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기시다와 12번째 정상회담...'사도광산' 언급도 없었다

 


대통령실 "기시다, 강제징용 문제에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해"...윤 대통령 "한일 관계, 전향적 자세로 함께 노력하자"



윤석열 대통령이 6일 퇴임을 앞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12번째 정상회담을 가졌다. 대통령실은 "기시다 총리가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저 자신은 당시 가혹한 환경 아래 많은 분들이 대단히 고통스럽고 슬픈 경험을 하신 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일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관해서는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 모두 언급하지 않았다.

회담 배석자 중 한 명인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약 100분에 걸쳐 진행된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했다. 핵심 참모 등 소수 인원만 참여하는 소인수 회담이 3시 35분경부터 약 45분간 진행됐고, 이어 관련 정부 인사들이 추가 참석하는 확대 회담이 열렸다.

김 차장은 소인수 회담에서 오간 내용에 관해 "양 정상은 북한, 북핵 문제 대응을 위한 한일, 한미일 간 협력이 중요하다는 데에 인식을 같이하고, 캠프 데이비드 협력 체계의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며 "특히 북한의 각종 도발에 대비한 양국 간 공조 강화를 얘기했다. 북한이 러시아를 뒷배 삼아 도발하지 못하도록 냉정한 대비 태세를 유지하자고 공감했다"고 밝혔다.

또한 윤 대통령은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발표한 '8·15 통일 독트린'에 일본 측이 지지를 표명해 준 일에 사의를 밝혔고, 기시다 총리는 "한국 정부의 8·15 통일 독트린을 지지한다"고 말했다고 김 차장은 전했다.

이어진 확대 회담에서는 "과거사 문제에 대해 기시다 정부는 일본 정부가 1998년 한일파트너십 공동선언, 즉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포함한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김 차장은 설명했다.

나아가 김 차장은 기시다 총리가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서는 저 자신은 당시 가혹한 환경 아래 많은 분들이 대단히 고통스럽고 슬픈 경험을 하신 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양국은 '재외국민 보호 협력 각서'를 체결했다. 김 차장은 각서의 내용에 대해 "제3국에서 양국 국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며 " 작년 4월 수단 쿠데타 발생 시, 10월 이스라엘 하마스 사태 발생 시 한일 양국이 재외국민 긴급 철수를 위해 협력한 사례를 기초로 우리 측이 먼저 한일 간 공조를 제도화하자고 제안한 사안"이라고 부연했다. 정상회담을 마친 양 정상은 만찬 자리를 갖는다.

한편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회담에서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관한 이야기가 오갔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얘기 나오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사도광산 등재는 치열한 협의와 합의를 통해서 이미 지난 7월에 일단락돼 정상 간 언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도광산 등재와 관련한 기시다 총리의 최소한의 언급도, 일본의 미흡한 후속 조치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발언도 일절 없었던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사후 공개된 정상회의 모두발언에서 기시다 총리에게 "우리 두 사람의 견고한 신뢰를 기반으로 지난 한 해 반 동안 한일 관계는 크게 개선됐다"며 "총리님과 함께 일궈온 성과들은 제가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가장 의미 있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한일 관계에는 여전히 어려운 문제들이 남아있다"면서도 "더 밝은 미래를 향한 발걸음이 지속될 수 있도록 양측 모두가 전향적인 자세로 함께 노력해 나아가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에 기시다 총리도 "일본과 한국 사이에는 여러 가지 역사와 현안이 있지만,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 온 선인들의 노력을 계승해 미래를 향해 한국과 협력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호응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4.09.06.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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