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가관 #어처구니없다 #국격이라니
초등학교 4학년쯤 됐을 때, 사촌형이 사전 찾는 법을 가르쳐줬습니다. 지금 당장 생각나는 것을 말해보라고 했습니다. 당시 생각났던 것은 '맛있는 과자'였습니다. 사촌형은 저에게 우선 맛을 찾아보라고 했습니다.
맛 : 음식 따위를 혀에 댈 때에 느끼는 감각...
그런 다음에는 맛이라는 단어 풀이에 적혀 있는 감각을 찾아보라고 했습니다.
감각(感覺): 눈, 코, 귀, 혀, 살갗을 통하여 바깥의 어떤 자극을 알아차림...
그 다음에는 감각이라는 단어 풀이에 있는 자극을, 그다음에는 자극이라는 단어 풀이에 있는 또 다른 단어를... 그렇게 사전을 찾는 일은 끝이 나지 않았습니다.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사전 찾는 게 익숙해졌습니다.
#가관 #어처구니없다 #국격
지난 10월 5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가 있었습니다. 그는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법정에 출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그 이유가 가관이었습니다.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가관(可觀): 꼴이 볼만하다는 뜻으로, 남의 언행이나 어떤 상태를 비웃는 뜻으로 이르는 말.
어처구니없다: 일이 너무 뜻밖이어서 기가 막히는 듯하다. ≒어이없다.
법정에 나오지 않은 이유가 '전 대통령의 재판 모습을 국민과 해외에 보여주는 것이 국격의 유지나 국민의 단합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국격(國格): 나라의 품격
하도 기가 차서, '국격'이라는 단어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서 표준국어대사전을 덮고 인터넷에 검색해보았습니다. 누군가 '나무위키'에 이렇게 정리해 놓았습니다.
"1970, 1980년대 독재정권 시절 가끔 이 단어가 보통명사로써 쓰이다가 제6공화국이 출범하면서부터 사어화되었다. 그러다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연설 등에서 국격이라는 말을 사용하면서 인터넷을 중심으로 다시금 유행을 타게 하였다."
생각해 보니, 이명박 정권 동안 그가 걸핏하면 그놈의 국격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것과 그럴 때마다 몸서리치게 역겨웠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내친 김에 더 찾아보니 2010년 11월 24일, 국립국어원이 운영하는 '온라인가나다'에는 이런 질문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국격이란 단어가 '국가품격'의 줄임말로, 표준어가 아닌 걸로 알고 있거든요? 헌데, 요즘 언론매체에서 '국격'이란 단어를 자주 쓰곤 하는데 틀린 것이 아닌가요?"
국격이란 단어가 표준어가 아니지 않은가에 대한 질문에, 국립국어원에서는 아주 친절하고 자세하게 답변을 해놓았습니다.
"사람으로서의 품격을 이르는 '인격(人格)', 사물 따위에서 느껴지는 품위를 이르는 '품격(品格)', 글의 품격을 이르는 '문격(文格)'은 지금까지 쓰여 왔고 사전에도 실려 있습니다. 그런데 '국격'이라는 단어는 기존 사전들이나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을 수 없는 것으로 보아서 예전부터 쓰여 온 말은 아닌 것으로 보이며, 현재 표준어 자격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다만 국가의 품격을 뜻하는 말로, 국격(國格)이라는 단어가 앞으로 두루 널리 쓰이게 된다면, 언젠가 표준어 여부를 논의할 수 있습니다."
이명박의 노고
아무튼 2018년 10월 10일 현재, '국격'이라는 단어는 표준국어대사전에 표준어로 등재돼 있습니다. 전적으로 이명박씨의 노고 덕분입니다.
4년여 동안 '국격'이라는 실체 없는 단어에 매진하신, 그 국격 때문에 재판정에 나오지 않은 이명박씨. 당신 때문에 내가 쪽팔립니다. '새빨간 거짓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당신이 이 나라의 대통령이었다는 게 너무 쪽팔립니다.
격생격사(格生格死)이신 이명박씨, '쪽팔리다'라는 품격 없는 말을 당신에게 내뱉어서 미안합니다. 그런데 '쪽팔리다'라는 말도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어 있는 말이라는 것도 아시지요?
쪽팔리다: (속되게) 부끄러워 체면이 깎이다.
맛 : 음식 따위를 혀에 댈 때에 느끼는 감각...
그런 다음에는 맛이라는 단어 풀이에 적혀 있는 감각을 찾아보라고 했습니다.
감각(感覺): 눈, 코, 귀, 혀, 살갗을 통하여 바깥의 어떤 자극을 알아차림...
그 다음에는 감각이라는 단어 풀이에 있는 자극을, 그다음에는 자극이라는 단어 풀이에 있는 또 다른 단어를... 그렇게 사전을 찾는 일은 끝이 나지 않았습니다.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사전 찾는 게 익숙해졌습니다.
#가관 #어처구니없다 #국격
▲ 자동차 부품사 "다스"의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거액의 뇌물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 공판이 5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리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 했다.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이 착잡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 |
ⓒ 사진공동취재단 |
지난 10월 5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가 있었습니다. 그는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법정에 출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그 이유가 가관이었습니다.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가관(可觀): 꼴이 볼만하다는 뜻으로, 남의 언행이나 어떤 상태를 비웃는 뜻으로 이르는 말.
어처구니없다: 일이 너무 뜻밖이어서 기가 막히는 듯하다. ≒어이없다.
법정에 나오지 않은 이유가 '전 대통령의 재판 모습을 국민과 해외에 보여주는 것이 국격의 유지나 국민의 단합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국격(國格): 나라의 품격
하도 기가 차서, '국격'이라는 단어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서 표준국어대사전을 덮고 인터넷에 검색해보았습니다. 누군가 '나무위키'에 이렇게 정리해 놓았습니다.
"1970, 1980년대 독재정권 시절 가끔 이 단어가 보통명사로써 쓰이다가 제6공화국이 출범하면서부터 사어화되었다. 그러다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연설 등에서 국격이라는 말을 사용하면서 인터넷을 중심으로 다시금 유행을 타게 하였다."
생각해 보니, 이명박 정권 동안 그가 걸핏하면 그놈의 국격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것과 그럴 때마다 몸서리치게 역겨웠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내친 김에 더 찾아보니 2010년 11월 24일, 국립국어원이 운영하는 '온라인가나다'에는 이런 질문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국격이란 단어가 '국가품격'의 줄임말로, 표준어가 아닌 걸로 알고 있거든요? 헌데, 요즘 언론매체에서 '국격'이란 단어를 자주 쓰곤 하는데 틀린 것이 아닌가요?"
국격이란 단어가 표준어가 아니지 않은가에 대한 질문에, 국립국어원에서는 아주 친절하고 자세하게 답변을 해놓았습니다.
"사람으로서의 품격을 이르는 '인격(人格)', 사물 따위에서 느껴지는 품위를 이르는 '품격(品格)', 글의 품격을 이르는 '문격(文格)'은 지금까지 쓰여 왔고 사전에도 실려 있습니다. 그런데 '국격'이라는 단어는 기존 사전들이나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을 수 없는 것으로 보아서 예전부터 쓰여 온 말은 아닌 것으로 보이며, 현재 표준어 자격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다만 국가의 품격을 뜻하는 말로, 국격(國格)이라는 단어가 앞으로 두루 널리 쓰이게 된다면, 언젠가 표준어 여부를 논의할 수 있습니다."
이명박의 노고
▲ 2007 대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2007년 12월 19일 저녁 여의도 당사를 찾아 선대위 관계자들과 함께 "화이팅"을 외치고 있는 모습. | |
ⓒ 권우성 |
아무튼 2018년 10월 10일 현재, '국격'이라는 단어는 표준국어대사전에 표준어로 등재돼 있습니다. 전적으로 이명박씨의 노고 덕분입니다.
4년여 동안 '국격'이라는 실체 없는 단어에 매진하신, 그 국격 때문에 재판정에 나오지 않은 이명박씨. 당신 때문에 내가 쪽팔립니다. '새빨간 거짓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당신이 이 나라의 대통령이었다는 게 너무 쪽팔립니다.
격생격사(格生格死)이신 이명박씨, '쪽팔리다'라는 품격 없는 말을 당신에게 내뱉어서 미안합니다. 그런데 '쪽팔리다'라는 말도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어 있는 말이라는 것도 아시지요?
쪽팔리다: (속되게) 부끄러워 체면이 깎이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글은 인권연대 <발자국통신>에도 게재되었습니다. 글을 쓴 최낙영씨는 인권연대 운영위원으로 활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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