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한, 우크라에 무기공급 실수될 것"이라면서도 "북과 조약, 걱정할 것 아냐"

 경고 메시지 속 한국 달래기?…우크라이나에 "러시아 제안 탁자 위에 있어" 협상 강조

이재호 기자  |  기사입력 2024.06.21. 07:00:21 최종수정 2024.06.21. 07:02:19


북러 조약에 유사시 개입 조항을 넣은 것을 두고 한국 정부가 러시아에 대한 제재와 함께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하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한국의 방침이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도 북한과 맺은 조약에 대해서는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20일 베트남에 도착해 또 럼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푸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 분쟁 지역에 치명적인 무기를 공급하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며 "러시아는 한국 지도부를 기쁘게 할 것 같지 않은 대응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고 러시아 매체 <스푸트니크> 통신이 전했다.

그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 및 다른 국가의) 무기 인도에 대한 대응 조치로 타국에 대한 무기 인도를 배제하지 않는다"라고 말해 실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할 경우 그에 따른 조치로 북한 등 다른 국가에 무기를 지원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앞서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북러 간 조약을 규탄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지원 문제는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문제는 여태껏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방침이었는데, 그 방침을 재검토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한국 정부의 입장에 대해 위와 같이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과 함께 달래기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북러 간 조약과 관련 "평양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면 한국은 걱정할 것이 없다. 러시아는 침략 시에만 북한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 20일(현지시각) 베트남에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하노이 공항에서 러시아 매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와 협상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협상이 정확히 어디에서 이루어질지는 중요하지 않지만, 러시아의 제안은 테이블 위에 있다"며 우크라이나의 동부 및 남부 4개 주에 대한 병합을 요건으로 하는 휴전안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다. 

그는 "평화 구상에 대한 서방의 반응은 예상됐던 일이지만, 갈등을 종식시키고 싶다면 현명한 정치인들은 그들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이라며 "협상은 내일 이뤄질 수 있지만 현재 상황에 근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정부는 선거를 치르고 싶지 않기 때문에 전투를 지속하는데 관심이 있다"며 정권을 유지하려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으로 인해 전쟁이 지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서방은 모든 형편없는 결정의 책임을 젤렌스키에게 돌리고 내년 상반기에 그를 교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에는 아직 선제 핵공격을 할 기회가 필요하지 않다"면서도 "핵무기 사용 문턱을 낮출 가능성에 대한 논의 속에 핵 독트린을 수정할 수도 있다"고 말해 핵 사용 가능성이 높아진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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