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 논쟁, ‘소비자 편리함-노동자 선택’ 프레임에 갇히지 않아야”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의학적 원칙은 야간노동 하지 않는 게 최선이란 것”

서울 시내의 쿠팡 캠프에서 배송 기사들이 배송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뉴스1
     
최근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새벽배송 규제 방안과 관련해, 김현주 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소비자의 편리함이나 노동자의 선택이라는 프레임에 갇히지 않고, 야간노동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의학적 지식과 경험을 기반으로 논의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교수는 3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쿠팡 새벽배송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그러나 이 논의 속에서 가장 먼저 다뤄야 할 ‘사실’이 의외로 소홀하게 다뤄지고 있다”고 짚으며 이 같이 제언했다.

김 교수는 1999년부터 노동자의 건강진단 업무를 수행하며 야간노동, 교대노동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오랜 기간 연구해 온 직업환경의학전문의다. 올해는 야간 및 배달 등 고위험군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건강보호방안 연구를 수행하며 택배 산업 노사 관계자들과 만나 조사를 진행 중이다.

김 교수는 “야간 작업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는 ‘교대근무보다 고정 야간이 낫다, 사람은 적응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과학적으로 정확하지 않다”며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2012년 야간노동을 ‘Group 2A, 인간에게 발암 가능성이 있는 요인’으로 분류했다. 특히 10년 이상 고정 야간근무를 지속한 여성 노동자는 유방암 발생 위험이 40~56% 증가했다는 연구도 존재한다. 유방암 발생은 총 야간근무 일수에 비례해 증가한다고 보고됐다”고 전했다.

또한 “한국의 제조업·운수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고정 야간근무자의 심혈관 사망률이 주간 근무자의 약 2배에 이른다는 결과가 보고되었다”며 “이는 ‘야간노동은 몸이 적응하는 과정’이 아니라, 회복되지 못한 생체리듬의 파괴가 누적되는 과정임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야간노동은 단순히 ‘피곤한 시간대에 일한다’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간의 뇌와 호르몬, 체온과 혈압, 면역 시스템은 낮과 밤을 기준으로 움직이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 리듬을 장기간 거스르면 수면 부족을 넘어 심장질환, 고혈압, 당뇨, 우울증, 심지어 암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수십 년간의 역학조사에서 확인됐다”며 “야간노동에 적응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생체지표로 측정해 확인해 보고한 논문도 있다”고 부연했다.

김 교수는 “‘새벽배송을 금지해야 하는가’라는 정책 논의는 ‘노동자가 선택했으니 괜찮다’거나 ‘소비자가 원하니까 어쩔 수 없다’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라며 “야간노동, 장시간 노동, 고강도 노동, 휴식 부족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건강을 소진시키는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의학적 원칙은 분명하다. 야간노동은 건강에 유해하며 하지 않는 게 최선이다. 공동체의 유지에 필수적인 야간노동은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며 “새벽배송을 법으로 금지할 것인지, 혹은 제한·보상·기술적 대체를 논의할 것인지는 사회적 합의의 영역이다. 중요한 것은, 그 논의의 출발점이 과학과 사실 위에 있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재차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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