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청년노동자 목숨 앗아간 공장, 현장 은폐 의혹도 “노동부 점검 하루 전 청소”
처음으로 입장 밝힌 어머니 “억울한 죽음 밝혀질 때까지 마음 단단히 먹을 것”…회사 앞 분향소 설치도
- 남소연 기자 nsy@vop.co.kr
- 발행 2024-06-25 15:17:39
- 수정 2024-06-25 17:29:22
이날 민주노총 전북본부를 비롯한 노동, 시민사회단체는 유가족과 함께 A씨가 사망한 전북 전주 덕진구 팔복동 전주페이퍼 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22일 오후 1시경 고용노동부의 전주페이퍼 사고 발생 현장 작업환경 측정이 예정돼 있었다. 이는 사고 발생 현장의 황화수소 누출 가능성에 대한 의혹을 조사하기 위한 조치였으나 전주페이퍼는 노동부 점검 하루 전인 21일 저녁에 사고 발생 현장의 탱크와 배곤을 깨끗이 청소했다”며 “도대체 무엇이 두려운 것인가. 만 19세 청년노동자의 사망 원인을 제대로 밝히고 고인의 산재 사고에 대해 책임지는 것이 회사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A씨는 지난 16일 오전, 물량 조절로 6일 동안 중단됐던 설비를 홀로 점검하다가 쓰러진 채 발견됐다. 이후 동료들에 의해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현재 정밀 부검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지만, ‘혈관이 좁아져 있고 심장이 비대해졌다’는 1차 소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유가족들은 진상규명이 이뤄질 때까지 A씨의 장례를 미루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A씨의 어머니가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A씨의 어머니는 A씨가 생전 메모장에 빼곡하게 채워 넣은 다짐과 계획들을 언급하며 힘겹게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우리 아들이 남긴 메모장은 엄마와 같이 나눴던 이야기들과 하고 싶은 계획들이 적혀 있었다. 그것을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이렇게 억울하게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고 애통해했다.
A씨 어머니는 “우리 아들 같은 자식들이 아직 저 공장에 많다”며 “아들의 억울한 죽음의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마음을 단단히 먹고, 하루빨리 문제가 해결돼 아들을 편히 보내고 싶다”고 눈물을 흘렸다.
민주노총 전북본부 법률지원센터 박영민 공인노무사는 “유가족이 눈물과 비통함으로 진상을 규명해 달라고 수차례 요구했는데, 진상규명을 하기는커녕 회사는 만 19세 청년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은폐하고 책임을 회피했다”며 “회사는 고인과 유가족에게 떠넘기지 말고,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해야 한다. 노동부는 이 사건을 은폐하지 않게 즉각 회사를 조사하고 감독해야 하며, 진상규명 해야 한다. 또한, 법 위반 사항이 발견되면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노무사는 “사고가 발생한 지 10일이 지났지만, 이곳에는 여전히 고인을 추모할 공간 하나도 없다”며 “우리는 청년 노동자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추모공간을 이 자리에 마련할 것이고 회사의 명백한 입장을 듣기 전까지는 유가족과 이 자리에서 절대 떠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유가족과 노조, 시민사회단체는 진상규명과 함께 고인과 유가족에 대한 공개 사과, 은폐 시도 중단,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회사 정문 앞에 A씨를 추모하는 분향소를 설치했다.
한편, 전주페이퍼는 입장을 내고 제기된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전주페이퍼는 “통상적으로 장기간의 기계 중지를 위해서는 펄프의 건조 및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각종 설비와 배관 등을 청소한다. 6월 10일 조업 단축을 위한 중지 시에도 16일 재가동을 위해 동일한 작업 순서에 의해 설비 및 배관 등을 청소했다”며 “이후 16일 재가동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로 인해 현장을 그 상태로 보존했다가, 23일 재가동이 예정된 상황에서, 관계기관의 승인 하에 공정청소를 진행했고, 사고 당시와 조건을 동일하게 한 상태에서 특별정밀 재조사를 실시한 이후 23일 재가동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황화수소 등 유해가스 검출 가능성에 대해서도 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 등과 함께 수차례 유해가스를 측정했으나 검출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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