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요일 아침, 온라인 경향신문 머리에 얹혀 있는 이 제목을 보며, 거울이 우선 필요한 것은 전원책 자신인데, 이런 야유 투 생각을 해보고 있는 동안, 미뤄두고 있던 글쓰기 숙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다음 번에는 전원책에게 인선 기준을 귀띔해주겠다. 가제는 ‘대한민국 보수의 자격조건’쯤이 될 듯하다. 기대해도 좋다>라고 예고까지 해두지 않았던가. 숙제는 대개 재미없는 것이지만, 그래도 숙제는 숙제다. 해치워야 한다. 예고된 제목 바뀌어진 거, 해량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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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숙제의 기원
결국 숙제의 기원이 된 이 기사에 보니까, 이른바 ‘보수’의 칼잡이로 등극한 전원책이 제시한 ‘인선기준’은 다음과 같은 듯하다.
1) 보수주의를 회복해야 한다.
2) 새로운 보수주의자, 자유주의자에게 문호를 개방해 경쟁해야 한다.
3)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므로 신진에게 길을 열어야 한다.
4) 자신의 입신영달만을 생각하는 정치를 배제하겠다.
5) 보수주의 정신에 투철했는가를 따지겠다
적어도 나에게는 참 우스워 보이는 이런 기준에 대한 나의 소견을 곧장 정리해보려 했지만, 첫서리 전후, 농촌에서는 할 일이 많은데다 밤 줍기 시즌까지 겹쳐,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사이에, ‘전원책, 오락가락’부터 ‘한국당, 이미 종쳤다’까지 여러 가지 소리 들을 듣게 되었다.
그런 소리들은 조금도 새롭지 않다. 한국당이 종친 것은 이미 오래 전이고, 항심이라는 게 티끌만큼도 없(어 보이)는 전원책의 오락가락이야 그의 고유 상표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들 자신이 되풀이하여 천명하고 있는 그대로, 한국당은 대한민국 국회에서 합법적 행패가 가능한 ‘힘’을 보유하고 있는 정치적 실체이기에, 전원책의 새로운 한 주일이 시작되는 이 아침, 전원책의 ‘오락가락’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을 저 ‘인선기준’을 텍스트 삼은 졸견을 세상에 내보내기로 한다.
2) 오진 금물
병을 치유하려면 우선 진단이 정확해야 한다. 오진으로는 헛된 헤맴이나 되풀이하면서 병세만 더 악화시키게 되기 때문이다. 의학적으로 완벽하게 포기당한 상태인 한국당 입장에서는 더욱더 그렇다. 그런데 ‘빨간색’이라는 금 긋기를 해두다니! 아마 이른바 ‘친이’까지 싸잡아죽일 경우 살아남을 종자마저 없게 되니까 절반을 탁 끊어 이른바 ‘친박’만 골라 살처분하기로 작정하고 신종 색깔론인 ‘빨간색’ 가설이 설정된 듯한데, 전원책에게 물어보고 싶다.
어찌 희대의 사기꾼인 이명박과 그 주구들을 빼놓고 ‘보수’의 폭망을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홍준표 가로되 ‘나 아니면 못막았다’ 했던 것처럼, 이명박이 사기꾼이라는 것은, 대개의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당신들 패거리도 대개 알고 있었던 사실 아닌가. 그런데도 두 눈 질끈 감고 그를 대통령의 位에 나아가도록 했고, 그 덕분에 어찌 ‘친이’들뿐인가, 보수 일족이 한 시절 잘 해먹었지. 그 뒤를 이은 것이 희대의 바보 박근혜와 그 바보를 이용하여 또 보수 일족의 성세를 누리게 되었던 거지. 그렇지 않은가? 그런데 친이는 살리고 친박은 죽이겠다고? 당신들은 동지애라는 것도 없는가?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아야지, 어찌 그럴 수가 있는가? 판국이 이러니 당신들의 폭망 국면은 꽤 오래 이어질 수밖에 없겠고, 그것은 우리 모두의 조국, 대한민국을 위해서는 아주 좋은 일이 되겠군.
3) 전원책이 또, 틀려먹은 이유
전원책이 제시한 ‘인선기준’을 조금 살펴보겠다. ‘보수주의’라는 표현을 여러 번 사용했는데, 전원책, 그는 ‘보수주의’의 뜻은 알고 쓰는 것일까? 간단하게, 인터넷에 들어가 ‘보수주의’를 검색해볼 경우, 거기 어느 대목에 대한민국의 이른바 ‘보수’가 끼어들 틈이 있겠는가?
정치적 보수의 원조 격이 될 영국 보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명예’였다, 자신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유행했던 게 결투, 목숨을 걸어야 했다. 그런데 대한민국 보수들에게 목숨은 고사하고 백 원짜리 동전 하나라도 건 명예가 있었던가?
그보다는 파렴치를 즐겼고, 더 나아가 아예 무기 삼았지. 지난 시대 이른바 참 말종 지랄 같던 ‘진박 경쟁’이 예가 되겠지만, 서로서로 파렴치 경쟁을 했지. 할복하겠다, 빠져 죽겠다, 그런 소리 잦았지만, 할복한 사람도, 빠져 죽은 사람도 없었지. 왜냐하면 속속들이 파렴치하니까. 파렴치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는 게 대한민국 보수族의 종족적 특성이니까.
전원책은 ‘새로운 보수주의자’니 ‘신진’이니 하는 표현을 썼는데 대한민국 보수에게는 ‘새로운’이니 ‘신진’이니 해봐야 다를 게 없다. 종자가 그렇기 때문이다. 종자가 틀려먹은데다 자라면서 보고 익힌 게 모두 파렴치뿐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이른바 보수들 가운데 가장 ‘새로운 신진’이 아마 이준석이나 손수조일 텐데, 앞 글에서 이미 적어놓았지만, ‘혜성’처럼 등장할 당시 30세 안쪽, 아주 새파란 그들은 그들의 대선배 뺨을 칠 정도로 능글능글 파렴치했다.
4) 나의 제안
이제 내가 전원책으로서 가능할 법한 전략 둘을 제안하겠다.
神效^^를 기대할 만하리라, 기대한다.
Plan A
- 불판갈이論
모든 공동체는 사람으로 구성되고 사람에 의해 운용되니까, 결국 공동체의 성패는 사람에 달려 있다. 그런데 현재 보수 세력에서는 쓸 만한 인재, 남겨둬도 상관없는 인재는 하나도 없다. 보수들이 죽인 (것으로들 이야기되는) 노회찬의 불판갈이論을 내가 들먹거린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
아주 잘라 말하여 우리 조국의 지난 시대를 몽땅 망가뜨린 것들, 친이 친박, 또는 그 중간의 회색 분자, 막론하고, 그냥 두어두어도 괜찮은 존재는 하나도, 정말 단 하나도 없으니까, 사그리 걸러내야 한다, 그런 것. 그렇다고 ‘새로운 신진’, 그런 것은 불가능하니까, 물론 보수 외 다른 종족의, 왜냐하면 보수는 종자가 틀려먹었으니까, 어린 새싹을 선발하여 진정한 ‘보수주의’ 전사로 키워라, 그런 것.
물론 하루 이틀에는 불가능하다. 와신상담, 장구한 세월을 각오해야 한다. 그러자면 민주당 이해찬대표가 언명한 ‘20년’이나 ‘50년’의 세월은 오히려 짧은 것일 수 있을 듯하다. 그러나 그런 세월을 바치고라도 이 나라에 ‘진정한 보수주의’의 싹을 키워낼 수 있다면 보수세력은 물론 국가 전체로 보아서도 다행스러울 일이다. 왜냐하면 편견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지혜라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 서로 대립되는 지혜와 관점과 이념이 상보적 입장에서 상호 견제하고 경합하는 것은 역사의 발전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Plan B- 문제는 이미지다!
그런데 Plan A는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현실적이 되기는 조금 어려울 수 있다. 비참하게 죽게 된 그들이 곱게 죽어주려 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사 항전. 그러면 보수 잔당은 풍비박산, 영원히 재기불능이 될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Divide and Rule 전법이 필요하다. 죽일 사람들과 살려둘 사람들을 나눠 조지기.
실사구시 정신에 바탕을 둔 이 전략의 대전제는 이미지다. 현대는 이미지의 시대다. 승부는 이미지에 달려 있다. 그런데 현재 한국당의 이미지를 상징하는 저 위 세 인물을 보라. 저런 이미지에게 시장 매력이 있을 것 같은가? 당신들 관점에서는 어떤가? 손님(대중, 또는 유권자)들이 거들떠보지도 않을 듯하지 않은가? 그러므로 수꼴 붙박이, 현재의 이미지로는 절대 회생 불가하니까 이미지 자체를 확, 뒤집어 엎어야 한다. 이것이 나의 관점이다. 행동 단계를 나눠 구체적으로 적어보겠다.
첫째 단계 : 우선 관점을 조금씩 바꿔보면 좋겠다. 그러면 절대적 궁지에 빠져 있는 보수 일족의 살길이 보일는지도 모르니까. 이를테면 이런 거다. 상습적 닥반 (닥치고 반대)을 포기하고, 현재 시황으로 보아 7,80%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는 문재인의 어떤 지향에 대해, 아, 그건 정말 잘하시는 일이다, 그렇게 긍정 한 토막 날려보라. 단지 그 한 토막 긍정으로 보수의 이미지는 새로워지기 시작할 수 있으리니!
둘째 단계 : 다음 단계는 인적 쇄신이다. 그 사람들 그대로 두고는 살아날 길이 아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민 일반이 상식적으로 수긍할 수 있어야 한다. 여러 차례의 실패가 이미 있었듯이, 눈가리고 아웅은 야유 재료 이상의 가치가 없다. 그야말로 ‘쇄신’이 되어야 한다. (刷新 명사 그릇된 것이나 묵은 것을 버리고 새롭게 함.- 네이버사전) 이 쇄신은 극적일수록, 더 잔혹, 더 비정할수록 그 효과는 더 커진다.
내가 직전 글에서 김성태의 팽은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적어두었는데, 이른바 보수의 이미지 결정적 쇄신을 위해, 비단 김성태만은 아니다. 이를테면 김진태, 김무성, 윤상원, 홍준표, 나경원, 김수민, 신보라, 전희경, 류여해, 이은재 등, 백만 악플 유발형 독설을 자산 삼아 자신들의 정치적 생명을 이어가려는 무리들을 단호하게 팽한다.
반문해보시라. 그들을 그대로 두면 이른바 수꼴 10% 정도의 지지야 사수하게 되겠지만, 그것은 영원한 소수를 각오한 게 되지 않겠는가? 다수가 되기 위해서는 국민 대다수에게 염증이나 유발하고 있는 그들부터 확실하게 죽여, 이미지를 완전히 새롭게 해야 한다. 이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절대적 당위다. 반발이야 물론 크겠지만, 그 저항은 이제 겨우 살아남게 된 사람들이 대신 감당해준다. 이이제이 계교가 되겠다.
셋째 단계 : 새로운 인사들 영입인데, 진실로 새로워야 한다. 빈사상태의 민주당을 살려내기 위해 문재인이 시도했던 것 가운데 하나가 영입이었고, 그때 영입인사 하나하나가 뉴스의 표적이었다. 왜냐하면 대중의 의표를 칵 찌를 만큼 완전히 새로웠기 때문이고, 새로웠던 그들 하나하나는 현재 신인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들 가운데 차차기 대통 후보로 이야기되는 사람만도 둘이나 되지 않는가.
문재인 이후, 많은 정당들이 ‘영입’ 쇼를 벌렸지만, 그것은 쇼스럽지도 않았다. 이미 썩은 고기를 가져다 놓고 새것입네 하는 재탕 삼탕까지 불사, 식상하기나 했다. 전원책이 진정으로 보수를 살리기를 바라거든, 그 이름 자체가 대중적 호기심을 팍 자극할 만큼 새로운 인재를 모셔오라.
그중에 만일, 자기들 스스로 보수를 자처하는 TK, 표창원(포항)이나 조응천(대구), 이런 인재들을 끌어들이는데 성공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초대형 대박 확정이다. 그들은 모두 자타공인 ‘문재인의 사람들’이지만, 그러나 문재인이 지향하는 것이 국민 모두가 하나 되는 대동세상이니, 그런 세상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그 사람들이 어디 속한들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전원책, 인재를 모셔오기 위해 10고초려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한번 공들여보시라.
삼국지의 수경선생이 유비에게 했던 말씀 - 복룡, 봉추, 둘 가운데 하나만 얻어도 천하를 도모해볼 수 있으리라. 내가 전원책에게 감히 건의하겠다 - 위에 적은 둘 가운데 하나만 얻어도 보수의 하늘은 완전히 새로워질 수 있으리라.
5) 나는 관종을 믿지 않지만
이미 몇 차례 되풀이한 것 같은데, 나는 관종을 믿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대중의 관심이나 기회 이익 극대화밖에는 항심이라는 게 없기 때문이다. 나의 관점에서는, 전원책도 그런 부류 가운데 하나로 보여지니, 그가 나에게 믿음의 대상이 되기는 어렵다.
그렇다 할지라도, 어차피 맡게 된 역사를 위한 악역을 멋지게 수행해주기 바라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관점이다. 관점에 따라 대상의 크기나 빛깔은 달리 보일 수밖에 없으니까. 이른바 보수, 그들을 지극히 긍휼하게 여겨 진심으로 하는 나의 이 고언, 새로운 칼잡이 전원책의 청각에 가 닿을 수 있을까? 그렇기를 바란다. 우리는 어떻게든 국민 모두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대동세상을 어떻게든 이룩해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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