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은 영해선’이라는 우상 깨야 평화 온다

<칼럼> 유영재 평통사 미군문제팀장 유영재 | tongil@tongilnews.com 승인 2013.07.17 18:20:27 유영재(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미군문제팀장) 이성의 빛으로 우상의 어둠을 거둬내고자 평생 고군분투했던 고 리영희 선생은 1999년 연평해전 직후 “‘북방한계선’은 합법적 군사분계선인가? : 1999년 6월 15일의 서해상 남북 해군 충돌 배경의 종합적 연구”(통일시론 제3호(1999. 7))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북방한계선’은 남한(한국)의 ‘영해’가 아니다”라고 갈파한 바 있다. 이겨도 지는 싸움 - NLL 논란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어떤가. 북방한계선(NLL)은 영해선이라고 주장하는 새누리당과 국정원은 허위사실까지 날조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NLL을 포기했다’고 주장하고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서는 ‘NLL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물론 국정원이 선거공작과 정상회담 대화록 불법 무단 공개 등에 대한 비난 여론을 덮고자 NLL 문제를 악용함으로써 상황이 복잡하게 전개되는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NLL 논란이 이런 구도로 전개되면 야권이 이 싸움에서 이기더라도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의 가장 민감한 도화선인 NLL은 오히려 고착될 수 밖에 없다. 설사 2017년 대선에서 야권이 정권교체에 성공하더라도 ‘NLL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자신들의 주장에 속박될 수 밖에 없는 싸움을 지금 벌이고 있는 것이다. NLL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정전협정 60주년을 맞는 한반도에서 평화협정이 체결되기 어렵다. 평화협정 체결이 어렵다면 통일은 요원한 과제가 될 수 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현재의 NLL 논쟁은 민족의 화해와 평화통일에 커다란 걸림돌을 놓는, 이겨도 지는 싸움으로 흘러가고 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가장 큰 책임은 문재인 의원과 민주당에 있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새누리당이 북풍공작의 일환으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때의 NLL 문제로 공세를 가하자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2012년 11월 12일 서울외신기자클럽 기자회견에서 “NLL은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서 남북 간 불가침 해상경계선으로 합의한 사실상 영해선”이라고 주장했다. 과연 그런가. 새누리당 전신인 민자당의 노태우 정권 때 합의된 남북기본합의서의 「남북불가침의 이행과 준수를 위한 부속합의서」 제10조는 다음과 같이 적시하고 있다. “남과 북의 해상불가침 경계선은 앞으로 계속 협의한다. 해상불가침구역은 해상불가침 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하여 온 구역으로 한다.” 이는 남북의 합의된 해상경계선은 존재하지 않으며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계속 협의하기로 한 것임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다만, 해상불가침구역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하여 온 구역으로 한다”는 문구에 대해 남쪽은 북쪽이 (잠정적으로) NLL을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북은 이런 해석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리영희 선생은 앞의 논문에서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하여 온 구역”을 “남북에 그 사용이 개방된 ‘서해 한강 하구 수역’”으로 보고 있다. “서해상에는 남북이 서로 인정한 상태로 “쌍방”이 공동으로 “지금까지 관할하여 온 구역”은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남북기본합의서에서 남북이 합의한 해상경계선은 없기 때문에 문재인 후보의 주장은 잘못된 것이고, ‘사실상 영해선’이라고까지 주장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것이다. 국방부도 NLL을 ‘실질적인 해상경계선’(『2012 국방백서』)이라고 주장하고, 심지어 대표적인 반북수구세력으로 인식되는 재향군인회조차 대선을 앞두고 낸 신문광고에서 NLL을 “실질적인 남북 해상분계선”이라고 주장했을 뿐인 점을 고려하면 문재인 후보는 나가도 너무 나간 것이다. 백보 양보해서 선거 때는 표가 다급해서 그랬다 치더라도 선거 끝난 다음에는 제자리에 돌아와야 할 텐데 문재인 의원과 민주당은 그렇지 않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NLL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반복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라는 자충수까지 둠으로써 국정원의 불법적인 대화록 공개에 면죄부를 주어 전선을 교란시키고 말았다. 결국 문재인 의원과 민주당은 표와 지지율에 얽매이고, ‘노무현의 결백’을 입증함으로써 자신들에게 가해지는 종북 공세를 피하는 데 급급한 나머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넘어서려고 했던 NLL을 오히려 더욱 굳히고, 그 노력을 후퇴시키는 과오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NLL 포기냐 아니냐’ 논쟁 프레임 바꿔야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NLL 포기냐 아니냐’, ‘종북이냐 아니냐’의 프레임을 깨야 한다. 이 프레임은 남북 대결을 고착화하고 분쟁을 조장하고 프레임, 평화와 통일에 역행하는 프레임이다. 그래서 반북수구세력의 기득권 수호에 봉사하는 프레임이자 평화통일세력의 활동 여건을 더욱 악화시키는 프레임이다. 그 대신 ‘진실이냐 거짓이냐’, ‘상생이냐 분쟁이냐’의 구도로 프레임을 전환해야 한다. 대중에게 씨알도 안 먹히는 소리라고? 천안함 사건 직후 있었던 지방선거의 경우를 보자. 이명박-한나라당 정권은 천안함 사건을 빌미로 ‘안보냐 불안이냐’는 구도로 대대적인 북풍몰이를 통해 선거를 싹쓸이 하려고 했다. 이에 대해 야권은 ‘전쟁이냐 평화냐’의 구도로 맞받아쳐 그들의 북풍공세를 뚫고 승리를 쟁취하지 않았던가. NLL 문제에 대한 새누리당의 거짓 공세에 대해 NLL의 불법적 성격을 밝히면서 ‘남북의 젊은이들을 언제까지 고기밥 만들건가’, ‘분쟁의 바다를 화해와 상생의 바다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내용을 대중적 방식으로 호소하면 왜 국민들이 설득되지 않겠는가. 진실에 대한 믿음 없이, 대중에 대한 믿음 없이, 역사에 대한 믿음 없이 어찌 진보를 말할 수 있을까. 어찌보면 분단된 한국 사회에서 평화통일세력의 목소리는 처음엔 언제나 소수고 이단이었다. 조봉암은 평화통일을 외치다 이승만에게 간첩으로 몰려 사형당했다. 하지만 이제 평화통일은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김대중도 71년 대선에서 예비군 폐지, 4대국 보장론 등 혁신적 공약을 내세워 빨갱이로 찍혔지만 결국 최초로 정권교체의 역사를 만들었다. 도대체 지지율 10%대의 민주당이 무엇을 더 잃을 게 있다고 부자 몸조심하듯 하는가. 아무런 근거없는 ‘NLL은 영해선’ 주장 사실 NLL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조사나 연구가 필요없을 정도로 진실이 이미 밝혀져 있다. 강무현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직후에 열린 한 세미나에서 “언페어하게(불공정하게) 한국에서 올라가는 정기선 선박이나 자원을 지원하는 남쪽 선박들은 지금도 NLL을 통해 넘어가고 있지만 북쪽 선박은 이것이 안 돼, 백령도 쪽으로 돌아서 입출항 하도록 되어 있다”(통일뉴스 2007. 10. 8)고 지적했다. 이것은 사실상의 해상봉쇄다. 그렇다면 NLL은 북의 해주항을 봉쇄함으로써 “항구에 대하여 어떠한 종류의 봉쇄도 하지 못한다”는 정전협정(제2조 15항)에 어긋나고, “어떠한 국가도 다른 국가의 영해를 공해나 배타적경제수역으로부터 격리시키는 방식으로 직선기선 제도를 적용할 수 없다”는 국제해양법협약(제7조 6항)에 배치되는 것이다. NLL은 국내법적 근거도 없다. 영해및접속수역법시행령에 보면 영해 산정의 시점인 직선기점의 서해 최북단은 연평도 75km남방이자 평택과 비슷한 위도인 소령도(북위 36도 58분 56초, 동경 125도 44분58초)다. 연평도나 백령도 등 서해5도와 그 인근에는 직선기점 자체가 없다. 이처럼 남북기본합의서나 정전협정, 국제법은 물론이고 국내법적 근거조차 없는 ‘NLL은 영해선’이라는 주장이야말로 이성을 따르는 게 아니라 우상을 숭배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미국 정부의 입장, 새누리당 전신인 신한국당의 김영삼 정부 당시 국방장관의 발언과 그에 대한 조선일보 보도를 보더라도 NLL의 진실은 명확하다. “북방정찰한계선은 국제법적 지위를 갖고 있지 않다. 북방정찰한계선은 일방적으로 선포된 것으로 북한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더구나 그 선은 일방적으로 국제수역을 분리한 것이기 때문에, 명백히 국제법과 미국 정부의 해양법에 반하는 것이다.”(헨리 키신저 미 국무장관이 1975년 2월 28일 작성하여 주한미국 대사관과 주한미군 사령부 및 유엔군사령부에 발송한 비밀전문) “북한이 NLL을 넘어와도 정전협정과는 무관하다.”(이양호 전 국방장관 국회 답변 1996. 7.16) “바다의 경우는 남-북간에 의견이 엇갈려 지금까지 정해진 경계선이 없다”, “이 점에서 이(양호)국방장관이 ‘NLL 침범이 정전협정 위반사항은 아니다’라는 답변은 맞는 것.”(조선일보 1996. 7. 17) 이처럼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는 불법적인 NLL을 영해선이라 주장하면서 어떻게 10.4선언을 제대로 이행할 수 있겠는가. NLL을 그대로 두고 어떻게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할 수 있겠는가. 북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NLL을 사수하면서 어떻게 민족의 화해와 평화와 통일을 말할 수 있겠는가. 대중을 믿고 진실을 말해야 민주당이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계승한다고 하면서 그 정신과 노력을 훼손한다면 자신의 존재 의의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 아닌가. 민주당이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은 새누리당과 잘 타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잘 싸우지 못해서가 아닌가. NLL 문제를 계속 물고 늘어져 남북관계를 파탄냄으로써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반북수구세력에 대해 종북으로 몰릴까봐 눈치보면서 수세적 태도만 취하는 민주당에게는 미래가 없다. 당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진실의 힘과 대중을 믿고 나아가야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지향하는 자신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고 거기에 민주당의 활로가 있다. 이 글에서 문재인 의원과 민주당을 비판했지만 다른 모든 평화통일세력도 예외가 아니다. ‘NLL은 영해선’이라는 인식이 대중 속에 확산되고 굳어지면 향후 평화통일운동의 지형은 지금보다 훨씬 불리해질 것이다. 대중이 우상에 사로잡히지 않고 이성의 힘을 발휘하여 남북의 화해와 평화통일로 나아가도록 지혜롭게 돕는 일이 모든 평화통일운동세력에게 주어진 절박한 과제이다. 유영재(평통사 미군문제팀장) 전 애국크리스챤청년연합 부의장 전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 사무처장 전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사무처장 전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범국민대책위원회 정책위원장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미군문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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