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만 악화시킬 벤쿠버 외무장관회담, 굳이 왜!
상황만 악화시킬 벤쿠버 외무장관회담, 굳이 왜! | ||||||||||||
기사입력: 2018/01/18 [03:33] 최종편집: ⓒ 자주시보 | ||||||||||||
17일 미국의소리방송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캐나다 벤쿠버에서 미국과 캐나다 외교장관 공동 주최로 열린 ‘한반도 안보와 안정에 관한 외교장관 회의’에 한국전쟁 당시 16개 유엔 참전국들과 일본, 인도 등 20개 나라가 참가하여 북의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경제적 압박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 나선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외교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북의 밀수와 제재 회피에 대한 대응과 해상차단 등을 놓고 광범위한 토론을 했다고 말하면서 20개국 장관들은 제재가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했을 뿐 아니라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는 데 동의했으며, 다음 단계는 이미 만들어진 유엔의 제재가 완전히 이행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틸러슨 국무장은 북이 계속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을 다그쳐가면 미국은 군사적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경고까지 내놓아 강한 북의 반발이 예상된다.
♦ 미국 대북 군사적 선택 가능성까지 경고
틸러슨 장관은 북의 선택에 따라 군사적 대응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면서 북이 핵무기와 이들 무기의 치사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루면서 계속 관여와 토론, 협상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북 스스로 미국의 군사적 선택지를 촉발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경고에 북이 반발하여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 우려되었던지 그는 "북이 올바른 단계를 선택하도록 하기 위한 미국의 접근법은 대화가 가장 좋은 선택지라는 점을 제안하는 것"이라고 애매한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틸러슨 장관은 그러면서 북이 단계를 밟을수록, 또 시간이 흐를수록 상황은 나빠질 뿐이라는 점을 북한과 정권이 깨닫기 바란다고 밝히고 지금은 대화를 할 시간이지만 북 스스로 대화를 원한다고 말해주는 단계를 밟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틸러슨 장관은 이날 개회연설에서 북이 신뢰할만한 대화 테이블로 돌아올 시점까지 북 정권의 행동에 대가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한 대북 제재와 압박으로 협상으로 유도해야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협상이 이뤄진다면 그 목표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북한의 비핵화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합법적인 방어와 군사 훈련을 북한의 불법적인 행동과 같은 선상에 놓는 ‘쌍중단’ 접근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새삼 확인했는데 이는 중국과 러시아의 해법에도 동의할 수 없다는 것으로 이번 회의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배제한 배경을 암시하였다.
틸러슨 장관은 회의에 모인 나라들은 이 목표 아래 연합해야 한다면서, 우리의 의지와 결속을 북한이 틀어지게 하도록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 둔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번 벤쿠버 20개 외무장관회의 목적이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 친미국들을 총동원하여 강한 대북압박을 다그쳐갈 의지를 다지자는데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틸러슨 장관은 북의 위협이 미국 등 특정 국가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매우 강조했다.
틸러슨 장관은 일반 여객기들의 위치가 표기된 1월12일자 동북 아시아 일대 지도를 참석자들에게 보여주면서, 하루하루 인근 항로를 비행하는 여객기가 하늘에 많이 떠 있음을 볼 수 있다고 지적하고 북의의 미사일이나 파편이 민간 항공기에 미칠 가능성은 현실이라면서, 지난해 11월28일 샌프란시스코에서 홍콩으로 향하던 여객기의 탑승객들이 시험 발사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하늘을 날고 있는 장면을 눈으로 목격했다고 지적했다.
틸러슨 장관은 북의 ICBM 발사 당시 주변에 9대의 민간 항공기가 더 있었고, 716대의 항공편이 이날 일대를 지나치기로 돼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미 연방항공청(FAA)은 716대의 항공편에 탑승한 승객을 15만2천110 명으로 추산했다며, 이는 많은 나라 출신의 많은 사람들이 무책임한 탄도미사일 실험으로 인해 위험에 처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틸러슨 장관은 북과의 거리가 미국보다 가까운 세계 주요 도시들을 나열하면서 북 문제를 국제적 해법을 요구하는 국제문제로 규정했다.
따라서 각국이 안보리 결의를 철저히 이행하고, 해상 차단 등에 협력하며 북한의 추가 도발에 새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협력할 것을 대응 방안으로 제시했다.
일단은 자칫하면 정세를 파국으로 몰고 갈 위험성이 높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해상차단과 같은 강한 대북제재를 실시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하자는 것과 이후 북이 추가적인 도발에 나설 경우 더욱 강한 대북제재를 추진할 분위기를 만들어놓자는 목적으로 이번 벤쿠버 외무장관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틸러슨 장관의 입장을 적극 지지하고 한 술 더 떠서 최근 한국과 대화에 나선 북의 의도를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하였다.
고노 외무상은 일본 정부가 최근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문제를 놓고 열린 남북 간 대화를 환영한다면서도, 북한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끊임없이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눈을 돌리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고 일각에선 북이 남북 간 대화에 나선 만큼 제재 완화나 원조와 같은 일종의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이를 너무 순진한 시각으로 일축했다.
그러면서 북이 남측과 대화에 의지를 보이는 건 대북 제재를 완화하고, 어떤 형태로든 경제 지원을 받고자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또 미-한 연합군사훈련을 취소시키고 강경한 나라들과 그렇지 않은 나라 사이를 틀어지게 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고노는 그래서 북의 바람대로 남북 간 대화가 진전되지 않을 경우 북은 다른 나라들을 비난하는 것은 물론 이를 추가 도발과 위험한 행동을 취할 구실로 내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화 한국 외교부 장관은 고노 외무상이 지적한 남북 대화에 대해 지난 몇 년 간 얼어붙은 남북 관계를 복원하는 중요한 첫 단계라고 지적하면서도 북에 대한 국제사회 압박 캠페인에 동참할 뜻은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핵심적인 협력국과 국제사회와 함께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이행하면서 북이 방향을 바꾸고, 비핵화 대화 테이블로 나오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배경분석과 전망
이번 벤쿠버 외무장관회의는 이렇게 미국과 친미국들이 총동원되었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 사이 남북대화 관련 약간의 인식 차이를 제외하면 특별한 이견이 없이 강한 대북제재와 압박에 대해 완전한 의견일치를 본 것으로 보인다.
아주 미국과 일본, 캐나다, 한국 등 핵심적인 미국 추종국들은 국제사회와 북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속 시원히 마음껏 터트린 회의였던 것이다.
다만 이 외의 다른 나라 외무장관들의 언급은 별로 소개된 것이 없었다. 촬영한 사진 속에서도 미국, 일본, 캐나다, 한국의 외교장관은 비교적 표정이 밝았지만 그 외의 다수의 외무장관들은 걱정어린 표정들도 없지 않았다.
틸러슨 국무장관도 군사적 선택 가능성을 경고하면서도 북을 대화로 이끌기 위한 것이라는 둥 앞 뒤가 맞지 않은 말도 입에 올렸다.
사실,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북과 친한 아프리카, 중남미, 동남아시아 등 제3세계 나라들이 빠진 상태에서 20개국이 아니라 100개국이 모여 대북제재를 논의한다고 해도 그게 무슨 큰 의미가 있겠는가.
과거엔 미국이 그 추종국들에게 북과 교류하는 제3세계 나라들과 교역을 끊으라고 압박을 가하면 제3세계 나라들이 버티지 못했지만 지금은 그런 친북 나라들이 친미국들과의 교역에만 의존하는 시대가 아니다. 오히려 중국, 러시아 그리고 제3세계끼리의 교류가 더 많아졌다.
오히려 이번 회의에 참가한 미국과 그 추종국들의 경제가 가장 어려운 상황이다. 유럽만 해도 미국이 우크라이나전쟁을 계기로 대 러시아 제재에 나서도록 압박하여 러시아와 교역을 중단한 후 막대한 경제적 손해를 감내하고 있으며 갈수록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다.
그래서 출로를 제3세계 진영과 교역확대를 통해 찾아야 하는데 대북제재에 동참하기 위해 그것마저 어려워지게 되면 더욱 유럽 등 친미국들의 입지는 좁아질 것이며 그 사이 제3세계 진영으로 더 진출 폭을 넓혀갈 중국과 러시아만 더 유리해질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쌍중단에 대해서는 미국보다 북이 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은 물론 러시아까지 미국의 대북압박에 추종하여 나선다고 해도 미국의 근본적인 대북적대시정책이 폐지되지 않는 한 북의 핵무장력 강화는 결코 멈출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이 군사적 선택지를 선택하고 싶으면 어디 해보라는 것이다. 얼마든지 상대해주겠다는 것이며 기어이 전쟁이 벌어지면 그 기회에 미국을 완전히 제압하여 보호령으로 삼고 한반도를 통일하겠다는 것이 그간 북이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주장이다. 그냥 호기를 부리는 것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수소탄과 미국 본토 직격용 대륙간탄도미사일 능력을 과시한 지금에 와서는 이런 북의 주장을 함부로 무시할 수만은 없게 되었다.
현재 이런 북과 교류를 주로 하고 있는 중국, 러시아, 제3세계 나라들은 모두 배제한 국제회의에서 무슨 제재와 압박으로 북을 대화로 이끌 수 있다고 말하는지 사실 잘 납득이 되지 않는다.
미국도, 그리고 이번 회의에 참여한 친미 추종국들도 이를 모르지 않을 것인데 귀한 시간을 투자하여 회의에 참여한 것을 보면 뭔가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만약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형성된 남북대화 분위기가 북미대화로 이어져 그 진전을 보게 될 경우 그런 대화국면을 이런 국제회의를 통한 강력한 대북제재와 압박으로 이루어낸 것이라는 여론몰이를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대북제재와 관련하여 미국 입장에서 속시원히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는 나라들만 모아놓고 회의를 진행한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의도가 아니라면 사실 특별한 실효성도 없고 괜히 북을 자극만 하여 상황만 악화시킬 회의를 한 것이다.
미국은 현재 어떻게든지 북의 추가적인 도발이라도 막아야할 절박한 상황이다. 여기서 북이 더 나간다면 그것은 미국 직격 능력을 확실하게 과시하는 것으로 될 것이며 그것을 막지 못한다면 미국의 군사패권은 심각한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손상을 당하지 않으려면 결국 군사적 방식으로 북을 제압하는 수밖에 없는데 그것은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우려가 미국 내에서도 마구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북의 호기를 마냥 무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특히 13일 하와이에서 북 미사일 접근 경고를 잘못 발령하는 바람에 하와이 주민들이 엉엉 울면서 대피소로 뛰어들어가는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3일 뒤 16일 미국 본토에서는 이상한 유성이 떨어져 북의 미사일이 아닌가 하는 우려에 미국 국민들이 또 난리 소동이 일어났다.
거의 미국 국민들이 북 핵미사일에 노이로제에 걸린 것 같다. 북은 아직 정상각도로 쏘아 괌을 타격할 수준의 미사일밖에 공개하지 않았다. 미 본토 타격 능력을 가진 화성-15형도 정상각도가 아니라 고각발사로 그 능력만 보여주었을 뿐이다.
이를 정상각도로 쏘아 미국 근처에 떨어뜨린다면 미국 국민들의 충격은 지금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북을 자극하면 북은 단호하게 그 능력을 과시할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현재 북을 잠시라도 남북대화로 유도하여 그런 미사일 시험을 중단시킨 채 더 이상의 상황악화를 막을 북미 막후접촉을 분주하고 진행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화성-15형 발사 직후 틸러슨 국무장관이 북에게 오죽이나 급했으면 날씨 이야기라도 좋으니 조건없이 일단 만나서 대화를 나누자고 거의 읍소를 했겠는가.
평창올림픽 이후 북미대화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면 북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단호한 선택을 내릴 것이다. 이미 새해 첫 현지지도의 발걸음을 국가과학원과 그 인근 미사일차량을 생산하는 태백산트럭공장으로 향했던 것도 바로 그런 의지 때문일 것이다.
다만 국제사회의 우려와 모처럼 찾아온 남북관계발전을 위해 미사일차량공장 현지지도는 북 언론에는 공개하지 않고 자유아시아방송이라는 미국의 매체에 은근히 제보하는 방식으로 알렸던 것이다.
우리 정부와 정세전문가들은 미국의 움직임에 부화뇌동할 것이 아니라 중심으로 잡고 어떤 길이 한반도 긴장고조와 전쟁을 막고 평화적인 통일의 길을 열 수 있을 것인지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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