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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면 외롭지 않다”…민주주의는 ‘결과’ 아닌 ‘과정’

 

  • 제16회 아시아미래포럼 분과세션②

    넥스트 민주주의: 다층적 실험과 실천, 민주주의 재설계

    • 수정 2025-11-03 07:02
    • 등록 2025-11-03 06:00
    10월2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16회 아시아미래포럼의 분과세션 ‘넥스트 민주주의:다층적 실험과 실천, 민주주의의 재설계‘에서 이승윤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왼쪽 첫번째)가 질문을 받고 있다. 왼쪽 두번째부터 박혜민 사단법인 뉴웨이즈 대표, 강남규 정의당 공보차장, 김후주 농업회사법인 주원유기농 대표(남태령 심포지엄 팀 대표), 신인아 오늘의풍경&슈퍼스톰 대표(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클럽 이사장), 김소연 뉴닉 대표.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10월2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16회 아시아미래포럼의 분과세션 ‘넥스트 민주주의:다층적 실험과 실천, 민주주의의 재설계‘에서 이승윤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왼쪽 첫번째)가 질문을 받고 있다. 왼쪽 두번째부터 박혜민 사단법인 뉴웨이즈 대표, 강남규 정의당 공보차장, 김후주 농업회사법인 주원유기농 대표(남태령 심포지엄 팀 대표), 신인아 오늘의풍경&슈퍼스톰 대표(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클럽 이사장), 김소연 뉴닉 대표.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제16회 아시아미래포럼이 지난 10월2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민주주의의 미래’를 주제로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진행된 ‘넥스트 민주주의: 다층적 실험과 실천, 민주주의의 재설계’ 분과세션에서는 여섯 발표자가 각자의 영역에서 민주주의를 구체적으로 재설계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결과보다 과정을, 개인보다 연대를, 추상보다 구체를 우선한다는 점이었다. ​

    박혜민 뉴웨이즈 대표는 제도 내 변화에 집중하며 청년 정치인을 양성하고, 강남규 정의당 공보차장은 광장과 선거의 단절을 진단했다. 차주범 뉴욕 민권센터 선임 컨설턴트는 순위투표제 등 구체적 제도 개선안을 제시했으며, 김후주 농업회사법인 주원유기농 대표는 현장에서의 연대 경험을 공유했다.​ 신인아 오늘의풍경&슈퍼스톰 대표는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민주주의 실험을 주장했고, 김소연 뉴닉 대표는 정치 성향을 초월한 소통과 공론장의 재구성을 통해 민주주의의 위기를 돌파하려 한다.​ 발표자들의 주요 발언으로 정리한다.

    박혜민 뉴웨이즈 대표
    박혜민 뉴웨이즈 대표

    뽑고 싶은 정치인, 우리가 직접 키운다

    박혜민 뉴웨이즈 대표는 유권자의 다원성, 혹은 교차성 등이 다양해지는데 한국 정치는 거대 양당 중심으로 작동하면서, 다양성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모든 의제가 ‘여당 대 야당’ 프레임으로 수렴되면서 청년 주거, 돌봄 위기, 기후 위기 같은 복합적 사회 문제는 정치권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는다.​

    시민들은 “말이 통하는 정치인이 없다”며 정치에 대한 냉소와 무관심이 커지지만, 거대 정당에 강하게 결속된 일부 유권자만 높은 정치 효능감을 느끼는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그는 뽑고 싶은 정치인이 없다면 좋은 정치인을 직접 발굴하고 양성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뉴웨이즈는 ‘뽑고 싶은 정치인 우리가 직접 만든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2021년부터 만 39살 이하 청년 정치인 출마를 독려하고, 지방의회를 중심으로 다양한 정치 신인을 키우는 데 주력하는 이유다.

    강남규 정의당 공보차장
    강남규 정의당 공보차장

    냉소와 참여 사이의 새로운 정치성

    강남규 정의당 공보차장은 지난 6개월간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광장에서 대선까지를 경험하며, 원내 정당에서 원외 정당으로 전락한 한국 진보정치의 현실과 한계를 진단했다.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여러 의제를 조직화하고 ‘천만의 연결’ 플랫폼을 통해 차별금지·성평등 등 직접민주주의 관련 의제들을 시민 중심으로 모았지만, 정작 대선에서는 권영국 정의당 후보가 0.98% 득표에 그쳤다. 20대 여성의 지지(5.9%)가 상대적으로 높고, 대선 직후 13억원 후원이 들어왔지만, ‘나의 이야기를 해줘서 고맙다’는 메시지가 강하고, 연대와 보편의 정치의 힘은 약화했다고 분석했다.

    강 차장은 “각자도생, 코스피 5000 같은 나의 이익의 언어가 청년층의 지지를 모으는 데 더 유익하다”면서도, “당사자 의제만 남은 정치는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차주범 뉴욕 민권센터 선임 컨설턴트
    차주범 뉴욕 민권센터 선임 컨설턴트

    뉴욕의 순위선택투표제, 민주주의를 어떻게 바꾸나

    차주범 뉴욕 민권센터 선임 컨설턴트는 뉴욕시의 순위선택투표(Ranked Choice Voting, RCV) 제도와 이 제도가 시민 대표성 및 정치 다양성 확대에 미친 영향, 그리고 시민사회 역할을 설명했다.

    뉴욕시 예비선거에서 활용되는 순위선택투표제는 유권자가 후보자 5명까지 선호 순위를 매겨 투표한 뒤, 득표 상황에 따라 최저 득표자를 탈락시키고 표를 다음 순위 후보에게 분배하는 방식이다. 과반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반복해 당선자를 결정한다.

    순위투표제는 유권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대표성을 강화하며 네거티브 캠페인을 감소시킨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여성, 유색인종, 청년 등 소수자의 정치진출을 촉진하는 효과를 낸다.​

    다만 집계 과정이 복잡하고 유권자 교육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단점이 지적됐다. 특히 차주범 컨설턴트는 “한국에 도입할 경우 팬덤 정치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며 제도 도입 전에 정당 구조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후주 주원유기농 대표(남태령 심포지엄 팀 대표)
    김후주 주원유기농 대표(남태령 심포지엄 팀 대표)

    놀라운 연대의 밤, 남태령 대첩이 남긴 것

    ‘남태령 대첩’을 직접 이끈 김후주 주원유기농 대표(남태령 심포지엄 팀 대표)는 2024년 12월 21~22일 남태령에서 펼쳐진 ‘연대의 정치’의 현장 경험을 공유했다. 2024년 동짓날 밤, 농민들이 트랙터를 몰고 서울에 진입하려다 경찰과 대치하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들었다. 농민들이 새벽에 시민들이 배달 보낸 닭죽으로 길 위에서 첫 식사를 하는 사진 등이 “환대가 민주주의의 언어”라는 걸 보여줬다.

    연대가 가능했던 이유로는 △광장의 평등 수칙 △중간자적 존재 △온·오프라인의 유기적 연결 △자발적 참여를 꼽았다. 예컨대 40대 여성인 박선하 전농 대외협력국장이 청년 문화를 소개하고, 청년의 언어를 전달하는 중간자 역할을 맡았다.

    김 대표는 광장에서 특정인이 ‘대표성’을 갖기 시작하면, 누가 그 목소리를 대변할 자격이 있는지를 두고 내부 갈등이 발생하고, 공론장에서 활동하던 인물이 정치권으로 옮기면 타협한 ‘변절자’로 비난받는 문화를 지적했다. 그는 “공론장 확대와 정치 참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교육과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인아 오늘의풍경&슈퍼스톰 대표(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클럽 이사장)
    신인아 오늘의풍경&슈퍼스톰 대표(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클럽 이사장)

    작은 연결의 힘, 일상의 민주주의를 디자인하다

    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클럽(FDSC)을 운영하는 신인아 오늘의풍경&슈퍼스톰 대표(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클럽 이사장)는 디자이너를 ‘메시지를 번역하고 연결하는 사람’으로 정의하며, 사회적 임팩트를 내는 비영리·시민 조직과 협력해왔다.

    신 대표가 기획한 비영리 조직 ‘슈퍼스톰’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거대한 비전 대신, 사람들이 일상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슈퍼스톰의 철학은 2024년 대통령 탄핵 광장에서의 연대 경험에서 비롯됐다. 당시 FDSC 회원들은 12개 단체와 함께 손팻말을 만들고 카드뉴스를 제작했는데, 그 과정에서 “작은 행동이었지만 외롭지 않았다” “함께였기에 무력감 대신 연결감을 느꼈다”는 고백이 이어졌다.

    개인의 효능감은 변화를 이루는 ‘결과’가 아니라 서로를 확인하고 연결되는 ‘과정’에서 나온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신 대표는 “지금 필요한 것은 세상을 바꾸는 영웅적 행동이 아니라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다시 말하게 하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소연 뉴닉 대표
    김소연 뉴닉 대표

    MZ세대와 소통하는 ‘쌍방향 뉴스’ 실험

    뉴닉은 2018년 창립 이후 ‘쉽게 이해되고 감정적으로 접근 가능한 뉴스’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MZ세대와 소통하고 있다. 김소연 뉴닉 대표는 디지털 환경에서 부족한 것은 ‘정보의 다양성’이 아니라 ‘노출의 다양성’이라고 지적했다. 소셜미디어는 여러 세계를 보여주는 듯하지만, 알고리즘은 이용자를 편협한 세계로 가두고 있기 때문이다.

    뉴닉이 기획한 ‘피자스테이션’ 프로젝트는 “서로 다른 생각을 안전하게 드러내고 이해할 수 있는” 실험 공간이다. 정치·사회적 논쟁 주제에 대한 이용자들의 의견을 수집해, 대립이 아닌 ‘이해’를 중심으로 재가공하는 방식이다. 이후 “내 생각이 바뀌었다”거나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게 됐다”는 응답이 많아졌다.

    뉴닉은 계엄령 사태 당시 구독자들에게 “그날 밤 당신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나요?”라는 질문을 던지며, 소통 공간을 만들었다. 이런 쌍방향 경험을 바탕으로 뉴닉은 협업, 참여, 보상 등 다양한 방식의 쌍방향 소통 서비스를 꾸준히 발전시키고 있다.

    정은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기자 ejung@hani.co.kr, 신효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 jinnytr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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