도 아닌 이들 아르바이트생은 도대체 무엇인가? 수백명의 목숨을 앗아갔으면서도 반성은커녕 형식과 절차를 따지고 있는 자본의 모습에 국민들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이동통신사들이 죽은 아이들이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해약할 때 위약금을 내라고 한 사실도 알려졌다. 유가족을 포함해 전체 국민들은 아연실색 할 수밖에 없었다. 비판 여론이 거세자 이동통신 3사는 뒤늦게 통신비 감면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국민들은 우리사회의 단면을 또렷이 확인했다.
책임의식은 없이 돈 벌이만 집착하는 자본가
세월호 사건은 사회지도층을 자처하는 자본가들의 본성을 드러내주고 있기도 하다.
4월 17일 청해진해운의 김한식 대표가 사과를 했지만 김 대표는 최대주주가 아니다. 실제 회사 지배구조의 정점에는 유병언 세모 전 회장이 있다. 하지만 유 전 회장은 그동안 세월호의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경영에는 관계한 적이 없어 법적인 책임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유 전 회장은 아무런 직책도 없이 청해진해운으로부터 억대 연봉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2007년 유 전 회장의 두 아들이 청해진해운의 지분을 인수한 후 매달 5백만 원씩의 월급이 유 전 회장에게 지급되었다. 2010년 김한식 대표가 취임한 뒤에는 월급이 1000만 원으로 뛰어올랐다.
SBS의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청해진해운의 전 직원은 대부분의 사업들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입에서 나오는 대로 그대로 진행된다며 “선박 개조고 뭐고 모든 부분을 유 회장의 지시에 의해서 손끝에서 이루어진다”고 말하고 있다. 선장이 ‘안된다’고 하면 그 사람은 찍힌다고 한다.
이렇게 청해진해운과 유 전 회장의 직접적인 관계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데도 유 전 회장은 국민들 앞에 속죄를 해도 모자랄 판에 이번 사건과 선을 긋는 데만 급급하다. 책임 있는 모습은커녕 사고 이후 모습을 감춘 상태다.
반면 유 전 회장은 돈을 버는 일이라면 부도덕한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정치권 로비는 기본이다. 유 전 회장의 전 측근 ㄱ씨는 4월 23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유 전 회장은 정치인을 상대로 로비를 했다”며 “회사 돈을 사과박스 2개에 가득 채워 유 전 회장에게 직접 전달한 적도 있다”고 했다. 한편 유 전 회장 일가는 청해진해운과 관련 회사들의 지분 상당량을 회사 임직원 명의로 차명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탈세와 각종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서다.
이는 유 전 회장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자본의 탐욕을 그대로 체현하고 있는 것이 자본가의 본 모습이다. 설령‘착한 자본가’가 있다 하더라도 그는 사회적 경쟁 속에서 뒤처지고 만다. 자본가에게 ‘윤리’, ‘도덕’을 요구하는 것은 한가한 소리에 불과하다. 그들이 이야기 하는 ‘윤리경영’, ‘책임경영’ 등은 이윤이 보장 될 때만 가능한 구호다. 이윤 획득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언제든 위 구호들은 헌신짝처럼 버려지고 만다.
황금만능주의가 만연한 우리사회
이러한 사회분위기다 보니 온 사회가 황금만능주의와 물신주의에 빠져있다. ‘돈이면 다 된다’는 생각이 사회를 지배한다. 돈이 곧 힘이 되었고, 인간의 가치를 결정하게 되었다. 많은 국민들이 ‘과연 강남에 부유층 자제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사고가 났다면 과연 구조작업을 이렇게 했을까’라며 분통을 터트리는 이유도 당연해 보인다.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도 우리사회의 물신주의, 황금만능주의가 여실히 드러났다. 인간의 목숨을 좌지우지 하는 구조작업에도 ‘돈’ 문제가 개입한다.
현재 세월호 침몰 현장 구조활동은 민관군 합동구조팀이 벌이고 있는데 민간 구조팀은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언딘)'이 독점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해경이 언딘에 특혜를 제공한 것이라는 의혹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배가 침몰하는 상황에서는 가장 가까운 구난업체에 긴급 구난지시를 해야 함에도 경기도 판교에 있는 언딘에 일을 맡겼다는 것이 의혹 중 하나다. 구조활동을 독점하고 있는 언딘은 구조활동 비용은 정부에서, 향후 인양을 하게 될 경우는 보험사 또는 선주로부터 비용을 받게 된다. 만약 이러한 의혹들이 사실이라면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인명구조까지 금전관계, 비즈니스 관계로 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인명구조보다는 보험금 문제에 신경 쓰느라 구조작업이 늦어졌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선장이 사고발생 후 처음으로 통화한 것이 청해진 해운이었다. 청해진 해운 측은 퇴선명령을 내지지 않는데, 그 이유가 회사 과실로 사고가 난 사실이 드러나면 보상금이 감액되기 때문이란 것이다(뉴스1, 2014.04.26).
심지어 4월 30일 YTN은 청해진해운이 보험금을 타기 위해 세월호를 고의로 침몰시켰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실제 청해진해운의 전신인 온바다해운은 2001년 보험금을 타기 위해 여객선을 고의로 침몰시켰다는 의혹에 휩싸였었다. 온바다해운은 당시 선박가격보다 높은 총 51억원의 보험금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114억원 상당의 선체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진 세월호에도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아래는 세월호 침몰사고로 딸을 잃은 한 분이 SNS상에 올린 글이다.
“사랑하는 딸이 내곁을 떠났습니다. 얼마전 우연히 세영이폰에서 20문20답을 보았습니다. 문: 다음 세상에 다시 태어난다면? 답 : 부잣집에서 태어나고 싶다. 세영아 다음 세상엔 꼭 좋은 아빠만나서 행복한 삶을 누리기 바란다.”
우리들은 이 아이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 줘야 하나? 이 아버지의 심정은 어땠을까?
자본의 탐욕이 계속되는 한, 물신주의‧황금만능주의가 팽배해 있는 한, 자본의 탐욕을 지원하고 오히려 물신주의를 조장하는 정부하에서 세월호와 같은 사고는 언제든 다시 우리를 찾아오게 될 것이다. 이 시간에도 정부는 건설자본을 위해 수직증축 리모델링 등 안전을 무시하고 규제완화를 강행하고 있지 않은가.
경제성장률 수치, 국민소득이 얼마니 하는 것으로 그 나라를 평가할 순 없다. 돈으로 그 사람을 평가할 수 없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돈 보다 사람이 우선시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백남주 상임연구원 / 우리사회연구소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news/mainView.php?uid=3338&table=byple_news
评论
发表评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