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성태, 1313호실서 이화영에게 30~40분 쌍욕"
이화영 회유 안 되자 박상용 검사실로 불러 욕설
KH 조경식 부회장 "김성태에게서 직접 들어"
이화영에게 얘기하니 "어떻게 알았냐"고 놀라
이화영 쪽도 "연어·술파티 후 그런 일 있었다고"
수원지검, 가족에게 특혜 언급하며 회유 정황도
"남편과 단 둘이 특별하게 만나게 해드리겠다"
'진술 맞추기' 위법 수사 정황…추가 조사해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이른바 '연어·술 파티' 이후에도 검찰 뜻대로 회유되지 않자,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수원지검 검사실에서 이 전 부지사에게 30~40분가량 욕설을 하고 검찰이 이를 방치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검찰의 묵인·방조 아래 '공범 분리 원칙'을 어기고, 사건 관계인을 동원해 중요 피의자의 진술을 바꾸도록 한 정황이다. 또 검찰이 이 전 부지사 가족을 붙여서 이 전 부지사를 회유하려한 정황도 추가로 확인됐다. 대북송금 검찰 수사팀의 위법 수사 논란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회유 안 되자 박상용 검사실서 30~40분 쌍욕"
김성태 전 회장의 최측근이었던 조경식 전 케이에이치(KH) 강원개발 부회장은 17일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과 단독 인터뷰에서 "김성태 회장이 (검찰에) 회유된 뒤, (자신의 주장을) 증빙하려면 김성태 회장의 말만으로는 먹히지 않아서 이화영 부지사(진술)까지 얹어야 했다"면서 "이화영 부지사를 설득하겠다고 (검사실로) 불러서 회유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재판정에서 이화영 부지사 부인이 검찰의 진술 강요가 있다고 해서 (회유 전략이) '아웃'됐다"며 "김성태 회장은 회유가 된 줄 알았는데 재판정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이화영 부지사 쪽에서) 아니라고 탁 (선을) 그어버리니까, 김성태 회장이 불러달라고 해서 이화영 부지사를 검찰청으로 불렀다. 박상용 검사가 수원지검 1313호실로 둘을 불러서 김성태 회장이 거기에서 이화영 부지사에게 30~40분 쌍욕을 했다"라고 말했다.

조 전 부회장은 당시 수원지검 1313호 검사실 상황을 지난해 1월 김 전 회장이 보석으로 석방된 뒤, 김 전 회장에게 직접 전해 들었다고 했다. 이 전 부지사와 만나 김 전 회장 발언의 진위 여부도 확인했다고 한다.
조 전 부회장은 다른 사건으로 구속 기소돼 지난 4월부터 이달 11일까지 이 전 부지사가 있는 수원구치소에 수감된 바 있다. 이때 조 전 부회장은 수원구치소에서 우연히 이 전 부지사를 만났는데, 2023년 5월 연어·술파티 이후 1313호실에서 김 전 회장이 30~40분간 욕설한 사건을 언급하자, 이 전 부지사가 '어떻게 알았냐'고 놀라며 되물었다고 한다.
조 전 부회장은 "교도관이 (수용자끼리) 서로 인사도 못하게 했는데, 변호사 접견 예약이 었어서 대기하며 잠깐 만날 때가 있었다. 변호사를 기다리던 중에 '성태한테 쌍욕 먹었다면서요?'라고 너무 '리얼'하게(본 것처럼) 얘기 하니까, 이화영 부지사가 그걸 '어떻게 아시느냐' '거기에 계셨느냐'고 반문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회장이 검찰 쪽 의도에 맞게 진술을 바꾸도록 이 전 부지사에게 욕설을 하며 압박한 정황에 대해, 이화영 전 부지사 쪽 변호인인 김광민 변호사도 "이화영 부지사가 연어·술파티 이후에 그런 일이 있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조 전 부회장 증언에서 드러난 정황은 그간 법무부 감찰과 대북송금 사건 공판 등에서도 일부 확인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수원지검 감찰 과정에서, 김 전 회장이 연어·술파티가 있었던 2023년 5월 17일 수원구치소에 면회 온 회사 직원에게 '오늘 내가 이화영과 끝장을 본다. 소주라도 한 잔 하면서 이야기해야 한다. (페트병에 담아) 물처럼 꾸며 소주를 준비해 와라. 내가 검사에게 이미 말했다'는 취지로 말한 녹취를 확인했다. 검찰의 묵인·방조 아래 술자리를 열고 이 전 부지사를 상당한 강도로 회유·압박한 정황이다.
그러나 검찰 쪽 회유 작업은 무위로 돌아갔다. 조 전 부회장 증언대로 이 전 부지사 배우자가 법원에서 검찰의 진술 조작을 주장하고, 이 전 부지사도 옥중 편지로 이 대통령과 대북송금 사건의 연관성을 부인했기 때문이다.
이 전 부지사의 배우자 백정화 씨는 2023년 7월 25일 법정에서 발언권을 얻어 "(이화영) 본인은 이재명에게 보고한 적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본인이) 하지 않은 일을 왜 했다고 얘기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백 씨는 법원에 제출한 에이포(A4) 용지 2장 분량의 자필 탄원서에서도 "그 어느 것보다 힘든 것은 검찰이 김성태 쌍방울 전 회장의 증언으로 이재명 대표에게 방북 대납 프레임을 씌워 기소하겠다는 것"이라며 "조작된 증언과 진술로 이 대표를 기소하기 위해 남편을 구속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정황이 너무나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자신들의 사업을 위해 북한에 돈을 준 사실마저 마치 이재명 대표를 위해 보낸 것처럼 거짓말하고 있다"고 했다.

또 백 씨는 같은 달 자필 입장문을 언론에 보내 '10개월간 검찰의 거짓 진술 강요가 자행됐다'면서, "법인카드를 이 전 부지사가 아닌 여비서에게 주었다고 김 회장이 진술하게 해, 뇌물죄가 아닌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혐의를 바꿔주고, 그 대가로 이재명 대표의 대북 대납 사건을 거짓 진술하라는 '딜'(Deal·거래)을 했다"고 폭로했다.
당시 이 전 부지사도 옥중 편지를 통해 "저 이화영은 쌍방울 (김성태)에 스마트팜 비용뿐만 아니라 이재명 지사의 방북 비용의 대납을 요청한 적이 없다. 따라서 이재명 지사의 방북 비용 대납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연어·술파티'와 이른바 '진술 세미나'(말 맞추기)를 통해 검찰 쪽과 짜맞춘 진술들이 뒤집어지면서 김 전 회장 입장에서는 욕설을 해서라도 강하게 이 전 부지사를 압박해야 했던 것으로 보인다.
"남편과 둘이 특별히 만나게 해주겠다" 회유 정황
검찰이 사건 관계인을 동원해 압박을 하는 한편, 이 전 부지사의 가족들을 회유하려고 했던 정황도 추가로 확인됐다.
이 전 부지사의 배우자 백정화 씨는 <워치독>과의 통화에서 "2023년 5~6월쯤 구치소로 남편 면회를 갔는데 '검찰이 조사실에서 나와 남편 둘이 특별히 만나게 해주려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때는 혜택을 주려나보다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가족을 동원해 (이 전 부지사) 회유를 하려 했던 것 같다. (이 전 부지사) 아들에게도 검찰이 같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백 씨는 다만 "검찰 조사실에서 남편을 따로 만날 이유도 없고 해서 검찰에서 오는 전화는 다 거절했다"고 덧붙였다.

사건 관계인들을 따로 불러 장시간 공간을 내어주며 욕설 등 강압 행위가 이뤄지도록 내버려두고, 가족 접견 혜택 등으로 회유한 것은 검찰의 '진술 세미나'(말 맞추기) 수사 기법으로 보인다. 검사나 교도관의 묵인이나 명시적 승인 없이 이뤄지기 어려운 위법 수사다. 형집행법에서 규정하는 공범 분리 원칙 등에 위반되는 만큼, 당시 사건에 연루된 수원지검과 수원구치소 관계자 등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워치독>은 김 전 회장이 이 전 부지사에게 욕설을 하며 진술을 강요하고 검찰이 가족을 회유한 정황 등과 관련, 박 검사와 김 전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를 하고 문자를 남겼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김성진·허재현·조하준·김시몬 워치독 기자, 강진구 뉴탐사 기자 watchdog@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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