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중 평화협정 체결하나?
<분석과전망>평화협정으로부터 시작되는 북미대결전 종식프로그램
한성 기자
기사입력: 2013/07/24 [16:10] 최종편집: ⓒ 자주민보
▲중국, 대범하게 드라이브를 걸다.
중국이 마침내, 평화협정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물론, 정부차원은 아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글로벌타임스>의 23일자 칼럼을 통해서였다. '한반도 위기에 신사고가 필요하다'는 칼럼이었다. 필자는 첸핑 부편집장이었다.
정세분석가들은 기명 칼럼이라는 것에 주목했다. 특히 필자가 외부 필자가 아니라 관영매체의 고위책임자라는데에 크게 방점을 찍었다. 그러면 결론은 매우 선명해지는 양상으로 단순해진다. 칼럼의 내용이 첸핑 부편집장의 개인의 주장이 아니라 중국 정치 주류의 속내라는 것이다.
칼럼은 많은 내용들을 담고 있다. 그 보다 중요한 것은 그 내용들이 한결 같이 놀랄만한 것들이라는 사실이다.
첸핑 부편집장은 한반도 위기의 원인을 진단하는 것으로부터 칼럼을 시작한다. 한반도 위기의 원인을 깨어지기 쉬운 정전협정에서 찾고 있다. 북의 입장과 한 치도 틀리지 않는다. 이것이 가장 먼저 확인되는 놀랄만한 대목이다.
▲중국, 6자회담은 필요 없다고 주장하다.
칼럼이 놀라게 하는 것은 다음으로 6자회담 무용론을 들고 나온 데에 있다. 중국은 6자회담 의장국이다.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 6자회담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동북아질서에서는 물론 세계질서에서 영향력을 제고하겠다는 것이 중국의 기본자세와 입장이다.
그동안 6자회담 당사국들 중에 6자회담 무용론을 주장한 곳은 오직 북 뿐이었다. 그런 점에서 중국에서 6자회담 무용론이 나온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며 또한 의외이다.
첸핑 부편집장은 6자회담무용론의 근거를 두 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북이 6자회담으로 복귀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하는 것을 첫 번째 것으로 꼽았다. 둘째는 6자회담의 형식이나 운용 메커니즘이 한반도비핵화를 실현하는데 더 이상은 유용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중국의 6자회담 무용론이 더 놀라운 것은 6자회담 무용론 제기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그 대안까지도 제시하고 있다는 것 때문이다.
"차라리 6자회담을 미.중이 공동의장을 맡는 지역안보기구로 바꾸자"
칼럼에서 첸핑 부편집장이 내세운 주장이다. 이에 대해 통일뉴스는 23일 보도에서 시진핑 체제 이후 중국이 미국에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신형대국관계'의 6자회담 버전이라고 평가분석했다. 대단히 흥미로운 사안이다. 이후 연구대상으로 확정할 만하다.
6자회담 당사국 중에서 최고의 이해당사자인 북이 끊임없이 6자회담 무용론을 제기한 조건에서 중국마저 6자회담 무용론을 제기하고 있다고 하는 것은 사뭍 중요하다. 그것은 북과 미국 그리고 중국이 6자회담의 운명을 이미 결정해놓고 있다는 것을 의미해준다. 획기적이다. 그래서 그 놀라움은 더 큰 것이다.
▲중국, 평화협정체결에서 한국은 빠지라고 말하다.
칼럼이 놀라운 것은 아무래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중국이 한반도 문제의 장기적 해법으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것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북이 그동안 주장해왔던 것을 그대로 중국이 받아 안은 모양새이다.
그렇지만 칼럼이 진정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은 다른 것에 있다. 평화협정의 주체로 북중미를 거명하고 여기에 한국은 제외시켰다는 것이 그것이다. 논란거리가 될 듯하다. 이는 단순한 것이 아니다. 물론 형식논리로만 접근하면 문제가 없다. 한국은 정전협정의 당사자가 아닌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정전협정 그리고 그것을 대체할 평화협정에서 가장 크게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나라가 한국인 것이다. 현실논리를 따지자면 중국이 제외되어도 된다는 주장이 있을 정도이다. 이는 물론 동북아의 정세지형을 무시한 비현실적인 측면을 갖고 있기는 하다.
평화협정 주체에 한국이 빠져야한다는 중국의 주장에 대해 가장 놀랄 사람들은 당연히 한국사람들이다.
최근 들어 한국의 주류언론들은 중국이 북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려는 반면에 한국과는 더욱 친밀해지려는 경향이 매우 짙어지고 있는 것처럼 집중적으로 묘사해왔다.
특히 한중정상회담을 전후해서는 그 집중성은 더욱 심한 양상을 띠었다. 심지어는 중국의 고위간부들이 북핵실험에 대해 대놓고 불만을 토로했을 뿐만 아니라 북비핵화를 힘 주어 강조했다고도 했다.
그러한 요란한 언론보도에 많은 사람들이 고무되었다. 중국과 한국의 밀월관계가 본격화되는 것이라는 기대가 판을 쳤다.
첸핑 부편집장의 주장은 한국에 대한 중국의 자세와 태도가 한국주류언론들이 묘사한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사람들이 갖게 될 심리상태는 혼란스러움이기 보다는 씁쓸함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중국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권력과 권력에 알아서 굴종하는 언론에 대한 것일 것이다.
비근하게는 한중정상회담 차 중국을 방문한 박근혜대통령에게 중국이 보였다는 극진한 환대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되돌아보게 만들기도 할 것이다.
▲북중미 사이에 큰 무엇인가가 있다.
칼럼은 짧고 단호하게 주장한다. 판문점도 좋고 베이징도 좋다고 했다. 평화협정체결의 장소까지도 제시한 것이다. 한국이 서운해할 것을 의식이라도 한 것이었을까? 한국은 '업저버' 자격으로 참가할 수 있다고 설명한 것은 아무래도 한국에 대한 배려처럼 보였다.
중국이 정부의 공식적인 차원은 아니지만 언론을 통해서 발휘하는 대범하고 단호한 정치플레이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정세분석가들에게 이를 제대로 밝히는 작업만큼이나 현 정세에서 중요한 일은 없다. 현시기 동북아 정세의 핵을 구성하는 움직임인 것이다.
중국의 움직임이 의미해주는 것은 간단하다. 북미대결전의 종식을 향한 프로그램이 북미 간에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공유가 중국까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람들은 머지않아 북미대결전의 진전사항을 보다 뚜렷한 형태로 확인하게 될 것이다. 25일 있게 되는 6차개성공단실무회담의 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개연성도 얼마든지 충분하다. 마침내 북미대결전은 종식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가동시키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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