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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명품백 사건, 우리 사회 왜곡된 가치 드러내

 

Thomas Kim 시민기자시인. 작사가. 디지털스토리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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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시형 소비 선호하는 여성층 집중 공략

외모·소유품으로 평가하는 풍토가 문제

경제 관념 붕괴…청년 명품 소비도 급증

진정한 가치 인정 받아야 건전 소비 정착

지난 2023년 말 김건희의 명품백 수수 영상을 최재영 목사가 공개하면서 우리 사회는 명품 논란에 휩싸였다. 300만 원짜리 백 하나가 정치적 스캔들을 넘어 한국 사회의 명품 열풍이라는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2025년 11월 6일에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자택(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을 압수수색해 디올 재킷 16벌, 허리띠 7개, 팔찌 1개 등 총 24점을 추가로 확보했다. 이쯤 되면 김건희는 명품 중독에 빠져 살았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런 일련의 사건은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명품에 대한 맹목적 집착의 극명한 단면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는 2023년 9월 13일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지하에 위치한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300만 원 상당의 디올(Dior) 명품 파우치를 선물 받았다. 김 씨가 받은 쇼핑백에 디올 글자가 보인다. 2023.11.28. 서울의 소리 유튜브 채널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는 2023년 9월 13일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지하에 위치한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300만 원 상당의 디올(Dior) 명품 파우치를 선물 받았다. 김 씨가 받은 쇼핑백에 디올 글자가 보인다. 2023.11.28. 서울의 소리 유튜브 채널 갈무리

불명예스럽게도, 한국은 현재 1인당 명품 소비액이 325달러로 세계 1위다. 미국의 280달러, 중국의 55달러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더 충격적인 것은 1인당 GDP가 미국의 절반도 안 되는 상황에서 이런 소비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 명품업계에서는 한국 소비자를 어리석은 '호구'로 취급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21조 원 규모의 명품 시장, 그 화려함 뒤에 가려진 우리 사회의 문제를 들여다볼 때가 됐다.

명품 소비는 왜 유독 여성들에게 더 집중되는가? 2006년 한국심리학회지에 발표된 박희랑·한덕웅의 연구는 한국 여성의 명품 구매 행동을 설명하는 통합 모형을 제시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여성들의 명품 구매는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복잡한 심리적 매커니즘의 산물이다. 명품에 대한 태도, 주관적 규범, 명품 구매 행동의 통제력 지각, 과거 구매 행동, 심지어 구매하지 않아야 한다는 당위성까지도 모두 구매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

우리는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왜 여성들이 남성보다 명품 소비에 더 몰두하는가? 2013년 여성의 명품 구매 행동 연구에서는 IMF 금융위기 이후 소득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상위 1% 소득층을 겨냥한 'MVG(Most Valuable Guest) 마케팅'이 활발해졌다고 분석한다. 명품 기업들은 백화점 매출의 20%를 차지하는 이 상류층 고객에게 마케팅을 집중했고, 이것이 '명품=성공의 상징'이라는 인식을 만들어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풍조가 여성들에게 더 강하게 작용한다는 점이다. 2020년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KO) 조사에 따르면, '플렉스(Flex) 소비'에 대한 긍정적 태도는 남성보다 여성이 높았다. 여기서 말하는 '플렉스 소비'란 자신의 경제력이나 소비 능력을 타인에게 과시하기 위해 고가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고 이를 SNS 등을 통해 드러내는 소비 행태를 말한다. 젊은 세대일수록, 그리고 여성이 더 과시형 소비를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이는 우리 사회가 여성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여전히 외모와 소유물에 치우쳐 있다는 간접 증거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의 명품 집착을 AI가그린 이미지.
우리 사회의 명품 집착을 AI가그린 이미지.

특히 명품을 처음 접하는 연령대가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2023년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Embrain TrendMonitor) 조사에 따르면, 명품을 처음 접하는 시기가 대학생(35.8%)과 20대 사회초년생(45.6%)에 집중돼 있다. 고등학생이 26%, 심지어 중학생도 17.6%나 된다.

2020년 명품 패딩 구매 조사에서는 20대 여성이 평균 113만 원을 지출하며 가장 많은 돈을 썼다. 이 조사는 더 놀라운 사실을 보여준다. 20대의 명품 구매 건수가 2017년 6000건에서 2019년 4만 4000건으로 2년 만에 7배 이상 급증했다. 구매력이 낮은 청년 세대가 어떻게 이런 소비를 할 수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빚을 내거나, 생활비를 줄이거나, 부모에게 의존한다.

청소년 명품 소비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K팝 아이돌들이 명품 브랜드 앰배서더로 활동하면서 10대들의 명품 욕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블랙핑크는 샤넬과 셀린느, 뉴진스는 버버리와 디올의 앰배서더다. 단국대 임명호 교수는 "청소년은 정체성 확립이 완전하지 않아 모방 심리가 강하다"며 "아이돌이 가진 명품을 똑같이 가지면서 성공한 사람이 된 것 같은 심리적 자극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명품 브랜드는 이런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

 

서울의 한 백화점 명품 매장 진열대. 2025.1.2. 연합뉴스
서울의 한 백화점 명품 매장 진열대. 2025.1.2. 연합뉴스

한국의 명품 열풍은 단순히 개인의 허영심 문제가 아니다. 이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 첫째,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끊임없이 남들과 비교하며 사회적 위치를 확인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둘째,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주택 구매가 불가능해지자, '작은 사치'로 보상심리를 채우려 한다. 셋째, SNS의 발달로 자신의 소비를 과시하고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커졌다.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와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가 동시에 작용한다. 베블런 효과는 가격이 올라도 과시욕 때문에 수요가 줄지 않는 현상이고, 밴드왜건 효과는 유행을 따라 소비가 확산하는 현상이다. 명품 브랜드들은 이런 심리를 정확히 파악하고 지속해서 가격을 인상한다. 루이뷔통 코리아는 2021년 매출 1조 6923억 원, 영업이익 4177억 원을 기록하면서도 기부금은 '0원'이었다. 한국 소비자에게서 막대한 이익을 거두면서도 사회적 책임은 전혀 지지 않는다.

인천대 이영애 교수는 "경기가 어려우면 소비가 양극단으로 갈린다"며 "기능적인 물건은 10원, 100원이라도 더 저렴한 것을 구매하지만, 명품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20대가 명품을 소비하는 이유는 남들과 달라지고 싶은 욕망 때문"이라며 "SNS가 활성화되면서 남들에게 비치는 자신에게 더 몰두하고 구별되고 싶어 한다"라고 분석했다.

물론 명품 소비 자체를 맹목적으로 비난할 수는 없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이 자신의 만족을 위해 고급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명품 열풍은 명백히 병리적 현상이다. 소득 수준을 넘어서는 무리한 소비, 10대 청소년까지 확산한 과시욕, 명품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천박한 문화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변화는 개인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에서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맹목적 명품 소비를 경계하고, 자신의 소득 수준에 맞는 합리적 소비를 해야 한다. '그 제품이 정말 필요한가' '현재 내 경제 상황에서 감당할 수 있는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명품을 소유하는 것이 성공의 증거도, 행복의 조건도 아니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사회적으로는 과시적 소비를 부추기는 문화를 바꿔야 한다. 사람을 평가할 때 외면의 소유물이 아닌 내면의 인품과 능력을 중시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 한다. 특히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명품 마케팅을 규제하고, 미성년자 아이돌의 명품 앰배서더 선정을 구조적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 또한 명품 기업들이 한국에서 거두는 막대한 이익에 상응하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제도적 장치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건희 명품백 사건은 단순한 정치 스캔들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왜곡된 가치관을 명징하게 보여주는 거울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는 명품이 아닌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성찰해야 한다. 명품백 하나가 사람의 가치를 절대로 높여주지 않는다. 진정한 명품은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 정직한 삶의 태도, 자신의 능력을 키우려는 노력 속에 있다. 우리 사회가 이런 진정한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문화로 나아갈 때, 비로소 건강한 소비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명품 환상곡 (https://youtube.com/shorts/uCFP6K6Gv2A?feature=share)

 

Luxury Fantasy (https://youtube.com/shorts/7l6Ch7rtJoM?feature=sh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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