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안 보이는 '전공의 파업', 병원에 남은 이들의 상황은?
경영난에 수입 줄어든 청소 노동자, '울며 겨자 먹기'로 무급휴직하는 간호사
최용락 기자 | 기사입력 2024.06.07. 03:58:35
'전공의 파업'이 120일 넘게 이어지며 병원 노동자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병상 가동률 저하로 인한 경영 손실 일부를 비정규직에게 전가하는 병원이 나타났다. 환자 수에 따라 벌이가 결정되는 간병사들의 소득도 절반가량으로 감소한 뒤 회복되지 않고 있다. 간호사들도 전공의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충분한 교육 없이 익숙하지 않은 업무에 투입되는 중이다. '전공의 파업'의 해법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들의 고통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소재 한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하청업체 소속 청소노동자들은 경영난으로 인한 병원의 요청을 업체가 받아들임에 따라 지난 3일부터 1일 30분 단축근무를 하고 있다. 지난 4, 5월 강제 연차를 사용한 데 이어서다. 이에 따라 한 달 230~250만 원이었던 급여가 15~20만 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병원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노동시간 단축 때문에 "다음날 일을 전날 퇴근하기 전에 더 해놔야 하니 몸이 힘들다. '다른 데로 가야 하나' 흔들리는 동료들도 많다"며 "물가는 오르는데 10만 원 넘게 임금을 덜 받게 된 것도 막막하다"고 말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가 간병사 100명의 임금 변화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의 소득은 '전공의 파업' 전 211만 1400원에서 지난 4월 110만 1600원으로 평균 47.83% 감소했다. 간병사들은 대개 인력소개소를 거쳐 환자와 직접 계약하거나, 병원과 환자 수에 따라 업무위수탁 계약을 맺는 특수고용 노동자인데, 병원을 찾는 환자가 줄며 수입도 급감한 것이다.
경북 지역의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한 간병사는 '임금 감소 상황이 여전하냐'는 질문에 "지금도 그렇다. 2월 말 이후 일감이 다 줄었다"며 "예전에는 간병사 임금이 낮아 100명이 필요해도 일하겠다는 사람이 80~90명 밖에 없어 사람이 부족했는데, 지금은 하루 일하면 3일 정도는 일이 없다"고 답했다.
간호사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련병원들이 경영난을 이유로 간호사 무급휴직 신청을 받은 지는 오래됐고, 현장에 남아 일하는 간호사들은 환자 감소에 따른 병동 통폐합, 전공의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급하게 시행된 정부발 PA(Physical Assistant, 진료 보조) 간호사 업무 범위 확대 시범사업 등으로 충분한 교육 없이 익숙하지 않은 업무에 투입되고 있다는 것이 노동계의 전언이다.
다른 직종 노동자들도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김동아 의료연대본부 정책부장은 "임상병리사나 방사선사들은 근무조당 일하는 사람 수가 줄어 4명이 서던 당직을 3명이 서는 사례가 파악되고 있다"고 밝혔다.
사태의 원인인 '전공의 파업'의 출구는 보이지 않고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정부가 전공의 사직서 수리 허용, 현장 복귀 시 행정처분 절차 중단 등 '유화책'을 발표한 데 대해 페이스북에서 "응급실로 돌아가진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개원의 단체와 대한의사협회와 서울대병원·의대 교수들도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하며 전공의들에게 힘을 싣고 있다.
최희선 전국보건의료노동조합 위원장은 "의사들은 환자 곁에서 환자들로부터 신뢰받고 존중받을 때 가장 빛나고 강하다"며 "전공의들이 환자 곁으로 돌아가는 것은 정부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로서 본연의 책무를 다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전공의들이) 정부와 싸운다고 하지만, 정작 피해는 환자와 국민, 그리고 의료 공백을 메우고 있는 보건의료 노동자가 보고 있다"며 "국민들은 물론 보건의료 노동자도 전공의들이 환자 곁으로 돌아와 함께 일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전공의와 보건의료 노동자는 의료기관에서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서로 존중하고 협력해야 하는 동료"라며 "수련병원 의사 인력 운영체계를 바꿔 전공의들의 근무조건과 처우를 개선하는 일에는 보건의료노조도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评论
发表评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