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털리면 큰일” 경찰에 9차례 출동 요청

[사면초가 국정교과서]교육부 ‘비밀 TF’ 직원, 야당이 지난 25일 사무실 찾아갔을 때… “여기 털리면 큰일” 경찰에 9차례 출동 요청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입력 : 2015-10-28 23:00:38수정 : 2015-10-29 01:41:51

ㆍ녹취록 공개…8번째 통화 때 ‘교육부 직원’이라 밝혀

지난 25일 야당 의원들과 취재진이 교육부 ‘국정교과서 비밀 TF’가 상주하는 서울 대학로 국립국제교육원에 도착했을 때 TF 직원들이 경찰에 긴급 출동을 요청하며 “여기 털리면 큰일 난다”고 말한 녹취록이 공개됐다. TF 직원들은 2시간10분 동안 9차례 신고하면서 처음에는 신분을 밝히지 않다가 8차 신고 때 ‘교육부 직원’임을 밝혔다.

28일 공개된 경찰 긴급범죄신고센터의 25일자 ‘신고접수 녹취록’을 보면, TF 직원 5명으로부터 25일 오후 8시17분부터 10시28분까지 총 9차례 신고가 접수됐다. 오후 8시17분은 야당 의원들과 취재진이 국정교과서 비밀 TF가 있다는 제보를 받고 국립국제교육원에 도착한 지 10여분쯤 지난 시점이다.
경찰이 25일 교육부의 ‘국정교과서 비밀 TF’가 있는 서울 대학로 국립국제교육원 건물 앞을 막고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 이석우 기자


녹취록에는 TF 직원들이 크게 당황한 흔적이 드러난다. 이들은 최초 신고(오후 8시17분) 당시 국제교육원의 명칭과 주소를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국제회관 기숙사’라고 했다. 이들은 5차 신고 때까지는 ‘국제교육원 직원’이라고 했다가 8차 신고(8시47분) 때 비로소 ‘교육부 직원’임을 밝혔다.

이들의 통화 내용은 “비밀 TF가 아니다”라는 교육부의 해명에 비춰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들이 많다. 이들은 이미 4차 신고 이전에 건물 밖에 국회의원과 기자들이 있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언제쯤 도착하느냐”(6·7차)고 수차례 경찰 출동을 재촉했다. 경찰이 도착한 뒤에도 “여기 우리 정부 일하는 데다. 지금 여기 이거 털리면 큰일 난다. 교육부 작업실이다”라며 “이거 동원 안 하면 나중에 문책당한다”고 말했다. ‘감금됐다’는 여당의 주장이 무색해지고, 뭔가 급박하게 숨기려 한 정황으로 보인다. TF 직원들은 8차 신고 때 “20명이 있는데 (경찰이) 2명밖에 안 와서 지금 감당이 안된다”면서 마치 국회의원·취재진과 경비를 서는 경찰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말했다. 당시 국회의원들은 몇몇 TF 직원들의 이름을 불렀을 뿐 진입을 시도하다 몸싸움이 벌어지진 않았다.
25일 교육부의 '국정교과서 비밀 TF' 사무실이 있는 서울 대학로 방송통신대학 옆 국립국제교육원 건물에 한국사 교과서 관련 서류들이 붙어 있다. | 이석우 기자

교육부는 “직원들은 신원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낮도 아닌 일요일 밤에 20여명 이상 몰려와 강제로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려 하고 카메라를 비추는 데서 심각한 위협감과 공포를 느꼈다”며 “정부문서가 부당하게 탈취당해서는 안된다는 사명감과 절박감에 경찰에 다급하게 신변 보호를 요청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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