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국방 위한 핵추진 잠수함?…미 해군참모총장 “중국 억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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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준 기자
- 승인 2025.11.17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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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추진 잠수함, '자주'국방이냐 새로운 '족쇄'냐?

대릴 커들 미국 해군참모총장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확보를 노골적으로 ‘대중국 견제 전력’으로 규정했다. 한국 정부가 내세워 온 ‘대북 억제’ 명분과 정면으로 어긋나는 발언이다.
커들 총장은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북한 억제에 쓸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미국의 기본 목표는 중국 같은 핵심 경쟁국을 억제하기 위한 전 세계적 협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확보하면 그 잠수함이 중국 억제에 활용되리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예측”이라며 “미국이 규정한 핵심 경쟁적 위협과 관련된 공동 목표를 한국이 함께 달성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핵추진 잠수함을 “전 세계 어디로든 전개할 수 있는 전력”으로 정의하고,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며 “한국도 언젠가는 그 잠수함들을 전 세계적으로 운용할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한국 해군과 한국 핵추진 잠수함 전력을 미국의 전지구적 군사 전략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미 인도‧태평양 전략 하에 놓인 한국 핵추진 잠수함
미국 국방전략은 중국을 미국의 가장 중대한 전략 경쟁자로 규정하고, 향후 전력 구조와 동맹 운용의 기준을 중국 견제에 두고 있다. 유럽과 중동,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동시에 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위기 인식 속에, 미국은 동맹을 자신의 군 자원으로 쓰는 방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커들 총장이 한국 핵추진 잠수함을 중국 억제 전력으로 못 박은 것이 새삼스럽지는 않다. 미국 입장에서 한국 핵추진 잠수함은 한반도 주변에서 북의 잠수함만 추적하는 전력이 아니라, 유사시 서태평양과 남중국해, 대만해협까지 나가 중국 해군을 견제하는 수단이다.
워싱턴 선언과 한미 핵협의그룹,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 이후 동맹의 틀은 이미 한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 전체로 확장됐다. 커들 총장이 말한 “전 세계적 운용”이라는 표현은 바로 이 확장된 동맹 틀 위에서 나온 요구다. 한미동맹이 한반도 방위조약을 넘어 미국 전지구적 군사 전략의 하위 체제로 바뀌는 가운데, 한국 핵추진 잠수함이 그 수단 중 하나로 자리 잡은 것이다.
핵추진 잠수함 승인, 대미 투자와 패키지
핵추진 잠수함 승인 과정이 3,500억달러 대미 투자, 미국 조선업 재건 프로젝트, 필라델피아 조선소 문제와 함께 움직이고 있다는 점도 가볍게 볼 일은 아니다.
한미는 관세 협상 과정에서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에 합의했고, 이 중 1,500억 달러는 미국 조선업 부흥 프로젝트에 투입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필리조선소를 핵추진 잠수함 건조 장소로 거론했다. 한화가 인수한 이 조선소가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는 수준으로 투자하라는 뜻으로도 읽힌다.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 승인은 한국의 자주국방을 위한 결정이기보다, 한국의 자본과 조선 기술, 해군 전력을 동원해 미국의 대중국 해군 전략과 미국 조선업 부흥을 동시에 추진하려는 의미가 더 커보인다. 한국은 막대한 투자와 생산 기반을 제공하면서도, 핵추진 잠수함 사업의 방향과 통제권을 가지지 못할 가능성이 더 크다.
핵추진 잠수함의 운용 과정에서도 핵연료 공급과 설계·안전 기준은 미국이 쥐고 있다. 그렇게 되면 한국은 연료와 유지·보수, 작전 범위를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반쪽 전력’을 갖게 된다.
대만해협으로 이어지는 ‘전 세계 운용’의 부담
커들 총장은 “전 세계 어디로든 전개할 수 있는 전력”, “전 세계적으로 운용할 책임”을 거듭 강조했다. 미국이 상정하는 시나리오는 중국의 대만 침공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충돌이다. 미국은 이런 상황을 기준 삼아 인도‧태평양 전력 재배치와 동맹 역할 분담을 설계하고 있다.
이 그림 속에서 한국 핵추진 잠수함은 한반도 유사와 무관한 전구, 즉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동중국해로 나가 중국 해군을 견제하라는 요구를 피하기 어렵다. 한국은 미국 전략을 따라 움직여야 하는 처지로 내몰릴 수 있다.
커들 해군참모총장의 발언은 미국이 한국 핵추진 잠수함을 어떻게 쓸 생각인지에 대한 솔직한 고백이다. 한국이 내세운 ‘대북 억제용 핵추진 잠수함’이라는 설명은, 미국의 시각에서 “중국 억제에 쓰일 것이 당연하다”는 한마디로 지워졌다.
대미 관세ㆍ투자 협상의 후과를 '방어'하기 위해 내세운 핵추진 잠수함은 이제 건조 장소, 연료 문제, 용도 등 여러 각도에서 한국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핵추진 잠수함은 '자주'가 아니라 새로운 '족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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