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지키기' 나선 증인들... "선택적 기억력 갖고 있나?"
[현장] 민감한 질문 답변 거부하거나 모르쇠... 대통령 연관성 부인했지만 .오히려 의구심 키워
▲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채상병 특검(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입법청문회에서 증인 선서를 거부한 채 자리에 앉아 있다. | |
ⓒ 유성호 |
"이종섭 증인은 선택적 기억력을 갖고 있습니까?"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꼬집고 나섰다. 이종섭 전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통화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기를 극구 꺼렸기 때문이다. 정청래 위원장은 "본인은 어떤 부분은 선택적으로 수다를 떨 만큼 말을 많이 하고, 어떤 부분은 아주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고, 말하는 습관도 이렇게 선택적으로 하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에 윤석열 대통령이 개입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계속 제기되는 가운데, 최대한 윤 대통령과의 연관 관계를 부인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는 답으로 일관하며, '선택적 기억력'이라는 조롱을 받게 된 것이다. 이종섭 전 장관을 포함해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 기록이 확인된 증인들 모두 대통령과의 연관성을 극구 부인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그래서 대통령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함구했다. 사실상 '대통령 지키기'에 총력전으로 나선 셈이다.
채상병 사건과 무관했다는 통화, 하지만..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해병대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입법 청문회를 진행했다.
이종섭 전 장관은 이날, 본인과 윤석열 대통령의 통화 기록이 3차례 있지만 실제로 통화를 한 건 두 번이라고 강조했다. 한 번은 통화 수신율이 떨어지면서 중간에 전화가 끊기는 바람에 다시 한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이 사건과는 전혀 무관한 것이었다고 여러 차례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그래서 구체적으로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했다. 이첩 보류 지시 역시 대통령이 아니라 본인의 자체적인 판단이었음을 수차례 반복했다. 보직 해임 또한 대통령과의 통화 전에 본인이 지시한 것이라 강조했다.
비슷한 종류의 공방이 계속 이어지자, 정청래 위원장은 이종섭 전 장관에게 우즈베키스탄에 있을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전화한 내용에 대해 '소거법'으로 물었다. 이날은 박정훈 전 수사단장이 보직 해임된 날이었다. 정 위원장은 "우즈베키스탄의 기후, 날씨에 대해서 얘기한 적 있느냐?" "식사 잘 하느냐, 이런 대화는 있었느냐?" "북한 문제에 대해 이야기 했느냐?" "우크라이나 전쟁 이야기를 했느냐?"와 같은 질문들을 이어갔다.
이종섭 전 장관은 "그런 이야기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런 기억이 없다"라며 관련 주제로 전화 통화를 하지는 않았음을 시인했다. 그러나 그가 답변을 이어갈수록, 해외에 있는 국방부 장관과 현직 대통령이 개인 휴대전화로 대화를 나눌 만한 주제들이 하나씩 사라지는 모양새였다.
정 위원장은 "그런데 그날 박정훈 대령이 보직 해임됐고, 이첩된 거 회수하라고 했다"라며 "대통령이 비화기폰도 쓰지 않고 개인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다는 것은 뭔가 시급하게 지시하고 이행하라고 하는 전화라고밖에 해석할 수 없다"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런데 증인은 '구체적으로 대통령과의 통화 사실은 밝힐 수 없다'라고 답변을 했다"라며 "강제적으로, 물리적으로 이종섭 증인의 발언을 우리가 들을 수는 없겠지만, 국민들은 다 생각한다. '아, 무슨 내용으로 통화했겠구나'"라고 꼬집었다.
"답변 드리지 않겠다" "이 사건과 관련해 연락한 적 없다"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역시 윤 대통령과의 통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지만,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은 이 자리에서 밝히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라며 "답변을 드리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답변을 거부했다.
이시원 전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는 계속되는 증언 거부로 정청래 위원장으로부터 경고에 이어 10분간 퇴정 명령까지 받았지만 답변 태도를 고치지는 않았다. 대통령과 관계된 질문에 대해 특히 완강한 모습을 보였다.
장경태 의원이 "증인으로 결정된 이후에 대통령이나 대통령실 혹은 여당으로부터 연락받은 게 있느냐?"라고 묻자, 그는 "없다"라고 답했다. "혹은 (먼저) 연락한 적은 있느냐?"라는 질문에도 "이 사건과 관련해서 한 적은 없다"라고 답했다.
장 의원은 "그러면 다른 걸로 연락한 적은 있는지 그거는 묻지 않겠다"라며 "그러나 지금 한 말이 거짓일 경우에는 또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경고했다. 이어 "검찰과 관련해서 여러 가지 수사가 진행될 때 대통령이 개입한 적이 있느냐? 없느냐?"라고 물었다.
이시원 전 비서관은 "앞서 증언에서 말씀드린 그 근거를 바탕으로 위원님의 질의에 답변드리기 어려움을 양해 부탁드린다"라고 반복해 답했다. 장 의원은 "좋다. 대통령이 또 범죄를 저질렀다는 답으로 이해했다"라고 쏘아붙였다.
사건 회수 당일, 꼬리에 꼬리를 문 통화
대통령과의 관련성을 부인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개입 정황에 대한 새로운 의혹이 드러나기도 했다.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당시 임기훈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던 사실을 인정하면서 "경북경찰청으로부터 전화가 올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이는 임기훈 전 비서관이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를 한 직후의 시점이다.
유재은 관리관은 임 비서관이 통화에서 구체적으로 무언가를 지시하거나 강요하지 않았고, 그저 전화가 갈 것이라는 사실만 안내한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이후 부재중 전화가 와서 경북청일 것이라고 추측했고, 다시 본인이 직접 전화를 걸어서 사건 회수를 논의했다는 것. 하지만 윤석열→임기훈→유재은의 연결고리가 생기면서, 경북청으로부터 사건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이 개입했을 정황이 더 뚜렷해진 모양새이다.
이종섭 전 장관은 이날, 본인과 윤석열 대통령의 통화 기록이 3차례 있지만 실제로 통화를 한 건 두 번이라고 강조했다. 한 번은 통화 수신율이 떨어지면서 중간에 전화가 끊기는 바람에 다시 한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이 사건과는 전혀 무관한 것이었다고 여러 차례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그래서 구체적으로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했다. 이첩 보류 지시 역시 대통령이 아니라 본인의 자체적인 판단이었음을 수차례 반복했다. 보직 해임 또한 대통령과의 통화 전에 본인이 지시한 것이라 강조했다.
▲ 정청래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채상병 특검(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입법청문회에서 전 국방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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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전 장관은 "그런 이야기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런 기억이 없다"라며 관련 주제로 전화 통화를 하지는 않았음을 시인했다. 그러나 그가 답변을 이어갈수록, 해외에 있는 국방부 장관과 현직 대통령이 개인 휴대전화로 대화를 나눌 만한 주제들이 하나씩 사라지는 모양새였다.
정 위원장은 "그런데 그날 박정훈 대령이 보직 해임됐고, 이첩된 거 회수하라고 했다"라며 "대통령이 비화기폰도 쓰지 않고 개인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다는 것은 뭔가 시급하게 지시하고 이행하라고 하는 전화라고밖에 해석할 수 없다"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런데 증인은 '구체적으로 대통령과의 통화 사실은 밝힐 수 없다'라고 답변을 했다"라며 "강제적으로, 물리적으로 이종섭 증인의 발언을 우리가 들을 수는 없겠지만, 국민들은 다 생각한다. '아, 무슨 내용으로 통화했겠구나'"라고 꼬집었다.
"답변 드리지 않겠다" "이 사건과 관련해 연락한 적 없다"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역시 윤 대통령과의 통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지만,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은 이 자리에서 밝히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라며 "답변을 드리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답변을 거부했다.
이시원 전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는 계속되는 증언 거부로 정청래 위원장으로부터 경고에 이어 10분간 퇴정 명령까지 받았지만 답변 태도를 고치지는 않았다. 대통령과 관계된 질문에 대해 특히 완강한 모습을 보였다.
▲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채상병 특검(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입법청문회에서 증인 선서를 거부한 사유에 대해 소명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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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시원 전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채상병 특검(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입법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지금 특검법안의 수사 대상이 된 상황에서 이미 고발이 됐고, 현재 공수처에서도 한참 수사 중이라 의원의 질의에 답하지 못함을 양해 부탁드린다"고 답변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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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태 의원이 "증인으로 결정된 이후에 대통령이나 대통령실 혹은 여당으로부터 연락받은 게 있느냐?"라고 묻자, 그는 "없다"라고 답했다. "혹은 (먼저) 연락한 적은 있느냐?"라는 질문에도 "이 사건과 관련해서 한 적은 없다"라고 답했다.
장 의원은 "그러면 다른 걸로 연락한 적은 있는지 그거는 묻지 않겠다"라며 "그러나 지금 한 말이 거짓일 경우에는 또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경고했다. 이어 "검찰과 관련해서 여러 가지 수사가 진행될 때 대통령이 개입한 적이 있느냐? 없느냐?"라고 물었다.
이시원 전 비서관은 "앞서 증언에서 말씀드린 그 근거를 바탕으로 위원님의 질의에 답변드리기 어려움을 양해 부탁드린다"라고 반복해 답했다. 장 의원은 "좋다. 대통령이 또 범죄를 저질렀다는 답으로 이해했다"라고 쏘아붙였다.
사건 회수 당일, 꼬리에 꼬리를 문 통화
▲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채상병 특검(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입법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
ⓒ 유성호 |
대통령과의 관련성을 부인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개입 정황에 대한 새로운 의혹이 드러나기도 했다.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당시 임기훈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던 사실을 인정하면서 "경북경찰청으로부터 전화가 올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이는 임기훈 전 비서관이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를 한 직후의 시점이다.
유재은 관리관은 임 비서관이 통화에서 구체적으로 무언가를 지시하거나 강요하지 않았고, 그저 전화가 갈 것이라는 사실만 안내한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이후 부재중 전화가 와서 경북청일 것이라고 추측했고, 다시 본인이 직접 전화를 걸어서 사건 회수를 논의했다는 것. 하지만 윤석열→임기훈→유재은의 연결고리가 생기면서, 경북청으로부터 사건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이 개입했을 정황이 더 뚜렷해진 모양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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