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선체 최초 언론 공개, 5가지 의혹이 남았다
현장] 2기 특조위 출범‧미수습자 수습 마무리 앞두고 기관실 포함한 선체 내부 공개
“선체에 새겨진 의혹은 다 풀고 가야… 1기 특조위와 선체조사위는 방해와 시간 부족으로 못해”
김예리 기자 ykim@mediatoday.co.kr 2018년 10월 20일 토요일
세월호 선체 내외부가 공개됐다. 세월호 침몰 원인을 둘러싼 의혹의 현장도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4·16가족협의회)’와 해양수산부 세월호후속대책추진단은 19일 기관실을 포함한 선체 내외부를 공개했다. 주요 추진기를 설치한 기관실을 언론에 공개하기는 처음이다. 이번 공개는 11월 말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2기 특조위)’ 출범을 앞둔 시점, 미수습자 수습 마무리 단계와 맞물려 이뤄졌다.
▲ 목포시 유달동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를 19일 좌현에서 바라본 모습. 사진=김예리 기자 |
4‧16가족협의회는 앞서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1기 특조위)’나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선체조사위)’가 들여다보지 않은 5가지 의혹을 중심으로 현장을 설명했다. 세월호가 침몰한 원인을 둘러싸고 지금도 밝혀지지 않은 의혹들이다. 정성욱 세월호 선체인양분과장은 “두 특조위가 모두 조사를 하지 못해 가족들이 2기 특조위에 면밀히 조사해달라 요구하는 사항”이라며 “의심이 되는 부분들을 명확히 하고자 기관실 내부를 공개한다”고 했다.
이날 4‧16가족협의회는 내부 3곳을 빼고 선체 전부를 언론에 공개했다. 조타실과 핀 안정기(스테빌라이저)실, 기관실 룸이 제외됐다. 4‧16가족협의회 “현재와 2기 때도 예민한 조사 대상인 장소”라고 이유를 밝혔다. 핀 안정기실은 선체 외부 변형이 일어난 부위의 안쪽 공간이다. 기관실 내 룸은 조타실과 번갈아 엔진을 통제하는 장소다.
▲ 정성욱 4‧16가족협의회 선체인양분과장(단원고 2학년 동수군의 아버지)이 19일 목포신항만 세월호 거치소 회의실에서 선체 내외부를 공개하는 취지를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미디어오늘은 이날 4‧16가족협의회가 내외부 현장과 함께 공개한 5가지 의혹을 정리했다. 정성욱 4‧16가족협의회 선체인양분과장(단원고 2학년 동수군 아버지)은 “앞으로 2기 특조위에서 선체를 조사하기 때문에 내부를 공개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이날 내부 참관에는 더팩트‧목포MBC‧목포KBS‧민중의소리‧OBS‧조선일보‧KBS오늘밤김제동‧한겨레 등 언론사 8개 팀이 참여했다.
1. 배 좌우균형 잡는 스테빌라이저, 왜 정상 각도의 2배 돌아갔나
스테빌라이저란 배의 좌우 균형을 잡아주는 장치다. 선박 밑 양쪽 면에 날개 형태로 설치된다. 그래서 세월호가 기울어 넘어진 경위를 밝히는 데 핵심 부위로 꼽힌다. 정성욱 분과장은 “(스테빌라이저가) 많이 돌아가면 배의 균형이 한쪽으로 쏠려 뒤집히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설명했다. 세월호는 뱃머리가 오른쪽으로 빠르게 돌면서 균형을 잃었다. 배 선체는 왼쪽으로 넘어졌다.
▲ 정성욱 선체인양분과장이 세월호 좌현 아랫부분에 위치한 좌우 균형장치 스테빌라이저의 발견 당시 모습을 설명하고 있다. 정 분과장은 ‘스테빌라이저 각도가 최대의 2배 이상 돌아가 있었으나 그 시점과 원인을 조사한 바는 없다’고 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인양해 보니 스테빌라이저는 최대 회전 각도보다 대폭 비틀려 있었다. 25도까지 돌아갈 수 있는데 50.9도 상태였다. 정성욱 분과장은 “1기 특조위 때 스테빌라이저는 땅 속에 박혀 있었다”며 “(배의) 안쪽은 빔(철근)까지 휜 상태였다”고 했다. “외부에서 충격을 가했거나, 배가 바닥에 닿으면서 휘어지는 등 2개의 가능성이 있다”며 “해수부가 자료를 다 제출하지 않아 정확한 조사를 못 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스테빌라이저는 지난 2016년 5월 해양수산부 선체인양팀이 절단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1기 특조위가 ‘스테빌라이저는 선체가 좌현으로 누운 원인을 밝히는 데 결정적인 구조물이기에 함부로 손대선 안 된다’고 전했으나 당시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 세월호 선체에서 스테빌라이저 위치. 사진=김예리 기자 |
2. 방향타 조절 장치인 솔레노이드 밸브, 언제 왜 작동 멈췄나
키 조종 명령을 실제 방향타로 옮기는 장치도 한쪽으로 굳어(고착) 있었다. 솔레노이드 밸브다. 솔레노이드 밸브는 조타 명령에 따라 앞뒤로 움직이며 유압장치를 거쳐 실제 방향타를 바꾼다. 솔레노이드 밸브가 굳어진 경위를 알아야 세월호가 급격히 돈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세월호에 있던 2개의 솔레노이드 밸브 가운데 하나가 굳어진 상태로 발견됐지만, 언제 왜 굳어졌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정성욱 분과장은 “(나머지 4가지 의혹과 달리) 선체조사위에서 조사하긴 했지만 실질적 결과는 없었다”며 “언제 고착됐고 무엇 때문에 그랬는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19일 정성욱 선체인양분과장이 타기실 내 실린더기 앞에서 솔레노이드 밸브 작동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 2014년 4월15일 당시 세월호 솔레노이드 밸브가 작동하는 타기실 내부. 사진=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종합보고서 |
선체조사위는 결론을 요약한 종합보고서에서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이 배의 우현 급선회와 연관 있는지 판단해볼 수 있다”며 “참사 당시 침몰 원인과의 연관성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내인설 종합보고서는 “솔레노이드가 고착된 결과 세월호의 타를 우현 방향으로 돌리는 압력이 계속 작용하여 조타실에서 통제할 수 없는 우선회가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열린안 보고서 역시 “(솔레노이드 밸브가) 5도에서 고착됐을 경우 (...) 타는 계속해서 우현 쪽으로 움직이게 될 수 있다”고 했다.
선체조사위는 지난 8월6일 침몰 원인을 놓고 2가지 엇갈리는 결론을 함께 내놨다. ‘내인설’은 기계 결함 등의 이유로 세월호가 침몰했다고 주장한다. ‘열린안’은 충돌 등 외력에 의한 침몰 가능성 등을 추가로 조사해야 한다고 결론 맺는다.
▲ 세월호 내부에서 정상작동하던 또 하나의 솔레노이드 밸브. 사진=김예리 기자 |
3. 조사가 끝나고서 발견된 선체 외부 패인 흔적
세월호가 지난 5월 바로 섰을 때, 해저면과 맞닿았던 좌현은 곳곳이 훼손돼 있었다. 그러나 아래쪽에 커다랗게 움푹 파인 흔적 2개는 특히 두드러졌다. 내부에 핀 안정기실이 위치해 한층 중요한 부위다. 선체조사위는 자국이 생긴 원인을 조사하지 않았다.
선체조사위는 세월호가 인양된 직후인 지난 3월28일 출범했다. 누운 선체는 5월10일에 이르러서야 바로 세워졌다. 정성욱 분과장은 “선체가 누웠을 땐 이 부분이 안 보이다 직립하고서야 발견됐다”며 “선체조사위에 조사를 요구했지만 그땐 이미 조사가 끝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단계였다”고 했다. 선체조사위는 지난 8월7일 활동을 종료했다.
정 분과장은 “완만한 표면을 움푹 팰 만한 해저 지형지물은 없었다”며 “세월호 외벽에 얼마나 큰 힘이 가해져야 이런 변형이 일어나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희생자 가족대표로 선체조사위에 참여한 권영빈 상임위원은 이 반달 모양의 자국을 두고 ‘충돌 흔적이 어떻게 생겼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정성욱 선체인양분과장이 19일 세월호 좌현에 위치한 2개의 외부 충돌 흔적 앞에 서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 19일 기자들이 세월호 좌현 외부 충돌 흔적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종합보고서 열린안은 “직립된 세월호 선체 좌현 핀 안정기실과 그 위쪽 데크스토어 내부의 대변형과 외부의 충돌 흔적과 외력의 연관성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다”고 보고했다. 내인설은 “해양 자문 및 감정 업체 브룩스벨의 외부 손상 조사에서는 외부 물체에 의한 손상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외력 작용 가능성을 일축했다. 장범선 위원은 외력 가능성을 부인하면서도 “좌현 핀 안정기실 주변과 후미의 파손이 착저나 인양 중 발생할 수 있음”을 입증하는 “추가 정밀 조사는 필요하다”고 했다.
4. 배에서 가장 튼튼한 바닥 부분이 움푹 들어간 이유는
선체 바닥에도 외부에서 충격을 가한 흔적이 있다. 좌현보다는 작게 움푹 패인 부위다. 역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정 분과장은 “배 가운데 가장 튼튼한 자리가 바닥인데 이곳을 때려 푹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4‧16가족협의회는 ‘외력충돌설’을 주장하진 않지만, 외력충돌설을 반증하기 위해서라도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성욱 분과장은 “현재는 관점에 따라 결론이 열려있는 상태”라며 “적어도 세월호 외양에서 발견한 의혹은 2기 특조위에서 다 해소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 19일 세월호 선체 바닥 부위가 움푹 들어간 흔적. 사진=김예리 기자 |
▲ 정성욱 선체인양분과장이 세월호 바닥 부위 움푹 패인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5. 선수 좌현에 방향이 제각각인 스크래치
뱃머리 좌현에 긁힌 자국이 집중된 경위도 석연치 않다. 정성욱 분과장은 “선체의 칠은 망치로 때려야만 벗겨지는 도장인데, 무엇 때문에 이 부위만 스크래치가 크게 났는지 밝혀지지 않았다”고 했다. 선수는 오랫동안 수면 위에 떠 있던 까닭에 녹슬지 않았다. 그런데 이 부위만 날카로운 물체에 칠이 벗겨져 녹슨 상태다. 정 분과장은 “방향도 제각각이라 설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 세월호 좌현 서로 방향이 다른 스크래치 흔적. 사진=김예리 기자 |
▲ 세월호가 누워있을 당시 좌현 스크래치 모습. 사진=민중의소리 |
“부모로서 원인 모르고 살아갈 수 있을까… 정밀 조사 필요”
문호승 2기 특조위 상임위원은 “지금까지 1기 특조위와 선체조사위는 조사 방해와 시간 부족 등의 이유로 의혹에 대한 답을 다 내놓지 못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2기 특조위에서는 부분적 사실들 사이 연관관계를 밝히는 게 목표”라며 ‘변침과 배 기울어짐의 관계’ ‘솔레노이드 밸브 고장과 침몰의 관계’ 등을 꼽았다. 정 분과장은 “2기 특조위가 이 5가지 의혹을 정확히 해명해야만 외력설(의 사실 여부)을 증명할 수 있다”며 “그 부분을 특별히 밝혀달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4‧16가족협의회는 선체 정밀조사뿐 아니라 구조하지 않은 이유를 밝히는 작업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분과장은 “세월호가 ‘교통사고’라면 국정원과 기무사까지 나서서 유가족을 사찰하는 등 그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이들이 죽었는데, 왜 죽었는지 전혀 모른다. 부모로서 원인을 모르고 살아갈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문 위원은 또 “2기 특조위도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지만 특별법(사회적 참사의 진상 규명 및 안전 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에는 이전과 달리 감사원‧검찰‧국회 등 외부 국가기관과 협조할 장치가 많다”며 “차별화된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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