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잡아라' 대작전, 지금 공개합니다

18.01.09 09:21l최종 업데이트 18.01.09 09:21l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학동역 인근에서 4대강 독립군의 '죽음의 강 보고대회'가 열렸다. 4대강 독립군 정수근 기자가 MB에게 보내는 특별한 초대장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학동역 인근에서 4대강 독립군의 '죽음의 강 보고대회'가 열렸다. 4대강 독립군 정수근 기자가 MB에게 보내는 특별한 초대장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 정수근

서울 강남의 노른자 땅, 여기에 'MB 아방궁'이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4대강 독립군은 2박 3일간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전격 제트(Z) 작전을 펼쳤습니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공개합니다.

'MB 잡아라' 대작전
 서울 지하철 2호선 삼성역 인근에 있는 슈피리얼 타워. 여기 12층에 MB의 개인 사무실이 있다.
▲  서울 지하철 2호선 삼성역 인근에 있는 슈피리얼 타워. 여기 12층에 MB의 개인 사무실이 있다.
ⓒ 정수근

지난 1월 5일, 도심의 빌딩 숲 사이로 부는 영하의 칼바람이 매섭던 날이었습니다. 서울 강남구 지하철 2호선 삼성역 부근의 빌딩 앞에서 <오마이뉴스> 4대강 독립군이 진을 쳤습니다. 낙동강 지킴이 정수근 기자(필자)와 금강요정 김종술 기자, 4대강 백서를 만드는 이철재 기자입니다. 다큐 <4대강 부역자와 저항자들>을 만드는 <오마이TV> 4대강 다큐 제작팀도 카메라를 돌리며 태세를 갖췄습니다.

슈피리얼 타워 12층. MB의 개인 사무실이 있는 빌딩의 이름과 층수입니다. 오전 9시 30분부터 작전에 들어갔으나 그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점심 무렵, 허기진 배를 채우러 갔을 때였습니다. 4대강 다큐 제작팀에게 전갈이 왔습니다.

"MB가 떴습니다."

'뻗치기 작전'을 시작했습니다. 복장부터 체크했습니다. 찬바람을 막아줄 내복, 시린 발을 위해 신은 두 겹의 양말, 두 손에 낀 장갑. 그리고 가슴에 쏙 안은 초대장. 모든 게 완벽했습니다. 이제 MB가 나타나기만 하면 됩니다.

길고 긴 기다림이었습니다. 시계가 오후 1시를 지나 2시, 3시를 가리켰습니다. MB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오후 4시를 넘어서자 태양이 기울어졌습니다. 영하의 칼바람에 큰 위안이었던 햇볕이 사라지자 냉기가 발목부터 차올랐습니다. 추위에 다리가 후들거렸습니다. 오후 5시, 도심 하늘이 어두워졌습니다. 빌딩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살을 파고들었습니다. 콧물이 흘렀습니다. "좀 빨리 나와라." 넋두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금강요정 김종술 기자는 달랐습니다. 꿈쩍도 안하고 MB가 나올 로비를 뚫어져라 바라봤습니다. 금강의 강바람에 이골이 나서일까요? "이까짓 게 뭐가 추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라며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이철재 기자는 감기가 걸린 몸으로 약까지 먹어가면서도 현장을 지켰습니다. 빵모자를 깊게 눌러선 그의 얼굴에선 결기가 엿보였습니다.

오후 6시, 사방이 어두워졌습니다. 금요일 저녁 퇴근하는 이들이 도로에 쏟아져 나왔습니다. 거리가 활기를 찾았습니다. 바로 그때였습니다. 4대강 독립군이 달달 외우고 있던 번호판을 단 차량이 1층 주차장에 나타났습니다. MB가 곧 뜰 거란 신호였습니다.

4대강 독립군은 긴장했습니다. 뿔뿔이 흩어져 MB가 나타날 문을 지켰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MB가 나타났습니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달려갔습니다. 하지만 4대강 독립군과 다큐 제작팀은 경호원들의 억센 팔에 가로막혔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기자가 외쳤습니다. 

"죽어가는 4대강, 어쩌실 겁니까?"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습니다. 김종술 기자도 MB 차량에 달려들며 이렇게 악을 썼습니다.

"4대강 다 죽여 놓고 행복하십니까?"

하지만 경호원들 힘이 더 셌습니다. 이철재 기자가 초대장을 들고 "정중히 전해만 주겠다"고 했으나 경호원은 접근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부상자도 발생했습니다. 4대강 다큐 제작팀 안민식 기자가 경호원에게 내동댕이쳐져 다리를 다쳤습니다.

줄행랑 MB와 특별한 초대장
 이철재 기자가 4대강 독립군의 'MB 잡아라' 대작전 중 이명박씨가 쪽문으로 도망(?)간 일화를 이야기하며,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이철재 기자가 4대강 독립군의 'MB 잡아라' 대작전 중 이명박씨가 쪽문으로 도망(?)간 일화를 이야기하며,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정대희

그사이 MB는 사라졌습니다. 한바탕 '난리통'에도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떠났습니다. 이렇게 '死(사)대강 사업'의 장본인 MB를 코앞에서 놓쳤습니다. 4대강 독립군을 외면하고 줄행랑 친 MB를 보고 김종술 기자는 이렇게 성을 냈습니다.

"MB는 소인배여. 이렇게 밖에서 추워 떨며 기다리는 사람들한테 눈길 한번 안주고 말이여. 나 같으면 불러서 '그래 수고 많다' 해주겠다. 대인배의 풍모를 좀 보여주면 안 되냐 말이여."

이날 MB에게 못한 질문이 있습니다. 국민의 물음에 대답해야 할 의무가 있는 전직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묻습니다.

"4대강이 죽어가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어떻게 하실 겁니까?" 
"1300만 식수원 낙동강이 녹조라떼가 돼버린 것을 어떻게 책임질 겁니까?"
"4대강도 적폐 아닙니까? 지금이라도 사과할 생각 없으십니까?"
"녹조라떼 좋아하신다고요? 한 잔 드실래요?"

4대강 사업은 적폐청산 대상 1호입니다. 국가권력이 동원돼 생명이 넘치는 강을 죽음의 강으로 만들었습니다. 국민세금 22조가 넘는 천문학적인 돈을 수장시킨 사업입니다. 녹조라떼, 물고기떼죽음, 시커먼 펄, 붉은깔따구와 실지렁이가 그 증거입니다.

그래서입니다. 지난 1월 6일 4대강 독립군은 또 다른 'MB 아방궁'인 그의 집 앞으로 갔습니다. 이번엔 그에게 줄 3종 선물세트(실지렁이, 시궁창 펄, 썩은 물)도 가지고 갔습니다.

4대강 독립군의 '죽음의 강 보고대회'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학동역 6번 출구 앞에서 4대강 독립군의 '죽음의 강 보고대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정수근, 김종술, 이철재, 염형철, 이항진
▲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학동역 6번 출구 앞에서 4대강 독립군의 '죽음의 강 보고대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정수근, 김종술, 이철재, 염형철, 이항진
ⓒ 정대희

4대강 독립군이 또 다시 뭉쳤습니다. 서울 강남구 학동역 6번 출구 앞에서 '죽음의 강 보고대회'를 열었습니다.

2018년 1월 6일 오후 4시 15분, 환경운동연합 염형철 사무총장이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그는 4대강 사업 당시 이포보에 올라 고공농성을 펼친 주역입니다. 특별 게스트로 이항진 여주시 의원도 참석했습니다. 이 의원은 여주환경운동연합에서 남한강 지킴이로 활동했습니다. 시민들도 자리를 채웠습니다. 이렇게 4대강 길거리 강연이 시작됐습니다.

4대강 독립군은 4대강에서 벌어진 참상을 증언했습니다. 김종술 기자는 금강이 어떻게 망가졌는지 설명했습니다. 이 글을 쓰는 기자는 1300만 명 영남인들의 식수가 썩은 물이 된 상황을 보고했습니다. 이철재 기자는 4대강 부역자들이 얼마나 잘 살고 있는지 고발했습니다. 이항진 의원은 여주시에 있는 300억 원짜리 모래언덕을 알렸습니다. 4대강 사업으로 강바닥을 파헤쳐 올린 모래를 쌓아놓은 골재 적치장을 보존하려고 지금껏 300억원의 농지 임대료를 지불했다는 내용입니다. (관련 동영상: 세금 300억원짜리 모래언덕)

MB 집 앞 촛불집회
 MB 집 앞에서 촛불집회가 열렸다. 지난 6일 4대강독립군은 학동역 앞 '죽음의 강 보고대회'를 마친 뒤 MB 집 앞으로 이동, 쥐박이 특공대 주최로 열린 촛불집회에 참여했다.
▲  MB 집 앞에서 촛불집회가 열렸다. 지난 6일 4대강독립군은 학동역 앞 '죽음의 강 보고대회'를 마친 뒤 MB 집 앞으로 이동, 쥐박이 특공대 주최로 열린 촛불집회에 참여했다.
ⓒ 정대희

보고대회를 마친 후에는 4대강 독립군과 50여 명의 시민들이 'MB 아방궁'으로 향했습니다. 행진을 하면서 이렇게 외쳤습니다.

"이명박을 구속하라"
"이명박에게 무상급식을!" 
"4대강을 살려내라!" 

하지만 MB에게 다가가는 길은 그리 녹록지 않았습니다. 경찰들이 MB 집으로 향하는 길목을 틀어막고 있었습니다. 멀리서 본 MB 집은 요새이고 철옹성이고 아방궁이었습니다. 순간, 그가 창조했던 '명박산성'이 떠올랐습니다.  

MB 집 앞에서 4대강 독립군은 촛불을 들었습니다. 거대한 담벼락 밑에 앉아 'MB 구속! 적폐청산!' 피켓을 드높이 흔들었습니다. 경찰 방호막에 둘러싸인 MB 집에는 두 개의 태극기가 걸려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이항진 여주시의원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철옹성 뒤에 숨고, 태극기 뒤에 숨어서 온갖 사리사욕은 다 채우고 있는 MB야말로 이 시대가 낳은 괴물이다" 

4대강 독립군의 2박 3일간 'MB 잡아라' 작전은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MB는 끝내 4대강 독립군과 시민들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특별한 초대장을 보냈으나 '죽음의 강 보고대회'에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4대강 독립군은 포기하지 않습니다. 다시 'MB 아방궁'에 찾아갈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에게 약속합니다. 4대강이 독립하는 그날까지 4대강 독립군은 촛불을 들겠습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닙니다.

P.S. 이명박씨에게 알려드립니다

 낙동강의 함안보와 합천보 수문을 열자 낙동강에 놀라운 변화가 찾아왔다. 모래톱과 습지가 부활하고, 그로 인해 떠났던 새들도 돌아오는 놀라운 변화 말이다. 황강 합수부가 4대강사업 이전의 모습으로 거의 복원됐다.
▲  낙동강의 함안보와 합천보 수문을 열자 낙동강에 놀라운 변화가 찾아왔다. 모래톱과 습지가 부활하고, 그로 인해 떠났던 새들도 돌아오는 놀라운 변화 말이다. 황강 합수부가 4대강사업 이전의 모습으로 거의 복원됐다.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이명박씨, 문재인 촛불 정부가 들어선 뒤에 4대강에 어떤 놀라운 변화가 있었는지 아시나요? 간략하게 보고합니다. 지난해 11월 13일, 낙동강에선 두 개의 수문이 열렸습니다. 콘크리트 보에 가로막혀 있던 물이 흐르면서 모래톱이 살아나 낙동강은 강다운 강이 돼가고 있습니다. (관련 기사: 감탄은 연발케 한 낙동강의 '무서운' 복원력)

모래톱만 돌아온 게 아닙니다. 수위가 내려가면서 그동안 목격되지 않던 반가운 생명들도 낙동강을 찾아오고 있습니다.

관련 기사: 수문 개방한 낙동강, 새해 되니 수달도 돌아왔다
관련 기사: 합천보 수문 열자 멸종위기종 흰꼬리수리도 찾아왔다

낙동강이 살아나고 있습니다. 이명박, 당신이 망쳐놓은 낙동강이 복원되고 있습니다. 자연은 인간의 탐욕보다 힘이 셉니다.

끝으로 이명박, 당신은 4대강 사업을 하면서 '고인물은 썩지 않는다'고 대국민 사기극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진실은 침몰하지 않습니다. 강은 흘러야 합니다. 이게 상식이고 진리입니다. 4대강 독립군은 촛불시민과 함께 4대강 사업의 진실을 끝까지 고발할 것입니다.
 다큐 <4대강 부역자와 저항자들> 촬영 장면
▲  다큐 <4대강 부역자와 저항자들> 촬영 장면
ⓒ 정대희

MB 10년 고발 다큐를 후원해 주세요.

오마이TV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4대강 부역자들의 민낯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이명박근혜 정권'으로부터 4대강을 해방시키려고 노력해온 '4대강 독립군'들도 <오마이뉴스>가 만드는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이자 조력자입니다. MB와 부역자들에 저항하면서 10년의 삶을 희생해온 독립군들의 어깨를 한번 두드려주세요. 오늘도 찬바람을 맞으며 죽어가는 강과 함께 아파하는 진실 고발자들을 응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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