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디한 말들 2

 

[정진명의 우리 어원 나들이] 잡다디한 말들 2

정진명 시인, 우리말 어원 고찰 연재 '30-2 말'

김종혁 기자다른 기사 보기
  • 입력 2024.09.12 08:55


말 이미지. 사진=픽사베이/굿모닝충청
[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잠시 말을 살펴보고 가겠습니다. 우리말에 다른 겨레의 말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 볼 수 있는 영역이어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말은 거의 몽골어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세조실록』 30권에 이런 기사가 나옵니다.

임금이 한계희·임원준에게 명하기를,
"예로부터 집을 일으켜 세운 인주(人主)는 사방에 전쟁할 때 사지를 함께 겪으면서 재주와 힘으로 서로 도와준 것은 말인 까닭에 그것을 잊지 못하고, 유비의 ‘적로(赤盧)’, 당 태종의 ‘육준(六駿)’, 우리 태조의 ‘팔준(八駿)이라고 일컫는다. 나는 전쟁하여 땅을 얻지는 않았으나 세종의 태평성대 때에 말달리고 활을 쏘아 승부를 겨루는 날에 남보다 10배나 빨랐으므로, 3군이 우러러보고 복종하였던 것이니 어찌 말의 힘에 서로 도움이 없었겠느냐? 괘부(掛釜)의 월따말[騮]은 비록 마음에 걸리지만, 정난(靖難)의 부루말[驃]은 더욱 잊지 못하겠다. 또 궁마의 재주는 참으로 공업(功業)을 일으킨 것이니, 이제 이것이 병을 얻어 더욱 옛일이 생각나서 그려 보려고 하는데 어떻겠느냐?"
하니, 한계희 등이 대답하기를, 
“그러합니다.” 
하였다. 임금이 그 말에 이름을 지어주고, 그림을 그려서 이를 기리게 하였다.

육준(六駿)은 당 태종이 타던 6필의 명마로, 삽로자(颯露紫)·권모과(拳毛騧)·백제오(白蹄烏)·특륵표(特勒驃)·청추(靑騅)·십벌적(什伐赤)을 말하고, 팔준(八駿)은 태조 이성계가 타고 다닌 8필의 명마(名馬)로, 횡운골·유린청·추풍오·발전자·용등자·응상백·사자황·현표 8필을 말합니다. 이성계가 탔던 말의 이름을 풀이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횡운골(橫雲鶻) : 구름을 가르는 송골매
유린청(遊麟靑) : 기린과 노니는 푸른 말
추풍오(追風烏) : 바람을 쫓는 까마귀
발전자(發電赭) : 벼락을 치는 붉은 말
용등자(龍騰紫) : 용이 날아오르는 듯한 자줏빛 말
응상백(凝霜白) : 서리가 내린 듯한 흰 말
사자황(獅子黃) : 사자 같이 용맹한 누런 말
현표(玄豹) : 검은 표범 같은 말

말과 관련된 용어는 벌써 연구가 많이 되어 굳이 다시 거론할 필요는 없겠지만, 짐승을 다루는 부분이니, 한 번 주마간산 격으로 짚고 가겠습니다.

가라말은 ‘가라(黑)+ᄆᆞᆯ’의 짜임인데, xara-morn입니다. 만주어로는 ‘kara’여서 더 또렷하죠. 검정말을 가리킵니다. 옛날에는 ‘가라간져’라고도 했는데, 이마에 흰 점이 박힌 검정말을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몽골말로 이마가 흰 짐승을 ‘간자’라고 합니다. ‘간자말’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가리온(ᄀᆞ리온ᄆᆞᆯ)은 털이 흰데 갈기만 검은 말을 말합니다. 몽골어 ‘xaliğun’에서 온 말입니다. 만주어로는 ‘kailun’입니다.

‘고라말, 고라’는 등과 꼬리만 검은 털이 난 누른 말입니다. 만주어로는 ‘kūlan’이고, 터키어로는 ‘kulā’이고, 몽골어로는 ‘xula’여서 똑같습니다.

공골말은 털빛이 누른 말인데, 만주어로는 ‘konggoru morin(누른 말)’이고, 몽골어로는 ‘xongğur morin’이어서 똑같습니다.

구렁말은 털빛이 밤빛인 말을 가리키는데, 몽골어로 ‘küreng mori(n)’이어서 똑같습니다. 

부루말은 털빛이 흰 바탕에 붉은 점이 섞인 말인데, ‘buğurai(흰 바탕에 회색 털이 섞이다)’‘buğurul morin(홍사마)’에서 온 말입니다.

이처럼 말은 몽골이나 만주에서 들어온 말이 쓰였고, 그 안에서 새로운 가지를 쳐서 우리말의 다양성을 한껏 넓혔습니다. 말과 관련된 용어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거덜마 : 걸을 때 몸을 몹시 흔드는 말.
결따마 : 붉은 빛에 가까운 누런 말.
곁마 : 곁에서 따라가는 말.
고리눈말 : 눈이 고리눈으로 된 말.
공고라 : 주둥이가 검은 빛깔인 누르스름한 말.
귀느래 : 귀가 늘어진 말.
담가라말 : 털빛이 거무스름한 말. 
덜렁말 : 함부로 덜렁이는 말.
돈점박이 : 몸에 돈짝만한 점이 박힌 말.
돗총이 : 털빛이 검푸른 말. 
뗏말 : 떼 지어 다니는 말.
망아지 : 말의 새끼.
바둑말 : 털빛이 바둑 무늬로 된 말.
사족백이: 옛 기록에 ‘ᄉᆞ죡ᄇᆡᆨ’이라고 나오는데, 네 발에 흰 점이 박힌 말. 
상마 : 다 큰 수말.
쌍창워라 : 몸빛이 검고 엉덩이만 흰 가라말.
얼럭말 : 털빛이 얼룩진 말.
워라말 : 털빛이 얼룩얼룩한 말.
월다말 월다 : 털빛이 붉고 갈기가 검은 말.
은총이 : 불알이 흰 말. 
절따말(졀ᄯᅡᄆᆞᆯ) 절다 : 붉은 빛깔의 말. 몽골어로 ‘jerde mori(n)’.
조랑말 : 작은 말. ‘졸+앙+말’. ‘졸’은 작다는 뜻.
찬간자 : 온몸의 털빛이 푸르고 얼굴과 이마만 흰 말.
청부루 : 푸른 털과 흰 털이 섞인 말.
총이말 : 흰 바탕에 갈기와 꼬리가 푸르스름한 말.
표가라 : 몸은 검고 갈기가 흰 말.
표절따 : 몸은 푸른 바탕에 흰 털이 섞이고 갈기와 꼬리는 흰 말.
황부루 : 누르고 흰빛이 섞인 말.


정진명 시인. 사진=정진명/굿모닝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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