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협정체결, 한반도핵철수, 미군철수

<분석과 전망>북이 제시하는 케네스 배 석방의 세 가지 조건 한성 기자 기사입력: 2013/07/11 [14:18] 최종편집: ⓒ 자주민보 ▲또 다시 부각되고 있는 미국인 케네스 배 북에서 미국인의 범죄가 발생하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아주 적은 일 또한 아니다. 잊을만하면 생겨나서는 세계의 이목을 끌고는 했다. 북에서의 미국인 범죄문제는 언제라도 북미간의 정치적 흥정물로 되었다. 해결되기까지의 과정이 정치 이벤트였던 것이다. 그 이벤트는 정해진 매뉴얼에 따르는 것인 듯했다. 북에서 미국 범죄자 체포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것이 그 출발이다. 다음 과정에서의 기본은 미국의 고위급 인사가 나서서 방북을 결행하는 것이다. 2009년에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었고 2010년에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었다. 대통령 출신이 아닌 경우도 물론 있었다. 그렇지만 방북인사가 고위급인사인 것에는 변함이 없었다. 미국의 고위급 인사는 북에게 미 대통령의 메시지를 직간접적으로 전하게 된다. 메시지가 없는 경우도 물론 있었다. 이벤트의 마지막은 세계언론의 주목을 받는 가운데 미국의 고위급 인사가 미국인 범죄자를 데리고 미국으로 돌아가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마치 한편의 극적인 드라마 같은 느낌을 세계인들은 받았을 것이었다. 세계가 그 이벤트에 흥미를 보였던 것은 그 이벤트에서 자국민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가를 시위하는 미국의 애국주의 때문이 아니다. 북미가 미국인 범죄를 놓고 서로간의 적대관계를 청산할 수 있는 계기를 연출해가는 모습이 세계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것이다. 대결국면에 있었다면 대결국면을 끝낼 수 있는 계기로 되었으며 대화국면에 있었다면 대화의 질과 수준을 더 높힐 수 있는 계기로 역할을 했던 것이 북에서의 미국인 범죄문제 해결과정이었던 것이다. 북에서의 미국인 범죄가 북미간의 적대관계의 산물이면서도 그것이 적대관계의 청산을 불러오는 계기로서의 역할 또한 동시에 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역설적이다. 북에서의 미국인 범죄를 둘러싸고 만들어졌던 이때까지의 모든 이벤트는 그러나 특별한 성과를 남긴 것이 없다. 말 그대로 이벤트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에 대한 고려가 깊게 이루어지기라도 했던 것일까? 북이 몇 달 전에 미국인 케네스 배를 범죄자며 대대적으로 보도를 하기는 했지만 케네스 배가 미국으로 되돌아가는 석방극은 연출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케네스 배는 몇 달 째 특별교화소에서 복역하고 있어야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케네스 배는 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가 나섰다. 조선신보가 방북해서는 북 특별교화소에 복역 중인 케네스 배의 단독 인터뷰 기사를 보도한 것이다. 지난 3일이었다. 교화소에서 생활하는 사진까지 여럿 곁들여지는 등 조선신보의 인터뷰는 세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사람들은 북이 조선신보에 교화소에 있는 케네스 배의 인터뷰를 허용한 것을 두고 미국과의 대화를 모색하기 위한 것이라고 관측했다. 틀리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다 맞다고 할 수 도 없었다. ▲케네스 배는 대화국면에 가속작용을 할 것인가? 북미대결전이 대화로 가닥을 잡은 것은 분명하다. 5월부터 그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었다. 한미정상과 한중정상회담을 거치면서 북미대화국면은 보다 확고한 모습으로 다가들어오고 있다. 언론들은 북핵문제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대화와 협상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고 묘사하고 있다. 이 정도라면 이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정세의 흐름이 만들어진 것이라 할 만하다. 거역할 수 없다는 것도 당연하다. 일견 모지름을 쓰는 듯 했던 우리당국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정세의 그 흐름에 올라탔다. 남북당국회담이 무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 실무회담이 성사된 것이 그것을 반영한다. 북이 케네스 배의 인터뷰를 조선신보를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를 한 것을 두고 단순히 미국과의 대화재개를 위한 것으로만 볼 수 없는 것은 이 같은 정세의 흐름 때문이다. 지금 시기에 케네스 배의 부상은 대화국면이 확고하게 예견되고 있는 조건에서 이후 열리게 될 대화국면을 북이 빠른 속도로 끌어가기 위한 전략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북이 케네스 배를 대화국면으로 진입을 하는 계기로 삼는 것이 아니라 진입한 대화국면에 동력을 붙이는 계기로 삼으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신보의 10일 보도가 주목되는 이유이다. "4년 전의 구두 메시지가 빈말로 그치게 된 현 대통령이 조선 측의 신뢰를 얻자면 역대 정권이 고집해온 대북 적대시 정책을 대담하게 버릴 수 있음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 조선신보는 '수감자 석방의 조건은 적대시 정책 포기'라는 제목의 글에서 그렇게 주장했다. 북의 의도는 보다 선명했다. 말은 필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미국에게 주문하고 있다. 결국 케네스 배와 관련된 정치적 이벤트는 오바마 대통령의 메시지 같은 것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실물적인 행동 즉 적대정책의 폐기를 그 내용으로 해야된다는 것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적대정책 폐기에 대한 행동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매뉴얼처럼 보인다. 일방적으로 북이 제시하는 매뉴얼인지 아니면 미국과 공동으로 작성한 매뉴얼인지는 알 수가 없다. 알 필요 또한 없기는 하다. 그렇지만 모양새는 미국에 대한 북의 주문이 아니라 강박처럼 보이기는 한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제시하라는 것이 평화협정체결, 한반도핵철수, 미군철수와 관련된 것인가? 그렇다면 북이 미국에게 말이 아닌 행동을 보이라면서 구체적으로 주문 혹은 강박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 것인가? 정세분석가들은 그에 대한 답을 어렵지 않게 금새 찾아냈다. 노동신문 10일자 '조선반도의 공고한 평화보장을 위한 조건과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라는 제목의 개인필명 논설에서이다. "미국이 우리와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남조선에서 모든 핵무기와 미군을 철수시켜야 한다" 논설이 “세계평화를 수호하려면 핵전쟁의 발화점으로 되고 있는 한반도에서 전쟁위험을 가셔야 한다”고 강조를 하고 난 뒤 그것을 위한 방도라면서 제시한 내용이다. 평화협정체결, 한반도핵철수, 미군철수 등 이것은 흔히 북미대결전에서 북이 근본문제라고 규정하고 있는 문제들이다.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폐기에서 진수들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언급들을 일러 원칙적인 입장의 표명이라고 흔히 표현하곤 한다. 그렇지만 전반정세의 흐름은 북이 지금 주장하고 있는 평화협정체결과 한반도핵철수 미군철수 등이 원론적인 입장의 반복이나 강조가 아니라 매우 구체적인 주문일 수도 있을 것임을 상기시키고 있다. 북 특별교화소에 복역 중인 미국인 케네스 배 석방의 조건으로 제시한 적대정책의 폐기의 구체적인 내용들로 되는 것이다. 케네스 배의 석방의 조건으로 북이 대북적대정책 폐기를 제시한 것과 관련해 미국이 어떻게 반응하게 될지 세계는 주목하게 될 것이다. 북에서의 미국인 범죄자를 놓고 벌이는 북미의 새로운 정치이벤트의 극적인 드라마를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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