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KBS의 생얼 그대로 드러나다

[김창룡의 미디어창] 이제 KBS는 국민의 방송으로 돌아와야 한다 입력 : 2014-05-11 05:42:00 노출 : 2014.05.11 08:56:28 김창룡 인제대 교수 | cykim2002@yahoo.co.kr KBS 이대로는 안된다. 인간은 고난을 당해보면 그 사람의 본질이 나타난다. 회사라는 조직도 위기를 당해보면 어느 정도 내구력이 있는지 혹은 위기관리능력이 있는지 알 수 있다고 한다. 틈만 나면 ‘국민의 방송’이라던 공영방송사 KBS가 ‘세월호 재난’을 맞아 얼마나 ‘권력의 방송’으로 전락해 시청자를 우롱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재난주관방송사로 지정된 KBS는 세월호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의 불신과 분노의 대상이 됐다. 급기야 이들은 청와대와 KBS를 오가며 항의하게 됐다. 자식을 잃은 아픔으로 심신이 지친 이들이 얼마나 답답하고 분했기에 방송사를 향해 분노의 목소리를 높였을까. 문제는 KBS의 사장이 사과하고 보도국장이 사의를 표명하는 과정에서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KBS의 생얼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사실이다. 기자회견에서 밝힌 김시곤 KBS 보도국장의 발언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중대한 폭탄선언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빚은 끝에 사의를 표한 김시곤 KBS 보도국장이 5월 9일 JTBC와의 인터뷰에서 “길환영 사장이 평소에도 끊임없이 보도에 통제를 가했다”고 폭로했다. JTBC는 김 국장의 전화 인터뷰 내용을 전하며 “김 국장은 ‘길 사장과 같은 언론가치관을 가진 사람이 방송사 사장이 되어선 안된다. 길 사장은 세월호 사건뿐 아니라 평소에도 끊임없이 보도를 통제했다. 한 예로 윤창중 사건을 톱뉴스로 올리지 말라고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방송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방송사 사장의 보도제작, 편성의 자율권을 침해했다는 비밀을 다른 사람이 아닌 보도국장이 직접 공개적으로 발언했다. KBS 사장은 왜 이런 방송법까지 위반하면서 수시로 방송제작에 관여한 것일까. 역시 김시곤 국장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길 사장은 대통령만 보고가는 사람이다. 당연히 권력은 (KBS를) 지배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만 국민의 방송이었지 실제로는 대통령의 방송이라는 주장이다. KBS 보도국장의 이런 공개적인 발언에 대해 당사자인 사장은 반론을 내놓지 않았지만 정황상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김 국장은 결론을 이렇게 내리고 있다. “언론에 대한 어떠한 가치관과 신념도 없이 권력의 눈치만 보며 사사건건 보도본부의 독립성을 침해해 온 길환영 사장은 즉각 자진 사퇴해야 한다. KBS 사장은 언론 중립에 대한 확고한 가치관을 지닌 인사가 돼야 한다.” 길환영 KBS 사장이 지난 9일 오후 유가족들이 모여 있는 서울 청운동주민센터를 방문해 김시곤 KBS 보도국장 발언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김 국장의 사임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사진=강성원 기자 간판만 ‘국민의 방송’으로 내세운 KBS가 얼마나 철저하게 권력의 대변인 역할에 충실했는지 KBS 사장과 그 사장을 최지근 거리에서 보좌했던 보도국장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방송사가 정치적 판단을 내리고 권력과 밀착하게 되면 시청자 우롱은 필연이다. 오죽하면 KBS 기자들은 ‘기레기중에 기레기’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겠는가. KBS 집단 전체가 수치스러워해야 할 사안이다. ‘관영방송’ KBS의 굴욕과 수치는 이미 이명박 정부에서 낙하산 사장을 투입하면서 본격화됐다. KBS 안에는 굳이 낙하산이 아니더라도 내부에서 선발해도 낙하산 그 이상의 낙하산 역할을 할 인사가 줄을 서 있다. 이명박 정부때 김인규 KBS 사장은 언론의 편집권 독립 원칙을 무시하고 공영방송 사장의 역할을 왜곡하는 ‘망언’을 했다. 김 사장이 일선 취재부서에 직접 전화해 특정 뉴스 삭제를 사실상 지시한 것에 대해 비판 여론이 일자 “최종적인 게이트키핑 과정에 사장도 얘기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이것 역시 방송사 사장이 제작, 편성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공영방송사 사장을 청와대에서 사실상 임명하기 때문에 사장은 국민, 시청자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오직 대통령, 청와대만 쳐다보고 있다는 것이 바로 KBS 보도국장의 하소연이었다. 그게 현실이다. 불신과 분노의 대상으로 전락한 KBS는 앞으로도 현재와 같은 보도행태를 되풀이 하며 시청자를 우롱할 것이다. 대통령의 방송, 권력의 애완견으로 전락한 KBS를 바로 잡는 일은 시청자 주권을 확립하는 일이고 공영방송사에 제자리를 찾아주는 일이다. 세월호 사건의 KBS 오보와 KBS 경영진의 망언은 이미 공영방송의 존재감을 스스로 없애버렸다. KBS 기자들의 반성문이 이어지고 있다는 현실이 이미 KBS 사장과 경영진은 물러가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길 사장은 김 국장만 사퇴시키는 선에서 이 사건을 마무리해서는 안된다. 더 이상 청와대의 지시만 기다려서도 안된다. 스스로 물러나기 싫다면 시청자들은 힘을 모아 현재의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치사장을 쫒아내야 한다. 수신료 인상은 천부당만부당한 소리다. 더 중요한 것은 제2, 제3의 권력추종 사장이 자리에 자리에 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 현재의 사장 선임방식으로는 누가 와도 다시 길사장의 길을 되풀이 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KBS 사장을 선발하는 KBS 이사회 구성을 철저하게 정당추천제를 만들어 집권당이 좌우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국회가 나서야 한다. 국회가 만든 법에 따라 이사회 구성을 정당이 추천하는 정치적 인사들로 채우다보니 원천적으로 정치적 중립, 방송독립을 불가능하게 만들어놓았다. KBS 이사들에게 마치 정당의 공천권을 주듯이 정당의 이익을 대변하는 인사들로 구성해놓았다. 비극은 여기에 있다. 이들이 시청자들을 우롱하는 사장을 고르고 골라서 모셔온다. 정치과잉시대에 공영방송사의 추락은 아직 끝이 보이지않는다. 정치가 행정을 지도하는 것이 아니라 지배하게 되면 그 비극의 결과물은 시청자들일 수 밖에 없다. 누가 또 다시 세월호 유가족, 실종자 가족들처럼 청와대와 KBS를 오가며 눈물을 뿌릴 지 알 수 없어 더욱 안타깝고 서글프다. 칼자루를 쥔 반성없는 정치권의 각성이나 기다려야 하는 현실이 공허하다. 그래도 언젠가 KBS가 국민의 방송으로 되돌아 올 수 있기를 바라는 희망의 끈을 놓치고 싶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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